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례집, 불교의식집, 안진호 의식집
승가의 제반 신행 절차 의례문 모음집
안진호가 편집 출간한 불교 의식집.
한국 불가에서 행해오던 신행과 의례.
① 구성과 내용
『석문의범』은 상ㆍ하ㆍ종편의 3부분 편재되어 있고, 각 권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편: 예경(禮敬)ㆍ축원(祝願)ㆍ송주(誦呪)ㆍ재공(齋供)ㆍ각종 소(各疏)ㆍ조석예불과 재의식 의문.
하편: 각청(各請)ㆍ시식(施食)ㆍ배송(拜送)ㆍ점안(點眼)ㆍ이운(利運)ㆍ수계(受戒)ㆍ다비(茶毘)ㆍ제반(諸般)ㆍ방생(放生)ㆍ지송(持誦)ㆍ간례(簡禮)ㆍ가곡(歌曲)ㆍ신비(神祕) 13편의 각종 사찰 규범과 신행에 따른 의문을 수록하였다. 이들 내용은 포교 방식의 개선에 따른 것이고, 교통과 통신이 어려운 곳의 포교를 위한 서신 포교문까지 담고 있다. 가곡편에는 민중 포교에 효과적인 〈참선곡〉ㆍ〈회심곡〉ㆍ〈백발가〉ㆍ〈몽환가〉ㆍ〈권왕가(勸往歌)〉ㆍ〈원적가〉ㆍ〈왕생가〉ㆍ〈신년가〉ㆍ〈신불가(信佛歌)〉ㆍ〈찬불가〉ㆍ〈경축가〉ㆍ〈성탄가〉ㆍ〈성도가〉ㆍ〈오도가〉ㆍ〈열반가〉ㆍ〈월인가(月印歌)〉ㆍ〈목련가(目連歌)〉ㆍ〈권면가(勸勉歌)〉 등을 수록하였다.
종편: 격외염롱문(格外拈弄門)으로 참선 수행에 필요한 불조화두(佛祖話頭), 좌선의식(坐禪儀式), 좌선심득(坐禪心得) 1ㆍ2편 수록.
② 세부 내용과 특징
상ㆍ하편의 내용 중 오늘날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거나 다소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송주편과 신비편에는 범문 다라니를 중심으로 진언과 게송이 함께 실려 있다. 송주편에는 정구업진언, 신묘장구 다라니 등 천수경 송주에 포함되는 다라니ㆍ진언ㆍ게송 등이 실린 가운데 신묘장구다라니는 범어 원문을 함께 실었다, 신비편에는 불정존승다라니를 한글로 싣고 몇 가지 진언을 더하고 있다.
재공(齋供)편은 영산작법의 작법 절차를 축소한 상주권공과 갖춘 의식인 영산재, 명부시왕 각각에게 공양 올리는 각배재, 생전예수재, 전통 수륙의문 결수문을 정리한 수륙재 의문을 싣고 있다. 『석문의범』의 절차는 뼈대만 간추려 놓은 것이므로 실제 재의식에서는 모본을 비롯하여 앞서 간행된 『범음산보집』, 『작법귀감』 등을 참고한다.
배송편은 의례를 마치고 상중하단을 합해서 절(拜)하며 보내드리는 도(都)배송과 상ㆍ중ㆍ하 각각 배송과 회향 의문을 싣고, 제반편에는 아침 저녁으로 외는 종송(鍾頌)과 게송이 담겨 있다. 간례에는 포교를 위한 강설ㆍ문서ㆍ의식ㆍ찬불포교에 해당하는 내용과 신도증 양식과 각종 행사의 재차를 도식화하였다. 이상 제반의 의문은 대부분 전통적으로 해 오던 의식을 다듬어 정리한 것이고, 간례문, 소문(疏文), 축원문과 같이 일정한 틀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절차의문은 저자의 편작과 가필이 있었다.
