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놀음, 마당굿
농악대가 일정한 공연장소를 정하여 판을 갖추고 기악, 성악, 진법, 윗놀음, 무용, 연희 및 재담 등이 다양하게 결합된 놀이를 구성된 절차대로 공연하는 농악
농악대는 공연의 목적에 따라 장소와 공연 레퍼토리를 달리한다. 마을을 지키는 당산(堂山)에게 마을의 안녕을 빌기 위한 목적으로 공연하는 하는 절차굿을 《당산굿》이라 하고, 가가호호(家家戶戶) 방문하여 그 집안의 안녕을 비는 목적으로 공연하는 행위는 《지신밟기(마당밟이)》라 한다. 판굿은 일정한 공연장소인 판을 정하고 관객에게 보여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농악 형태로 농악대가 가지고 있는 모든 예술적 기량이 집대성되어있는 공연양식이다.
판굿은 마을농악대의 굿패들이 《당산(堂山)굿》을 할 때 당산 앞에서 판을 벌이고 하는 놀음이나, 집집이 돌면서 고사를 지내는 지신밟기의 마당놀이가 확장하여 걸립패들이 낮에 걸립을 하고, 밤에 구경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판놀음을 벌이는 데에서 유래하였다. 근세 이후에는 남사당패나 〈포장걸립〉패처럼 마을이나 저자를 돌며 판굿을 치고 일정한 보수를 받는 농악대들이 생겨났다. 일제 강점기 유랑 창극단에서 유래하여 1960년대∼1970년대에 활발하게 활동하던 농악 〈포장걸립〉패 등의 순회공연도 판굿에 속한다. 전국 규모의 농악경연, 각 지방 행사에서의 농악경연은 대부분 판굿이며 1980년대 이후에는 농악대 판굿의 일부를 무대화한 선반 사물놀이가 생겨났다.
판굿은 지역마다 복색, 짜임새, 장단, 진법 등이 다르고 일일이 다 서술하기 어렵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지역의 농악들 중에서 지역별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진주삼천포 농악》은 《영남농악》에 속하며 현재 전승되고 있는 《농악12차》는 군사놀이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과거 다양한 역사적 사건 속에서 지역 민중들의 공동체 수호 의식으로 생겨난 농군의 등장과 진법 운용 등으로 군사놀이의 성격이 반영되고, 《농악12차》로 발전하게 되었다. 상모를 쓴 채 연주하는데 개인놀이가 비교적 발달하였고 가락이 빠르고 〈팔진법〉, 〈버꾸놀이〉, 〈상쇠놀이〉, 〈무동놀이〉 등의 개인기가 뛰어나다.
《평택농악》은 《두레농악》인 동시에 걸립패농악(중들이 꽹과리치면서 염불하고 동냥하는 일)의 성격을 갖는다. 농악기에 있어서 징과 북이 타지역에 비하여 적으며 소고와 법고의 구별이 없다. 가락의 가림새가 분명하며 노래굿이 있는 것도 특이하다. 《평택농악》은 《두레농악》의 소박한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공연성이 뛰어난 남사당패 예인들의 전문적인 연희를 받아들여 복합적으로 구성한 수준높은 농악이며, 〈무동놀이〉(어른의 목말을 타고 아이가 춤추는 놀이)가 특히 발달하였다.
《강릉농악》의 판굿은 무동춤, 법고와 소고의 상모놀이가 눈여겨볼 만하고, 모심기, 김매기, 타작 등 농사풀이라는 농사놀이가 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하면서도 빠르고 원시적 농경의례의 제의성과 소박미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빠르고 경쾌한 12채 가락에 맞추어 판놀이와 악기 연주를 펼친다. 《이리농악》의 판굿은 상쇠의 부포놀이가 매우 다양하고 장구의 가락과 춤이 발달되어 있으며, 소고춤의 기법이나 진풀이가 많은 편이다. 비교적 느린 가락을 자주 쓰며, 가락 하나하나가 치밀하게 변형 연주되어 리듬이 다채롭다. 악절마다 맺고 푸는 리듬기법을 쓰는 등 가락의 기교가 뛰어나다. 또한 설장고의 가락과 춤이 발달되어 있고 북의 존재를 중요시 않고, 쇠꾼과 장고잽이를 위주로 가락을 구사해 간다. 초창기부터 이리(현 익산시) 지역의 마을 농악이 아니라 전북의 우도농악 전문인들을 초빙하여 기량을 닦아나와 전문 농악적인 성향이 보다 크다. 《남원농악》 판굿은 마을굿 특징과 더불어 〈걸립굿〉 및 〈포장걸립〉의 성격이 반영되어 있는데 군사적 모의훈련과 실전, 전투 승리 후의 축제 등 일관된 군사형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다. 뒷굿(도둑잽이, 문굿, 점호굿 등) 구성이 독특하며 《호남 좌도농악》에서만 사용하는 부들상모 놀이가 판굿에 사용된다. 임실필봉농악의 판굿은 앞굿에서 가락을 중심으로 연행하는 특성이 있으며 뒷굿은 놀이를 중심으로 가무악희의 총괄적인 면모를 과시하며 주술적인 기능을 하는 여러 가지 놀이를 한다는 점이 특징이며 〈수박치기〉, 〈등지기굿〉, 〈도둑잽이굿〉은 일종의 군사놀이적 면모를 지니고 있다.
