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오광대(昌原五廣大)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자산동에 전승해 온 탈놀이
마산오광대는 조선 후기 합천 초계 밤마리 대광대패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서 형성된 것으로 보이며, 이후 주변 지역에 전파된 것으로 확인된다. 주요한 연행 내용으로는 벽사진경(辟邪進慶) 및 타락한 중에 대한 풍자, 양반에 대한 조롱과 모욕, 처첩 간의 갈등으로 인한 가정비극, 문둥이의 신명풀이 등이 있다. 전체 7과장(科場)이며 〈오방신장과장〉, 〈문둥이과장〉, 〈중과장〉, 〈양반과장〉, 〈영노과장〉, 〈할미ㆍ영감과장〉, 〈사자과장〉으로 구성된다.
합천 초계(草溪) 밤마리 대광대[竹廣大]패가 마산장터에 와서 노는 것을 보고, 마을사람들이 배워서 시작한 것이라고 하며, 그 중심에는 김순일(金珣壹)이 있었다고 전한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 끊어져 내용만이 남아 있었다. 현재는 복원이 이루어져 창원시의 지원으로 연행되고 있다. 연희자(演戱者)들은 대개 일반 서민으로, 이들 중에 춤에 능한 사람들이 참가하여 계원을 구성했다고 한다. 계원들은 음력 정월 초사흘부터 대보름까지 걸립을 진행해서 돈과 곡물을 걷었으며, 여기서 모인 것은 탈놀이를 위한 공동경비로 사용했다고 한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초계 밤마리 대광대패의 탈놀이에서 영향을 받아 창원오광대가 생성되었으며, 창원오광대는 조선 후기에 《고성오광대》의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즉, 《창원오광대》는 밤마리에서 배웠고, 《통영오광대》과 마산오광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통영오광대》의 연희자 이봉근(李琫根)과 채구생(蔡九生), 마산오광대의 이영재(李濚宰)와 김순일(金珣壹)의 증언을 통해서 확인된다.
창원오광대와 마산오광대는 19세기 말부터 1930년대까지 전성기를 이루었던 것으로 보인다. 1936년 민속학자 최상수는 자산동에 직접 방문하여 연희자 김순희(金珣壹)를 직접 만나 대본을 채록한 바 있다. 김순일은 마산오광대를 주도한 인물로 장기간 기생조합장을 연임하였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 불안한 정국 속에서 쇠퇴하게 되었으며, 마산오광대 연희자들의 고령화와 마산시의 급격한 도시화로 탈놀이의 연행환경이 사라지면서 그 옛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1997년에는 문창문화연구회가 주축이 되어서 창원ㆍ마산오광대 복원을 위해 「마산오광대 대본」을 정리하였는데, 그 결과물은 『문창문화』 7호에 실렸다. 문창문화연구회는 이를 바탕으로 1999년에 창원ㆍ마산오광대 복원을 위한 기초작업을 진행했으나 중단되었다. 이후 관련 연구가 몇 차례 이루어져 마산오광대 복원이 진행되어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었다. 현재 마산오광대가 창원시의 지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문화축제 등에서 연행되고 있다.
○ 연행시기와 장소
마산오광대는 음력 3월에 《별신굿》을 마친 후 음력 3월 그믐이나 4월 초순에 행했다. 3년마다 행하는 소제(小祭)와 10년마다 행하는 대제(大祭)가 있었다. 무당이 주재하는 《별신제》와는 별도로 탈춤의 연희자[契員]들은 연초부터 주민에게 비용을 거두어들이고 탈을 만들며 행사를 준비했다.
놀이 장소로는 보통 서원(書院)골이라고 부르는 마산합포구 자산동(慈山洞) 놀이터나 어시장 주변을 주로 이용했다. 또는 구(舊)창원의 의창구 소계동 소답장 주변이에서 행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음악적 특징
마산오광대는 무언으로 진행되는 과장이 많은데, 무언으로 진행되는 과장은 모두 춤으로만 진행된다. 무대 가장자리에 악사들이 배치하며, 꽹과리ㆍ징ㆍ북ㆍ장구 등의 반주 악기와 함께 피리ㆍ대금ㆍ해금ㆍ좌고 등을 반주 악기로 사용한다. 반주를 맡은 악사들은 자신이 맡은 악기 이외에도 노래와 춤에 익숙한 경우가 많다.
