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락과 취타 등의 정악곡 합주에서 선율의 화려함과 합주 음향의 장중함을 더하기 위해 피리ㆍ대금ㆍ해금의 수석 연주자가 본래의 선율보다 높여 연주하는 선율을 ‘쇠는 가락’이라고 한다. 전통음악에서‘쇠다’는 일반적으로 ‘높이다’의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높다’ 또는 ‘높이다’의 의미를 갖는 말로는 ‘갑탄(甲彈)’ㆍ‘반성(半聲)’ㆍ‘자성(子聲)’ㆍ‘소이(騷耳)’ㆍ‘쇠난(쇠ᄂᆞᆫ)’ㆍ‘웃(조)’ㆍ‘지름’ㆍ‘청성(淸聲)’ 등이 있다. 쇠는 가락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악곡은 <여민락>이며, <취타>와 <평조회상> 등의 악곡에서도 쇠는 가락을 연주한다.
‘쇠는 가락’은 ‘쇠’ 또는 ‘쇠ᄂᆞᆫ’ 등의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와 같은 용어는 『우헌금보』ㆍ『삼죽금보』ㆍ『방산한씨금보』 등의 고악보에 악곡명으로 나타난다. 『우헌금보』 소재 <쇠삼대엽>과 <쇠삭삭대엽> 『삼죽금보』 소재 <우조소이>ㆍ<계면소이>ㆍ<소이시조>, 『방산한씨금보』 소재 <쇠ᄂᆞᆫ셋ᄌᆡ치>ㆍ<쇠ᄂᆞᆫ우락> 등 주로 성악곡의 곡명에 나타나는 ‘쇠’ㆍ‘쇠ᄂᆞᆫ’ㆍ‘소이’ 등은 모두 ‘높이다’, 즉 ‘질러서 노래 부르다(지르다)’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비슷한 쓰임새로 ‘높다’, ‘높이다’의 의미를 갖는 말은 ‘갑탄’과 ‘반성’, ‘자성’ 등이 있다. 『어은보』 소재 영산회상갑탄(靈山會上甲彈)에서의 갑탄(甲彈)은 거문고의 유현 4괘로 연주된 영산회상을 유현 7괘로 높게 변주시켜서 연주한 악곡이며, 『악학궤범』 중 십이율배속호(十二律配俗呼)의 세주(細註)에 설명된 ‘반성(半聲)’과 ‘자성(子聲)’은 중간 음역의 전성(全聲)보다 한 옥타브 높은음을 뜻한다. 원곡의 선율을 높여 연주하는 경우는 <밑도드리>와 <윗도드리> 같은 현행의 악곡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대금의 경우 <취태평지곡과 평조회상>, 가곡 중 <평조두거>ㆍ<계면두거>, <평롱>ㆍ<계락>ㆍ<편수대엽>과 <자진한잎(경풍년 염양춘 수룡음)> 등의 악곡에서도 옥타브를 높여 연주한다.
‘쇠는 가락’의 어원으로 알려진 ‘쇠’ㆍ‘쇠ᄂᆞᆫ’ㆍ‘소이’가 악곡명으로 사용된 것에 비해 오늘날 ‘쇠는 가락’의 의미는 <여민락>ㆍ<취타>ㆍ<평조회상> 등의 정악 합주에서 관악기(대금ㆍ피리ㆍ해금)의 일부 연주자(주로 수(首)잽이)가 원래의 가락을 높여 화려하게 연주하는 가락을 의미한다. 민속악 합주에서도 연주자에 따라 ‘쇠서 분다’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쇠는 가락’의 선율은 본래 선율의 음역에 따라 그 변주 방식에 차이를 보인다. 본래의 선율이 낮은 음으로 진행할 경우 ‘쇠는 가락’은 8도(옥타브) 위의 선율로 진행하며 본래의 선율과 같은 선율로 연주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반면 본래의 선율이 높은 음으로 진행할 경우에 ‘쇠는 가락’은 본래의 선율과 5도ㆍ6도 또는 3도ㆍ4도 등의 화음을 이루어 진행하게 된다. 본래의 선율에 비해 ‘쇠는 가락’에서는 음과 시김새가 첨가 또는 탈락되기도 하면서 변주 선율을 구성하며 이 과정에서 본래 선율에는 없는 독특한 시김새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쇠는 가락’ 또는‘쇠다’라는 말은 『우헌금보』 , 『삼죽금보』, 『방한한씨금보』(한우석금보) 등의 고문헌을 비롯해 현행의 음악까지 이어지고 있는 음악 용어이다. 악곡의 연주 방식, 특히 본래의 선율을 화려하게 높여 변주하는 방식을 일컫는 순우리말 용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방산한씨금보』 『삼죽금보』 『악학궤범』 『어은보』 『우헌금보』 국립국악원, 『대금정악보』, 은하출판사, 2015 국립국악원, 『피리정악보』, 은하출판사, 2015 국립국악원, 『해금정악보』, 은하출판사, 2015 김태섭·정재국, 『피리정악보』, 계문사, 2007 정재국, 『피리정악보』, 계문사, 2007 송정희, 「여민락의 해금과 피리 쇠는 가락」,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0 이동남, 「쇠는가락의 변주법에 관한 연구」, 동서음악 2 별책, 동서음악연구회, 1986 임규수, 「피리정악의‘쇠는 가락’에 대한 음악적 고찰」,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학위논문, 2006
김정승(金政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