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산조, 무가, 민요 등 여러 음악에서 나타나는 2소박과 3소박이 혼합된 4박자의 다소 빠른 장단
엇모리장단은 2소박과 3소박이 혼합된 3+2+3+2 혼소박 4박자의 불균등한 장단이다. 빠르기는 대체로 M.M.♩.=144 정도이며, 빠르기에 따라 긴엇모리장단과 자진엇모리장단으로 구분된다. 판소리에서 엇모리장단은 신비한 인물이 나오는 대목에 많이 쓰인다. 엇모리장단으로 된 눈대목으로는 《심청가》의 〈중타령〉, 《흥보가》의 〈중타령〉, 《수궁가》의 〈도사 내려오는데〉ㆍ〈범 내려온다〉 등이 있다. 향토민요 중에는 강원 명주 〈모심는 소리〉 등에 엇모리장단이 쓰인다.
엇모리장단은 ‘엇나가게 몰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엇모리장단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전통음악에서 엇모리장단과 같은 혼합박자는 매우 다양한 음악에서 발견된다. 《영산회상》의 〈상령산〉ㆍ〈세령산〉, 가곡 등의 풍류음악, 《호남우도농악》의 〈오채굿〉, 《웃다리농악》의 〈칠채굿〉, 경기무악 중 진쇠장단ㆍ올림채장단ㆍ푸살장단, 경상도 무악의 청보장단 등 기층음악까지 2소박과 3소박이 섞인 불균등 박자가 폭넓게 분포되어 있어 그 유래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용도
엇모리장단은 판소리·산조·농악·무가 등의 장단에 널리 쓰인다. 판소리에서 엇모리장단은 중이나 범 등 비범한 인물이나 신비로운 동물이 등장할 때 주로 사용된다. 《심청가》의 〈중타령〉, 《흥보가》의 〈중타령〉, 《수궁가》의 〈도사 내려오는데〉ㆍ〈범 내려온다〉ㆍ〈수궁잔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산조 중에는 가야금산조와 거문고산조에 엇모리장단이 쓰인다.
○ 악기편성 장단은 북이나 장구로 연주한다. 대개 판소리는 소리북으로 반주하고 민요나 산조에는 장구를 주로 쓴다. 서울ㆍ경기지방 굿에서는 삼현육각을 편성하고 농악에서는 꽹과리(쇠), 징, 장구, 북, 소고(벅구), 호적, 나발 등을 사용한다.
엇모리장단은 3+2+3+2의 혼소박 4박자의 매우 빠른 장단으로, 이와 같은 같은 혼합박자 장단은 정악곡과 민속악을 통틀어 한국음악에 폭넓게 나타난다. 균등박이 아닌 3+2소박 형태의 불규칙한 장단이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한국음악의 생성과 발전과정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점이다.
김영운, 『국악개론』, 음악세계, 2022. 김청만, 『한국의 장단』, 민속원, 2002. 손태도, 『광대의 가창문화』, 집문당, 2003. 이보형, 「리듬형의 구조와 그 구성에 의한 장단분류 연구」, 『한국음악연구』 23, 한국국악학회, 1995. 이보형, 「무가와 판소리와 산조에서 엇모리 가락의 비교」, 『이혜구박사 송수기념음악학논총』, 한국국악학회, 1969. 이보형, 「판소리 고법1ㆍ2」, 『문화재10ㆍ11』,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1976.
김인숙(金仁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