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민요조(西道民謠調), 수심가조(愁心歌調), 진수심가토리, 수심가제(制)
‘레(re)-미(mi)-솔(sol)-라(la)-도(do′)’의 구조로 된 서도의 음악양식
토리는 음구조ㆍ선법ㆍ음비중ㆍ음기능ㆍ시김새 등과 같은 여러 총체적 특성으로 음악 양식 유형 특성을 지시하는 용어이다. 문화권별로 다른 토리를 사용하므로 음악 사투리라고 할 수 있다. 수심가토리는 평안도 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음악양식으로 민요ㆍ잡가ㆍ무가 등에서 두루 사용된다. 서도민요의 토리는 서도민요 중 대표적인 악곡인 〈수심가〉와 비슷한 양식으로 된 것이 많기 때문에 〈수심가〉라는 악곡명을 토리 앞에 붙여 수심가토리라 부른다. 〈수심가〉는 평양 기생들이 가장 애창했던 민요였기에 이 곡이 대표곡으로 꼽혔을 것으로 본다. 서도 지역의 토리 가운데 가장 대표성을 가졌기 때문에 진수심가토리라고도 부른다.
과거 음악인들이 지역적 차이를 구별하기 위해 ‘토리’라는 말을 사용해 왔던 것을 이보형이 학문적으로 정리하여 사용하게 된 용어이다. 토리와 같은 음악 양식은 언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 유래를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역사가 길 것으로 짐작된다. 〈수심가〉는 일반인들이 노래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곡이어서 서도 잡가의 한 곡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수심가〉는 느리고 박자가 불규칙한 곡으로, 시김새가 많이 사용되는 특징이 있어 토리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수심가토리는 ‘레(re)-미(mi)-솔(sol)-라(la)-도(do′)’ 구조로 되어 있고, ‘레’로 종지한다. ‘솔’ 음을 생략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로 인해 ‘미’와 ‘라’ 사이의 간격이 확보되면서 ‘라’ 음을 요성할 수 있게 된다. 선법의 가장 높은 음인 ‘도’는 하행 지향성이 있기 때문에 흘러내리거나 약간 낮게 부르기도 한다. ‘레-라-도’의 세 음이 주요하게 사용되는 완전5도+단3도의 형태로 난봉가토리와 구조가 동일하다.
‘라’의 요성은 다양하게 세분될 수 있으나 가장 많이 활용되는 요성은 ‘솔’과 ‘라’ 음의 사이를 툭툭 끊어내듯 올려 치는 요성이다. 서도민요는 음역대가 높고 맑은 소리를 좋아하므로 발성에 있어서 두성과 비성을 섞어 고음을 내는데 비성(콧소리)이 심하게 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수심가토리의 악곡들에서 길게 지속하는 음은 대부분 굵게 떠는 시김새를 적용한다. 이러한 떠는 시김새는 굵고 규칙적으로 떤다는 점에서 정가인 가곡ㆍ가사ㆍ시조의 떠는 목과도 유사하다.
수심가토리의 ‘도’ 음은 약간 낮게 부르기도 하는데, ‘도’ 음이 ‘시’ 음에 가깝게 연주되면 경토리의 ‘솔(sol)-라(la)-도(do′)-레(re′)-미(mi′)’와 구조가 같아진다. 여기에 ‘솔’ 음을 생략하지 않아 ‘라’ 음을 떨지 못한다면 경토리와 구분이 어려워질 만큼 비슷해진다. 이러한 구조적 유사성 때문에 경기 북부의 많은 향토민요에서는 경토리와 수심가토리가 섞이거나 두 토리를 오가면서 노래하는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
수심가토리의 음역대가 확장될 때에는 아래쪽과 위쪽으로 모두 확장될 수 있다. 아래쪽으로 확장될 때에는 가장 아래 음인 ‘레’에서 4도 아래의 ‘라’ 음을 툭 치고 올라오는 형태를 많이 사용한다. 통속민요와 잡가에서는 위쪽 음역대로도 넓게 확장하는 사례가 많다.
수심가토리로 된 대표적인 서도민요에는 〈수심가〉ㆍ〈엮음수심가〉ㆍ〈긴염불〉ㆍ〈자진염불〉ㆍ〈배따라기〉ㆍ〈자진배따라기〉 등이 있으며, 교과서에 수록된 수심가토리 악곡으로는 〈싸름〉ㆍ〈금다래꿍〉ㆍ〈봉죽타령(배치기소리)〉ㆍ〈풍구타령〉 등이 있다.
수심가토리는 ‘도’ 음을 약간만 낮추면 경토리와 동일한 구조가 되기 때문에 향토민요에서 경토리 악곡을 수심가토리로 바꾸어 부르는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 향토민요 가창자들은 떨거나 흘러내리는 시김새가 있는 수심가토리가 경토리보다 ‘더 재미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고 이야기한다. 떨거나 흘러내리는 시김새가 정서를 담아 표현하기에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김영운, 「한국 민요 선법의 특징」, 『한국음악연구』 28, 2000. 김혜정, 『민요의 채보와 해석』, 민속원, 2013. 신은주, 「한국 민요 선법(토리)의 연구 성과 검토 및 논점」, 『한국민요학』 46, 2016. 이보형, 「토리의 개념과 유용론」, 『소암권오성박사화갑기념음악학논총』, 2000. 이보형, 「경서토리 음구조 유형에 관한 연구」, 문화재연구소, 1992.
김혜정(金惠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