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머리, 느린중모리, 평중모리, 단중모리
판소리, 산조, 민요, 무가 등 민속음악의 반주와 산조에 사용되는 2소박 12박자 혹은 4분의 12박 장단
중모리장단은 보통 빠르기의 12박 장단이다. 한배는 M.M.♩=80~90 정도이며 민속악 장단 중 진양조장단 다음으로 느린 장단이다. 중모리장단은 세 박씩 밀고(起), 달고(景), 맺고(結), 풀어주며(解) 한 장단이 구성된다. 판소리ㆍ민요ㆍ무가 등의 반주와 산조에 두루 쓰이는데, 판소리에서 사설의 내용이 서정적인 대목이나 이야기의 사연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대목에서 많이 쓰인다. 중모리장단의 판소리 눈대목으로는 《춘향가》의 〈쑥대머리〉ㆍ〈갈까부다〉, 《심청가》의 〈상여소리〉, 《흥보가》의 〈가난타령〉, 《수궁가》의 〈상좌다툼〉, 《적벽가》의 〈군사설움〉ㆍ〈새타령〉 등이 있다.
중모리장단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판소리에 관한 옛 문헌에 보면 중모리와 중머리라는 용어가 혼용되어 나타난다. 중모리를 사용한 경우는 신재효(申在孝, 1812~1884)의 단편가사 '광대가', 정노식(鄭魯湜, 1899~1965)의 『조선창극사』(1940) 「창극조의 조직과 장단」 등에 언급되어 있다. 박녹주(朴綠珠, 1906~1979)의 창본에는 모두 ‘모리’로 사용하였다. 중머리를 사용한 경우는 박헌봉(朴憲鳳, 1907~1977)의 『창악대강(唱樂大綱)』(1966)을 들 수 있다. 이 책의 「박자와 장단법」에 ‘창악의 주요 장단은 진양조 중머리 중중머리 자진모리, 휘모리, 엇머리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밖에 굿거리 장단이 있다’고 하였고, 중모리장단은 한서(漢書)의 독경(讀經) 소리에서 비롯되어서 태연한 맛과 안정감을 준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판소리 명창인 박기홍(朴基洪, 1845~?)의 말을 인용해 ‘어떤 장단이든지 독립된 장단은 머리라 하고, 이 머리 장단을 빨리 몰면 모리라 한다’, 또 ‘중머리, 엇머리, 중중머리 같은 장단 명칭은 독립되어 있다’고 하였다. 김연수(金演洙, 1907~1974)의 창본 「춘향가」에서는 판소리 장단을 진양조ㆍ중머리ㆍ중중머리ㆍ자진머리ㆍ휘모리ㆍ엇중머리 장단으로 구분하였는데, 휘모리만 제외하고 모두 ‘머리’로 표기하였다. 이보형(李輔亨, 1935~)은 ‘일반적으로 창악인들은 '모리'를 쓰는 예가 많으며 '몰다'에서 나온 말이다. 장단이 한배를 가리키는 뜻이고 보면 창악인의 말대로 '모리'가 옳다고 보여진다’라고 하였다. 실제 판소리 사설을 기록했던 김연수와 고수 김명환(金命煥, 1913~1989)도 중머리라고 한 것으로 보아 실기인들은 중머리를 더 많이 사용했다는 반론도 있다. 종합해 보면, 현장에서는 중모리와 중머리가 혼용되고 있고, 현재 초ㆍ중ㆍ고등교육 통일안 국악교육용어로는 ‘모리’로 통일하여 사용하고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연행 시기 및 장소
중모리장단의 연원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광대소리 영산(靈山)에서 엇중모리ㆍ중모리ㆍ진양조장단이 성립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중모리장단의 변천 과정은 판소리의 발전 과정에서 짐작할 수 있다. 19세기에 접어들어 판소리 명창들의 더늠이 만들어지면서 여러 판소리 장단이 확립되었고, 20세기 『조선창극사』(1940)에 ‘늦인(늦은) 중모리’라는 표현이 보인다. 더불어 장단의 박자를 단정할 수 없고 소리하는 사람에 따라서 장단의 한배(지속의 정도)를 좀 느리게 하고 좀 빠르게 할 수 있어서, ‘어떤 대목을 갑(甲) 광대는 늦인(늦은) 중모리로 하는데, 을(乙) 광대는 진양조로 하고, 병(丙) 광대는 중중모리로 하기도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당시만 해도 악곡별 장단 개념이 정해져 있기보다 창자의 즉흥성과 감수성에 따라 다양한 장단으로 전환해서 소리했음을 엿볼 수 있다.
