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법춤, 범무(梵舞), 법무(法舞)
불교의례에서 불보살(佛菩薩)에게 드리는 신업공양(身業供養).
불교의례에서 불보살의 찬탄이나 영가의 천도를 위한 수행으로 공양의 의미를 지닌 춤이다. 작법무에는 도량을 정화·결계하는 바라무(鉢鑼舞), 불보살을 찬탄하는 착복무(着服舞/나비춤), 불법을 찬양하고 환희를 표출한 법고무(法鼓舞), 수행을 다짐하는 타주무(打柱舞)가 있다.
작법은 신라시대 진감선사(774~850)가 당나라에서 범패를 도입하여 옥천사(현 쌍계사)에서 제자들에게 전수하여 대중화한 것으로 추정되며, 도입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조선시대 천도의식을 가시화한 감로탱(甘露幀)에서 범패·광쇠·북·나각·요령 등에 맞추어 바라춤·착복춤·법고춤을 추는 모습을 통해 작법무가 활성화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911년 일제강점기 불교를 통제·관리하기 위한 <사찰령>이 제정되었고, 불교 의례·인사·재정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자연스럽게 작법무도 중단되었고, 1950~60년대 불교정화운동으로 불교의례의 연행주체인 대처승이 배제되면서 작법무는 다시 위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국가무형문화재 현지조사가 활성화되면서, 범패·의식무에 대한 조사가 활발히 진행되었고, 그 결과 1973년 범패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가 1987년 영산재로 명칭이 개칭되었다. 그리고 21C에 불교의례에 대해 인식이 재평가되면서 수륙재·연등회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지자체마다 영산재·수륙재·예수재를 지정하고 있다.
환희용약(歡喜踊躍)에서 비롯된 것으로 영산회상설·중국의 조자건설·밀교설 등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는데, 영산회상설은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할 때 가섭이 이를 알고 미소를 짓고 춘 춤, 조자건설은 조자건이 천태산 법천에서 고기떼들이 오묘한 소리에 맞추어 춘 춤, 밀교설은 밀교 수행인 삼밀(義·口·身) 중에서 신업(身業)이 중심이 되면서 춘 춤에서 기원하였다고 추정한다.
작법무의 유형은 소도구·지역·연행집단에 따라 구분한다. 소도구에 의한 분류에는 바라무·착복무·법고무·타주무가 있는데, 바라무는 도량을 정화하기 위한 몸짓, 착복무는 불보살을 찬탄하기 위한 몸짓, 법고무는 환희의 몸짓, 타주무는 영산재 때 몸가짐을 바르게 하여 수행을 다짐하는 몸짓이다. 이런 작법무는 신업공양으로 몸짓하나 하나에 함축적·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지역에 따른 분류에서는 서울·경기권을 중심으로 연행하는 경제(京制),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내포제(內浦制), 전라권을 중심으로 한 완제(莞制), 경상권을 중심으로 한 영제(嶺制)로 구분되는데, 현재 대부분 작법무는 영제 작법무를 제외하고 경제 작법무가 지역·종파에 관계없이 확산하여 전국화 되었다. 연행집단에 의한 분류에는 어장(魚丈)을 중심으로 한 어산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데, 이는 작법무가 불교의례 형태에 따라 구분되지 않고 연행 주제인 어산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연행 종목에 따른 시대별 변화 양상을 살펴보면, 범패와 의식무(1965년)에서는 바라무(7개)·착복무(14개), 법고무·타주무, 한국민속문화대백사전(1985)에서는 바라무(8개)·착복무(14개)·법고무·타주무, 영산재에서는 바라무(7개)·착복무(14개)·법고무·타주무, 현행 경제 작법무에서는 바라무(7개)·착복무(9개)·법고무, 영제 작법무에서는 바라무(4개)·착복무(5개)를 연행한다. 이를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종류 | 1969년 범패와 작법 |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
