위의(威儀)ㆍ의위(儀衛)
국가와 왕실 차원에서 거행된 각종 의식과 행사에 쓰인 여러 가지 물품
의물은 조정(朝廷)과 왕실(王室)이 행한 연례(宴禮)ㆍ제례(祭禮) 등의 의식 및 행사에서 무대 장치 및 소도구로 사용된 여러 가지 도구나 물건을 통칭한다. 의물은 크게 악기(樂器)ㆍ의기(儀旗)ㆍ의구(儀具)ㆍ무구(舞具)ㆍ무구(武具)ㆍ복식(服飾)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며, 국가와 왕실의 상징적인 기능과 통치자의 절대적인 권력과 위엄을 부각시키는 의도로 사용되었다.
고대로부터 전승되어 왕정국가로 형성되면서부터 발생되었다. 삼국시대부터 악기를 비롯한 많은 의물들이 제작되어 사용되었고, 고려시대에 중국과의 상호 교류를 통해 본격적으로 확대ㆍ발전되었다. 조선시대에 예악(禮樂)의 제도가 마련되면서 구체적으로 정비되었지만 당시에는 악현(樂懸)에 따라 악기(樂器)ㆍ의물(儀物)ㆍ무구(舞具) 뿐 아니라 악기의 제도 등을 모두 ‘악기(樂器)’라는 용어로 통괄하여 불렀는데, 이것은 의식에 사용된 여러 용도의 도구나 물건들이 혼용되어 사용된 것에 의한 것이다.
조선시대에 의물이라는 명칭이 기록상 명확하게 등장한다. 『악학궤범』 권8에 기록된 「정대업(定大業) 정재 의물도설(儀物圖說)」과 「당악정재(唐樂呈才) 의물도설」에는 악기(樂器)ㆍ무구(武具)ㆍ무구(舞具)ㆍ복식(服飾)과 의기(儀旗)의 하나인 의장기(儀仗旗) 등이 혼용되어 구성되었다. 한편 『악학궤범』에 기록된 「악기도설(樂器圖說)」의 악기 항목에는 음악 연주의 신호용 의물인 휘(麾)ㆍ조촉(照燭)과 일무(佾舞)를 출 때 문무(文舞)와 무무(武舞)를 인도하는 신호용 의물인 둑[纛]ㆍ정(旌), 그리고 일무(佾舞)의 춤 도구로 쓰인 적(翟)ㆍ약(籥)ㆍ간(干)ㆍ척(戚)이 포함되어 있다.
조선시대의 악기ㆍ의물ㆍ무구 그리고 악기에 관한 제도를 포함한 여러 내용들이 시대적으로 변천되면서 악기와 의물에 대한 성격과 용도에 따라 목록 구성과 분류를 달리한 것이 『세종실록ㆍ오례』(1451)를 비롯한 『국조오례의서례』(1474)ㆍ『악학궤범』(1493)ㆍ『춘관통고』(1788)ㆍ『대한예전』(1898)ㆍ『증보문헌비고』(1908)의 기록에서 확인된다. 『증보문헌비고』에는 기존에 ‘악기’를 악현에 배치된 ‘모든 의물’로 인식하였던 것에서 ‘악기’를 ‘음악을 연주하는 기구’로 분류한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 사용된 의물은 『악학궤범』 권8에 기록되어 전한다. 당시의 의물은 악기ㆍ무구(武具)ㆍ무구(舞具)ㆍ복식 그리고 의기(儀旗)에 속하는 의장기(儀仗旗)인 홍문대기(紅門大旗)ㆍ황룡대기(黃龍大旗)ㆍ현무기(玄武旗)ㆍ주작기(朱雀旗)ㆍ청룡기(靑龍旗)ㆍ백기(白旗)【#1】 등 여러 용도의 물건들이 『악학궤범』에 포함되어 기록되었다.
의물의 종류는 크게 악기류(樂器類)ㆍ의기류(儀旗類)ㆍ의구류(儀具類)ㆍ무구류(舞具類)ㆍ무구류(武具類)ㆍ복식류(服飾類)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된다.
