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마을굿, 두레굿, 매구[山굿, 埋鬼], 풍물(風物)굿, 풍장굿, 당산(堂山)굿, 걸립(乞粒)굿, 걸궁굿, 난장(亂場)굿, 마당밟이, 뜰밟이, 지신(地神)밟기, 백중굿, 호미씻이
민중이 농사를 짓거나 각종 세시명절의 행사에서 연행하는 종합공연예술
민중이 농사를 지으면서 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연행하거나 정월 대보름 등 각종 세시명절에 종교의례나 민속행사의 하나로 연행하는 종합공연예술이다.
농악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지만,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다. 민중의 종교의례로서 농악의 뿌리는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 삼한의 오월제(五月祭)와 시월제(十月祭) 등 고대 제천의식에서 찾기도 한다. 고려 말기 군대에서 꽹과리, 북, 징, 태평소 등을 연주하면서, 이들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이 민간에 퍼져 농악이 되었다고도 한다. 조선 후기 이앙법이 보급되면서 두레패를 만들면서 현재와 같은 형태의 농악이 시작되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농악(農樂)”이라는 명칭은 황현(黃玹, 1855~1910)의 『매천야록(梅泉野錄)』에 기록되었다.
○ 종류와 기능 농사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거행하는 두레굿, 섣달 그믐날 벽사진경(辟邪進慶)을 위한 매구,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의 기간에 마을의 집집마다 돌면서 집안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당밟이(뜰밟이), 정월 대보름 즈음에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신을 모시는 당산굿, 마을의 공공기금 마련을 목적으로 다른 마을에 가서 치는 ‘걸립굿(걸궁굿)’, 각종 세시명절을 맞아 연행하는 〈찰밥걷기(정월 대보름)〉, 〈삼짇굿〉, 〈(초)파일굿〉, 〈단오굿〉, 〈백중굿〉, 〈호미씻이(백중)〉 등이 있다. ○ 편성 농악패의 구성원을 ‘잽이’ 혹은 ‘치배’라고 한다. 잽이란 용어는 악기를 ‘잡는다’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고, 치배란 용어는 불가에서 쓰는 용어인 차비(差備)에서 비롯된 것이다. 농악패의 편성은 앞치배와 뒷치배(잡색)으로 구성된다. 앞치배는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로서, 쇠(꽹과리, 깽매기, 꽹쇠), 징(쟁), 장구, 북, 소고(또는 벅구)로 구성된다. 각 악기의 우두머리를 상쇠, 수징, 설장구(수장구), 수북, 수벅구라고 한다. 이외에 마을에 따라 관악기인 호적(쇄납, 날라리, 태평소)과 나발(또는 영각, 땡각)을 편성하기도 한다. 뒷치배는 각종 분장을 하고 흥을 돋우는 이들로서, 대포수, 조리중, 양반, 각시, 무동, 화동, 창부, 농구 등이 있다.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뒤치배가 탈을 쓰기도 한다. 이외에 깃발을 드는 기수(旗手)들이 있는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 적힌 긴 농기(農旗)와 “영(令)”자가 적힌 영기(令旗), 용(龍)이 그려진 용기(龍旗), 단체 이름을 적은 단기(團旗) 등이 있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바라(제금)가 편성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 농악권과 음악 농악은 지역에 따라 그 특징을 달리하여 《경기농악(웃다리농악)》, 《호남우도농악》, 《호남좌도농악》, 《영남농악》, 《영동농악》으로 크게 구분한다. 1) 《경기농악(웃다리농악)》
경기도 일대에 전승되는 농악이다. 《경기농악》은 어느 지역 농악보다 전문 연희집단인 걸립패 혹은 사당패의 영향이 큰 농악이다. 이들 전문 연희패는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고도로 숙련된 기예를 연행하던 유랑예인집단이다. 주로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농악을 치고 집안의 액운을 막는 〈고사소리〉 등을 연행하는 촌걸립패 혹은 낭걸립패, 불교 사찰과 관계를 갖는 절걸립패, 각종 기예를 연행하는 사당패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가락은 길군악 칠채(혼소박 14박, 징 7점에 의해 나뉨), 마당일채(혼소박 4박), 쩍쩍이(자진삼채, 조금 빠른 3소박 4박), 자진가락(이채, 빠른 2소박 4박), 더드래기(빠른 2소박 4박), 삼채(덩덕궁이, 3소박 4박), 좌우치기(3소박 4박), 양산더드래기(3소박 4박), 연풍대(3소박 4박), 인사굿(3소박 4박) 등이 있다.