춤 반주로 주로 사용하는 덧배기가락(굿거리 장단형) 외에 타령장단을 주요한 춤 반주 장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마산오광대의 특징이다. 특히 〈중과장〉의 노장과 상좌의 춤, 〈양반과장〉의 말뚝이춤, 〈문둥이과장〉의 문둥이 춤, 〈사자무과장〉의 사자와 담비의 춤에서는 타령장단과 굿거리장단, 덧배기가락이 주요하게 사용된다.
마산오광대에서 가창하는 삽입가요인 〈중타령〉, 〈약타령〉, 〈팔도강산 유람가〉, 〈죽장망혜〉, 〈신세타령〉, 〈아기 어르는 노래〉, 〈상여소리〉 등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잡가와 단가, 판소리의 눈대목, 민요로 원곡의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 절차 및 주요 내용
마산오광대는 영남지역 탈놀이의 공통적인 주제와 요소들로 구성된다. 그 내용은 벽사진경과 함께 타락한 중에 대한 풍자, 양반계층에 대한 조롱과 모욕, 처첩 간의 갈등으로 일어나는 가정비극, 문둥이의 신명풀이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7과장(科場)으로 각 과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오방신장과장〉에서는 다섯 방위를 지키는 오방신장이 등장한다. 황제장군-청제장군-적제장군-백제장군-흑제장군의 순서로 나오며, 오방신장 5인은 패랭이에다 호수(虎鬚)를 네 개씩 꽂고 각각의 방위에 해당하는 색의 옷을 입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황제장군을 보고 나머지 사방신장이 고개 숙여 절을 한 뒤, 타령장단과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한바탕 춤을 춘다.
두 번째 〈중과장〉에서는 노장과 상좌중의 춤이 이어진다. 상좌중은 먼저 통고깔을 쓰고 소매에 홍백(紅白) 끝동 두루마기를 입고 등장한다. 이후 송낙을 쓰고 장삼을 입고 염주를 목에 건 노장(老長) 중이 나타나면서 타령장단에 맞추어 함께 한바탕 춤을 춘 후에 퇴장한다.
세 번째 〈문둥이과장〉에서는 문둥이가 등장하여 신명나게 춤을 추는 내용이다. 한 명의 문둥이가 왼손에는 북, 오른손에는 채를 쥐고 얼굴을 가리고 등장한다. 타령장단에 맞추어서 춤을 추다가 나간다.
네 번째 〈양반과장〉은 양반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내용이다. 청보양반ㆍ차양반ㆍ홍백ㆍ눈머리떼ㆍ턱까불ㆍ초란이ㆍ콩밭골손ㆍ말뚝이가 타령장단에 맞추어 우쭐거리는 춤을 추면서 등장한다. 춤을 추다가 청보양반이 “양반의 자식이란 선(先)은 어떻고, 후(後)는 어떻고…….” 하는 말을 시작하면서 말뚝이가 양반의 근본에 대해서 고발하고 반상의 관계가 전복된 상황을 이어간다. 말뚝이가 양반의 말을 받아치고 조롱하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다섯 번째 〈영노과장〉에서서는 영노와 양반이 등장하는데, 양반은 살기 위해서 자기를 부정한다. 상상의 동물인 영노가 “비- 비-” 소리를 내면서 양반을 잡아먹으려고 하자 양반은 자기가 양반이 아니라고 하면서 도망다니다가 부채를 놓치는 등의 웃음바다를 만들기도 한다. 결국 양반은 영노에게 “내가 네 할아버지다.”라고 하면서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여섯 번째 〈할미ㆍ영감과장〉은 헤어진 할미와 영감이 만나게 되며 처와 첩 사이에 갈등이 벌어진다. 할미는 영감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결국 영감을 만나지만, 첩인 인천 제물집에게 빠진 영감과 싸우게 된다. 이후 제물집은 아이를 낳는데, 할미가 이 아이를 죽이고, 화가 난 영감이 할미를 때려 죽이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이후 불쌍한 할미를 위해 상두꾼들이 나와서 상여를 내며 마친다.