① 악기(樂器)는 여러 의식 및 연향 때 실제 연주를 하기도 하고, 상징적 구성원으로서 신호용 혹은 장식적 요소로 쓰인다. 『악학궤범』 권8에 기록된 내용을 소개하면, 조선 전기에는 〈정대업〉 정재를 출 때 악기인 대금(大金)ㆍ소금(小金)ㆍ대고(大鼓)ㆍ소고(小鼓)ㆍ대각(大角)을【#2】 잡은 연주자가 남쪽에 배열되어【#3】 〈소무(昭武)〉ㆍ〈독경(篤慶)〉ㆍ〈탁정(濯征)〉ㆍ〈선위(宣威)〉ㆍ〈신정(神定)〉ㆍ〈분웅(奮雄)〉ㆍ〈순응(順應)〉ㆍ〈총수(寵綏)〉ㆍ〈정세(靖世)〉ㆍ〈혁정(赫整)〉을 연주한다.
그리고 〈학연화대처용무합설(鶴蓮花臺處容舞合設)〉을 출 때에는 박(拍)ㆍ피리ㆍ당적ㆍ퉁소ㆍ당비파ㆍ대금ㆍ향비파ㆍ해금ㆍ장고ㆍ거문고ㆍ월금ㆍ방향ㆍ아쟁ㆍ대쟁ㆍ교방고ㆍ동발(銅鈸) 등을 잡은 연주자가 춤의 시작과 마칠 때 둥글게 회무(回舞)를 돌기도 하고【#4】, 무대 남쪽 좌우에 배열하여 연주를 하기도 한다.【#5】
또한 〈무고〉ㆍ〈향발무〉ㆍ〈향령무〉ㆍ〈아박무〉를 출 때에는 악기인 북[고(鼓)]ㆍ향발(響鈸)ㆍ향령(響鈴)ㆍ아박(牙拍)을 잡고 음악의 절주에 맞춰 흔들거나 부딪쳐 소리를 내기도 한다.
② 의기(儀旗)는 나무로 만든 긴 막대기에 깃발ㆍ검ㆍ창(槍)ㆍ도끼 등을 부착하거나 부채[선(扇)]나 우산[산(傘)]을 매단 것으로, ㉠의장기(儀仗旗)ㆍ㉡정재연향기(呈才宴饗旗)ㆍ㉢군기(軍旗)로 구분된다.
㉠ 의장기(儀仗旗)는 궁중 안에서의 조회(朝會)나 잔치 그리고 왕을 비롯한 왕실 가족이 궁궐 박을 행차할 때 첫째로 군주를 호위하고 군주의 권위를 나타내며 둘째는 행사의 격을 높이고 왕실의 권위와 위엄을 드러내기 위한 의례용 깃발로서, 위의(威儀)를 갖추어 식장에 배열하거나 행진에 앞장서 이끌게 하던 기(旗)들이다.
의장기는 의식 및 행사를 주관하는 신분과 행사의 목적과 규모에 따라 그리고 궁궐 안에서 행해지는 전정행사(殿庭行事)와 궁궐 밖에서 행해지는 문외행차(門外行次)로 구분되어 동원되는 기의 종류와 수효가 다양하게 편성되고 결정된다.
의장기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동물ㆍ자연물ㆍ문자를 그려 넣었고, 그 문양에 따라 종류가 다양한데, 황룡ㆍ봉황ㆍ현학ㆍ백학ㆍ기린ㆍ백택ㆍ삼각ㆍ천마ㆍ곰 등 신통력을 가진 신수(神獸) 문안을 사용한 신수문(神獸紋) 의장기, 부적문자를 그린 부적문(符籍紋) 의장기, 문양에 신선을 그린 신인문(神人紋) 의장기, ‘천하태평(天下太平)’ㆍ‘영(令)’과 같은 글씨를 써넣은 문자문(文字紋) 의장기, 일월성신(日月星辰) 등의 천체가 그려진 천체문(天體紋) 의장기, 산ㆍ내[하천] 등을 그린 산수문(山水紋) 의장기, 태극(太極)ㆍ8괘(八卦)ㆍ하도(河圖)ㆍ낙서(洛書) 등의 철학적 도상을 그린 도상문(圖象紋) 의장기 등이 있다.
㉡ 정재연향기(呈才宴饗旗)는 죽간자(竹竿子)ㆍ인인장(引人仗)ㆍ용선(龍扇)ㆍ봉선(鳳扇)ㆍ작선(雀扇)ㆍ미선(尾扇)ㆍ정절(旌節)ㆍ개(蓋)【#6】와 족자(簇子)로 구성된다. 정재연향기는 궁중의 잔치 때 무용수들을 인솔하고 궁궐 남쪽 및 좌우에 배열하여 장식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고【#7】 춤 구성원으로서 회무를 돌거나 【#8】 무대 대형을 이루며【#9】춤을 추기도 한다.【#10 】
㉢군기(軍旗)는 원래의 목적인 지휘ㆍ신호ㆍ독전(督戰)ㆍ전령(傳令) 등의 실용적 목적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나 대부분 열병(閱兵)ㆍ강무(講武)ㆍ습진(習陣) 등의 군사 의식에서 의장용으로 사용되었다.
