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고(瓦鼓), 청자장구, 도자기요고(腰鼓)
통을 흙으로 빚어 만들거나 기왕의 질그릇을 활용해 타악기로 활용하는 장구
울림통을 흙으로 구워 만든 장구를 말한다. 『악학궤범』에도 관련 내용이 실려있고, 진도 오류리 출토 고대 유물 중에서도 청자로 구워 만든 장구통이 등장한다. 광주시 무형문화재 악기장 이복수에 의해 고증된 요고(腰鼓)가 사장구 중의 하나이다. 부산민속박물관에 기와흙으로 구워 몸통을 만든 장구가 있다. 1970년대 후반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였던 김광파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장독대 뚜껑을 활용한 생활 장구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도자기 장구를 제작하여 사용하는 예가 늘어나고 있다.
『문헌통고』에 “큰 장구는 질그릇[瓦]으로, 작은 장구는 나무로 만든다”고 하였다. 울림통을 흙으로 구워 만든 장구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발표된 진도군 오류리 출토 보물급 유물 500여 점 속에도 흙으로 구워 만든 여러 개의 장구통과 요고(腰鼓)가 등장한다. 허리처럼(腰) 잘록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실제 허리에 차고 연주를 한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 시대를 관통하는 유물들이기 때문에 그 역사 또한 유구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09년 태안 마도 해역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요고 3점이 발굴되었으나 용처를 밝히지 못했다. 관련 고고학자들에 의해 제사 용기로 추정되기도 하였기 때문에 일단 이형도기(異形陶器)로 분류된 바 있다. 하지만 진도 오류리 발굴 발표에서 광주시 무형문화재 악기장 이준수(한문명, 생몰년 누락)는 이러한 도기를 악기로 고증하였다.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문집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노무편(老巫篇)」에 보이는 와고(瓦鼓)라는 명칭에서도, 기와흙으로 구워 만든 장구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청자로 만든 사장구는 13세기 유물로 추정된다. 한편, 요고(腰鼓)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장 오래된 장구의 형태가 요고(腰鼓)이기 때문이다. 고려기, 서량기, 구자기 등에 요고가 등장하며, 고구려 고분벽화 「오회분 4호묘」, 「집안 17호분」 등 다양한 벽화에서도 확인된다. 구례 화엄사의 「사사자삼층석탑」이나 평창의 「화엄사」나 「상원사 범종」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진도 오류리 출토 이형도기(異形陶器)를 악기장 이복수가 악기로 고증한 이유가 세 가지이다. 첫째는 공명통 즉 울림통의 유무를 따진다.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모두 울림통의 존재를 악기 성립의 조건으로 한다. 마찬가지다. 둘째는 공명의 음양이 맞는지를 따진다. 이를 자웅성(雌雄性, 수컷과 암컷이라는 뜻)이라 한다. 장구를 예로 들면 궁편과 채편의 원지름 크기가 달라야 한다. 셋째는 울림턱이다. 공명통 안에서 진동된 소리가 이 울림턱을 넘어야 회전하여 다시 흐를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고증하여 용처 불명의 고대 유물을 요고로 밝혔는데, 출토지 진도군 오류리가 울둘목의 현장 명량이므로 이윤선은 이를 명량세요고(鳴梁細腰鼓)라고 이름 지은 바 있다. 부산민속박물관에 기와흙으로 구워 몸통을 만든 장구는 장독대 뚜껑을 활용한 생활 장구로,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였던 김광파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의 전체 길이는 59㎝, 채편 통의 길이는 30㎝, 통의 지름이 26㎝이고 북편 통의 길이는 29㎝, 지름은 20㎝이며, 가죽의 지름은 채편이 43㎝, 북편이 44㎝이다. 장독대 뚜껑이 무겁기 때문에 요고처럼 허리에 둘러매고 치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내려놓고 연주해야 한다. 흙으로 구워서 통을 만들었기 때문에 나무로 만든 통보다는 소리가 훨씬 묵직하고 투박할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이후, 여러 지역에서 울림통을 도자기로 만드는 시도들이 늘었다.
요고의 역사가 고대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진도 울둘목 바다에서 출토된 이형도기(異形陶器)가 요고(腰鼓)로 고증되는 등, 흙으로 구워 만든 울림통을 가진 장구의 역사가 장구하다. 『악학궤범』은 물론 고려 시대 문인 이규보의 글에서도 와고(瓦鼓)가 언급되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장독대 뚜껑을 이용한 생활 악기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2000년 이후에는 청자로 울림통을 제작하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료가 목재로 보편화된 타악기 장구가, 고대로부터 질그릇이나 청자 등을 통해 흙의 내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윤선,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한 것들』, 다할미디어, 2022. 이윤선, 『남도를 품은 이야기』, 다할미디어, 2021. 이용식, 「사장구」, 『한국민족문화대박과사전』, 국립민속박물관. 이윤선, 「국악의 행간, 울림턱, 명량세요고에서 송가인까지」, 『국악누리』, 2021. 09+10.
이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