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읍 일원에서 전승된 산대놀이 계통의 탈춤
산대놀이는 조선시대 궁중 나례와 중국 사신 환영행사에 동원됐던 성균관 노비 반인들에 의해 성립된 연희를 말한다. 퇴계원산대놀이는 본산대놀이의 한 종류로, 남양주시 퇴계원 일대에서 전승된 탈춤이다. 주로 정월 대보름, 사월 초파일, 단오, 백중, 추석 등 명절에 〈줄타기〉, 《남사당놀이》, 씨름대회와 함께 놀았다. 열두 개의 과장으로 구성되며 놀이에 앞서 길놀이와 서막고사를 지낸다. 전 과장을 연행하면 보통 다섯 시간 정도 소요된다. 기본 춤사위에는 불림, 깨끼춤, 거드름춤 등이 있다.
산대놀이는 조선시대 궁중 나례와 중국 사신 환영행사에 동원됐던 성균관 노비 반인들에 의해 성립된 연희였다. 1634년에 산대도감이 폐지되자 반인들은 한양 도성 근처의 민간에서 공연하면서, 구파발ㆍ사직골ㆍ애오개 등지에 산대놀이를 성립시켰다. 산대놀이가 흥행하면서 노량진ㆍ송파ㆍ양주 등 서울 인근에 여러 분파의 산대놀이가 발생됐는데, 퇴계원산대놀이도 그 중 하나였다. 퇴계원의 지명에 대한 유래에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한다. 예종이 선왕인 세조의 능을 참배하는데, 교통이 불편하여 당시의 하천(왕숙천)을 바깥으로 물리치게 됐고, 이후부터 퇴계원(退溪院)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원(院)’이라는 글자가 붙은 곳은 한양으로 들어가는 교통의 중심지가 많았다. 퇴계원은 현재의 서울과 금곡간 도로가 흥선대원군 때 만들어지기 전까지 주요 교통로였으며, 강원도와 함경도의 행인들은 퇴계원을 거쳐 한양의 동대문으로 들어갔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스물한 점의 목각탈 가운데 먹중[墨僧]탈의 뒷면에는 “양주군 퇴계원리 산대도감 사용 경복궁 조영 당시(楊州郡 退溪院里 山臺都監 使用 景福宮造營當時)”라고 쓰여 있다. 경복궁을 중건하기 위해 영건도감(營建都監)을 설치한 것이 1865년 4월이므로, 기록대로라면 그 당시에 사용하던 탈로 간주할 수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1990년대 중반 퇴계원산대놀이의 복원을 위한 조사가 진행됐는데, 과거의 연행을 기억하고 있는 백황봉(白黃鳳, 1911~2006)과 최사윤(1912~?)을 통해 퇴계원산대놀이의 역대 연희자, 가면, 놀이내용 등이 학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백황봉의 증언에 따르면, 퇴계원산대놀이는 약 200년 전부터 연희되었다. 예로부터 ‘원(院)’이라는 지명이 붙는 곳은 교통의 중심지로, 한양으로 들어가는 주요 교통로에 해당한다. 조선시대 양주에 속해 있던 퇴계원은 강원도와 함경도의 행인들이 한양의 동대문으로 들어가기 위한 직통로였다. 교통의 요지였던 퇴계원에는 한양에 공급되는 연초, 숯, 장작, 건축자재, 소, 곡식, 채소 등 소비재가 집하됐으며, 100여 호의 객주집과 역원(驛院)이 왕숙천을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상업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왕래했던 퇴계원에는 산대놀이가 연행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갖춰져 있었다. 1920년 조선총독부가 민간의 연초(煙草; 담배) 상업을 금지하자 퇴계원 지역의 경제는 급격히 쇠퇴했으며 퇴계원산대놀이의 전승도 타격을 입게 되었다. 1945년 추석에 퇴계원산대놀이가 잠시 재개됐는데 연희자들이 대부분 작고하여 《양주별산대놀이》의 연희자들을 초청하여 함께 연행했다. 이 무렵 채록된 연희대본으로 「퇴계원산대놀이보존회본」이 있으며, 산대놀이 가면극의 주요 내용인 벽사(辟邪) 의식무, 양반과장, 파계승과장, 영감ㆍ할미과장을 공유하고 있다. 퇴계원산대놀이의 대표적인 연희자는 한원근(韓元根, 1870-1933)으로 기량이 가장 뛰어나 탈 제작과 취발이ㆍ옴중ㆍ관 쓴 중역을 맡았다. 한원근은 《양주별산대놀이》에서 산대놀이를 배워 왔는데, 나중에는 《양주별산대놀이》에서 다시 그에게 배워 갈 정도였다고 한다. 민홍운(閔弘云, 1876-1939)은 눈끔적이ㆍ신할아비ㆍ말뚝이, 조홍기(1881-1941)는 먹중, 한용삼(韓龍三, 1873-1955)은 포도부장ㆍ말뚝이, 임명운(林明雲, 1870-1943)은 노장, 서순집(徐順集, 1868-1933)은 먹중ㆍ옴중, 한만세(韓萬世, 1888-?)는 애사당, 윤원산(尹元山)은 왜장녀와 소무, 최은동(崔銀同, 1890-1965)은 소무 서만봉은 왜장녀ㆍ옴중역을 맡았다. 