2003 영산재 기록화 |
현행 경제 | 현행 영제 | |
---|---|---|---|---|---|---|
바 라 무 |
천수바라무 | ● | ● | ● | ● | ● |
사다라니바라무 | ● | ● | ● | ● | ● | |
요잡바라무 | ● | ● | ● | ● | ● | |
명바라무 | ● | ● | ● | ● | × | |
관욕쇠바라무 | ● | ● | ● | ● | × | |
화의재바라무 | ● | ● | ● | ● | ● | |
내림게바라무 | ● | ● | ● | ● | × | |
회향게바라무 | × | ● | × | × | × | |
7개 | 8개 | 7개 | 7개 | 4개 | ||
착 복 무 |
사방요신 | ● | ● | ● | ● | × |
도량게 | ● | ● | ● | ● | ● | |
다게 | ● | ● | ● | ● | ● | |
오공양 | ● | ● | ● | ● | ● | |
운심게 | ● | ● | ● | ● | ● | |
향화게 | ● | ● | ● | ● | × | |
삼귀의 | ● | ● | ● | ● | ● | |
정례 | ● | ● | ● | × | × | |
음남 | × | × | × | × | × | |
모란찬 | ● | ● | ● | ● | × | |
기경 | ● | ● | ● | ● | × | |
지옥고 | ● | ● | ● | × | × | |
구원겁중 | × | ● | × | × | × | |
대각석다존 | × | × | × | × | × | |
자귀의 | ● | ● | ● | × | × | |
삼남태 | ● | × | ● | × | × | |
창혼 | × | × | × | × | × | |
만다라 | × | ● | × | × | × | |
귀명례 | ● | × | ● | × | × | |
14개 | 14개 | 14개 | 9개 | 5개 | ||
법고무 | ● | ● | ● | ● | × | |
1개 | 1개 | 1개 | 1개 | 0개 | ||
타주무 | ● | ● | ● | × | × | |
1개 | 1개 | 1개 | 0개 | 0개 |
불교의례의 진행은 먼저 도량을 정화·결계하고 신을 모셔 오기(청신과정), 모셔 온 신들을 잘 대접하는 공양을 드리기(오신과정), 신의 세계로 돌려보내기(송신과정) 등 일련 과정을 의식화·체계화·시각화한 것이다. 여기서 작법무는 도량을 정화하고, 부처님을 찬탄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데, 불교의례 재차의 연행목적에 따라서 이에 부합되는 작법무를 연행한다. 바라무는 불법을 찬양하는 의미와 함께 나쁜 기운을 물리쳐 도량을 청정하게 수호하고, 의식에 참여하는 이들의 내면을 정화하는 의미를 지닌다. 바라무의 기본자세는 몸의 중심을 바로 세운 상태에서 고무레 정(丁)자 발디딤을 하고 하단전에 기를 모운다. 이때 시선은 좌선하는 것처럼 코끝의 연장선을 지긋이 바라본다. 착복무는 불법을 찬양하고 불보살에게 몸짓을 올리는 의미를 지닌 춤으로, 일명 나비춤·어산춤·고기춤이라고 부른다. 착복무는 양손에 꽃을 들고 일자로 펴서 잔잔하게 물이 흐르듯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무아(無我)세계 스며든다. 착복무는 인원에 따라 혼자 추는 향나비, 2인이 추는 쌍나비, 5인이 추는 오행나비 등이 있으며, 규모에 따라 인원이 추가되기도 한다. 오행나비의 경우 중앙 1인은 혼자서 추고, 사방 4인이 서로 교차하며 춘다. 착복무의 기본자세도 바라무와 마찬가지이다. 법고무는 불법을 찬양하고 환희로움을 주는 춤으로, 싯다르타 태자의 탄생을 알리기 위해 북을 치는 것에서 유래하였는데, 의식의 한 단원이 원만히 성취되었을 때 법열의 환희로움을 표현한다. 법고무는 양손에 북채를 들고 북을 치는 모습·북을 어르는 모습 등을 몸짓으로 표현하였다. 법고무는 기본적으로 독무이나 때에 따라 2인 1조로 구성되는데, 이때 북의 정면에서는 법고무, 북의 후면에서는 장단에 맞추어 북을 두드린다. 타주무는 영산재 식당작법에서만 연행되는 의식무로써 불보살·불법승·시자(施者)·수자(受者)·시물(施物)의 공덕을 생각하고, 공양을 찬탄하는 의식이다. 타주무는 팔정도의 기둥을 두드리면서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수행의 춤이다.
