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쇠, 퉁수, 통애, 퉁어
산조연주 또는 북청사자놀음에 쓰이는 세로로 부는 관악기
한자로는 ‘통소(洞簫)’라 적고 ‘퉁소’라고 읽는다. 일반적으로 소(簫)는 세로로 연주하는 악기를 통칭하는데, 퉁소도 이러한 관악기 중 하나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퉁소는 두 종류이다. 하나는 길이가 약 60cm 이하로 산조를 연주하는 퉁소이고, 다른 하나는 길이가 70cm 이상이며 북청사자놀음에서 연주되는 퉁소이다. 이 두 악기는 모두 종적(縱笛) 형태이며 ‘퉁소’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두 악기는 길이, 연주 지역, 연주 음악, 연주자 등에서 분명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
퉁소류(장적(長笛)) 악기가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안악 3호분」 후실 무악도 및 「장천 1호분」의 고구려벽화와 연기군 비암사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 그리고 「백제금동대향로」 등 삼국시대의 많은 고고학 자료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그 기원을 삼국시대 이전으로 소급해도 좋을 것이다.
퉁소류의 악기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고창 「아스타나 묘실」의 벽화 ‘연악도’와 「요동의 고분」의 주악도 그리고 북위시대의 <돈황 제 437. 431굴> 등 중국 하서와 신강의 중국 서북지역에 주로 등장하며, 특히 한대 화상석과 유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고대 페르시아와 메소포타미아 그리고 이집트 유물에서도 퉁소류의 악기가 발견된다.
우리나라에서 퉁소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시대 이후이다. 『고려사』 권71 악지의 ‘당악’에는 여덟 개의 구멍[孔]을 가진 퉁소가 방향, 당적, 당피리, 아쟁, 장고, 교방고, 대쟁과 함께 당악기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세종실록』 권132 「오례」의 ‘가례서례’에는 처음으로 취구, 청공 및 지공 다섯 개와 칠성공(七星孔) 세 개 등 모두 열 개의 구멍이 명시되었으며, 『악학궤범』에서는 「오례」보다 지공이 하나 더 늘어난 지공 여섯의 퉁소 산형(散形)만이 소개되고 있다.
『악학궤범』 권2에 의하면, 퉁소는 성종 때 종묘 영녕전 제향의 등가와 헌가 및 연례악의 전정헌가·전정고취에 사용되었다. 그 당시 퉁소는 당비파 등 당악기와도 함께 사용되었고, 거문고와 같은 향악기와도 함께 사용되었으며, 훈이나 지와 같은 아악기와도 함께 편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후기의 여러 『진찬의궤』 『진연의궤』 『진작의궤』에 의하면 궁중잔치 때마다 퉁소는 연례악 연주에 사용되었다. 이러한 형태의 퉁소는 순조(純祖)때까지의 의궤에서는 찾아볼 수 있으나, 헌종(憲宗) 이후의 의궤에서는 청공과 칠성공이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민간에서 사용되는 퉁소에는 청공이 있으나 지공은 다섯 개와 여섯 개 등으로 다양해졌다. 즉 고려 이후 소개된 퉁소는 청공과 지공의 첨삭가감을 반복하며 개량되었고, 궁중의 향당교주에 사용되다가 조선 후기에는 선비와 서민들의 음악에 합류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김홍도의 「선동취적도」, 「선동야적」과 같은 민속화나 판소리 《왈자타령》의 〈게우사〉 사설, 〈한양가〉 가사, 그리고 풍류음악을 담은 『백운암금보』의 소 산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조선시대 실학자인 이덕무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청공이 없고 길이가 넉 자가 채 안 된다는 퉁소의 기록이 남겨진 것으로 보아 조선후기에도 퉁소의 변화는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퉁소는 20세기에 들어서며 다시금 꽃을 피웠는데, 추산 전용선, 유동초, 정해시, 송천근, 편재준와 같은 퉁소 명인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대중적인 악기로 거듭났다. 20세기 이들이 사용한 퉁소의 청공 유무는 자유로웠으며 주로 여섯 개(뒷구멍 한 개 포함)의 지공을 가진 산조 연주용 퉁소였다. 