이들 연희자는 주로 연초 가공업에 종사하면서 상인과 부호들의 지원을 받아 가면을 만들고 놀이판을 열어 산대놀이를 연행했다. 퇴계원산대놀이는 2010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2호로 지정됐으며, 현재 보존회장인 민경조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전승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연행시기 및 장소 퇴계원산대놀이는 주로 정월 대보름, 사월 초파일, 단오, 백중, 추석 등 명절에 놀았다. 사월 초파일과 봄 농한기 때는 연초상과 음식점 등 상인들이 추렴하여 박춘재(朴春載, 1881~1948), 송만갑(宋萬甲, 1865~1939), 이동백(李東伯, 1866~1949) 같은 소리꾼도 초청했다고 한다. 산대놀이와 함께 〈줄타기〉, 《남사당놀이》, 씨름대회도 열렸는데 산대놀이와 씨름은 왕숙천의 모래마당에서 했고 〈줄타기〉와 《남사당놀이》는 역전 앞마당에서 했다. ○ 주요 춤사위 퇴계원산대놀이의 기본 춤사위에는 불림, 경사위, 고개잡이, 너울잡이, 제자리깨끼, 엇새기깨끼, 곧은치기깨끼, 멍석말이, 어깨치기, 여닫이, 목잡이, 양발치기깨끼리, 곱사위, 팔뚝잡이, 막사위 등이 있으며 이 또한 40여 종의 거드름춤과 깨끼춤으로 세분화된다. ○ 무구 퇴계원산대놀이에 사용되는 탈은 나무탈이며 나무를 깎고 그 위에 색을 칠한다. 옴중ㆍ먹중ㆍ연잎ㆍ눈끔적이ㆍ취발이ㆍ샌님 등 주요 등장인물은 코가 크고 입이 타원형으로 길게 벌어졌으며 전반적으로 선이 둥글다. 이 외의 탈은 사실성이 강조됐으며 대체로 고운 선을 갖고 있다. 상좌 2종, 옴중, 연잎, 눈끔적이, 완보, 원먹중, 먹중 4종, 왜장녀, 애사당, 노장, 큰소무, 작은소무, 말뚝이, 원숭이, 취발이, 샌님, 포도부장, 신할아비, 미얄할미 등 총 스물세 개의 탈이 사용된다.
퇴계원산대놀이에는 열두 개의 과장으로 구성되며 놀이에 앞서 길놀이와 서막고사를 지낸다. 전 과장의 연행에는 보통 다섯 시간 정도 소요된다.
과장 구성은 1) 길놀이, 2) 서막고사, 3) 첫째 마당: 〈사상좌춤〉, 4) 둘째 과장: 〈옴중과 상좌〉, 5) 셋째 과장: 〈옴중과 먹중〉, 6) 넷째 과장: 〈연잎과 눈끔적이〉, 7) 다섯째 과장: 〈애사당 북놀이〉, 8) 여섯째 과장: 〈팔먹중 놀이〉, 9) 일곱째 과장: 〈노장춤〉, 10) 여덟째 과장: 〈신장수 놀이〉, 11) 아홉째 과장: 〈취발이 놀이〉, 12) 열번째 과장: 〈의막사령놀이(청직이 놀이)〉, 13) 열한번째 과장: 〈포도부장 놀이〉, 14) 열두번째 과장: 〈신할아비와 미얄할미〉로 구성되어 있다.
퇴계원산대놀이에서 사용되는 반주악기는 피리 두 대ㆍ대금ㆍ해금ㆍ장구ㆍ북으로 구성된 삼현육각에 꽹과리, 태평소가 추가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피리, 장구만으로 반주되기도 한다. 반주음악은 〈염불타령〉, 〈중허튼타령〉, 〈자진허튼타령〉, 〈느린굿거리〉, 〈자진굿거리〉, 〈능게〉 등이 있다. 노래로는 〈청춘가〉, 〈창부타령〉, 〈백구타령〉, 〈둥둥타령〉, 만신의 덕담과 〈노랫가락〉 등이 나오며 경기민요에 바탕을 둔 선소리 계통의 소리가 주를 이룬다.
최상수에 의하면 퇴계원산대놀이는 《구파발산대놀이》와 《양주별산대놀이》에서 배워서 온 것이라고 전파경로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양주별산대놀이》의 연희자들이 와서 합동으로 공연한 적도 있고, 양주에서 공연할 때는 퇴계원의 연희자들을 초청해 갈 정도로 두 지역의 연희자들은 교류가 있었다고 전한다. 옛날 연희자들은 춤을 추고자 할 때 “백이자!”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이 말은 양주나 송파의 옛 연희자들이 흔히 쓰던 말이다. 송파에서는 기본춤과 깨끼춤의 특징을 이야기할 때 ‘집어 던지고 백인다(배긴다).’고 하는 것처럼, 산대놀이 탈춤의 독특한 춤사위 속에서 타령춤의 특성(特性)을 잘 표현(表現)하는 용어이다. 또한 영남지역 덧배기춤의 ‘배김새’와도 일맥 상통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2010)
김은영, 「산대놀이 탈 연구」, 『민속학연구』 27, 국립민속박물관, 2010. 남양주문화원, 『남양주문화원이십년사』, 남양주문화원, 2003. 남양주시지편찬위원회, 『남양주시지 3』, 남양주시지편찬위원회, 2000. 전경욱, 「퇴계원산대놀이」, 『한국전통연희사전』, 민속원, 2014. 전경욱, 『한국전통연희사』, 학고재, 2020. 최상수, 『산대ㆍ성황신제가면극의 연구』, 성문각, 1985. 퇴계원산대놀이보존회, 『퇴계원산대놀이』, 남양주시ㆍ남양주문화원, 1999.
이병옥(李炳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