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堂山)제만굿, 마당밟이, 뜰볿이, 판굿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신월리 신촌마을(일명 잔수마을)에서 전승되는 농악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신월리 신촌마을(일명 잔수마을)에서 매년 음력 정월 초사흗날 당산제만굿, 마당밟이, 판굿의 순서로 거행하는 농악이다.
구례잔수농악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잔수마을의 옛 이름이 『세종실록 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잔수마을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갖고, 마을농악도 오래 전부터 전승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1957년에 촬영된 구례잔수농악대의 사진에 7명의 치배가 보인다. 구례잔수농악은 호남좌도농악에 속하고, 2010년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승되고 있다.
○ 연행 시기 및 용도
구례 잔수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정월 초하룻날에 당산(堂山)나무 앞에서 유교식 《당산제》를 지내고, 초사흗날에 《마을굿》을 거행한다. 이는 아침에 당산에서 치는 〈당산제만굿〉,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축원을 해주는 〈마당밟이굿〉, 마을 광장에 모여서 노는 〈판굿〉으로 구성된다. 〈당산제만굿〉은 〈제만굿〉이라고도 하는데, 마을의 당산 앞에서 치는 굿이다. 잔수마을에는 오방(五方)을 상징하는 다섯 곳에 당산이 있다. 마을의 중앙 - 북쪽 - 서쪽 - 남쪽 - 동쪽에 당산이 있는데, 농악패는 다섯 당산을 순서대로 돌면서 〈당산제만굿〉을 거행한다. 〈마당밟이〉는 〈당산제만굿〉을 친 후에 거행한다. 잔수마을에서는 〈마당밟이〉를 〈뜰볿이〉라고도 한다. 〈마당밟이〉나 〈뜰볿이〉는 집의 마당이나 뜰의 기운을 밟아 가정의 액운을 없애고 한 해의 행운을 기원하는 것이다. 이는 땅의 지신(地神)을 밟아 1년의 액운을 막는 의례이다.
○ 농악패 편성
구례잔수농악은 마을농악이기 때문에 치배(농악패의 연주자)의 편성인원이 많다. 농악패의 편성은 쇠(꽹과리), 징, 장구, 벅구, 나발의 앞치배와 조리중, 대포수, 양반, 각시 등의 뒷치배로 편성된다. 특히 북이 다수 편성되는데, 이는 마을 주민들이 연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쇠나 장구의 섬세한 가락을 표현하기보다는 북의 울림을 통해 신명을 돋우기 위함이다. 구례잔수에서는 소고를 벅구라고 한다. 뒷치배에서 조리중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이 독특하다. 보통 농악패의 뒷치배 중에는 대포수가 치배들을 인도하고 상쇠 대신에 축원도 하는 등 대포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잔수마을에서는 조리중이 마당밟이를 할 때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집안의 액을 모두 담아오고, 판굿에서 대포수의 총을 맞아 죽음으로써 마을의 액을 없애는 도둑잽이굿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조리중의 역할이 대포수의 역할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은 구례잔수농악의 지역적 특징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 복색
앞치배의 복색은 쇠잽이만 전립을 쓰고 나머지 치배는 모두 고깔을 쓴다. 쇠잽이의 전립은 부포가 아니라 꿩털로 만든 것이다. 치배의 고깔은 백색의 단봉으로 된 고깔인데, 이것이 본래 마을의 전통이다.
○ 음악적 특징
구례잔수농악은 호남좌도농악의 기본적 음악적 특징을 갖는 동시에 두둥갱이, 도리뱅뱅, 지지깽이 등 구례잔수농악만의 독특한 가락을 갖는다. 즉, 호남좌도농악의 보편성과 구례잔수농악만의 독특함이 결합된 특별한 음악적 특징을 갖는다. 또한 일채부터 시작하여 십이채까지의 《채굿》 가락이 온전하게 전승되고 있고, 질굿, 외마치, 영산다드래기, 허허굿, 노래굿, 덕석몰이 등의 가락이 어우러지는 점이 호남 마을굿의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한 것이다. 구례잔수농악에는 농악 가락 외에도 〈성주풀이〉, 〈액막이소리〉, 《노래굿(〈농부가〉)》, 〈산아지타령〉과 같은 노래도 잘 전승되고 있다.
구례잔수농악의 《채굿》은 일채부터 십이채까지 갖춘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 일채부터 칠채까지는 특정한 ‘가락’을 일컫는 것이지만 팔채굿부터는 가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장을 가리키는 것이다. 《채굿》 가락은 3소박 4박으로 된 가락이 많은데, 일채(질굿), 삼채, 사채, 오채, 육채, 칠채 등 대부분이 3소박 4박 가락이다. 이채 가락은 2소박과 3소박이 섞인 5소박으로 된 가락이다. 오채와 육채 가락은 3소박 4박 가락의 전반부를 2소박 6박으로 헤미올라(hemiola)로 된 것이 특징적이다.
노래는 〈성주풀이〉와 〈액막이소리〉는 3소박 4박 장단에 부르고 〈농부가〉와 〈산아지타령〉은 3소박 3박 장단에 부른다. 3소박 3박 장단은 흔히 세마치장단이라고 하는데, 네 장단이 하나의 ‘집(악구)’을 이루기 때문에 중모리장단>이 될 수도 있다.