일곱 번째 〈사자무과장〉은 사자가 담비를 잡아먹는 과정으로, 사자와 담비가 타령장단에 맞추어 춤을 춘다. 서로 춤을 추며 놀다가 담비가 사자를 약 올리자, 사자가 담비를 잡아먹으면서 마친다.
○ 등장인물과 탈
등장인물로는 동방청제장군(東方靑帝將軍)ㆍ서방백제장군(西方白帝將軍)ㆍ남방적제장군(南方赤帝將軍)ㆍ북방흑제장군(北方黑帝將軍)ㆍ중앙황제장군(中央黃帝將軍) 등의 오방신장(五方神將)과 노장ㆍ상좌, 청보양반ㆍ차양반ㆍ문둥이ㆍ턱까불ㆍ홍백(紅白)ㆍ초란이ㆍ눈머리떼ㆍ콩밭골손ㆍ말뚝이, 영노ㆍ비비양반, 영감ㆍ할미ㆍ제물집, 상주(喪主) 5명ㆍ상도군(喪徒軍) 5명, 사자(獅子)ㆍ담비와 그 외 마을사람ㆍ아기 등이 있다. 악사(樂士)는 무대 가장자리에 앉아 연주하며, 〈할미ㆍ영감과장〉에서는 등장인물들과 대사를 주고받기도 한다.
마산오광대에서 사용하는 가면은 주로 바가지로 만든다. 과거에는 나무로 만들기도 하였다고 한다. 탈 중 ‘턱까불’ 가면은 턱을 움직이는 형태로 만든다.
그 외 탈놀이에 사용하는 소도구는 각 과장에 등장하는 인물의 특징을 드러낼 수 있는 물건들이 나타난다. 수건[문둥이], 소고[문둥이], 큰 보자기[영노], 굴건[상주], 인형[혹은 베개로 대용], 패랭이, 고깔, 북채, 정자관, 채찍, 비비개털관, 부채, 침, 장대, 방울, 초, 사발, 몽둥이, 대지팡이 등이 사용된다.
○ 악곡 구성
마산오광대는 영남의 풍물이나 《지신밟기》에 자주 사용하는 덧배기장단에 맞추어 춤을 춘다. 덧배기춤은 3소박 4박자 장단에 제3박의 3소박을 강조하는 덧배기가락에 맞추어 추는 춤을 지칭하며, 자유롭고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다.
마산오광대에서 덧배기가락인 굿거리장단을 주로 활용하며, 그 외에 〈중과장〉과 〈문둥이과장〉, 〈사자무과장〉에서는 타령장단을 춤의 반주로 사용하기도 한다.
마산오광대를 연행할 때 부르는 삽입가요로는 〈중타령〉, 〈약타령〉, 〈팔도강산 유람가〉, 〈죽장망혜〉, 〈신세타령〉, 〈아기 어르는 노래〉, 〈상여소리〉와 같은 친숙한 노래와 무당의 굿하는 소리가 있다.
합천 초계 밤마리 대광대패의 탈놀이가 영남지역 일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오광대와 야류의 전승영역을 확장에 일조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밤마리 대광대패의 탈놀이가 조선 후기에 《통영오광대》와 마산오광대에 전승되면서 인근의 지역까지 전파되게 되었다. 따라서 마산오광대는 영남지역 탈놀이 전승에 관여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다만 복원의 시기가 늦어지면서 탈의 형상이 예술적으로 뛰어나지 않다는 점과 해서 지역 탈놀이에서 주로 사용하는 타령장단이 활용된다는 측면에서 과거 오광대의 전형성이 온전히 복원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의 탈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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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