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굿, 서해안 풍어제(豊漁祭)
서해안 지역에서 배의 안전과 풍어(豐漁)를 기원하는 굿
황해도,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일대의 서해안 지역에서 뱃사람들이 배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거행하는 무당굿이다.
오래 전부터 서해안에서는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이 많았고 그들이 배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무당을 불러 굿을 했을 것이다. 조기잡이가 장기지속적으로 펼쳐지고 각 지역 어선들이 조기의 회유로를 따라 해역을 오가며 활동하면서 배연신굿(배치기 등)이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1985년에 서해안 배연신굿과 《대동굿》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당시 예능보유자는 흔히 ‘나랏무당’ 또는 ‘국무(國巫)’로 불리던 김금화(金錦花, 1931-2019), 장구의 최음전(崔音全, 1915-2007)이었다.
○ 연행 시기 및 용도
서해안 배연신굿은 주로 음력 정월에서 2월 사이에 거행한다. 선주(船主)들이 비용을 대고 무당을 불러 배 위에 굿청을 차리고 거행한다.
○ 악기 편성
보통 주(主)무당 1명과 보조무당 2~3명이 짝을 이룬다. 반주악기는 주로 장구, 징, 제금으로 편성된다. 장구와 징은 보통 ‘상장구할머니’와 ‘징할머니’라고 부르는 여성 악사가 연주하고, 제금은 보조무당이 연주한다. 규모가 큰 굿에서는 피리와 호적(태평소)이 편성되기도 하는데, 무당의 노래는 피리, 춤은 호적으로 반주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외에도 대금와 해금을 더한 삼현육각(三絃六角)이 반주할 때도 있지만, 최근에는 삼현육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 음악
무당이 부르는 무가(巫歌)와 춤인 무무(巫舞)를 위한 음악이 있다.
1) 무가
서해안 배연신굿에서 가장 중요한 무가는 신을 청하는 청배무가인 〈만세바지〉류 무가이다. 〈만세바지〉는 혼소박 4박(10/8박자) 장단에 부르는데, 이를 만세바지장단, 산유장단, 모뇨리장단이라고도 한다. 〈긴만세바지〉는 약간 느린 3소박 4박 장단에 부르고, 〈자진만세바지〉는 빠른 2소박 4박 장단에 부른다. 〈자진만세바지〉는 신을 보내는 송신무가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때는 〈날만세바지〉라고 한다. 즉, 〈자진만세바지〉와 〈날만세바지〉는 같은 노래이지만, 기능을 달리하면 다른 노래로 인식되는 동곡이명(同曲異名)의 음악이다.
서해안 배연신굿에서는 〈천수타령〉, 〈명복타령〉, 〈명타령〉 등의 타령류의 무가를 부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쑹거타령〉, 〈배치기소리〉 등의 노래를 부른다. 타령류의 무가는 대개 무당이 굿판의 단골을 축원하기 위해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무가를 부를 때 무당은 ‘서리화’라고 하는 지화(紙花)에 정화수를 묻혀 단골을 축원한다든가 떡이나 술 등의 제물을 단골에게 나눠주면서 단골의 수명장수와 복을 기원한다. 이런 노래들은 대개 비슷한 선율의 노래가 많은데, 특히 〈쑹거타령〉이나 〈천수타령〉, 〈명복타령〉 등의 노래는 하나의 모곡(母曲)을 변형시켜 만든 자곡(子曲)인 경우가 많다. 〈배치기소리〉는 본래 뱃사람들이 만선을 기원하거나 축하하면서 부르던 민요인데, 굿판에서도 단골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해 부른다. 이 노래들은 대부분 3소박 4박 장단에 부른다.
2) 무무
무당이 굿상을 향해 절을 할 때 이에 맞춰 느리게 치는 장단이 거상(擧床)장단이다. 무당이 굿을 하면서 신이 내려 제자리에서 빠르게 맴을 돈다거나 펄쩍펄쩍 뛰면서 춤을 추는 동작에서 치는 춤장단이 있는데, 이는 장구를 ‘마구 치기’ 때문에 막장단이라고도 한다. 이외에 벅구춤을 추는 벅구장단 등이 있다.
○ 토리
무악의 선율은 황해도 지방 민요 선율인 수심가토리와 경기도 지방 민요 선율인 경토리가 섞여 있다. 이는 서해안 배연신굿이 전승되는 지역이 황해도와 경기도의 음악문화가 혼용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서해안 배연신굿은 다음과 같은 절차로 구성되었다.
