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법구감, 백파긍선 의례집, 불교의식집
백파 긍선이 편주(編注)한 불교 종합의례집
백파스님이 1827년에 펴낸 목판 방각본 종합 의식집.
조선조 철종 대까지 전승되어오던 불교 의례문과 설행방식.
① 구성과 내용
『작법귀감』은 건(乾)과 곤(坤)의 2권이며, 세부적으로는 「범례」, 「상편」, 「하편」,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머리인 범례는 의문 율조를 상세히 짚고 있는 점에서 범패 교본으로 중요하다. 범례는 첫째 범패의 성음을 바로 잡고자 하였고, 둘째 4성조에 의해 뜻이 달라지는 점을 강조하며 각 글자마다 4성을 표시하고,
세 번째는 의문에 밝지 못한 스님들이 귀감으로 삼도록 구두를 분명히 하였고, 넷째 앞의 세 가지 사항을 의식을 시작하는 청문(請文)을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범패 초두에 평성(平聲)ㆍ상성(上聲)ㆍ거성(去聲)ㆍ입성(入聲)을 표하고 평성은 애이안(哀而安), 입성(直而促), 상성 여이거(厲而擧), 거성은 청이원(淸而遠)을 표시하고, 의례문에 이에 해당하는 성조가 매 글자마다 표시되어 있다. 『작법귀감』의 4성은 당나라 츠우종(處忠) 스님이 저술(806~827)한 『원화운보元和韻譜』의 내용과 일치하고 있어 당풍 범패를 배워온 진감선사의 범패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상권에 해당하는 건(乾)에는 각종 청문과 재장에서 쓰이는 제반 의식문, 수계 의식문을 수록하였고, 하권인 곤(坤)에는 분수(焚修)작법, 가사이운(袈裟移運), 점안(點眼), 다비(茶毘)작법, 구병시식(救病施食), 순당식(巡堂式)이 실려 있다. 부록에는 간당(看堂)작법을 통해 입선(入禪), 방선의례(放禪儀禮)로 행하는 묵언(默言)작법의 요지를 설하고 있으며, 세부 목록은 다음과 같다.
상권: 각종 청문(삼보통청, 관음청, 지장청, 산신청, 미타청, 독성청, 성왕청, 조왕청)
대령 시식(대령정의, 상용시식의, 상용영반, 통용진전식, 종사영반)
신중 의식(신중약례, 신중대례, 신중조모작법, 신중위목)
하권: 불전에 향을 피우며 수행을 다지는 분수작법, 신년에 세배하고, 축원하는 축상(祝上)작법, 가사(袈裟) 이운ㆍ공양ㆍ통문불(通門佛), 불상을 모시는 불상시창불(佛象時唱佛), 시왕(十王) 약례왕공문(略禮王供文), 번식(幡式) 각청(各請), 하단 관욕, 삼단(성현ㆍ신중ㆍ영혼) 합송규(合送規), 16나한 대례, 칠성 청문, 다비작법, 구병시식, 순당(巡堂)의식.
② 편저자의 생애와 이력
백파 긍선(白坡 亘璇, 1767~1852)은 영조 44년(1768) 전라도 무장현(茂長縣, 현 고창)에서 태어났으며, 속성은 이(李)씨로 부친이 덕흥대원군의 10세손이었다. 12세(1778)에 고창 도솔산 선운사 시헌(詩憲)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고, 24세(1790)에 지리산 영원암에서 화엄의 대가 설파상언(雪坡尙彦)에게서 구족계를 받았다. 26세(1792)에 백양산 운문암에서 선(禪) 수행을 강설하기 시작하여 선무중흥의 종주로 명성을 얻었다. 45세(1811) 되던 해에 강의를 접고 5년간 수선결사 운동에 전념하며 선(禪)의 지침서인 『선문수경』을 저술한 데 이어 선강법회를 여는 등, 선교(禪敎)에 전념하다 1852년(철종 3) 세수 86세, 법랍 75세로 구례 화엄사에서 입적하였다.
