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水營)들놀음, 수영(水營)들놀이
부산광역시 수영구 수영동에 전승되는 탈놀이
부산광역시 수영구 수영동에서 음력 정월 대보름에 세시민속놀이로 연행하는 탈놀이이다. 야류(野遊)는 들놀음 또는 들놀이의 한자어이다.
수영야류는 약 200년 전 좌수영수사(左水營水使)가 초계(草溪) 밤마리(지금의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의 대광대[竹廣大]패를 데려다가 탈놀이를 시키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또는 수영 사람이 큰 장터인 밤마리에 가서 대광대패의 가면극을 보고 온 뒤 시작되었고, 그 뒤 동래와 부산진에 전파되었다고도 전한다. 이에 따르면 수영야류는 다시 《동래야류》와 《부산진야류》의 성립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탈놀이 직후 탈을 소각하였으며, 탈놀이의 대사나 기타의 문서가 남아 있지 않으므로 정확한 발생연대는 알 수 없다. 좌수영에 관아가 있던 조선 후기에 연행되다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집단적 집회를 금지함에 따라 1930년대에 전승이 단절되었다. 광복 이후 잠시 부활되었으나, 지속되지 못하다가 1960년에 다시 복원되었다. 1971년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승되고 있다.
○ 연행 시기 및 용도
수영야류는 음력 정월 대보름날 산신제(山神祭)와 함께 행해지는데, 현재는 수영고적민속보존회가 주관한다. 이전에는 수영에 있던 야류계(野遊稧)가 주동이 되어 음력 정월 3, 4일 무렵부터 집집마다 돌면서 지신밟기를 해서 경비를 마련했다. 지신밟기는 〈성주풀이〉, 〈조왕풀이〉, 〈장독풀이〉, 〈샘풀이〉, 〈마구풀이〉, 〈도장풀이〉, 〈뒷간풀이〉, 〈대문풀이〉 등으로 13일경까지 계속했다. 또 이 기간에 탈, 의상, 도구 등을 제작하여 탈제(祭)를 지낸다. 14일 밤에는 시박(試瓠)을 하는데, 이는 탈꾼들이 각자 연습한 연기를 원로들에게 심사받고 배역을 확정받는 과정이다. 수(首)양반과 말뚝이는 재담과 춤에 능한 자가 뽑히며, 배역이 결정되면 보름날 낮에 분장을 한 수양반이 탈놀이패, 풍물패와 함께 산신제를 거행한다. 산신제는 맨 먼저 수영 토신(土神)과 영내 수호자인 독신(纛神)을 모신 제당에 제례하고, 다음에 먼물샘[遠水井]에 우물고사를 지내고, 최영(崔瑩) 장군의 묘제(廟祭)를 지낸다. 산신제를 지내는 동안 야류계는 놀이판인 넓은 마당 한가운데에 긴 장대로 장간(長竿)을 세우고 제등(提燈)을 달아 장식한다.
보름날 저녁달이 뜰 무렵 마을 주민들과 탈놀이꾼들은 놀이판인 시장터에서 1㎞ 정도 떨어진 먼물샘에 모여 길놀이를 거행했다. 길놀이는 소등대, 대등대, 풍악대, 길군악대, 팔선녀, 수양반, 가면극패, 난봉가패, 양산도패의 순서로 화려한 행렬을 이루었다.
놀이판의 중앙에는 장대를 높이 세우고 그 꼭대기에 깃발을 달았으며, 그 아래 수직으로 화려한 용등, 봉등, 거북등, 연화등 등을 달았다. 그리고 중앙의 장대로부터 사방으로 새끼줄을 거미줄처럼 많이 치고, 그 새끼줄에 소등대와 대등대가 가지고 온 이삼백여 개의 등을 달았다.
길놀이패가 놀이판에 도착하면 풍물패의 반주에 맞춰 놀이꾼뿐만 아니라 구경꾼도 함께 군무를 추며 놀았다. 자정이 지나면 놀이를 시작해 새벽까지 놀았다. 놀이를 마치면 새벽에 탈들과 고깔을 한 곳에 모아 놓고 고사를 지낸 후 불태우며 액운을 쫓고 행운을 기원했다.
○ 야류 편성 수영야류는 마을의 남성들이 연행한다. 등장인물은 수양반, 차양반, 셋째 양반, 넷째 양반, 종가 도령, 말뚝이, 할미, 제대각시, 영노, 사자, 범 등이 있다.
○ 탈
탈은 대개 바가지로 만든다. 탈의 좌우에 송곳으로 구멍을 내고 굵은 노끈을 꿰어서 탈을 붙잡아 맨다. 수양반, 차양반, 넷째 양반, 종가 도령의 탈은 입술과 턱부분이 윗부분과 분리되어 노끈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탈꾼이 재담을 할 때마다 턱이 움직인다. 놀이가 끝난 뒤에는 탈을 마을의 동사(洞舍)나 공청(公廳)에 보관했는데, 이는 탈에 악귀가 붙는다고 생각하여 집에 보관하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 악기 편성과 복색
수영야류의 음악은 꽹과리, 장구, 북, 징의 사물로 연주한다. 예전에는 피리, 젓대(대금), 해금의 삼현육각 편성이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풍물패는 흰 바지와 저고리에 하늘색 쾌자를 입고, 머리에는 붉은 색 또는 노란 색의 조화가 달린 고깔을 쓴다. 설쇠, 설장수, 설북은 삼송이 꽃을 고깔 위에 단다. 풍물패는 길놀이를 인도하고 군무를 반주한다. 더불어 여러 과장에서도 놀이의 반주음악을 담당하여 흥을 돋우고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풍물패의 우두머리는 설쇠라고 한다.