1) 〈신청울림〉; 〈주당물림〉이라고도 한다. 잠시 장구, 징 등의 악기를 울려 굿을 한다는 것을 신들에게 알린다.
2) 〈당산맞이〉; 뱃기를 들고 마을의 수호신을 모신 당산에 올라가 깃발에 당산을 모셔 굿청으로 온다.
3) 〈초부정 초감흠〉; 굿청의 부정을 가시고 모든 신들을 청하는 의례이다. 배 안을 구석구석 다니면서 잿물로 부정을 가신 후 부산(짚을 동그랗게 엮은 일종의 뗏목)을 바닷물에 띄운다. 음식을 조금씩 떼어 놓고 불을 붙여 바닷물에 띄우는 것으로 부정을 가시는 것이다. 이어서 뱃고사를 지내고 신을 청한다.
4) 〈영정물림〉; 영정은 뜬귀, 잡귀로서 조그만 상이나 바가지에 음식을 차리고 빌면서 소지를 올린다.
5) 〈소당제석거리〉; 소당제석은 비린 것을 받지 않는 제석신을 말한다. 배연신굿에서 소당애기씨는 배를 지키는 신으로 처녀신이다. 그래서 무당은 화장품이나 천을 들고 굿을 한다. 물동이를 타고 공수를 준 뒤 화장(배 안에서 밥하는 총각)을 불러 여자로 분장시킨 후 고된 일을 하는 생활상을 풍자적으로 연희한다.
6) 〈먼산장군거리〉: 팔도명산의 장군신들을 불러 모시는데 특히 최영(崔瑩)장군이나 임경업(林慶業)장군을 중시한다. 자신의 목을 향해 칼을 내리꽂는 흉내를 내는 ‘장군놀이’를 하고 고기를 삼지창에 꽂아 세워 신이 잘 받으셨는지 알아보는 ‘사슬세우기’도 한다.
7) 〈대감거리〉; 재수를 불어주는 대감신을 청해 흥겹게 노는 굿이다.
8) 〈영산할맘ㆍ할아밤거리〉; 놀이성이 강한 굿거리이다. 무당은 얼굴을 반만 가린 종이탈을 쓴다. 이를 광대라고 하는데 무당 두 명이 탈을 쓰고 영산할맘과 영산할아밤으로 분장한다. 둘은 서로 헤어졌던 부부인데 굿을 하는 가운데 만난다. 할아밤은 배의 영좌이고 아들은 마침 이 배의 화장으로 일하고 있어서 가족들이 모두 만나는 것으로 마친다. 이어서 고기를 잡는 과정을 모의한다. 뱃꾼들과 함께 그물을 바다에 넣었다가 건져내어 고기를 퍼서 배에 싣는 과정을 놀이하는 것이다.
9) 〈쑹거주는 굿〉; 고기를 상징하는 떡을 긴 무명 위에 올려놓고 양쪽에서 잡고 좌우로 흔든다. 무당은 복과 풍어를 주는 〈쑹거타령〉을 부르면서 무명 위의 떡을 흔들어 뱃꾼들이 벌린 옷자락에 떨어지게 한다.
10) 〈다릿발 용신굿〉; 육지에서 배로 올라가는 다릿발에서 잡귀들을 풀어먹이는 굿이다. 모든 무녀들이 제물을 조금씩 담은 짚꾸러미를 이고 지고 서로 올라가고 내려가면서 논다. 다릿발에서 떨어져 숨진 영혼들을 위로하는 굿이라고 한다.
11) 〈강변굿〉; 배 안의 굿을 끝내고 강변에서 잡귀들을 풀어먹인다. 짚으로 띠배를 만들어 제물과 허수아비를 싣고 띄워 보낸다.
서해안 배연신굿은 무당이 연행하는 뱃굿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전승된다는 점에 의의를 갖는다.
서해안 배연신굿: 국가무형문화재 (1985)
국립무형유산원, 『에라 만세 놀구나요: 제82-나호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2017. 김금화, 『김금화의 무가집』, 문음사, 1996. 이용식, 『황해도 굿의 음악인류학』, 집문당, 2005. 하효길 · 봉송화,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화산문화, 2002.
이용식(李庸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