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 관대 두 개를 나란히 묶어서 연주하는 강화도 지역의 향토악기
현재 쌍피리는 인천광역시 강화도지역에서 전승되는 향토악기로, 주로 노는 자리에서민요를 연주하거나 반주할 때 사용하던 관악기 중의 하나이다. 1986년 천안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27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출전 예능 《강화도 용두레질소리》에 편성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쌍피리는 궁중이나 풍류방 등 민간에서 사용하던 피리와 그 모양이 다르며 문헌을 통해 쌍피리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찾을 수 없지만 피리의 일종이다. 피리는 원래 서역의 악기로,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때부터 사용되었다. 이 시기에는 소필률(小篳篥)・대필률(大篳篥)・도피필률(桃皮篳篥) 등이 있었다고 통전(通典)에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피리와 유사한 악기는 티벳을 비롯하여 중국 동북부지역인 신장(新疆)에 거주하는 위구르(Uighur)족, 일본 등에서도 보이며, 중앙아시아에서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을 거쳐 고구려에 전해진 것이다. 특히 중앙아시아지역에는 쌍피리와 유사한 악기가 존재한다. 쌍피리는 1976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강화도 용두레질소리》가 출전하여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여기에 출연한 경기・인천지역 굿에서 피리를 연주하던 장석출이 개인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강화도 지역민들에 의하면, 쌍피리는 고려시대부터 전승된 것으로 조선시대에도 이 지역 및 황해도 등 인근지역에서 사용하였다. 특히 여러 지역의 쌍피리 중 “강화의 것이 제일이다”라는 말이 전해진다고 한다. 이 악기는 강화도를 비롯하여 황해도와 제주도에서도 보이는 향토악기이나, 황해도의 것은 현재 그 형태나 전승 여부를 알 수 없으며, 제주도의 것은 전승이 단절되어 강화도의 것만 남았다.
○ 악기 구조 관악기인 피리를 만드는 재료인 신우대[시누대]로 관대 한 쌍을 만들고, 명주실이나 구리철사로 둘을 묶어서 쌍관대를 만든다. 서의 재료는 산 혹은 들에서 자란 ‘갈대’나 해변에서 자라난 ‘갈당’이다. 이 서를 강화도에서는 ‘쇄’라 칭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 개의 서[舌, reed]를 각 관대에 꽂아서 입김을 불어 넣어 소리를 내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두 관대는 각각 뒤에 한 개, 앞에 다섯 개 지공이 있어서, 도합 열두 개가 있으며, 두 관대의 지공을 동시에 막고 열어서 음높이를 조절한다. 관대의 길이는 약 19㎝, 내경은 약 0.5㎝, 외경은 약 0.7㎝, 두 관대를 합한 넓이는 약 2.5㎝이다. 또한 서의 길이는 3㎝이며, 서를 꽂는 부분의 지름은 약 0.6㎝이다. 서를 꽂은 쌍피리의 전체 길이는 약 21㎝이다. ○ 연주법 및 음역 쌍피리는 두 개의 서를 함께 입에 물고, 두 관대의 지공을 한 손가락으로 동시에 막아 소리를 내는 악기이므로, 두 관대의 음은 동일하다. 뒤에 있는 지공(제1공)은 왼손 모지로, 앞의 제일 위의 지공(제2공)은 왼손 식지로, 두 번째 지공(제3공)은 왼손 장지로, 세 번째 지공(제4공)은 오른손 식지로, 네 번째 지공(제5공)은 오른손 장지로, 다섯 번째 지공(제6공)은 오른손 무명지로 두 개의 관대를 동시에 막거나 열어서 연주한다. 음역은 E4(sol)에서 F♯5(la′)까지로 한 옥타브를 조금 넘는다.
운지법 | 제1공 | ● | ● | ● | ● | ● | ● | ◯ | ◯ |
제2공 | ● | ● | ● | ● | ◯ | ◯ | ◯ | ● | |
제3공 | ● | ● | ● | ◯ | ● | ◯ | ● | ● | |
제4공 | ● | ● | ◯ | ◯ | ◯ | ◯ | ◯ | ◯ | |
제5공 | ● | ● | ◯ | ◯ | ◯ | ◯ | ◯ | ◯ | |
제6공 | ● | ◯ | ◯ | ◯ | ◯ | ◯ | ◯ | ◯ | |
음높이 | e | f♯ | a | b | c♯ | e | f♯ | ||
계 명 | sol | la | do′ | re′ | mi′ | sol′ | la′ |
* 가장 높은 f♯(la′)는 뒤의 지공을 치며 역취한다.
○ 용도 쌍피리 전승 지역인 강화도에서는 노는 자리에서 연주하거나 민요 반주 시 사용된다. 현재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용두레질소리》에서 쌍피리가 사용되는데, 여기서는 새참을 먹고 쉴 때 쌍피리를 연주한다.
현재 전통음악에 사용되는 향피리나 세피리, 당피리는 하나의 관대에 서를 하나 꽂아 입김을 불어 넣고, 운지법에 따라 음을 조절하는 반면에, 쌍피리는 두 개의 관대에 각각 서를 꽂아서 동시에 입에 물고 한 손으로 두 개의 관대를 막아서 소리를 내는 점이 특징적이다. 민요반주에 주로 활용되는 향피리의 길이는 약 25.4㎝인데 비하여, 쌍피리는 약 21㎝이다. 또한 향피리의 서의 길이는 약 7~8㎝인 반면에 쌍피리 서는 약 3㎝이다. 이와 같이 쌍피리는 향피리에 비하여 서의 길이도 짧을 뿐만 아니라 서를 꽂은 전체 길이도 짧아 향피리보다 최저음이 높다. 현재 사용하는 향피리의 구조는 뒤에 지공이 1개, 앞에 7개로 모두 8개의 지공이 있으나, 쌍피리는 뒤에 1개, 앞에 5개로 관대 하나당 지공이 6개이므로, 지공 수 역시 다르다. 민요 반주 등 다양한 쓰임새를 지닌 향피리는 두 옥타브 정도의 음역을 지닌 반면, 쌍피리는 한 옥타브 조금 넘는 음역대를 지니고 있어 비교적 좁은 음역대의 악기이다. 예전에는 황해도와 제주도 등지에도 있었으나, 현재는 강화도지역에서만 활용되고 있다.
곽태천, 「강화도 쌍피리에 관한 연구」, 한양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8 김순제・김혜정, 『용두레질소리』, 민속원, 2009. 김영운, 『개정증보판 국악개론』, 음악세계, 2015. 김영운, 「한국토속악기의 악기론적 연구」, 『한국음악연구』 17ㆍ18, 1989.
이윤정(李侖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