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잡이 후리소리, 멸치잡이 후리질소리
부산 수영만에 전승하던 멸치잡이 후리질의 작업을 동작과 노래로 재현한 민속놀이
멸치 후리질은 수영만 어방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동원하는 어로작업으로, 어부들이 고기를 포획하여 끌어당길 때 사용하는 밧줄을 꼬면서 부르는 〈내왕소리〉, 후릿그물로 고기를 포획하여 끌어당길 때 부르는 〈사리소리〉, 해안이나 뱃전에서 끌어올린 고기를 가래로 퍼 담을 때 부르는 〈가래소리〉, 풍어를 기뻐하며 부르는 〈칭칭이소리〉 등 고기를 잡는 순서에 따라 메기고 받는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작업하는 과정을 연희한다.
좌수영어방놀이는 조선시대 경상좌도수군절도사영(慶尙左道水軍節度使營)이 있었던 현재의 수영만 일대에서 이루어진 어업 중 멸치잡이 작업의 일련의 행위를 민속놀이화한 데서 비롯된다. 어방(魚坊)은 조선시대 좌수영 진영에서 나온 수군들과 인근 어민들의 공동작업 체제의 기구로, 수군들이 부식 해결을 위해 어민들의 어로 작업에 참여하면서 점차 체계적인 조직체로 발달한 데서 유래된다.
○ 역사적 변천 과정 1652~1895년(고종 32)의 244년간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이 부산 수영에 존속하면서 부식을 해결하기 위해 수군들이 어민들의 어로 작업을 참여하면서 어방(漁坊)은 수군과 어민들의 군민(君民) 협동의 조직체로 발달하게 되었다. 좌수영 어방에서 인원이 가장 많이 동원되는 멸치잡이 후리질은 크게 두 가지로, 어군 주위에 원형으로 그물을 돌려 양쪽 벼릿줄을 배 위에서 잡아당기는 배후리[船引綱]와 해안에서 반원형으로 그물을 둘러 양쪽 벼릿줄을 육지에서 끌어당기는 갓후리[地引綱]가 있다. 바다 밑이 평탄하고 완만한 수영만에서는 주로 갓후리가 이루어졌다. 멸치잡이 후리질은 물선주(어로장) 1인, 통배의 사공 1인, 통배의 어부 2~6인, 그물 당기는 어부 20~30인 등 약 40~50명의 인원이 소요되는 대규모의 작업이므로 서로간의 작업의 호흡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노동요를 불렀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멸치잡이 후리질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게 되자, 1972년 수영고적민속보존회 이사장이었던 정대윤(鄭大允)의 주축으로 좌수영 어방의 멸치잡이 작업과 노동요를 놀이로 재현하였고, 1978년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 연행시기와 장소 음력 3월 초순에 첫 낙망(落網)을 하여 잔멸치를 잡았고, 4~5월에는 왕다리 멸치(큰 멸치)를 잡았으며, 6~7월에는 중다리 멸치(중간 크기의 멸치)를 잡았고, 작업은 대부분 수영만 일대(현 수영만ㆍ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이루어졌다. ○ 음악적 특징 반주의 경우, 악기편성은 꽹과리 두 개, 장구 세 개, 북 한 개, 징 한 개, 태평소 한 개 등으로 이루어지며, 놀이의 입장과 퇴장 및 과장의 이동시에는 대부분 자진모리장단으로 연주하며, 이외 각 과장의 반주를 연주하는데, 악곡별 장단은 모두 굿거리장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래의 경우 〈용왕고사〉, 〈사리소리〉, 〈가래소리〉, 〈칭칭이소리〉 등의 다섯 곡은 모두 메기고 받는 형식으로 구성되며, 독창으로 메기면 제창으로 받는다. 한편 놀이의 시작 전에 이루어지는 〈용왕고사〉는 상쇠가 독창으로 굿거리 2장단을 메기면, 받는 소리 대신 풍물반주악기가 굿거리 2장단을 받아서 연주한다. 〈내왕소리〉, 〈사리소리〉는 굿거리 한 장단에 메기는 소리와 받는 소리가 구성되며, 독창으로 메기면 제창으로 소리를 받는다. 〈가래소리〉 역시 굿거리장단이며, 독창으로 굿거리 한 장단을 노래하면 받는 소리는 제창으로 굿거리 한 장단을 연주한다. 〈칭칭이소리〉는 처음에는 느린 굿거리장단이었다가 마침부분에서는 자진모리장단으로 빠른 속도로 바뀐다. 다섯 악곡 모두 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5음계로 구성되며, 공통적으로 ‘도(do)-라(la)-솔(sol)-미(mi)’로 하행되는 전형적인 메나리토리이다.
○ 절차 및 주요 내용 놀이에 앞서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는 〈용왕고사〉를 먼저 올린 뒤 놀이가 시작된다. 놀이는 총 네 과장으로 후릿그물의 양쪽 다불줄(벼릿줄)에 매달아서 고기를 포획하여 끌어당길 때 사용하는 밧줄을 꼬며 부르는 〈내왕소리〉, 후릿그물로 고기를 포획하여 끌어당기는 과정을 노래하는 〈사리소리〉, 해안이나 뱃전에서 끌어올린 고기를 가래로 퍼 담을 때 부르는 〈가래소리〉, 풍어를 기뻐하며 부르는 〈칭칭이소리〉 등 총 네 과장의 절차로 이루어진다.
○ 악곡 구성 좌수영어방놀이에서 노래되는 민요는 〈용왕고사〉, 〈내왕소리〉, 〈사리소리〉, 〈가래소리〉, 〈칭칭이소리〉 등의 다섯 곡으로 구성되며, 이중 〈용왕고사〉는 본격적인 놀이의 시작 전에 이루어지는 〈고사소리〉이고, 〈내왕소리〉, 〈사리소리〉, 〈가래소리〉는 어업요에 해당되며, 〈칭칭이소리〉는 〈유희요〉에 해당된다.
조선시대 좌수영 수군은 수영만 일대에서 멸치잡이 후리질과 같은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하는 어로작업을 도우며 부식을 해결하게 되면서, 수군과 어민의 협업을 조성하여 어방을 체계화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멸치잡이 후리질은 좌수영 어방에서 이루어진 어업의 하나로, 많은 인원이 그물을 잡아당기고 고기를 퍼 날라야 하는 고된 일로, 서로 일의 호흡과 속도를 맞출 수 있도록 메기고 받는 형식의 노동요가 불러져 왔다. 이는 지금은 사라진 수영만 멸치잡이의 전통과 노동요의 형태를 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국가무형문화재(1978)
김승찬ㆍ류종목ㆍ배도식ㆍ정정상박ㆍ최해군ㆍ태덕수, 『수영구의 민속과 문화』, 수영고적민속예술보존협회, 2005. 배도식, 『좌수영어방놀이』, 도서출판 피아, 2005.
서정매(徐貞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