단소의 명인들은 단소와 비슷한 주법을 가졌으면서도 음량이 크고 음색이 다른 퉁소를 쉽게 겸하였다. 현재 퉁소는 〈종묘제례악〉이나 〈보허자〉, 〈낙양춘〉과 같은 궁중음악 모두에서 사용되고 있지 않다. 다만 민중들의 음악이었던 〈산조〉와 〈북청사자놀음〉에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즉 퉁소는 고려시대 중국에서 유입된 후 궁중에서 사용되다가 조선시대에 이르러 민중까지 확산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궁중과 민간에서 각각 청공이 가감되는 변모를 거듭하였다. 그리고 후에는 오히려 궁중에서는 사라지고 민중의 악기로 정착되었다. 20세기 산조의 명인들에 의해 부흥기를 가졌는데, 이때 쓰인 악기가 바로 산조 연주용 퉁소이다. 반면 북청사자놀음 퉁소는 서역과의 교류를 통해 유입되어 삼국시대 고고학 자료에 보이는 장소(長嘯)와 같은 긴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고대 실크로드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악기이다
○ 악기구조 퉁소는 대나무 관대의 위아래가 뚫려 있으며 세로로 부는 악기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퉁소는 두 종류이다. 하나는 산조 연주에 사용되며, 다른 하나는 북청사자놀음에서 연주된다. 이 두 악기는 길이, 연주 지역, 연주음악, 연주자 등에서 차이를 지니고 있다. 산조용 퉁소 중에는 청공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혼재되어 있으며, 북청사자놀음 퉁소는 청공을 가지고 있다. 대여섯 개의 지공을 가지며 칠성공이 있다. 북청사자놀음퉁소는 악기의 크기에 따라 저음, 중음, 고음으로 나뉘고 소리 고저에 따라 연주 용도가 다르다.
퉁소 종류 | 퉁소명(소장자) | 전체길이 | 구경(내경) | 청공유무 | 비고 | 산조퉁소 | 신용현 퉁소 | 50cm | 미상 | 있음 | 진도 시나위 연주자 |
한범수 퉁소 | 58.8cm | (2.25cm) | 있음 | 대금, 해금 산조 연주자 | |
편재준 퉁소 | 58.8cm | (2.2cm) | 없음 | 대금, 퉁소 산조연주자 | 북청사자놀음 퉁소 | 동선본 퉁소 | 71.7cm | 4cm | 있음 | 북청사자놀음 이수자 |
국악원소장 퉁소 | 69.8cm | 3.5cm(2.5cm) | 있음 | 국악박물관 0262 |
○ 음역과 조율법
○ 연주 방법과 기법 퉁소는 단소와 비슷하게 U자형의 취구에 입김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연주를 한다. 그러나 퉁소는 단소보다 취구가 크고 악기가 길기 때문에 왼손으로 퉁소의 위쪽을 잡고 오른손으로 퉁소의 아래쪽을 잡아 악기를 지탱한다. 또한 혀를 써서 장식음을 연주하거나 농음(弄音) 하며, 청공을 울리는 방법은 대금 연주방법과 유사하다. 다만 악기가 길고 세로로 부는 악기이기 때문에 농음을 할 때는 머리를 위 아래 또는 좌 우로 격하게 흔들며 연주한다. 또한 산조 연주 시에는 단소연주와 유사한 지공법과 연주형태를 사용하는 반면, 더 긴 퉁소를 사용하는 북청사자놀음에서는 앉지 않고 일어서서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 사용되는 악곡 산조퉁소: 산조, 시나위 북청사자놀음퉁소: 애원성, 돈돌라리 및 북청사자놀음 전 과장 반주음악(사자춤, 사당춤, 거사춤, 승무춤, 꼽추춤, 무동춤, 칼춤 등)
고려시대때 우리나라에 유입된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러 궁중과 민간에서 청공이 가감되는 변모를 거듭되며 민간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궁중에서는 사라지고 민중의 악기로 정착되고 20세기에 퉁소산조 명인들에 의해 부흥기를 가졌다. 한범수퉁소산조 이후 연주 전승은 활발하지 않다가, 한국퉁소연구회가 조직되어 산조가 복원되고, 창작곡도 발표되었다.
한편 북청사자놀음은 현재 유일하게 퉁소가 연주되는 연희로 퉁소가 주선율을 이끈다.
『악학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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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연(趙石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