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악에서 의미 있는 대상이나 장소에서 시작과 끝을 알리는 절차, 또는 이때 연주하는 가락
인사굿은 농악에서 의미 있는 대상이나 장소에서 시작과 끝을 알리는 절차 또는 이때 연주하는 가락이다. 마을굿1과 마당밟이2를 할 때는 신이 깃들어 있다고 여기는 장소에서 농악을 연행한 후, 신에게 인사하며 마치는 과정에서 연주한다. 판굿에서는 시작할 때와 마칠 때 인사굿을 치기도 한다. 인사굿의 가락과 구성 방식은 마을마다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다.
1) 마을굿은 정초부터 2월 초까지 이어지는 당산굿(당굿)·우물굿·마당밟이·판굿까지 전 과정을 의미하기도 하고 마을신이 깃든 당산나무에서 이루어지는 굿을 의미하기도 한다. 2)마당밟이는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고 마을로 내려와 집들을 방문하며 한 해 동안 가정의 액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하는 의식을 하며 치는 농악으로 지신밟기라고도 한다. 마당밟이는 마을 공동의 우물굿과 길굿, 각각의 집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모두 포함하기도 한다. 각각의 집에서 이루어지는 마당밟이 과정은 장소에 따라 세분한다.
마을신과 농사신을 위한 제사,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축원, 풍농·풍어 기원과 감사, 마을 공동체의 재원 마련, 전문 농악패들에 의한 여흥 등 다양한 목적으로 연행되어 농악은 마을 공동체의 토속 신앙과 관련이 있다. 제의적 성격의 농악은 상고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기에 제의적 성격이 강한 당산굿, 우물굿과 마당밟이 과정에서 중요한 신이 있다고 믿는 장소에서 연주하는 인사굿 또한 농악의 유래와 같다 할 수 있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인사굿의 연행 시기와 장소는 당산굿과 우물굿, 마당밟이 등이 이루어지는 시기 및 장소와 일치한다. 마을마다 연행 시기가 일정하지 않지만, 보통 정월 초에서 정월 대보름 이후까지 연행하였다. 당산굿과 우물굿은 마을의 당집과 당집 마당, 마을의 공동 우물에서 이루어지고 마당밟이는 마을의 길과 각 가정, 마을의 넓은 마당 등에서 이루어진다. ○ 음악적 특징 인사굿 연행은 지역에 따라 가락의 구성과 운영 방식 등에서 차이가 난다. 3소박 4박자(4/♩.)로 된 별도의 인사굿 가락을 연주하거나, 특정 가락 없이 어르며 인사하기도 한다. 인사굿 가락을 연주하는 경우, 가락의 차이뿐만 아니라 운영 방식도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인사굿 가락을 연주하고 바로 어르며 인사하거나 가락을 연주한 뒤 징을 치면 다 함께 인사하기도 한다. 인사굿 가락 앞에 연주하여 인사굿과 연결하는 가락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다. 어름굿에 이어 인사굿 가락을 치기도 하고 이채가락(자진가락, 휘모리)을 몰아치다 맺고 인사굿 가락을 치기도 한다. ○ 형식과 구성 마을의 집들을 방문하며 굿을 하는 마당밟이를 예로 살펴보면 각각의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굿은 크게 본굿과 종지굿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서 인사굿은 종지굿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인사굿의 방식은 어름굿 형태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어름굿 후 별도의 인사굿 가락을 연주하기도 한다. 판굿에서의 인사굿은 지역마다 가락, 연결 가락, 운용 방식 등에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평택농악》의 인사굿 가락은 가락털기-자진가락(일채)-덩더궁이(삼채)-쩍쩍이(자진삼채)-인사굿으로 이루어진다.
인사굿은 농악을 연행할 때, 신이 있다고 믿는 중요한 장소에서 신에게 드리는 인사의 의미, 한 과장을 마치는 의미, 함께 하는 사람에게 하는 인사의 의미 등 다양한 목적으로 연주된다. 농악의 용도와 기능은 변화해 왔지만, 인사굿이 지닌 감사, 기원, 마침, 인사 등의 의미와 기능은 현재도 통용된다. 또한, 인사굿 가락은 삼채장단, 이채장단, 굿거리장단 등 다양한 장단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상황과 목적에 맞게 다양하게 응용하기 좋은 가락이다.
김영운, 『국악개론』, 음악세계, 2015. 김혜정, 「마당밟이 가락구성과 그 원리」, 『남도민속연구』 7, 2007. 박안지, 「한국농악의 판굿 절차와 가락에 관한 연구 -진주 삼천포·평택·이리·강릉·임실필봉농악을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9.
조경숙(趙慶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