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영광군 법성포에서 단오절에 거행하는 지역축제
서해안에서 전승되는 규모가 큰 전통축제이며 강릉단오제와 더불어 대표적인 단오축제로 유명하다.
법성포단오제의 유래로 파시난장설(波市亂場說), 조창난장설(漕倉亂場說) 등이 있다. 법성포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조기어장으로 꼽히는 칠산바다를 끼고 있는 포구이므로 조기잡이 철이 되면 파시 난장이 형성되었다. 난장은 조기의 상업적 거래뿐만 아니라 음식과 술, 윷놀이, 도박, 투전, 약장사, 국악경연대회 등의 유흥과 놀이, 또는 공연예술을 모두 포괄하는 복합적 개념의 시장을 말한다. 이런 난장과 더불어 단오제가 유래되었다고 보는 것이 파시난장설이다. 그리고 법성포의 조창(漕倉)은 992년(성종 11년) 설치되었는데, 인근 군현에서 거둬들인 세곡을 저장했던 창고를 말한다. 이때 거둬들인 세곡을 물길로 운반하는 것을 조운(漕運)이라고 하며, 조운선이 돌아오는 시점에 법성포 뒤편 마을숲 숲쟁이에서 열린 대규모의 장(場)이 있어서 단오제가 생겼다는 것이 조창난장설의 핵심이다. 또한, 『세종실록(世宗實錄)』 영광군 기사에 의하면,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시기에 어선들이 이곳에서 그물로 조기를 잡는다고 하면서 동군의 서쪽 파시평(波市坪)에서 조기가 산출된다고 전한다. 단오제가 열리는 음력 5월 5일은 칠산바다의 조기어장이 끝나는 시점이고, 조운(漕運)의 세곡 운반이 마무리되는 시기이며, 구암천(龜岩川)과 와탄천(瓦灘川) 주변 평야의 파종도 끝나는 때이다. 이 시기 지역주민들은 생산과 유통에 대한 감사와 축하를 기념하기 위해 단오제를 거행했다고 전한다.
○ 역사적 변천 과정 법성포단오제는 조선후기부터 이어졌다고 전하지만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되는 것은 19세기 중후반의 모습이다. 신명희(申明熺, 1901~1986) 선생이 기록한 「법호견문기(法湖見聞記)」에서, “한말부터 매년 오월오일이면 숲쟁이에서 대회가 열리어 시내는 남녀노소 축제의 명절로 정하고 판소리, 입창, 좌창, 시조, 땅재주, 줄타기, 그네 등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기예가 경연되어 여기에서 명인명창이 결정되고 최고의 영예를 획득하였다.…장성하여 알고보니 1850년경부터 백목전계(白木廛契)가 있어서 여기에서 비용이 지출되고 가무, 기예 등을 보급시켰다 왔단다.”고 법성포단오제의 역사적 내력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백목전계와 보부상 조직 등 상업세력이 축제의 경제적 후원자 역할을 했으며, 지역의 경제적 배경을 토대로 각종 예능 경연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법성포단오제는 1907년에 중단되었다가 해방 직후에 재개되었으며 1955년에 권우회에서 단오제를 주도하면서 지역 단체가 주관하는 축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그러다가 1976년에 그네타기 행사 중에 발생한 인명사고로 인해 축제가 중단되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1986년 단오제가 복원되었으며, 이후 1989년 제1회 법성포단오제가 열려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2012년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 음악적 특징 법성포단오제는 예능축제의 성격이 강하므로 음악적 표현이 두드러진 종목들이 있다. 국악경연대회는 이름 그대로 판소리, 민요, 전통무용 등을 경연하는 행사다. 제전행사 중에서 무당굿 형태로 진행하는 용왕굿은 남도 특유의 음악적 특징이 돋보인다. 2022년에 연행된 용왕굿은 1.부정 2.안당 3.선부리 4.제석굿 5.고풀이 6.용선띄우기 등의 절차로 진행되었다. 또한 민속행사로 열리는 ‘선유놀이’는 바다에 배를 띄우고서 가무를 즐기는 놀이로, 2022년의 ‘선유놀이’는 1.남도민요 (〈남원산성〉, 〈성주풀이〉, 〈진도아리랑〉) 2.대금연주(〈가향〉) 3.가야금병창(《춘향가》 중 〈사랑가〉, 민요 〈야월삼경〉, 〈꽃타령〉, 〈뱃노래〉 일부) 4. 〈법성포찬가〉, 〈진도아리랑〉, 〈단오노래〉, 〈풍년가〉 등이 연행되었다. 이외에 ‘난장트기’, ‘당산제’, ‘용왕제’를 전후해서 펼쳐지는 농악 공연 역시 법성포단오제가 음악을 토대로 한 예능축제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법성포단오제가 열리는 시기는 단오절 무렵이다. 그 장소는 예전에는 법성포 뒤쪽 숲쟁이(국가명승 제22호) 일대였으나 근래에는 법성포단오제전수교육관 일원과 뉴타운 주차장, 특설 무대 등이 이용되고 있다. 2022년에는 한 달 전쯤 단오제를 알리는 ‘난장트기’가 숲쟁이 부용교와 뉴타운공용주차장 일원에서 열렸으며(5월 5일), 본행사는 전수교육관 일원에서 나흘에 걸쳐 펼쳐졌다.(6월 2일~6월 5일) ○ 형식과 구성 법성포단오제는 제전행사, 경연대회, 체험행사, 민속행사 등이 펼쳐지는 종합축제이므로 여러 날에 걸쳐 진행된다. 여러 행사 중에서 ‘난장트기’, ‘당산제’, ‘용왕제’, ‘선유놀이’, ‘전국숲쟁이국악경연대회’ 등이 국가무형유산 공개행사의 일환으로 연행된다. 단오제가 시작되기 한 달 전쯤 ‘난장트기’가 열린다. ‘난장트기’는 법성포단오제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다. 예로부터 단오제를 후원하던 단체 중 하나인 보부상 조직 '백목전계’을 상징하는 짚신과 패랭이, 오색 천을 난장기에 걸어서 세우게 된다. 근래에는 난장기 주변에 지역 사회단체의 깃발들을 함께 걸어서 지역민의 화합과 단오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로 ‘난장트기’를 하고 있다.