③ 편저자의 생애와 이력
안진호 스님은 1880년(고종 7)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1965년 세수 85세 법랍 69세로 입적하였다. 서당에서 한학을 하였고, 16세에 예천 용문사에서 불경을 열람하다 발심하여 이듬해인 1896년 신일(信一)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어려서부터 학문에 뛰어났으므로 9년 만에 사교ㆍ사집을 통달한 후 전국의 강원에서 20여 년간 후학들을 지도하던 중 강의를 접고 소금장수와 등유 장수를 하며 고행 정진을 하기도 하였다.
1929년 승가교육과 불교의식의 체계화를 위해 서울 서대문에서 만상회(卍商會)를 열어 불교 서적의 번역과 출판ㆍ보급에 전력했다. 사미과 교재인 『초발심자경문』을 시작으로 『치문』, 『서장』, 『선요』, 『도서』, 『절요』 등을 주해하여 발간한데 이어, 『불자필람』, 『석문의범』, 『석문가곡』, 『다비문』을 출간하였다. 『팔상록』, 『유점사본말사지』를 비롯하여 전국의 유서있는 사찰의 『사지(寺志)』 10여 편을 펴냈으나 대부분 소실되고 일부만이 전해지고 있다.
④ 출간 배경 및 의의
예로부터 승가규 범에는 수행자들의 모든 행(行)ㆍ주(住)ㆍ좌(坐)ㆍ와(臥)에 율조를 수반한 예법이 있었다. 새벽에 대중을 깨울 때 사물 의식, 식사를 할 때의 식당작법이 있었으나 조선의 억불로 이러한 법도가 허물어져 오다 일제강점기의 사찰령에 의하여 총림의 염불원이 폐지되어 승가 예법과 의례 전통이 단절되었다. 의례 법도와 설행 질서가 사라지자 조석 예불에도 각자 자기가 아는 기도만 하느라 “개구리 울음소리 같았다”는 증언이 있다.
이에 안진호 스님이 전통적으로 행해오던 의례문을 규합하여 필수 의문을 신행 종류 별로 편집하여 1934년 4월에 펴냈다. 당시 조선의 대강사로 권상로ㆍ안진호ㆍ김대은 스님을 꼽을 정도로 설법ㆍ강론에 명성이 있었다. 『석문의범』 서문에서 예경일문(禮敬一門)에 지반자기범음귀감(志磐仔夔梵音龜鑑)을 다 갖추지 못하더라도 석씨 가문의 한 도리를 능히 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이로써 경문과 의례를 관통하는 혈을 잡고 일상부터 재(齋)의식까지 고루 갖추어진 의문의 뼈대를 보존하게 되었다.
⑤ 특징
범패와 작법은 구전심수로 전해오던 선율과 절주를 따라 행하고 어장스님들이 개인으로 소장해온 「동음집」을 통하여 재현되어 왔다. 그간에 회심곡을 화청이라고 하면서 본래 의례문에 있는 범패 화청과 혼돈을 초래한데 더하여 회심곡을 범패로 오인해 왔다. 그러나 안진호 스님은 이를 가곡편에 편재하여 범패와 구분 짓고 있다.
전통적으로 총림에는 강원ㆍ선원ㆍ율원ㆍ염불원이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에 염불원이 폐지된 데다 해방 후 불교정화 분규(1954~1962)로 대부분 대처승이었던 의례 전담 승려들이 총림에서 퇴출되었다. 이후 선(禪)을 추구하는 조계종에서는 의례 간소화를 주창하며 의례 관련 제반 법도를 간과해 오다 근년에 들어 의례 법도를 복원해 가고 있다. 현재 불교계에서는 간추려 편성한 『석문의범』이 승려들과 관련 분야 연구자들에게 가장 실용적인 의문으로 활용되고 있다.
안진호, 『석문의범』, 법륜사, 2000. 윤소희 채록, 『어산어장 동주원명 구술집』, 국립국악원, 2023. 윤소희ㆍ김용환, 『영남범패 대담집』, 정우서적, 2010. 일응어산작법보존회, 『어장 일응 영산에 꽃피다-완제범패 대담집』, 정우서적, 2013. 이성운, 『한국불교 의례체계 연구』, 운주사, 2014. 네이버 블로그 “상현서림”(https://blog.naver.com/minist9/10105201460/) 불교신문(https://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51234/) 법보신문(http://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15232/)
윤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