○ 음악
춤의 반주로 사용되는 장단은 ‘움박캥캥’이라고 하는 3소박 4박자의 굿거리장단과 3소박 4박자의 타령장단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급박하거나 고조된 분위기를 묘사할 때는 자진모리장단을 연주한다. 그밖에 《양반과장》의 〈갈까부다타령〉에서는 3소박 3박자의 세마치장단, 《할미ㆍ영감과장》의 봉사 〈독경〉 소리와 《사자무과장》의 〈사자가 잡아먹는 대목〉에서는 빠른 3소박 4박자의 휘모리장단이 사용된다.
《놀이 과장》에서 여러 가지 노래를 부른다. 길놀이에는 난봉가패, 양산도소리패가 노래를 하고, 길군악패는 풍물을 치고 〈길군악〉을 부르면서 행진한다. 탈놀음에서 부르는 노래로는 《양반과장》의 〈백구타령〉, 〈오독독이타령〉, 〈해산타령〉, 〈갈까부다타령〉과 《할미ㆍ영감과장》의 봉사의 〈독경〉, 상여소리인 〈향도가〉 등이 있다.
○ 춤
춤은 움박캥캥장단과 타령장단에 맞춰 추는 덧배기춤이 대부분이다.
수영야류는 전편과 후편로 구분한다. 전편은 길놀이, 군무, 잡희로 이루어지고 후편은 탈놀이이다.
○ 전편
마을 사름들은 해지기를 기다리다가 소등(小燈) 약 200여 개를 가지고 놀이판에서 조금 떨어진 먼물샘 근처에 모여서 행렬준비를 한다. 마을 어린이들로 이루어진 소등대를 앞세우고 풍물패, 길군악대, 팔선녀, 사자 또는 우마(牛馬)를 탄 수양반과 난봉가패, 양산도패가 가장(假裝), 가무, 연등의 대행렬로 길놀이를 한다. 놀이판에 도착하면 마을 사람들이 풍물패와 함께 춤을 추면서 즐긴다.
○ 후편
탈놀이는 모두 4과장(科場)으로 구성된다.
1) 제1과장; 《양반 과장》
말뚝이와 수양반이 대립하는 내용이다. 무식한 하인 말뚝이가 독설과 음흉하고도 신랄한 풍자로 양반의 이면상을 폭로한다. 말뚝이가 마지막 대사에서 수양반의 대부인 마누라와 간통하였음을 폭로하면, 양반은 “망했네 망했네 양반의 집이 망했네”를 연창하고 〈해산타령〉을 부른다.
2) 제2과장; 《영노 과장》
무엇이든 잡아먹는 무서운 상상의 동물인 영노가 하늘에서 내려와 양반을 잡아먹는 내용이다. 사람은 혈통과 가계보다 사람됨이나 행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표현한 과장이다.
3) 제3과장; 《할미ㆍ영감 과장》
영감이 첩을 얻자 본처의 시기와 질투로 인하여 본처와 첩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고 할미가 죽는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과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4) 제4과장; 《사자무 과장》 사자와 범이 춤추며 싸우다가 사자가 범을 잡아먹는 내용이다. 사자를 통해 벽사진경(僻邪進慶)을 이루려는 주술적 관념이 표현된 것이다. 이 사자춤은 수영의 지세에 연유하고 있다. 수영 동남쪽에 백산(白山)이 있는데 그 형상이 마치 사자가 마을을 등지고 달아나는 모양이기 때문에, 그 산을 수호하는 사자신을 위로하기 위하여 범을 공물로 바치는 것이라 한다.
수영야류는 음력 정월 대보름에 마을 사람들이 연행하는 세시민속놀이로서의 가치가 있다. 수영야류는 《동래야류》를 비롯한 부산 지역 야류의 원류로서 그 가치를 갖는다.
수영야류: 국가무형문화재 (1971)
국립문화재연구소, 『한바탕 자알 놀았네: 수영야류 태덕수』, 국립문화재연구소, 2013. 문화재관리국, 『중요무형문화재 조사보고서 – 수영야류ㆍ남도들노래』, 문화재관리국, 1998. 이용식, 『민속, 문화, 그리고 음악』, 집문당, 2006. 임혜정, 『한국 가면극의 음악』, 민속원, 2019. 전경욱, 『한국전통연희사전』, 민속원, 2014. 정상박, 『수영야류』, 화산문화, 2001. 최상수, 『야류ㆍ오광대 가면극의 연구』, 성문각, 1974.
이용식(李庸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