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강령에서 연희되었던 해서(海西) 지역 탈춤
황해도 강령(康翎)지방에서 전승되었던 탈춤으로 탈을 쓴 연희자가 양반, 말뚝이, 원숭이, 사자, 마부, 목중, 상좌, 취발이, 미얄영감, 미얄할멈, 용산삼계집 등의 배역을 맡아서 진행한다. 연희자들의 춤, 노래, 대사로 진행하는 가무극 형태이다. 주로 단오 때 행해졌으며, 그 외에 정초, 대보름, 초파일, 추석 같은 명절에도 연행되었다.
강령탈춤은 구전으로 전승 발전해 온 것이므로 정확한 기원 시점, 또는 형성 배경 등을 알기는 어렵다. 다만 강령의 정치, 경제적 위치와 역사를 고려했을 때 봉산이나 해주 등 인근 탈춤의 영향을 받아 19세기 말에 체계를 갖추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민속학자 최상수(1918~1995)가 1930년대에 봉산, 해주 등지와 마찬가지로 강령에서도 탈춤이 연행되었다고 언급한 것을 통해 20세기 전반기까지도 강령탈춤이 전승되었던 것이 확인된다.
○ 역사 변천 과정 강령탈춤은 구전으로 전승 발전해 온 것이므로 정확한 기원 시점, 또는 형성 배경 등을 알기는 어렵다. 다만 강령의 정치, 경제적 위치와 역사를 고려했을 때 봉산이나 해주 등 인근 탈춤의 영향을 받아 19세기 말에 체계를 갖추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합방 이후 해주 감영 소속 교방 중심으로 활동하던 기생 및 음악인들이 해산하면서 그 중 일부가 강령 지역에 머물게 되며 강령탈춤의 전승이 더욱 활발해졌다. 1939년 10월 13, 14일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서울 부민관에서 열린 전조선가면무용경연(全朝鮮假面舞踊競演)이 열렸고 이와 함께 게재된 민속학자 송석하(宋錫夏, 1904~1948)의 가면극 관련 글에서 강령탈춤이 언급되고 있다. 이를 통해 20세기 전반기까지도 강령탈춤이 전승되었던 것이 확인된다. 이후 한국전쟁 이후 월남한 인물들에 의해 강령탈춤보존회가 결성되었으며 오늘날까지 강령탈춤이 전해지고 있다. ○ 음악적 특징 반주음악의 장단에는 도드리, 타령, 자진굿거리가 주로 쓰이지만, 그 외에 진양 장단이 사용되기도 한다. 오늘날 연주되고 있는 강령탈춤의 반주음악은 황해도 옹진 출생으로 황해도 피리 가락을 전수받은 박동신(1909~1991)이 연주했던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박동신이 연주한 강령탈춤 반주음악의 피리 선율은 굵고 격렬하게 치켜 떠는 수심가토리의 요성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극 중에서 연희자들이 부르는 노래에서는 민요, 잡가, 무가, 가사, 판소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향이 나타난다. 특정 장르의 영향은 장면별로 다르게 나타나는데, 〈사당춤과장〉에서 사당이 부르는 노래는 사당패소리의 영향이, 취발이, 양반, 말뚝이, 영감, 미얄할미와 영감이 부르는 노래에서는 판소리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 절차
강령탈춤은 탈춤을 추는 연희자들이 탈과 의상을 갖추고, 반주 악사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연희 장소로 향하는 〈길놀이〉로 시작된다.
연행장소에 도착하면 고사를 지내고 이후 본격적인 탈춤이 시작된다. 춤, 노래, 대사 등으로 진행하는 탈놀이 부분은 〈사자춤〉, 〈말뚝이춤〉, 〈목중춤〉, 〈상좌춤〉, 〈양반과 말뚝이춤〉, 〈노승과 취발이춤〉, 〈영감과 할미광대춤〉의 일곱 개 과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등장인물은 마부, 사자, 원숭이, 말뚝이, 목중, 상좌, 맏양반, 둘째양반, 재물대감, 도령, 영감, 할미, 용산삼개집, 취발이, 노승, 소무 등이다. 파계승, 양반에 대한 풍자, 처첩간의 갈등 등이 포함되는 것은 다른 지역의 가면극에서도 볼 수 있는 소재이지만, 장면 구성의 순서 및 구체적인 내용 전개에서는 차이점이 있다. ○ 악곡 구성 연희자들의 춤 반주음악으로는 도드리, 타령, 자진굿거리가 주로 쓰이지만 그 외에 진양 장단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장단에 맞추어 추는 강령탈춤의 춤사위로는 겹사위(곱사위), 앉아여닫이, 엇사위(뽑는사위), 엎매기, 고개잡이, 인사시위, 겨누기, 앉아뛰기, 돌며앉아뛰기, 쪼그려뛰기, 양사위, 한삼걷기, 코차기, 엎발찧기, 외사위, 돌며외사위 등이 있다. 극 중에서 연희자들이 부르는 노래는 극의 내용 전개와 부합하는 경우도 있고, 단지 관객의 흥을 돋우기 위한 경우도 있다. 〈목중춤 과장〉에서 두 번째 목중이 등장해서 부르는 〈중타령〉, 〈양반춤 과장〉에서 맏양반과 둘째양반이 자신의 근본을 자랑하며 부르는 〈양반타령〉 등은 극의 내용 전개 및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일치하는 노래이다.
〈노승춤 과장〉에서 취발이가 아이를 어르며 부르는 〈천자뒤풀이〉, 〈언문뒤풀이〉, 〈아이어르는 소리〉 역시 장면에 맞는 노래를 삽입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감과 할미춤과장〉에서 할멈과 영감이 주고받으며 부르는 〈이별가〉, 〈보고지고타령〉, 〈거누가 날 찾나〉 등의 노래들은 판소리 춘향가의 노랫말과 선율을 모방한 것이다.
그 외에 〈노승춤 과장〉에서 팔목중들이 부르는 〈성주풀이〉, 〈백구타령〉 등은 관객의 흥을 돋우기 위해 부르는 노래이다.
해서 지역의 탈춤은 연희의 특성상 봉산, 은율, 장연 등 북쪽 지역의 가면극과 해주, 강령, 옹진 등 남쪽 지역의 가면극으로 구분된다. 북쪽 지역의 탈춤은 색채가 강렬하고 우람하며, 활발하고 동적인 동작이 특징이고, 강령탈춤이 속하는 남쪽 지역의 탈춤은 온화하고 아담하며, 느리고 정적인 동작이 특징이다. 또한, 강령탈춤 춤사위의 특징은 〈장삼춤〉 위주의 느린 사위로 긴 장삼소매를 고개 너머로 휘두르는 동작의 춤이 많다는 것이다. 음악면에서도 강령탈춤은 〈봉산탈춤〉, 〈은율탈춤〉과 차이가 나타나는데 강령의 토속적인 음악적 색채를 지니지 않고 판소리의 영향이 많이 나타나는 점이 특징적이다.
국가무형문화재(1970)
서연호, 『황해도탈놀이』, 열화당, 1988. 임혜정, 『한국가면극의 음악』, 민속원, 2019. 정형호, 『중요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탈춤』, 국립문화재연구소, 2002. 김호석, 「황해도 탈춤음악의 전승과 선율구조」, 『한국음악사학보』 43, 2009. 임석재, 「강령탈춤대사후기」, 『서낭당』 2, 1972. 임혜정, 「가면극 노래의 음악적 갈래와 특징」, 『예술원논문집』 61, 2022.
임혜정(林慧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