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탁(魚鐸)
불교의 의식ㆍ의례를 행할 때 목어(木魚)를 대신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연주하도록 고안한 나무로 만든 법구(法具)
불교의 대사물(大四物)의 하나인 목어와 깊은 관련이 있다. 크기가 커 고정해 연주하는 목어와 달리 개인이 휴대하며 한 손에 몸체를, 다른 손엔 채를 들어 몸통을 쳐서 연주하는 게 보편적이다. 불교에서 진행하는 의식과 의례에서 단독으로 쓰이거나 다양한 악기와 함께 합주할 수 있어 소사물(小四物: 목탁ㆍ요령ㆍ태징ㆍ광쇠ㆍ소북 등 법당 내에서 쉽게 연주하는 악기)의 하나로 구분한다. 나무로 만들었기에 크기와 재질에 따라 음색에 차이를 보인다.
일본 승려 무착도충(無著道忠, 1653~1744)이 저술한 『선림상기전(禪林象器箋)』 외 문헌에서 목어의 탄생 배경을 전하는데 대승불교가 주류던 시기에 목어가 출현했고 부피가 큰 목어를 대신해 속이 빈 작은 종(鐸)을 응용, 습득하기 쉬운 나무로 속을 비워 두드리며, 염불(念佛)과 염경(念經)의 반주 악기로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목탁은 목어로부터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목어는 물고기 모양 그대로를 조각해 놓거나 몸체는 물고기, 머리는 용의 모양을 취하는 등 두 가지로 나뉜다. 하찮은 미물(微物), 물고기라도 결국 불법(佛法)에 의지하면 용으로 승천(昇天)할 수 있음을 전하려는 듯 비록, 그 과정이 어렵더라도 누구나 삼보(三寶)에 귀의해 수행하면 성불을 이룰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 구조와 형태
대추나무를 포함해 박달나무, 살구나무 및 죽은 나무를 다듬어 속을 깎고 앞부분에 긴 입과 입 옆으로 둥근 두 눈을 조작한 목탁은 마치 잠을 잘 때도 늘 깨어 있는 듯한 물고기의 얼굴 모습을 닮았다. 겉면에는 물고기나 용, 연꽃 문양을 양각해 멋을 더하는데 이는 윤회(輪廻)와 해탈(解脫)을 표현한 것으로, 성불(成佛)을 위해 끝없이 정진(精進) 함을 강조한다.
『척유』에는 “물고기는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아 용이 될 수 있듯이 범부(凡夫)도 잠자는 것을 잊고 수행하면 성인(聖人)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라고 전하여 언제, 어디서든 수행과 정진을 게을리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이와 같은 가르침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만든 목어는 크기가 거대해 만행(萬行)이나 탁발(托鉢)하는 과정에서 소지(所持)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목탁은 개인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목어가 지닌 뜻을 더 쉽게 전하도록 진화한 목탁은 채를 사용해 몸통을 울려 소리 내는 성스러운 악기, 불구(佛具)로 여겨져 왔다. ○ 음역과 조율법 목탁은 재질과 크기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가 다른데 딱딱하고 작은 목탁일 경우 상대적으로 높고 가는 소리가, 재질이 무르고 크기가 클 경우엔 낮고 넓은 소리가 난다. 목탁을 연주하는 채의 재질에 따라서도 음역의 차이를 보인다. 목탁은 주로 스승으로부터 물려받는 경우가 많아 조율법이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주로 연주자의 목소리 음높이를 기준으로 삼는 게 보편적이다. ○ 연주방법과 기법 불교의 사물, 목어는 아침과 저녁, 예불 외에 연주하지 않지만, 목탁은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필요할 경우 언제 어디서든 연주한다. 일상적인 법회(法會)와 크고 작은 의식과 의례를 행할 때 대중을 선도(先導)하는 악기로 알려져 있고 소리의 울림이 커서 함께 경전을 염송(念誦)할 때도 목탁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태징(太鉦ㆍ大錚: 징)ㆍ요령(搖鈴)ㆍ소고(小鼓)ㆍ광쇠 등의 법구와 어울려 합주할 수 있어 전통 재회를 진행할 때 필수적인 악기로 꼽힌다. 왼손으로 목탁의 몸체를 들고, 오른손으로 채를 들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타격하며 상세한 연주 방법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내림목탁: 타격 간격을 점점 줄여가며 큰 울림으로부터 점점 작게 소리를 이어간다. - 올림목탁: 타격 간격을 점점 늘려가며 작은 울림으로부터 점점 크게 소리를 이어간다. - 일자목탁: 염불 소리 반주를 위해 한 글자, 발음에 따라 일정한 울림으로 연주한다. - 합주목탁: 징과 북, 요령 등의 소사물과 함께 징이나 북장단과 같은 리듬으로 연주한다. - 정근목탁: 삼보의 명호를 염송할 때 자진모리장단을 내림ㆍ일자목탁 형식으로 연주한다. 목탁 연주에는 현장 상황에 따라 다음과 같은 기법을 사용한다. - 독주일 경우: 주로 신호의 목적으로 예경(禮敬)을 행할 때 일자목탁으로 경전을 읽어가도록 도움을 주며 정근(精勤)을 진행할 땐 염불 소리에 맞춰 반주한다. 대중을 운집(雲集)시키거나 법회의 회향(廻向) 때도 역시 목탁을 연주하지만, 연주의 양상은 사찰의 가풍에 따라 달라진다. - 합주일 경우: 다른 소사물과 어울리도록 가령, 태징과 같은 리듬을 진행하기도 하고 소북과 같이 반주하기도 한다. 또한 어산(魚山)ㆍ범음(梵音)ㆍ범패(梵唄)의 소리를 돋우고, 이동할 때는 선두에 서서 행렬을 이끈다.
한국 불교에서의 목탁은 목어가 지닌 가르침을 대중에게 전하는 본래의 목적을 넘어 법회ㆍ재회의 흐름을 조율하는 법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목어를 포함한 범종(梵鍾)ㆍ운판(雲版)ㆍ법고(法鼓) 등의 대사물은 범종각(梵鐘閣)과 같은 특정한 장소에 고정해 놓고 아침과 저녁 혹은 공양 시간에 맞춰 연주하는 반면, 목어의 축소형으로 알려진 목탁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필요에 따라 연주할 수 있다. 휴대가 간편해 소리와 무용의 반주는 물론, 다양한 장단(長短)을 구가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 공간을 가득 메우는 맑고 청아한 음색은 수행자에게는 경각심을, 대중에게는 화합과 정진의 가르침을 전한다.
『선림상기전(禪林象器箋)』 권 27. 법준, 「木魚」, 『불찬의례자료집』 5, 불찬범음의례연구소, 2022. 성능, 「목탁의 유래와 기능」, 『불찬의례자료집』 5, 불찬범음의례연구소, 2022. 최응천, 「한국 불교공예의 특성과 감식」, 『불교미술』 제21호, 2010.
혜일명조(慧日明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