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굿, 쇠굿, 소놀음굿, 마부타령굿
경기도 양주지역의 《경사굿》에서 연행되는 〈제석거리〉의 절차 중 하나로 우마숭배와 가내안녕, 풍농기원을 목적으로 연행하는 굿놀이.
양주소놀이굿은 경기도 양주지역에서 전해 온 《경사(慶事)굿》에서 〈제석거리〉의 부속절차로 연행되는 굿놀이이다. 그 기원은 알 수 없으나 농경문화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며, 〈소멕이놀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양주소놀이굿은 우마 숭배와 가내안녕, 풍농기원을 목적으로 한다. 무당의 〈제석거리〉에 이어서 마부와 어미 소, 송아지, 동네사람들이 등장해서 재담을 주고받거나 타령을 부르면서 연행한다. 건강한 소가 집안 살림을 일으켜서 집안을 평안하게 지켜주기를 기원하는 것으로 소와 관련된 타령에 이러한 기원을 담아서 노래한다. 전형적인 〈소놀이굿〉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양주소놀이굿에 대한 역사적 유래는 불분명하다. 다만 〈소놀이굿〉은 농경이 기반이 되는 전통사회에서 우마 숭배와 풍농을 기원하기 위해 연행하던 〈소멕이놀이〉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양주지방에서 신산(神山)으로 여겨지는 감악산(紺岳山)의 감악사(紺岳祠)에서 나왔다는 설(說)도 전하나, 일반적으로 무속에서 행하던 굿놀이라고 추측된다. 굿에서 연행하던 〈소놀이굿〉으로 확인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양주 경사굿》의 양주소놀이굿이다. 이외에도 황해도 〈평산 소놀음굿〉, 〈연백 소놀이굿〉, 〈옹진 소놀이굿〉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소멕이놀이〉의 형태는 양주 외에도 서울ㆍ경기도와 황해도, 평안도 일대에서 다수 확인된다. 이에 〈소멕이놀이〉는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주소놀이굿의 역사에서 주목되는 인물로는 무부(巫夫) 팽수천(彭壽天, ?~1939)이 있다. 팽수천은 광복 이전에 양주 지역의 만신들과 함께 활동했던 인물로 양주소놀이굿 전승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염불, 타령은 물론 무가와 잡가에도 능했다고 하며, 소놀이굿의 타령과 재담을 여러 사람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그가 남긴 타령과 재담은 1960년대 양주소놀이굿 복원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양주소놀이굿의 본래 모습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으나 그 형태는 일제강점기를 기준으로 변화를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제강점기를 기점으로 무속의 전승은 점점 약화되면서 양주소놀이굿 역시 광복 이후까지 쇠퇴를 거듭하며 단절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1960년대 이두현 등의 민속학자들에 의해 양주소놀이굿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진행되며, 팽수천에게 재담과 타령을 배운 우용진, 고관성 등의 인물과 양주 지역 무녀 조영자를 주측으로 양주소놀이굿이 재현되었다. 이후 양주소놀이굿은 1980년 국가무형문화재 제70호로 지정되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양주소놀이굿은 1980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 전까지 마부 역할을 맡는 놀이꾼과 무당을 중심으로 전승이 이루어졌다. 1980년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면서 무당, 마부(원마부ㆍ곁마부), 악사가 중심을 이루게 되었다. 현재는 양주 백석읍 방성리에 있는 양주소놀이굿 보존회를 중심으로 전승이 이루어지고 있다. 