○ 연행 시기와 장소
정월 초부터 마을을 돌며 걸립을 하는 걸립농악대가 낮에는 지신밟기를 하고, 마지막 날 밤에 마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판굿을 공연하였다. 장소는 마을의 넓은 공터나 대갓집 마당 등 원형극장의 면모를 가진 장소를 정하였다. 근대 이후에는 전국 순회공연을 하는 〈포장걸립〉패들이 야외극장(포장)에서 절기와 주야를 가리지 않고 유료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기도 하였으며 실내 무대에서도 판굿이 공연되고 있다.
《평택농악》의 판굿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입장 및 인사굿→돌림법고→당산벌림1→오방진→돌림법고→당산벌림2→사통백이→돌림좌우치기→합동좌우치기→쩍쩍이춤→돌림법고→개인놀이→무동놀이→12발 채상놀이→인사굿 진주 삼천포농악의 판굿은 12거리(마당)로 이루어졌으며 12차 36가락으로 편성되었다. 1차 오방진풀이→2차 얼림굿→3차 덧배기벅구놀이→4차 길군악→5차 영산다드래기→6차 멋벅구놀이→7차 등맞이굿→8차 안전벅구놀이→9차 호호굿놀이→10차 개인영상놀이→11차 별굿놀이(별달거리)→12차 흩음굿 강릉농악 판굿은 열두 과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순서는 다음과 같다 인사굿→두루치기→발맞추기→성황모시기→칠채멍석말이→오방지신밟기→황덕굿→농사풀이→오고북놀이→팔도진놀이→삼동고리→열두발상모→굿거리→뒤풀이(여흥 놀이) 《이리농악》 판굿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다스름굿: 내드림-청령-일채-이채-중간매도지-이채-인사굿 2. 입장 및 인사굿 3. 첫째 마당(오채질굿) : 오채질굿-양산도굿- 이음굿- 삼채굿-미지기-긴매도지굿 4. 둘째 마당(오방진굿) : 오방진굿- 오방진굿-삼채굿-미지기굿-매도지굿 5. 셋째 마당(호호굿) : 어름굿/일채굿-호호굿 낸드래미-호호굿-달어치기-나눔진-가새치기-미지기-매도지굿 6. 뒷굿-일광놀이·구정놀이/개인놀이 《남원농악》의 판굿은 전굿과 후굿으로 나뉘며 그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전굿 : 어울림굿→입장굿→풍류굿→채굿→진풀이→호호굿→영산→노래굿→춤굿→미지기→등지기 2. 후굿 : 도둑잽이→탐모리→문굿→점호굿→액막이굿→헤침굿→재능기/개인놀이 필봉농악의 판굿은 앞굿과 뒷굿으로 나뉘는데 그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앞굿 : 머리굿→길굿→채굿→호허굿→풍류굿 2. 뒷굿 : 삼방울진→미지기→영산 –가진영산→노래굿→춤굿(돌굿)→수박(手拍)치기→등지기→군영놀이→도둑잽이→탈머리
판굿은 농악이 지닌 예술적 기능을 시대에 맞는 공연 양식으로 적응, 변화시킨 것으로서 그 적응력과 창조력에 가치를 둘 수 있는 공연 양식이다. 판굿은 시대 상황에 따라 급속하게 변모하였지만 집단 전승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현재 농악의 예술적 대중적 기능을 가장 고도화한 공연 양식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으며 이를 급변하는 시대에 맞게 더욱 변화 발전시켜야 할 귀중한 민족 문화적 자산이다.
강릉농악: 국가무형문화재(1985) 이리농악: 국가무형문화재(1985) 진주삼천포농악 국가무형문화재(1985) 평택농악: 국가무형문화재(1985) 임실필봉농악: 국가무형문화재(1988) 남사당놀이: 국가무형문화재(2009) 구례잔수농악: 국가무형문화재(2010) 김천금릉빗내농악: 국가무형문화재(2019) 남원농악: 국가무형문화재(2019)
김정헌, 『남원농악』, 민속원, 2014. 김헌선 외, 『금릉빗내농악-진굿의 전통과 혁신』, 민속원, 2016. 김현숙, 『진주삼천포농악』, 화산문화, 2002. 국립문화재연구소, 『평택농악』, 국립문화재연구소, 1996.
김정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