이렇듯 수행과 교학에 덕망과 명성이 높았으므로 『이조불교』를 저술한 다카하시도루(高橋亨)는 정조 조부터 철종 조에 걸쳐 전라도 순창 구암사(龜巖寺)에 주석하며 선ㆍ화엄ㆍ계율을 설하는 대장으로 백파긍선의 출생과 행적, 뛰어난 학덕과 수행력 나아가 승가에 끼친 공덕을 상세히 기록하였다. 백파긍선은 『작법귀감(作法龜鑑)』 외에도 『수선결사문(修禪結社文)』, 『선문수경(禪文手鏡)』, 『육조대사법보단경요해(六曹大師法寶壇經要解)』, 『태고암가과석(太古庵歌科釋)』, 『식지설(識智說)』, 『오종강요사기(五宗綱要私記)』, 『선문염송사기(禪門拈誦私記)』, 『금강경팔해경(金剛經八解經)』, 『선요기(禪要記)』와 같은 명저를 남겼다.
③ 출간 배경 및 의의
영조 24년(1748) 전라도 장흥 가지산 보림사의 대휘화상이 쓴 『범음종보』에는 진감선사의 옥음금성(玉音金聲)이 세월을 따라 흘러 경상도와 전라도의 대찰로 퍼져오다 만년에 서산대사를 거쳐 혜감(惠鑑)으로 이어졌고, 혜감의 종보에 전해지는 사람들은 주로 전라도 사찰의 승려들이었음을 전하고 있다. 1827년(순조 27)에 쓰여진 『작법귀감』이 장성군 운문암에서 간행된 것은 농경 시대에 평야가 많은 호남지역의 풍요가 의례집을 발간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었다. 재공 의식에 관한 종합 불교 의례집인 이 책은 의례집일 뿐만 아니라 의례의 설행 방법과 범패의 성조를 상세히 담고 있어 범패 교본으로서 효용성이 높다.
당시에 불교 의식과 제반 의례가 체계를 잃고 혼란스러워 기존에 흩어져 있던 것을 모아 그 규범이 되는 것을 취하여 펴낸 점에서 의례 전통의 위기를 느낀 선사의 사명감을 읽게 된다. 선사(禪師)였던 진감과 마찬가지로 선수행에 주력했던 백파선사가 종래의 제반 의문과 현실적 설행일체를 바로잡아 설명하여 편찬한 것은 선ㆍ교ㆍ의례가 둘이 아니었음을 몸소 실천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의식집은 태인 지역의 출판업자인 박치유(朴致維)가 인쇄를 맡아 펴낸 목판 방각본(坊刻本)1이라는 점에서 출판 문화사적으로도 의의가 크다.
1) 중국 남송 이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서점에서 출판한 사각본 도서. 이전에는 패엽 혹은 두루마리 가 주된 것이었다.
④ 특징
본 책의 제목을 ‘작법’이라 한 데에는 의문을 어떻게 설행할 것인가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범패를 짓는 율조와 정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점이다. 그러므로 번을 쓰는 것에서부터 번을 어떻게 꽂고 불사르며 설행자가 앞으로 나가고, 엎드리고, 절하고, 물러서는 것까지 차례로 설명한다. 특히 하단과 관욕에서는 진언이 다량으로 편재되어 있어 밀교작법의 비중이 크다. 하단 관욕 후의 지문(指文)에는 “소리를 길게 늘여 지으면서...”를 지시하고 있어 범패와 작법의 구체적인 귀감을 제시한다. 제반 의례는 3단(壇)을 갖추어야 함을 강조하며 그 이치로 육바라밀을 행하며 네 모서리에 4성을 표시하고 절구마다 구두점을 찍어 누구라도 의문과 지문을 따르면 그대로 설행이 되도록 한 의례 지침서로서의 역할이 크다.
다카하시 도루 저, 이윤석ㆍ다지마 데쓰오 역, 『(경성제국대학 교수가 쓴)조선시대 불교통사(李朝佛敎)』, 민속원, 2020. 백파 긍선 저, 김두재 역, 『작법귀감』, 동국대학교 출판부, 2010. 윤소희, 『범패의 역사와 지역별 특징: 경제ㆍ영제ㆍ완제 어떻게 다른가?』, 민속원, 2016.
윤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