양주소놀이굿이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본래 《경사굿》의 연행환경과는 독립되어 〈제석거리〉의 부속절차인 〈소놀이굿〉만 행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놀이 중심으로 차츰 확장되어가고 있다고 하겠다. 이로 인해서 종목의 불분명하게 전승되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연행 시기와 장소 본래 경기도 양주지역의 《경사굿》에서 연행되는 것으로, 〈소놀이굿〉만 독립적으로 연행되지 않으며, 경사굿의 전체 과정 중 〈제석거리〉의 속하는 절차로서 연행되었다. 《경사굿》은 대개 음력 정월ㆍ삼월ㆍ시월에 이루어지며, 일 년의 시작에서 풍농과 가내안녕을 기원하거나 또는 시월에 풍농에 대한 감사의례를 드리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시월은 상달[上月]이라고 하여 신곡(新穀)맞이로서 《경사굿》이 연행된다. 전통적인 《경사굿》은 집안에서 행해지는데, 〈제석거리〉는 전통가옥의 마루 또는 안방에서 이루어지며, 〈소놀이굿〉은 마당에서 진행된다. ○ 음악적 특징 양주소놀이굿은 크게 두 가지의 음악적 특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경기지역 무악의 면모를 보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경기지역 민요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소놀이굿〉은 굿의 일환으로 진행되므로 무당이 연행하는 〈제석굿〉의 경우 제석청배는 만수받이 장단으로 진행된다. 만수받이는 주바지라고도 하는데, 혼소박(3+2+3+2) 4박자 장단이다. 제석청배는 굿을 하는 무당이 서서 메기면 앉아서 장구를 치는 사람이 반복해서 가창하는 형태로 한 장단 단위로 노래를 주고 받는 메기고 받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양주소놀이굿에서 가창하는 여러 타령은 모두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가창하는데, 서울ㆍ경기 지역의 굿에서 사용하는 굿거리장단이 나타난다. 서울ㆍ경기지역 무속의 굿거리장단은 3소박 4박자의 형태로 첫 박의 첫 소박과 세 번째 박의 마지막 소박에 강세를 준다. 또한 양주소놀이굿은 〈제석굿〉의 만수받이와 재담, 타령으로 이루어졌으며, 독립된 놀이로서 연행된다. 놀이꾼들의 등장과 퇴장, 타령 가창 등에 농악대들이 참여하고 있다. 농악대는 꽹과리ㆍ징ㆍ장구ㆍ북 등으로 구성된다.
○ 절차 및 주요 내용
양주소놀이굿은 《경사굿》 중 〈제석거리〉의 일부로, 마을의 주민 중 흥이 많은 이들이 놀이꾼으로 참여하여 무당과 함께 재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소놀이굿〉은 무당과 마부의 재담, 마부의 타령(唱)과 덕담, 마부의 동작과 춤, 소의 동작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주소놀이굿에는 무당과 악사, 마부와 곁마부, 가장(假裝)한 소가 중심이 되며, 구경꾼들이 부차적으로 참가한다.
양주소놀이굿은 《양주 경사굿》의 일환으로 연행되는 것으로 《경사굿》의 전통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전체 공간의 부정을 물리는 단계에서 각 신들을 초청하고, 신의 위계에 따라 여러 굿거리를 진행한다. 실제 전체 《경사굿》의 굿거리를 정리하면 행추물림-부정-불사맞이-본향-초가망-조상-대감-(성주받이)-상산-별상-신장-산대감-제석ㆍ소놀이굿-호구거리-성주-산거리-창부-뒷전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양주소놀이굿은 〈제석굿〉을 마친 무당이 마부와 함께 연행하는데, 그 내용은 1) 마부와 무당의 만남, 2) 마부의 노정기와 소의 모습에 관한 치레, 3) 소를 사고파는 흥정, 4) 흥정을 마치고 가내안녕과 복록을 비는 축원 대목으로 나눌 수 있다.
〈소놀이굿〉에 사용하는 소는 어미 소와 송아지로 총 두 마리로 진행한다. 짚을 엮거나 멍석의 형태로 만들어서 3~5명이 둘러쓰고 어미 소로 가장한다. 송아지는 두 명이 멍석을 둘러쓴다. 〈소놀이굿〉에 등장하는 무당은 〈제석굿〉의 복색을 착용하며, 가사를 두른 장삼을 입고 고깔을 쓴다.