전라도의 서남부 지역인 익산(이리)ㆍ정읍ㆍ부안ㆍ고창ㆍ영광ㆍ광주 등지에서 전승되는 농악이다. 농악 가락이 화려하고 섬세한 것이 특징이다. 이 지역은 광활한 평야지역으로, 넓은 공간에서 농악을 연행하기 때문에 전립을 쓰는 쇠잽이를 제외한 치배들이 머리에 고깔을 쓰고 여러 가지 진(陳)놀음을 하는 ‘아랫놀음’이 발달했다. 가락은 인사굿(3소박 4박), 우질굿(오채질굿, 혼소박 4박), 좌질굿(혼소박 4박), 외마치질굿(3소박 4박), 일채(빠른 2소박 4박), 이채(빠른 3소박 4박), 양산도(조금 빠른 3소박 3박), 진삼채(느진삼채, 3소박 3박), 된삼채(자진삼채, 조금 빠른 3소박 4박), 정적궁이(덩덕궁이, 3소박 4박), 풍류굿(3소박 4박), 매도지(3소박 4박), 오방진(조금 빠른 2소박 4박), 진오방진(2소박 4박), 낸드래미(3소박 3박), 호허굿(혼소박 4박), 달어치기(3소박 4박) 등이 있다. 3) 《호남좌도농악》
전라도 동북부 지역인 임실ㆍ진안ㆍ남원ㆍ구례ㆍ곡성 등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농악이다. 이 지역은 주로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산악지역으로, 좁은 공간에서 연행했기 때문에 앞치배들이 상모를 돌리면서 노는 ‘윗놀음’이 발달하였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호남좌도농악》은 앞치배들이 상모(전립)를 쓰는 경우가 많다. 힘차고 맺음이 확실한 가락을 갖는다. 가락은 어름굿(단순가락), 갠지갠(3소박 4박), 된삼채(빠른 3소박 4박), 질굿(3소박 4박), 오채질굿(혼소박 혼합박), 일채(3소박 6박), 두마치(3소박 4박), 이채(빠른 2소박 4박), 삼채(3소박 4박), 사채(3소박 4박), 육채(3소박 4박), 칠채(3소박 4박) 휘모리(빠른 3소박 4박), 호허굿(혼소박 4박), 자진호허굿(조금 빠른 3소박 4박), 풍류굿(3소박 4박), 영산굿(3소박 4박), 열두마치(3소박 4박), 돌굿(3소박 4박), 등지기가락(3소박 4박) 등이 있다. 4) 《영남농악》
경상도 일대에 전승되는 농악이다. 힘찬 가락을 선호하기에 북이 많은 수로 편성되어 힘찬 가락을 연주한다. 또한 큰 북을 사용하고, 북을 들고 춤을 추는 북놀이가 발달했다. 가락은 매우 빠르게 몰아치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느린 음악에서만 연주할 수 있는 혼합박으로 된 가락이 드물다. 얼림굿(일채, 모듬굿, 단순박자), 인사굿(빠른 3소박 4박), 오방진(진풀이, 빠른 3소박 4박), 덧배기(빠른 3소박 4박), 길군악(3소박 4박), 3차 길군악 (3소박 혼합박), 반길군악(빠른 3소박 4박), 외연풍대(빠른 3소박 4박), 영산다드래기(자부랑깽, 매우 빠른 3소박 4박), 우물놀이(매우 빠른 3소박 4박), 다드래기(빠른 2소박 4박; 홑다드래기, 겹다드래기, 잔다드래기, 먹다드래기, 삼차다드래기 등), 먹벅구놀이(3소박 4박), 등맞이굿(3소박 4박), 호호굿(빠른 3소박 4박), 굿거리(3소박 4박) 등이 있다.
