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간 악보(井間 樂譜)
음의 길이를 알 수 있도록 만든 유량(有量) 악보
정간보는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칸을 나누고, 그 공간에 음을 기록하여 음의 길이를 알 수 있도록 고안한 기보법이다.
음의 길이를 표현할 수 있도록 세종(世宗, 1397~1450)이 창안하였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세종실록』 악보에서 향악이 아닌 아악을 기보하는 데에는 특정 음에 대응하는 문자를 적는 율자보(律字譜)가 사용되었다. 아악은 각 음의 길이가 일정하므로, 음의 길이가 아닌 높이를 지시하는 기보법이 활용된 것이다. 반면, 세종이 고안한 정간보는 음의 길이를 나타낼 수 있는 기보법이다. 세종이 만든 정간보는 한 행이 총 32정간이었으나, 세조 때 이를 절반으로 줄이고 한 행을 3ㆍ2ㆍ3ㆍ3ㆍ2ㆍ3 정간으로 나누어, 열여섯 정간이 여섯 대강(六大綱)으로 구분되도록 개정(改定)하였다.
양덕수(梁德壽, ?~?)의 『양금신보(梁琴新譜)』(1610)나 편저자 미상의 『증보고금보(增補古琴譜』(17세기 말) 등 일부 고악보에서는 정간 없이 대강만을 구분하여 사용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한 행이 20정간, 16정간, 10정간, 6정간, 4정간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며 가로 정간보 형태로 기보하기도 한다. ○ 교육적 활용 정간보는 제6차 고등학교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처음 언급되었으나 제7차 음악과 교육과정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교과서에 사용되었다. 세로 정간보는 단소 관련 활동에서 제시되었고 교육용으로 제작한 가로 정간보는 주로 장단과 노랫말, 말붙임새를 익히는 활동에 사용한다. 장단 학습 시에는 장단 부호나 구음을 넣어 활용하고. 노랫말, 말붙임새 관련 학습에서는 노랫말을 넣기도 한다. 교육용으로 제시되는 정간보는 정간 안을 다시 점선으로 구분하여 소박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정간보는 동양 최고(最古)의 유량악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원래 정간보는 위에서 아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가는 세로 악보이며, 음의 길이를 표현하는 기보 체계이기 때문에 음의 높이를 담아내기 위해 율자보, 오음약보, 합자보, 육보 등 음고기보법을 함께 쓰는 것이 특징이다.
이혜구, 「한국의 구 기보법」, 『한국음악연구』, 국민음악연구회, 1957. 장사훈, 「한국음악의 기보법」, 『한국전통음악의 연구』, 보진재, 1975. 홍순욱, 「20세기 정간보 기보체계 형성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8.
정미영(鄭美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