법성포단오제에서 열리는 제전행사는 ‘산신제’, ‘당산제’, ‘용왕제’, ‘무속수륙제’ 등이 있다. ‘산신제’는 인의산(仁義山)에서 매년 축제가 시작되는 날, 마을 수호신인 산신에게 재앙과 환난을 예방하고 풍요를 빌기 위한 제사이다. ‘당산제’는 할아버지당산에서 유교식 제사로 지내고 할머니당산에서는 소략하게 마무리한다. 예전 ‘당산제’에서는 광대재인들이 포함된 농악대와 지역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당산제’는 원래 정초 지내던 동제였지만, 현재는 《법성단오제》의 한 행사로 차용되었다.
‘용왕제’는 제관들이 지내는 선상에서의 유교적 의례가 끝나면 무당들이 굿을 주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의례의 목적은 용왕신에게 풍어와 안전한 조업을 기원하기 위함이다. 굿의 형식은 호남의 전통적 무계 출신들이 진행하는 무당굿 형식이다. ‘한제(恨祭)’는 한스럽게 죽은 사람들을 위로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의식으로 거행했으나 2008년부터 무당들이 지내는 ‘무속수륙제’로 대체되었다. ‘무속수륙제’ 역시 ‘한제’와 마찬가지로 한스럽게 죽은 영혼을 위해 연행되는 의식이다.
민속행사 중에서 ‘선유놀이’가 공개행사로 열리고 있다. ‘선유놀이’는 법성포 유지의 부인들이 ‘걸래’라고 부르던 땔감 운반용 나룻배를 타고 법성진에서 은선암 주변을 돌거나 바닷가를 돌며 음식과 함께 가무를 즐기던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근래의 ‘선유놀이’는 여성 중심의 보존회원들이 각종 깃발들로 화려하게 장식한 배를 타고서 가무를 즐기는 방식으로 연행되고 있다.
경연행사는 ‘숲쟁이전국국악경연대회’, ‘영광단오장사 씨름대회’, ‘민속놀이 경연대회’, ‘단오학생예술제’ 등이 있다. 그리고 체험행사로는 ‘민물장어잡기 체험’, ‘참조기 방류행사’ 등이 펼쳐지고, 축하행사와 무대행사로는 ‘KBS전국노래자랑’을 비롯해서 ‘전국단오가요제’, ‘천년의빛 영광 작은음악회’, 오케스트라 공연 등이 펼쳐진다.
법성포단오제의 용왕굿, 무속수륙제에는 전라도굿 특유의 무가 사설들이 나온다. 죽음을 위로하는 서정적인 무가들이 자주 나오며 바다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용왕제 중 〈용왕굿〉 부분(2006년 연행) 초로의 우리 인생 놈 난 새에 나도 낳고 나 난 새에 놈 낳는디 세상고인 객사고인 부모형제 처자식을 염엽이 살아오고 헐 말도나 많다만은 세세원정 말 못하고 심중에 묻고 가고 (중략) 수사고인 객사고인 진옷 벗어다 제쳐놓고 단오날만 기두르네 이 날짜만 기두러서 동서남북 있는 혼신 야락 잔치를 먹고 가세 무속수륙제 중 〈오구굿〉 부분(2006년 연행) 이제 가시면은 어느 때나 오실라요 오시는 날이나 일러주오 허 너 어허어 넘자 어리가리 넘자 너와넘 북망산천이 머다드니 저건너 앞산이 북망일세 허 너 어허어 넘자 어리가리 넘자 너와넘 물가 가재는 뒷걸음을 치는디 다람쥐 앉어 밤을 줍는데 건너 호랑이 술주정을 허느냐 허 너 어허어 넘자 어리가리 넘자 너와넘 여보소 친구벗네 내가 오늘 이 길이네 친구벗네도 한번 아차 오고 보면 이 길을 따라서 온다드라 허 너 어허어 넘자 어리가리 넘자 너와넘
법성포단오제는 지역 주민들이 주도하는 축제이며, 서해안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오축제라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근래에 만들어진 상당수의 지역축제와 달리 연원이 오래된 축제답게 지역의 역사와 관련된 내력이 전한다. 법성포단오제는 파시난장설, 조창난장설이란 유래에서 보듯이 법성포 특유의 역사적ㆍ사회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성립된 축제다. 이런 이유로 예전부터 국악 경연과 각종 공연이 성대하게 펼쳐졌으며, 법성포단오제의 국악경연대회는 명인명창들의 등용문으로 여길 만큼 유명세를 날렸다.
법성포단오제의 예능축제적 전통은 지역의 세습무계 예인들이 구축해온 예술적 역량과 관련이 있었다. 법성포의 문화적 전통이 단오제의 내재적 지속성을 형성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전통을 배경으로 당대의 관심사가 투영되고 지역적 특색이 담긴 축제로서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법성포단오제: 국가무형문화재(2012)
고려대 민속학연구소, 『법성포단오제』, 월인, 2007. 국립무형유산원, 『법성포단오제』, 민속원, 2017. 법성향지편찬위원회, 『법성향지』, 1988. 이경엽, 「법성포단오제의 축제적 기반과 무속적 전통」, 『남도민속연구』 14, 2007.
이경엽(李京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