양주소놀이굿의 연행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마부와 무당의 만남 : 〈제석굿〉을 마친 무당이 남편을 찾고, 이에 마부가 등장한다. 마부가 노래를 부르며 나타나며, 이때 불리는 노래는 〈누가 나를 찾나〉이다. 마부는 원마부 한 명과 곁마부 두 명으로 이루어져 있고, 어미 소와 송아지를 데리고 들어온다. 어미 소와 송아지는 마당을 활달하게 돌아다닌다.
2) 마부의 노정기와 소의 모습에 관한 치레 : 마부가 등장해서 집터에 소가 이르게 되는 과정을 노정기로 묘사하여 〈마부 노정기(路程記)〉를 부른다. 이어 소가 온갖 은금보화를 가져왔다고 하고 여러 타령을 노래한다. 〈보물타령〉, 〈마부 대령 인사〉, 〈소 머리 치레〉, 〈절[寺] 타령〉을 시작으로 소의 뿔ㆍ귀ㆍ눈ㆍ입ㆍ이ㆍ혀ㆍ꼬리ㆍ다리ㆍ굽 등의 여러 모습과 관련된 내용의 노래를 부른다. 이후 〈소 글 가르치기〉, 〈마부 복식 치레〉, 〈소 질마 치레〉, 〈소 굴레 치레〉, 〈잡곡 타령〉 등으로 이어지며, 이때 마부는 소가 일도 잘하고 살림도 늘려준다고 이야기한다.
3) 소를 사고파는 흥정 : 부를 이루었으나 소를 팔겠다고 하면 소장수가 나타난다. 이후에는 소를 사기 위해 가격을 흥정하는 대목, 소장수와 마부 마누라가 성적인 농담을 주고받는 내용으로 이어지며, 〈소흥정타령〉, 〈말뚝타령〉, 〈소장수마누라타령〉 등을 부른다.
4) 가내안녕과 복록을 비는 축원 : 소의 흥정이 마무리되면 집안의 번영을 비는 무당의 고사와 축원, 덕담이 진행된다. 이 부분에 〈성주풀이〉, 〈축원〉, 〈살풀이〉와 같은 노래가 연행된다.
양주소놀이굿은 가내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서 본래 《경사굿》의 일부인 〈소멕이놀이〉를 연희로서 연행하는 것이다. 재담과 타령으로 구성되고, 무당과 마을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놀이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굿놀이의 연행환경을 확인할 수 있다. 양주소놀이굿은 원마부, 곁마부, 어미 소, 송아지, 소장수가 등장하고 여기에 마을주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연행된다. 양주소놀이굿 외에 우리나라의 무속에서 〈소놀이굿〉이 확인되는 〈평산소놀음굿〉, 〈연백 소놀이굿〉, 〈옹진 소놀이굿〉 등이 있는데, 이들 모두 《경사굿》에서 〈제석거리〉와 연계되어 연행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 양주소놀이굿은 문화재로 지정된 이래로 《경사굿》에서 독립되어 〈제석굿〉의 부속절차인 〈소놀이굿〉만 연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주소놀이굿은 놀이 중심으로 차츰 확장되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서 〈소놀이굿〉의 기능이 불분명하게 전승되고 있으며, 놀이적 요소만 확대되면서 원형적인 면모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무형문화재(1980)
『한국민속예술사전: 민속극』, 국립민속박물관, 2016. 김헌선, 『양주 소놀이굿』, 국립문화재연구소, 2001. 양종승, 『황해도평산소놀음굿』, 국립문화재연구소, 1998. 이두현, 『양주경사굿과 소놀이굿』, 열화당, 1989. 이두현, 「양주소놀이굿」, 『무형문화재보고서』 6, 문화공보무 문화재관리국, 1967. 문화재청(www.cha.go.kr) 문화재청국가문화유산포털(www.heritage.go.kr) 한국민족문화대백과(http://encykorea.aks.ac.kr/)
김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