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은율에서 전승되어 4월초파일과 5월단오에 공연되는 탈춤
은율탈춤은 약 200~300년 전, 반란으로 난리를 피해 어느 섬으로 갔던 사람들이 섬에서 나올 때 얼굴을 가리려고 탈을 썼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도 하며, 은율의 지리적 형세가 서남쪽 고양이 기운의 묘래산과 서쪽 솔개 기운의 무오산 쪽으로부터 침략을 받는 쥐의 형세를 갖고 있어서 마을 어귀에 숲을 조성하고 재난을 막기 위해 탈춤을 추었다는 유래가 있다.
○ 역사적 변천과정
은율탈춤의 역사를 조명할 만한 자료나 기록은 없지만, 조병모(趙炳模, 1850~1920 추정)가 헛목춤(상좌춤)의 명수로 활약하던 19세기경 지금의 은율탈춤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말뚝이춤의 박동환(朴東煥, ?~1920 추정), 노승춤의 박원식(朴元植, ?~1928), 취발이춤과 취란이춤의 박남상(朴南相, ?~1913 추정) 등 3형제가 1900년대 초 은율탈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당시에 공연이 끝나면 가면을 모두 불태웠으나, 1925년경 이후로는 가면을 태우지 않고 보관했다가 다음 공연에 다시 사용하였다. 장교헌(張敎憲, 1894~1977)은 조병모의 제자로 노승춤, 헛목춤, 말뚝이춤을 잘 추었으며, 한국전쟁 후 월남하여 장용수(莊龍秀, 1903~1997)와 함께 1970년 은율탈춤의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이두현(李杜鉉, 1924~2013)과 김기수(金琪洙, 1936~2020)가 진행한 구술채록에 참여하였다. 1978년 은율탈춤은 국가무형문화재 제61호로 지정되었으며, 장용수를 비롯한 4명이 예능보유자로 인정되어 전승교육을 하였다. 현재는 박일흥(朴日興, 1957~)과 차부회(車富會, 1959~)가 2013년에 예능보유자로 인정되어 조용휘(趙勇彙, 1964~), 서항영(徐伉永, 1961~), 장경숙(莊敬淑, 1963~), 이광수(李光洙, 1965~) 등 4명의 전승교육사와 함께 전승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 연행시기 및 장소와 기능
은율탈춤은 사월초파일, 오월단오, 칠월백중놀이, 추석, 섣달그뭄, 설날 등의 저녁 해질녁부터 자정까지 공연되었으며, 은율군수가 주관하는 행사와 지역 유지들의 회갑연에서도 공연하였다. 현재는 문화재청의 후원으로 인천광역시 수봉공원에서 매년 1회 정기공연으로 연행되는 외에 기획공연, 초청공연 및 해외공연을 실시하고 있다.
○ 연행가요의 음악적 특징
은율탈춤의 연행가요에는 민요조의 〈관동팔경〉ㆍ〈대꼬타령〉ㆍ〈병신난봉가〉ㆍ〈나니가타령〉, 판소리조의 〈꼬둑이타령〉ㆍ〈중타령〉, 무가조의 〈아왕임금의만세야〉ㆍ〈나라공사는주역팔궤〉ㆍ〈나무아미타불〉, 불교의 〈천수경〉 등 10곡이 전해지고 있으며, 장단에는 중중모리ㆍ자진모리ㆍ굿거리ㆍ세마치ㆍ만장단 등이 있다. 음계는 솔(sol)-라(la)-도(do)-레(re)-미(mi), 라(la)-도(do)-레(re)-미(mi)-솔(sol), 미(mi)-라(la)-시(si)-도(do)-레(re), 미(mi)-솔(sol)-라(la)-도(do)-레(re) 등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선법은 솔(sol)-도(do)-미(mi), 미(mi)-라(la)-시(si), 미(mi)-라(la)-도(do) 등을 주요음으로 한 4도진행과 3도진행 또는 4도진행과 2도진행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인 연행가요로는 말뚝이와 최괄이가 노승을 골려주기 위해 새맥시를 가운데 두고 부르는 〈대꼬타령〉, 새맥시의 유혹에 노승이 반응을 보이자 말뚝이와 최괄이가 노승을 놀려주기 위해 부르는 〈병신난봉가〉, 미얄할미가 헤어진 영감을 만나 반가운 마음을 표현하는 〈나니가타령〉 등이 있다. 그 외 연행가요 악보는 김호석, 「해서탈춤의 연행가요 및 반주음악 연구」, 103~111쪽 및 199~209쪽 참조.
○ 반주음악의 음악적 특징
은율탈춤 반주음악에는 김영택(金永澤, 1919~2000)이 전한 《은율가락》과 박동신(朴東信, 1909~1991)이 전한 해서삼현육각 중 《해주가락》의 〈타령〉이 함께 쓰이고 있으며, 《은율가락》에는 〈긴염불〉ㆍ〈늦타령〉ㆍ〈자진타령〉의 피리가락과 〈자진돔부리〉ㆍ〈돌장단〉ㆍ〈은율굿장단〉의 태평소가락이 있다. 《은율가락》의 음계는 솔(sol)-라(la)-도(do)-레(re)-미(mi)와 라(la)-도(do)-레(re)-미(mi)-솔(sol)로, 《해주가락》의 음계는 솔(sol)-라(la)-도(do)/도#(do#)-레(re)-미(mi)로 구성되어 있으며, 선법상으로는 솔(sol)-도(do)-레(re)/미(mi), 라(la)-레(re)-미(mi) 등을 주요음으로 하여 4도진행과 2도진행, 그리고 5도진행과 2도진행이 주를 이룬다. 악기편성은 피리/태평소ㆍ장고ㆍ북ㆍ꽹과리 등이다. 악보는 김호석, 「해서탈춤의 연행가요 및 반주음악 연구」, 212~220쪽 참조.
은율탈춤에는 황해도의 향토색이 짙은 민요들이 잘 전승되어 있으며, 춤동작이 씩씩하고 활발하여 특유의 남성미를 풍기고 있다. 탈의 혹 주위에는 황색의 중앙신, 청색의 동방신, 백색의 서방신, 적색의 남방신, 흑색의 북방신 등 오방신(五方神)이 있어 모든 공간을 장악하고 잡귀의 침범을 막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벽사의 의식무, 파계승에 대한 풍자, 양반에 대한 조롱, 일부처첩의 삼각관계 및 서민생활에 대한의 애환을 풍자하며, 호색적인 표현이 심하다.
은율탈춤: 국가무형문화재(1978)
김호석, 『은율탈춤음악본』, 민속원, 2009. 서연호, 『황해도 탈놀이』, 열화당, 1998. 이두현, 『주석본 한국가면극선』, 교문사, 1997. 전경욱, 『중요무형문화재 제61호 은율탈춤』, 국립문화재연구소, 2003. 김호석, 「해서탈춤의 연행가요 및 반주음악 연구」, 단국대학교박사학위논문, 2013.
김호석(金浩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