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진도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상례놀이
다시래기는 상가 마당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며 연극을 꾸며 노는 놀이다. 망자의 죽음으로 인해 슬픔과 상실감에 빠진 상주들을 위로하고 달래기 위해 펼치는 가무극적 연희라는 점에서 특별한 전통으로 간주되고 있다. 다시래기의 어원은, ‘다시나기’(다시 낳다) 또는 ‘다시락’(多侍樂, 여러 사람이 모여서 같이 즐긴다), ‘대시(待時)레기’(망자의 영혼이 떠나는 것을 기다린다)에서 나왔다고 설명된다. 이 어원은 초상집의 슬픈 분위기를 위로하기 위한 상황과 관련 있고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상실을 치유하기 위한 의미와도 연관된다.
다시래기는 축제식 상례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래기와 관련된 상례놀이의 역사적 뿌리는 고대의 기록에서 발견된다. 『수서』 「동이전」 고구려전에 의하면, “初終哭泣 葬卽鼓舞作樂以 送之(초종곡읍 장즉고무작악이 송지)”라는 기록이 나온다. 이는 “처음과 끝에는 슬퍼하며 울지만, 장례를 하면 곧 북을 치고 춤추며 음악을 연주하며 죽은 이를 보낸다.”라고 풀이된다. 이와 같은 기록은 근래까지도 진도에서 풍물을 치며 춤과 노래로써 운상하는 모습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많은 변화를 거쳤지만 상례놀이의 연원이 오래되었음을 보여준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축제식 상례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여러 자료가 있다. 물론 이 기록들은 객관적인 기술이 아니며, 민간의 풍속에 대해 유교적인 기준으로 평가를 하고 전래의 풍속을 금지하고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런 기록은 조선시대 내내 꾸준히 나오는데, 축제식 상례가 그만큼 민간에서 폭넓게 지지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지배계층은 성리학적 지배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민간의 축제식 상장례 풍속을 강압적으로 규제하고 금지했다. 이런 까닭에 전래의 축제식 상례가 축소되거나 유교식 의례와 결합되는 과정을 거쳤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진도에도 조선후기 이후 유교 예법이 도입되었지만 전래의 풍속을 단절시킬 만큼 적대적인 관계에 있지 않았다. 그로 인해 유교식 의례와 전래의 상례놀이가 조화를 이루면서 전승되었다. 진도다시래기의 연행내용을 보면 조선후기에 유행하던 유랑연희가 수용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거사와 사당이 어우러져 놀고, 사당패소리가 주요 레퍼토리로 구성되었다는 것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이것은 인근 신안에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서남해지역 민속연희사의 일반적인 양상 중의 하나인 것으로 해석된다. 1980년대 초에 고로들의 관극 기억에 의존해서 진도다시래기가 복원되는 과정에서 내용이 재구성되었다. 당시 생존한 다시래기 연희자가 있었으나, 그의 존재와 다시래기 전승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래기가 복원된 까닭에 전래의 ‘노래식’ 다시래기가 ‘연극식’ 다시래기로 변모되었다. 1985년에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보존회를 통해 전수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다시래기 연희자 출신 김양은(金良殷, 남, 1892~1985) 구술본이 남아 있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다시래기를 연행하는 시기와 장소는 출상 전날 밤 상가 마당이다. 근래에는 초상이 나면 장례식장을 이용하지만, 예전에는 상가에서 상례를 치렀다. 상가에서는 술과 음식을 준비하여 문상객들을 대접하고 주민들은 그것을 먹으며 밤을 새워 논다. 또한 무당을 불러 씻김굿을 하고, 노래와 춤을 추고 놀며 윷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튿날 운상을 할 때는 상여 행렬 앞에서 풍물을 치며 〈상여소리〉를 부르고 간다. 또한 마을 부녀자들이 상여에 ‘길베’를 메달아 어깨에 메고 운상 행렬을 이끌고 가면서 〈상여소리〉를 부르고, 쉴 참에는 놀이판을 벌이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며 논다. 장례를 치르는 전 과정이 음악과 노래, 놀이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축제식 상례의 일환으로 다시래기를 연행하였던 것이다. 요즘에는 상가에서 다시래기를 하는 경우보다 관객을 위한 무대에서 공연하는 경우가 많다. ○ 음악적 특징 진도다시래기에서 사용되는 악기는 꽹과리, 장구, 북 등이다. 이 악기를 이용해서 느린중모리, 중모리, 자진모리, 진양조와 같은 장단을 연주하면서 노래와 춤 반주를 한다. 다시래기에서 불리는 노래는 〈다시래기소리〉(느린중모리), 〈중타령〉(중모리), 〈개타령〉(중모리), 〈경문소리〉(자진모리), 〈자장가〉(중중모리), 〈상여소리〉(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다시래기소리〉는 거사와 사당이 주고받으면서 부르는 노래로서 다시래기에 수용된 사당패소리의 흔적을 보여준다. ○ 형식과 구성 진도에는 두 가지 형태의 다시래기가 전승되고 있다. 그 내용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문화유산 지정본의 등장인물은 거사ㆍ사당ㆍ중ㆍ가상제 등이며, ①가상제놀이 ②거사ㆍ사당놀이 ③상여놀이 ④여흥의 순으로 진행된다. 김양은본의 등장인물을 보면, 사당 2명, 거사 2명, 노파 1명, 가상주 2명, 봉사 점쟁이 1명이다. 그리고 놀이 내용을 보면 ①소고 바탕놀음 ②거사ㆍ사당놀이 ③사당 출산 ④이슬털이[상여놀이] 순으로 진행된다.