종류로는 취타수(吹打手)의 좌작진퇴(坐作進退)를 지휘하는데 사용한 금고기(金鼓旗), 2인이 짝이 되어 진문(陣門) 밖 양편에 서서 청(靑)ㆍ홍(紅)ㆍ황(黃)ㆍ흑(黑)ㆍ백(白) 바탕에 날개 돋친 호랑이 그림을 그린 기를 잡은 문기(門旗)와 그 외 대열기(大閱旗)ㆍ사명기(司命旗)ㆍ금기(金旗)ㆍ청도기(淸道旗) 등의 많은 군기들이 있다.
③ 의구(儀具)는 왕의 행차나 조회 등의 의식과 정재를 출 때 쓰이는 여러 가지 의례용 도구로서 ㉠의거(儀車)ㆍ㉡의마(儀馬)ㆍ㉢의도(儀刀)ㆍ㉣의식(儀飾)ㆍ㉤예구(禮具)로 구성된다.
의거와 의마는 임금 혹은 행차에 참여한 이들의 이동 수단으로 사용한 도구이고, 의도는 나무로 제작한 칼로서 위엄을 나타내고, 의식은 의례를 행할 때 사용하는 식기류[飾]이다. 예구는 의례의 진행을 돕는 도구로서 사람을 부르는 신호 표시로 사용하는 절(節), 어두운 길을 환하게 밝혀주는 역할을 하는 도구인 촉롱(燭籠)ㆍ조촉(照燭), 채찍으로 군중을 정리하는 도구인 편(鞭), 음악의 시작과 마침을 신호하는 도구인 휘(麾)가 이에 해당한다.
④ 무구(舞具)는 종묘(宗廟)의 제례 의식과 궁중 잔치에서 당악정재와 향악정재(鄕樂呈才)를 출 때 쓰이는 무대장치나 소도구를 말한다. 종묘 제사에서 조선 건국의 업적을 찬양하고 태평성세를 염원한 〈보태평(保太平)〉을 출 때는 꿩의 깃인 적(翟)과 악기인 약(籥)을 들고 춘다.
궁중 잔치에서 정재를 출 때 〈헌선도〉는 선도반(仙桃盤)【#11】 〈포구락〉은 포구문(抛毬門)【#12】과 채구(彩毬), 〈몽금척〉은 금척(金尺)【#13】, 〈가인전목단〉은 화준(花樽), 〈춘앵전〉은 화문석, 〈무산향〉은 대모반(玳瑁盤), 〈춘대옥촉〉은 춘대, 〈연화대〉는 합립(蛤笠), 및 연화관(蓮花冠), 〈학무〉는 지당판(池塘板), 〈연화무〉는 연화병, 〈선유락〉은 채선(彩船), 〈사선무〉는 연화, 〈보상무〉는 반통(盤桶), 〈첨수무〉는 검(劒), 〈무애무〉는 호로(葫蘆), 〈헌천화〉는 당(幢) 등과 같은 무구를 사용한다.
⑤ 무구(武具)는 법의 존엄과 위엄을 표시한 것으로 실용적 목적과 함께 의식 및 행사에서 의장용으로도 혼용되어 쓰인다.
종묘 제사에서 조선 건국을 위한 무공(武功)의 당위성을 상징한 〈정대업〉을 출 때는 검ㆍ창(槍)ㆍ활과 화살[궁시(弓矢)] 등의 무기[의장용]를 들고【#14】 곡진(曲陣)ㆍ방진(方陣)ㆍ원진(圓陣)ㆍ예진(銳陣)ㆍ직진(直陣) 등의 춤 대형을 구성하며 춤을 춘다.【#15】
⑥ 복식(服飾)은 〈정대업〉 정재를 출 때 오색단갑(五色段甲)과 투구를 착용한 것이 『악학궤범』 권8에 기록되었다. 【#16】
의물은 각자의 고유한 성격을 가지면서도 의식 및 연향의 성격에 따라 그 용도를 달리하여 쓰이고 역할과 기능도 달라진다. 각 의물들은 군사적인 요소와 상서로운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으로 실용적 목적과 함께 호위용ㆍ신호용ㆍ관상용ㆍ장식용으로서의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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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선숙(孫善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