강원도 일대에 전승되는 농악으로 향토성이 깊이 배어있고 전형적인 마을농악의 전통을 간직한다. 정초의 지신밟기나 정월 대보름의 다리밟기, 2월의 좀상놀이(6일날 묘성(卯星)의 빛깔과 달과의 거리를 살펴 그 해의 길흉을 점치는 놀이), 3월의 화전(花煎)놀이 등의 명절의식과 관련되어 마을 공동체의 대동단결을 위해 농악을 연행한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가락은 일채(한마치, 매우 빠른 3소박 4박자), 이채(빠른 2소박 4박), 삼채(3소박 4박), 사채(빠른 3소박 4박), 길놀이(신식 행진가락, 2소박 4박), 굿거리(3소박 4박), 구식 길놀이(12채, 3소박 4박), 구식 행진가락(천부당만부당, 3소박 4박), 칠채(멍석말이, 빠른 3소박 4박) 등이 있다.
○ 《대보름굿》 정월 《대보름굿》은 보통 다음의 절차로 구성된다. 1) 〈기(旗)굿(어름굿)〉; 마을 사람들이 당산에 올라가 당산신에게 제사를 올리기 전에 농악패의 기를 중심으로 모이기 위해 농악패가 〈기굿〉을 친다. 2) 〈길(질)굿〉; 마을 사람들이 당산에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농악패가 선두에 서서 〈길(질)굿〉을 친다. 이는 길에서 친다는 의미로서 마을에 따라 〈길군악〉이라고도 한다. 기수를 선두로 농악패가 선두에 서며, 마을 사람들이 뒤를 따른다.
3) 〈당산(堂山)굿〉;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당에서 제사를 올리기 전에, 그리고 제사를 올리고 나서 농악패가 〈당산굿〉을 친다. 이때 당은 건물인 경우도 있고, 마을 어귀의 당산나무인 경우도 있다. 마을에 따라 할아버지신을 모신 할아버지당과 할머니신을 모신 할머니당이 있는 곳도 있다. 당 혹은 당산나무에서 올리는 제사는 유교식으로 올리기 마련이다 4) 〈샘굿〉; 〈용왕(龍王)굿〉 혹은 〈용신(龍神)굿〉이라고도 한다. 예전에는 마을의 공동우물이 가장 중요한 재산이었기 때문에 이 곳에서 물을 관장하는 용왕(혹은 용신)에게 제사를 올리면서 농악패가 〈샘굿〉을 친다.
5) 〈마당밟이〉; 〈걸립굿〉이라고도 한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가정의 액운을 막고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마당밟이〉를 행한다. 〈마당밟이〉를 하면 각 가정에서는 쌀 등의 곡물을 농악패에게 걸립해서 이후의 마을 공공사업을 위한 자금을 마련한다.
집안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당밟이〉는 보통 다음과 같은 절차로 구성된다. 1) 〈문(門)굿〉; 집을 들어가기 전에 대문 앞에서 대문을 수호하는 신을 위한 굿이다. 2) 〈마당굿〉; 마당에 들어가서 마당을 관장하는 신을 위한 굿이다. 3) 〈성주(成造)굿〉; 대청에서 집안을 수호하는 성주신을 위한 굿이다. 성주신은 대개 대청의 대들보에 거주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안방 문 위에 마른 굴비를 걸어놓은 것은 바로 성주신을 위한 제물이다. 성주굿을 하는 경우 상쇠가 집안의 액운을 물리고 평안을 기원하는 〈덕담(德談)〉 또는 〈성주풀이〉를 노래한다. 〈성주풀이〉는 성주신의 내력을 노래로 풀이하는 것이다. 4) 〈조왕(竈王)굿〉; 부엌에서 부뚜막을 관장하는 조왕신을 위한 굿이다. 조왕신을 위하여 집안에서는 매일 깨끗한 정화수를 바치기도 한다. 5) 〈철륭굿〉; 〈정제굿〉이라고도 한다. 장독대를 관장하는 철륭신을 위한 굿이다. 6) 〈외양간굿〉; 외양간을 관장하는 신을 위한 굿이다. 7) 〈측간굿〉; 측간 즉 변소를 관장하는 신을 위한 굿이다. ○ 《판굿》 《판굿》은 《대보름굿》과 〈마당밟이〉를 하고 저녁에 마을의 광장에 모여 농악패의 기예를 보여주는 굿이다. 《판굿》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절차로 구성된다. 《판굿》에서는 쇠잽이의 부포놀이, 장구잽이의 설장구, 소고잽이의 소고춤 혹은 상모놀이, 북잽이의 북춤 등이 이어진다.
농악은 농경문화의 전승유산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농악은 지역에 따라 그 특징을 달리하여 지역문화의 대표적 반영으로서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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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李庸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