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박지장단
질그릇〔甕器〕에 물을 담고 안쪽에 바가지 등을 엎어 숟가락이나 활솜 따위로 두드리며 장단을 맞추는 향토악기
옹배기(옹자배기)에 물을 2/3쯤 담아서 그 위에 박바가지 등을 엎어놓고 젓가락이나 수저 혹은 활실 따위로 두드리며 장단을 맞추는 일종의 생활 악기라고 할 수 있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옹자배기를 옴박지라고 하기에 흔히 ‘옴박지장구’ 혹은 ‘옴박지장단’이라고 부른다. 장구나 북장단에 비해 비전문가의 장단이라는 폄하의 뜻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항아리 등의 질그릇이 상하 길이가 긴 것에 비해, 옹배기는 둥글넓적하고 아가리가 쩍 벌어진 그릇이다. 물 위에 박바가지 등을 엎으면 물 수면과 바가지 내부에 층이 형성되기 때문에, 이를 두드리면 ‘동당 동당’하는 특유의 소리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악기 삼아 두드리면서 둥덩애타령, 베틀노래 등의 노래를 부른다.
물방구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밝혀진 바는 없다. 활방구나 못방구와 마찬가지로 ‘방구’의 내력을 불교의 ‘법고’나 북의 형태로서의 ‘반고’, 혹은 민속신앙으로서의 ‘벅구’ 등의 사례로 확장하면 그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질그릇의 역사가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서 악기 대용으로 활용했던 ‘물방구’를 그 시기까지 올려잡기는 곤란하다. 다만 사장구가 청자 출토물 중에서 광범위하게 출토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목화와 관련된 활방구보다는 훨씬 오래되었을 수 있다는 추정은 가능해 보인다. 사장구는 장구나 북에 비해, 생활 도구를 활용하여 악기 대용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목화솜이나 옷감 만들기와 관련된 ‘활방구’, 벼농사 특히 모내기와 관련된 ‘못방구’, 질그릇이나 청자 등을 악기로 활용한 점 등은 단순한 악기의 대용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옹배기는 국어사전에서 설명하는 뚝배기 정도의 국그릇 크기가 아니다. 김동리의 소설 〈을화〉에서, “을화는 그동안에 월희의 세숫물을 옹배기에 담아 내어놓는다”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의 세숫대야 정도의 크기이고 이보다는 깊이가 좀 더 있는 질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나 충북지역에서는 옹패기라고 하는데 전라도지역에서 ‘옴박지’라고 하기 때문에 물방구를 옴박지장단이라고 하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전라도 토속민요 ‘둥덩애타령’과 ‘옴박지장단’ 즉 물방구와의 친연성이다.
옹기 옴박지에 물을 2/3쯤 채우고 박으로 만든 바가지를 엎어 손으로 두드리거나 젓가락, 숟가락 등으로 두드리면 동당동당 혹은 둥덩둥덩 하는 타악기 소리가 난다. 이를 ‘옴박지 장단’이라고 하고 특히 여인네들이 유희놀음을 할 때 이를 악기 삼아 노래했기에 ‘둥덩애타령’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물방구의 소리와 또한 유사한 ‘덤벙’은 ‘연못’의 방언이기도 하다. ‘웅덩이’를 ‘둠벙’이라고 하는 것도 이와 같다. 둠벙과 덤벙의 어원이 같다. 예컨대 분청사기 중에 덤벙분청이라는 것이 있다. 덤벙 채식(彩飾)은 도자기 장식에서 백색이나 색깔이 있는 흙물에 도자기를 덤벙 담갔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물에 어떤 무거운 물건이 떨어지며 내는 소리다. 텀벙, 덤버덩, 덤벙, 덤벙덤벙, 덤버덩덤버덩, 담방 등의 용례가 있다. 실제로 물방구 소리가 이러하다. ‘담방담방’이나 ‘담방’은 작고 가벼운 물건이 물에 떨어져 잠기는 소리를 말한다. ‘동당동당’과 같은 말이다. 앞선 연구 등에서 남도민요 둥덩애타령이란 호명이 여기서 나왔다는 점도 언급되었다.
이앙법 전래 이후 생성된 것으로 보이는 못방구나 목화씨 수입 이후 활성화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활방구에 못지않게 질그릇에 물을 담아 박바가지 등을 엎어두고 손이나 젓가락 등으로 두드리며 노래하는 물방구는 큰 의미가 있다. 전라도 토속민요 중의 대표격인 둥당애타령이란 호명이 여기에서 비롯되었고 여성들의 생활사 속에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윤선,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한 것들』, 다할미디어, 2022. 이윤선, 『남도를 품은 이야기』, 다할미디어, 2021. 이윤선,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덤벙분청」, 『전남일보』, 2022. 2. 25.
이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