문화재 지정본의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가상제놀이’는 가짜 상주, 즉 가상제가 등장하여 노는 놀이다. 가상제는 다시래기가 공연되는 상황을 설정하고, 배역들을 하나씩 불러내어 장기 자랑을 시킨다. 상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연극이 펼쳐진다는 점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연극적 지향성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펼쳐지는 장기 자랑은 상가와 어울리지 않은 것들이다. 가상제뿐만 아니라 거사와 사당, 중 등은 엉뚱하게 분장하고 나와서 예상치 못한 행동들을 하고 기이한 동작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이러한 파격이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상가의 슬픈 분위기와 극적으로 대비돼 나타난다.
‘거사ㆍ사당놀이’는 거사와 사당이 펼치는 놀이다. 남자가 여장을 하고서 사당 역할을 연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본래 ‘거사ㆍ사당놀이’는 중이 등장하지 않고 거사와 사당이 노래를 주고받으면서 가무를 하던 방식이었으나 극적 흥미를 위해 중이 등장하는 삼각관계가 설정되었다. 이 과장에서는 익살스러운 동작과 춤 그리고 농담 가득한 대사들이 펼쳐진다. 거사는 봉사 흉내를 내면서 등장하며, 사당은 임신한 몸으로 과도하게 화장을 하고서 과장된 몸짓으로 활갯짓을 하고 등장한다. 이렇게 등장한 거사와 사당이 함께 나와 한바탕 춤을 추고 노래를 주고 받는다. 그리고 중이 등장하면서 사당을 둘러싼 삼각관계가 펼쳐진다. 마지막에는 사당이 아이를 낳게 된다. 사당이 아이를 낳는 장면은 ‘거사ㆍ사당놀이’의 마지막 대목이다. 사당의 치마 속에 인형을 넣어 두었다가 그것을 꺼내 들고서 아이를 낳는 장면을 연출한다.
〈한량 성주풀이〉 장단을 따르르르 걸어 놓고 놀아보는 것이었다. 수만수 만만수 이런 만수가 또 있나 푹 쑤셨다 피나무 눈 꽉 감았다 감나무 배 툭 나왔다 배나무 방구 뽕 뀌었다 뽕나무 한다리 절는다 전나무 왼갓 나무가 매화로구나 에라 만수 에에라 대신이야 대활연으로 설설이 나리소서
〈다시래기소리-거사ㆍ사당소리〉 에라 요년 가시낭년 밥차림시로 머리 긁지 말어라 이 떨어진다 지나 헤~ 잘도 허네 에헤에 잘도나 헌다 우리 거사 사당이 잘도나 헌다 아 헤에
〈자장가〉 둥둥 강아지 어허둥둥 강아지 둥둥둥 어허둥둥 강아지 어서어서 자라나 깨비 복부로 들어가거라 어허둥둥 강아지 어덩 밑에서 생겨났느냐 어허둥둥 강아지 내 새끼는 꽃밭에서 잠자고 남의 새끼는 개똥밭에 잔다 어허둥둥 강아지 둥둥 어허둥둥 강아지 두리둥둥 강아지 두둥둥둥 강아지 물에 빠진 강아지가 흙속에서 나오더니 밥 한통을 다 먹는다 어허둥둥 어허둥둥 어허둥둥 강아지야~ (이경엽, 『진도다시래기』, 국립문화재연구소, 2004.)
진도다시래기는 상가 마당에서 재담을 하고 춤과 놀이를 펼치고 노는 놀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그 연행 내용이 파격적이다. 공연이 절정에 이르면 사당과 거사가 농담을 주고받고 가무를 즐기다가 아이를 낳는 장면을 연출한다. ‘거사ㆍ사당놀이’에서 보이는 파격적인 표현과 아이 출산의 의미는 각별하게 주목할 만하다. 초상집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노는 것은 죽음을 문화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성적인 재담과 아기를 출산하는 것은 죽음과 배치되는 연극적 설정이다. 상가에서 공연되는 다시래기는 죽음의 결손을 성적인 활기와 새 생명의 출산으로 극복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의례적 격식과 상주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한 상가 마당에서 웃음기 넘치는 농담과 성적인 표현이 펼쳐지는 것은 평범하지 않다. 죽음이란 사건과 생명 탄생이 동일 시공간에 자리하는 것부터 의미심장하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대비를 연출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을 수용하되 그것을 문화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적인 표현은 죽음과 대비되는 활기와 생명을 구가하는 행위다. 죽음의 현장에서 연출하는 성희는 상징적인 생명 생산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죽음은 한 인간과의 결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성원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 상실을 집단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성희를 연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다시래기는 죽음으로 인해 발생한 단절과 상실을 치유하기 위해 공동체가 펼치는 사회적 연행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진도다시래기: 국가무형문화재(1985)
이경엽, 『진도다시래기』, 국립문화재연구소, 2004. 이경엽, 『상례놀이의 문화사』, 민속원, 2016. 이경엽, 「세습 예인의 근대 경험과 전통의 재구성」, 『실천민속연구』 33, 2019.
이경엽(李京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