작법무는 범패의 바깥채비소리인 사설과 진언에 맞추어 추는 춤으로, 사설은 7언 4구 혹은 5언 4구의 한문이나 산문, 진언은 범어로 구성되어 있다. 작법의 반주악기로는 태징·법고·요령·목탁 등 주로 타악기를 중심으로 취타대와 삼현육각이 함께 연주한다. 특히 태징은 작법무 연행 시 주요 반주악기로서 작법무의 시작과 끝, 한 단락이 맺고 다음 단락으로 넘어갈 때 신호음의 성격과 반주음악 전체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바라무는 염불과 진언에 맞추어 추는 춤으로, 태징에 따라 바라를 위·아래·좌·우 등 사방을 향해서 춤을 춘다. 착복무는 7언 4구 혹은 5언 4구의 한문 사설이나 산문의 게송에 맞추어 춘다. 법고무는 특별한 염불이나 게송은 없이 태징에 맞추어 북·태평소·삼현육각 등에 맞추어 춘다. 타주무는 꾕쇠, 경쇠, 독송에 맞추어 춘다.
바라무의 복식은 일반적인 법복(法服)으로 장삼에 가사를 두른다. 착복무의 복식은 흰 장삼은 소매가 땅에 닿을 듯 길고, 가슴에는 붉은 가사에 오색 대령을 드리우고, 화려한 고깔을 쓰는데, 이때 붉은 가사를 육수가사라고 한다. 육수가사의 여섯 가닥은 앞뒤로 각각 두 가닥씩 황색·청색·녹색 등 대령 4가닥과 적색의 가사 앞뒷면 2가닥을 합한 수이다. 이 여섯가닥은 육바라밀을 상징하거나 육수(六銖)를 의미하는데, 『석문의범』「수계편」에 의하면, 장수천인(長壽天人)이 착용하는 매우 가벼운 옷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삼각형 모양의 고깔에는 삼신사상이 내재되어 있는데, 경제 작법무에서는 불탑, 완제 작법무에서는 고기머리를 상징한다. 착복무 연행 시 양손에 모란이나 작약 등의 꽃을 들고 추는데, 이 꽃은 처염상정(處染常淨)의 불성을 나타낸다. 법고무는 바라무 복식과 마찬가지로 일상 법복을 입고 추며, 타주무도 착복무 복식에 타주채(목대기/팔정도추)를 들고, 팔정도를 돌면서 춘다.
작법무는 범패와 짝을 이루어 추는 공양 의식무로서 철저하게 규칙을 준수하는 법무이다. 작법무는 재차의 내용을 함축적·추상적으로 표출하는 몸짓으로, 재차마다 그 작법무를 연행해야 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작법무의 동작은 고도화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또한 작법무는 어장을 중심으로 한 어산에 의해 연행되는 춤이다. 그래서 같은 지역의 작법무일지라도 어산이 다르면 작법무에 차별성이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바라무는 남성인 비구, 착복무는 여성인 비구니에 의해 연행되나, 현재는 혼성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작법무의 기본자세·춤사위·연행방식에 있어서 유사성을 나타내나 지역에 따라 차별성을 보이는데, 이는 그 지역만이 지니는 지역성·정체성이다.
국가무형유산에는 영산재(1987), 진관사수륙재(2013), 삼화사수륙재(2013), 아랫녘수륙재(2013). 시도무형유산에는 서울·경기권의 경제어산(2013)·인천수륙재(2004)·범패와작법무(2002)·봉은사생전예수재(2019)·청련사생전예수재(2022), 충청권의 내포영산대재(2008)·구인사삼회향(2012), 전라권의 전북영산작법(1998)·광주영산재(2014), 영남권의 부산영산재(1993)·불모산영산재(2002)·작약산예수재(2019) 등. 유네스코무형문화유산에는 영산재(2009).
국립무형유산, 『삼화사수륙재』, 을유문화사, 1955. 강인숙, 「영제작법무의 보편상과 특수성」, 『영남무형유산과 밀양아리랑의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학술대회』, 2023.11.28. 신미옥, 「작법춤 설행양상과 경제·영제 천수바라춤 연구」, 경상국립대학교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23. 한정미, 「한국불교 작법무의 성격에 관한 분류」, 『민족무용』 22, 2018.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작법무, 2023.02.28., https://folkency.nfm.go.kr/topic/%EC%9E%91%EB%B2%95%EB%AC%B4 한국민속예술사전, 나비춤, 2012.11.30. https://folkency.nfm.go.kr/kr/topic/detail/6397 한국민속예술사전, 법고무, 2012.12.10. https://folkency.nfm.go.kr/kr/topic/detail/6416
강인숙(康仁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