박헌봉의 『창악대강』은 ‘창악의 장단은 무굿에서 유래된 것 같다. 푸살굿에서 자진모리와 휘모리, 중머리, 중중머리, 굿거리 등의 장단 형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판소리와 산조의 장단이 무속음악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 용도
중모리장단은 판소리, 민요, 단가, 무악 등의 장단에 사용된다. 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목을 푸는 단가는 대부분 중모리장단과 중중모리장단으로 되어 있다. 단가 〈진국명산〉ㆍ〈만고강산〉ㆍ〈호남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판소리에서는 사설이 서정적이고 애틋한 내용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많이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로는 《춘향가》의 〈쑥대머리〉ㆍ〈옥중상봉가〉ㆍ〈춘향집 가는 대목〉ㆍ〈모녀장타〉ㆍ〈갈까부다〉ㆍ〈농부가〉ㆍ〈춘향편지〉 등의 대목에서 중모리가 쓰인다. 《심청가》 중에서는 〈상여소리〉ㆍ〈남경선인〉ㆍ〈도화동아 잘있거라〉 등이 이에 해당한다. 《흥보가》 중에는 〈돈타령〉ㆍ〈가난타령〉ㆍ〈흥보 마누래가 나온다〉 등이 중모리장단이며, 《수궁가》에서는 〈상좌다툼〉ㆍ〈토끼가 자라를 따라가는 대목〉ㆍ〈토끼가 용왕에게 아뢰는 대목〉 등에서 중모리장단을 사용한다. 《적벽가》에서는 〈군사설움〉ㆍ〈새타령〉ㆍ〈조조가 관우에게 비는 대목〉 등이 중모리장단으로 되어 있다. 민요 중에는 〈농부가〉ㆍ〈나비질소리(충남 서천)〉ㆍ〈상사소리(전북 순창)〉ㆍ〈정자소리〉ㆍ〈산염불〉 등에 중모리장단이 나타난다. 전라도 무가 중 〈중염불〉 등도 무악 장단으로도 사용된다. 한편 기악곡인 산조는 대개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의 순서를 기본 골격으로 한다. 중모리장단은 산조에서 가장 느린 진양조장단에 이어지는 장단이다.
○ 음악적 특징
중모리장단은 2소박 보통 빠른 속도의 12박자, 즉, 4분의 12박자 장단이다. 중모리장단의 빠르기에 따라 ‘느린 중모리’, ‘평중모리’, ‘단중모리’로 구분하기도 한다. 한 장단 안에 밀고, 달고, 맺고, 푸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중모리장단은 소리를 맺는 대목에서 제9박을 세게 치는데, 다는 장단에서는 이 부분을 약하게 치거나 치지 않고 넘어간다. 판소리에서 하나의 장단만으로 사설을 소리로 충분히 표현할 수 없을 때 4개의 장단을 모아 큰 장단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판소리 창자들은 판소리 사설 붙임새에 따라 ‘대마디대장단’에 따라 소리를 하고, 대마디대장단에 따라 박이 운용된다. 대마디대장단에 따른 박의 운용은 크게 4가지 유형이 있다. 3박형(3+3+3+3), 2박형(2+2+2+2+2+2), 3·2박형(3+3+2+2+2), 2·3박형(2+2+2+3+3)이 이에 해당한다. 중모리장단은 비교적 느린 장단에 속하므로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 계면조 대목에서 많이 쓰인다. 《춘향가》의 〈농부가〉ㆍ〈옥중상봉〉, 《심청가》의 〈심청모 출상〉ㆍ〈선인 따라가는 대목〉 등이 중모리장단으로 부르는 계면조 대목이다.
○ 악기편성 중모리장단은 북이나 장구로 반주한다. 판소리는 소리북으로 반주하고, 민요나 산조에서는 장구로 주로 장단 반주를 한다. 무악 반주에서는 장구, 징 등을 혼용한다.
중모리장단은 판소리ㆍ민요ㆍ산조·무악 등 민속음악에 널리 사용되며 특히 판소리 다섯 바탕의 여러 눈대목에서 서정적이고 애틋한 내용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사설의 장단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산조에서 중모리장단은 가장 느린 진양조장단에 이어서 진양조보다는 조금 빠르게 연주되는 악곡으로 연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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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金仁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