구례잔수농악은 《채굿》 외에도 〈마당밟이〉나 〈판굿〉에서 집에 들어가고 나올 때 치는 《문굿》, 〈마당밟이〉를 하면서 집의 장독대 앞에서 치는 《장꼬방굿》, 마을이나 집의 우물 앞에서 치는 《샘굿》, 걸궁을 갈 때 다리 앞에서 치는 《다리굿》 등도 전승된다. 《문굿》, 《장꼬방굿》, 《샘굿》, 《다리굿》 등의 가락은 각각의 가락을 치고 삼채로 넘기고 외마치로 맺는다. 구례잔수농악에서는 가락을 맺을 때는 늘 외마치로 맺는다. 외마치는 매우 빠른 3소박 4박으로서 휘모리라고도 한다.
○ 당산제만굿
당산제만굿은 어울림굿, 질굿(길에서 행진하면서 연주하는 굿), 북쪽 당산의 당산제만굿, 서쪽 당산의 당산제만굿, 남쪽 당산의 당산제만굿, 동쪽 당산의 당산제만굿, 중앙 원당산의 당산제만굿으로 구성된다.
○ 마당밟이
〈마당밟이〉는 질굿, 문굿(대문 앞에서 영기를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굿), 마당굿(마당에서 집을 축원하는 굿), 정제굿(부엌의 조왕신을 축원하는 굿), 술굿(집 주인이 마련한 술을 마시면서 노는 굿), 장꼬방굿(장독대를 축원하는 굿), 샘굿(우물 또는 수도를 축원하는 굿), 서막굿(외양간을 축원하는 굿), 마당굿으로 구성된다.
구례잔수농악의 〈판굿〉은 마당밟이에서 연행하는 굿과 판굿에서만 연행하는 굿이 결합된 것이다. 예를 들어 일체굿(질굿), 이채굿(문굿), 삼채굿(마당굿), 십채굿(성주풀이굿)은 마당밟이에서 연행하는 굿이다. 사채굿 / 영산다드래기, 오채굿, 육채굿, 칠채굿, 팔채굿(허허굿), 구채굿(노래굿), 십일채굿(도둑굿), 십이채굿(파제굿)은 판굿에서만 하는 절차이다.
구례잔수농악 〈판굿〉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일채굿(질굿); 질굿 – 삼채 - 외마치
2) 이채굿(문굿);
가) 문 밖에서: 이채굿 - 느진삼채 - 된삼채 - 외마치 – 나발
나) 문 들어오면서: 이채굿 - 느진삼채 - 된삼채 - 외마치 - 인사굿
3) 삼채굿(마당굿); 느진삼채(두둥갱이) - 된삼채(지지깽이) - 외마치
4) 사채굿 / 영산다드래기;
가) 사채굿: 사채 - 느진삼채(두둥갱이) - 된삼채(지지깽이) - 외마치
나) 영산다드래기: 영산다드래기 - 느진삼채(두두갱이) - 된삼채(지지깽이) - 외마치
5) 오채굿; 오채 - 느진삼채 - 된삼채
6) 육채굿; 육채 - 느진삼채 - 된삼채 - 외마치
7) 칠채굿; 칠채 - 느진삼채 - 된삼채 - 외마치
8) 팔채굿(허허굿); 허허굿 - 자진허허굿 - 느진삼채(두두갱이) - 된삼채 - 외마치
9) 구채굿(노래굿); 농부가 - 느진삼채(두둥갱이) - 된삼채(지지깽이) - 외마치
10) 십채굿(성주풀이굿);
가) 정제굿; 이채 - 느진삼채(두둥갱이) -된삼채 (지지깽이) - 외마치 - 축원 - 성주풀이 - 액맥이소리 / 느진삼채(두둥갱이) - 된삼채(지지깽이) - 외마치 / 느진삼채(두둥갱이) - 된삼채(지지깽이) - 외마치
나) 장꼬방굿; 어울림굿 - 느진삼채 - 된삼채 - 외마치 – 축원 / 느진삼채 - 된삼채 - 외마치 – 인사굿
다) 샘굿; 어울림굿 - 느진삼채 - 된삼채 - 외마치 – 축원 / 느진삼채 - 된삼채 - 외마치 – 인사굿
라) 마당굿; 느진삼채 - 된삼채 - 외마치
11) 십일채굿(도둑잽이굿)
가) 덕석몰이; 어울림굿 - 느진삼채 - 된삼채 – 외마치
나) 도둑잽이
다) 덕석풀기; 느진삼채 - 느진삼채(두둥갱이) - 된삼채 - 외마치
12) 십이채굿(파제굿); 산아지타령 - 느진삼채 - 된삼채 - 외마치 – 인사굿 / 어울림굿 - 느진삼채 - 된삼채 - 외마치 – 인사굿
구례잔수농악은 마을 주민들이 세시절기인 정월 초사흘에 의례를 연행하는 세시(歲時)농악이자 마을농악이다. 이런 특성은 전문가들의 걸립농악에서 비롯된 농악과는 달리 의식성과 향토성을 중요시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러므로 구례잔수농악의 특징은 마을농악으로서의 소박함과 세시농악으로서의 의례성으로 드러난다.
구례잔수농악: 국가무형문화재(2010)
나경수ㆍ이용식ㆍ최숙경, 『구례잔수농악』, 민속원, 2011. 이경엽 외, 『구례잔수농악』, 민속원, 2008. 이용식, 『호남좌도농악의 역사와 이론』, 전남대학교출판부, 2015.
이용식(李庸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