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는 판소리의 구성 요소 중의 하나이다. 판소리 구성 요소에는 이야기하듯 말로 내용을 전달하는 아니리와 장단에 맞춰 선율을 구성하여 부르는 소리(唱), 부채나 몸짓ㆍ표정 등으로 연기하는 발림(너름새) 등이 있니리는 판소리의 구성 요소 중의 하나이다. 판소리 구성 요소에는 이야기하듯 말로 내용을 전달하는 아니리와 장단에 맞춰 선율을 구성하여 부르는 소리(唱), 부채나 몸짓ㆍ표정 등으로 연기하는 발림(너름새) 등이 있다. 그중 아니리는 소리판에 열린 판을 형성하고, 이 판을 통해 관객과의 다양한 의사소통을 이룬다. 그리고 언어유희를 통해 골계와 풍자를 실현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아니리의 말뜻은 아직 분명히 밝혀진 바 없는데, 아니리에 대한 기능과 역할에 관한 최초의 언급은 신재효(申在孝, 1812~1884)의 〈광대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이것을 “안일리 ᄍᆞ는 마리 아릿다운 졔비말과 공교로운 ᄋᆡᆼ무쇼ᄅᆡ.(아니리 짜는 말이 아리따운 제비 말과 공교로운 앵무소리)”라고 표현하였다. 즉 아니리라는 ‘아름다운 달변의 말’과 ‘재치 있고 교묘한 말’로 잘 짜서 관객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판소리 공연 현장에서의 아니리 제시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후, 박헌봉은 아니리의 기능을 판소리 내에서 찾지 않고, 판소리 외적인 곳에서 찾았다. 그는 『창악대강』(1966)에서 “‘아니리’라는 것은 판소리를 하는 창인(唱人)의 호흡을 되돌려 휴식의 편리를 주기 위한 것이다. 아무리 명창일지라도 그 힘차게 부르는 소리를 삼십 분 계속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므로 한 시간을 쉬지 않고 창을 연이어 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즉 아니리는 판소리 창자에게 휴식을 제공하기 위한 기능을 가지는 것으로 판소리의 소리 중심의 인식이 포함되어 있다. 이 외에도 판소리 창본에 보면, 장자백(張子伯) 『춘향가』 창본의 경우 ‘말로’라고 적은 것도 있고, 정광수(丁珖秀)는 자신의 판소리 사설집인 『전통문화오가사전집(傳統文化五歌辭全集)』에서 아니리를 ‘안의리(案意裏)’라고 적고, ‘속뜻을 알려 준다’고 그 의미를 풀이한 바도 있다.
판소리는 창자가 고수의 북장단에 맞추어 서사적인 이야기를 소리와 아니리로 엮어 발림을 곁들이며 구연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악이다. 그중 아니리는 소리나 장단에 구속받지 않고 일상적 어조로 서사를 전개하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창자의 역량은 소리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창자들은 아니리보다는 상대적으로 소리를 더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뛰어난 목청과 성량이 풍부하여 아니리보다 소리를 중심으로 판을 짜는 ‘소리광대’를 ‘아니리광대’보다 높이 보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아니리광대’는 ‘소리광대’와 대칭되는 것으로 공연에서 소리보다는 아니리를 중심으로 연행하는 창자를 말한다. 아니리광대는 소리광대처럼 좋은 성량이나 목소리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소리를 짧게 하고 아니리에 재담(才談)을 섞어 관중과 소통해야 했다. 이처럼 아니리광대는 아니리와 재담에 뛰어난 창자의 의미보다는 소리 실력이 부족하다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판소리의 요소 중 소리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아니리 역시 소리와 함께 판소리 음악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아니리는 단순히 숨을 돌리기 위한 방편으로 기능하는 것은 아니며, 소리와 함께 서사 진행에 관여하는 것은 물론, 극적 사건의 변화ㆍ시간의 경과ㆍ대화ㆍ심리 묘사ㆍ독백 등의 역동적인 기능을 갖는다. 판소리는 결국 아니리와 소리의 결합 단위가 교체 반복되면서 실현되는 구조를 갖는다. 또한 이것은 열린 판을 형성해 관객과 다양한 의사소통을 이루게 한다. 아니리의 즉흥성으로 창자는 작중 현실과 소리판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관객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정서적 교감을 끌어내며, 소리판의 분위기를 조절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열린 판에서 관객과의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창자는 관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언어유희를 통해 골계를 실현하고, 더 나아가 골계에 비판 정신을 가미해 풍자를 실현한다.
아니리는 판소리를 구성하는 요소 중의 하나로 소리와 함께 사건의 전개ㆍ내용의 정리ㆍ관객과의 의사소통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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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徐玎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