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신굿, 배선왕(船王)굿, 배서낭굿, 도장굿, 선망굿, 풍어제(豊漁祭), 뱃고사(告祀), 행선고사(行船告祀)
배의 안전, 뱃길의 수호, 선원들의 무탈, 풍어(豊漁)를 기원하는 굿
뱃굿은 바다를 관장하는 수신(水神)과 배를 관장하는 선신(船神)에게 배의 안전, 뱃길의 수호, 선원들의 무탈, 풍어를 기원하면서 거행하는 굿이다.
뱃굿의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다. 울산광역시 반구대 암각화에 선사시대의 고래잡이 모습이 새겨져 있을 정도로 어업은 매우 오래되었기 때문에 뱃사람들이 풍어와 무사안전을 위해 거행하는 굿 또한 오래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판소리 《심청가》 중에 심청이를 인당수에 제물로 바치는 의례도 바다의 수신(水神)에게 드리는 뱃고사이다. 현재 무당이 거행하는 뱃굿은 국가무형문화유산 《서해안 배연신굿》으로 전승되고 있다.
○ 연행 시기 및 용도
뱃굿은 무당이 주재하는 무교(巫敎) 의례이며, 뱃사람들이 무당 없이 간단하게 뱃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뱃굿은 주로 배를 처음 만들었을 때나 출어(出漁)에 앞서 거행한다. 뱃고사는 섣달 그믐날, 설날, 정월 대보름, 삼월 삼짇날, 추석 등의 명절에 주로 지냈다. 또한 당산제를 지낼 때, 만선(滿船)되어 돌아올 때, 배에 자주 사고가 날 때, 선주에게 부정이 끼어 우환이 있을 때 등에도 뱃고사를 지낸다.
○ 뱃고사
뱃고사는 선주나 선장이 배의 안전과 풍어를 배선왕에게 기원하는 제사이다. 선주 집에서 메, 술, 시루떡, 고사리, 돼지머리 등의 제물을 장만하여 오방기와 풍어기를 달고 배를 관장하는 배선왕(船王)에게 제사를 드린다. 배선왕이 여성일 경우에는 돼지머리를 올리지 않는다.
배를 건조할 때 배의 밑판(용골)은 길일(吉日)을 택하여 조성하고 뱃머리를 세워 선신(船神)에게 첫 고사를 지낸다. 이때 명태와 돈을 뱃머리의 기둥에 달아맨다. 명태는 악귀를 쫓고 만선 장원을 하게 하는 어로신(漁撈神)의 기능을 갖는다. 뱃고사를 마친 후에 명태는 바다에 떠내려 보내거나 마을의 당산(堂山)나무에 매달아 놓기도 하며, 배에 선왕신으로 모셔지기도 한다.
○ 배내리기
배가 완성되면 선주는 생기복덕(生氣福德)을 보고 길일을 잡아 배내리기를 거행한다. 배내리기는 만조 들물 때 무당을 불러 뱃굿을 거행하기도 하고, 선주가 장만한 제사음식으로 도목수(都木手)가 제사를 드리기도 한다.
○ 출어
출어 전에 뱃굿을 지낸다. 선주와 선장은 목욕재계하고 바깥출입을 삼간다. 선주집에서 무당이 조왕신, 조상신, 성주신, 오방신을 불러 출어를 알리는 제사를 지낸다. 무당은 부두에서 《부정굿》ㆍ《서낭굿》ㆍ《성주굿》ㆍ《손님굿》ㆍ《용왕굿》ㆍ《거리굿》 등을 거행하고, 배로 와서 산신과 당산신에게 《인사굿》을 올린다. 이어 뱃머리에 오색기, 삼색기, 고사기, ‘축(祝) 대어(大漁)’라고 쓴 풍어기 등을 대나무에 달아 꽂는다.제물로 돼지를 배 안에서 잡는데 그 생피를 바다에 뿌려 헌식(獻食)을 하면 고기떼가 따라 붙으며 잡귀의 접근을 막는다고 한다. 이물(뱃머리 부분), 배선왕, 선장실, 기관실, 어망을 잡아당기는 곳, 고기창고 등에 마른 짚을 깔고 제물을 차린다. 장어, 닭고기, 염소고기, 숭어 등의 고기는 제사음식으로 올리지 않으며 제물은 홀수로 차린다.무당이 절을 올리고 술을 부어 제문을 외우면서 주위에 술을 뿌린다. 선원들이 큰절을 두 번 하고 소지를 올린 후 축원이 끝나면 횟대에 불을 붙여 뱃전을 두드리며 액귀를 쫓는다. 무당은 “배 안에 선왕님 배 밖에 용왕님 이제 출어 나가는데 고기 머리 짚어서 썰물에도 한 배, 들물에도 한 배, 바람도 소스리 강풍 불지 말고 명주바람 실바람 불어 주시오. 고기 머리 두른 데 뱃머리 두르고 시간 시간 만선 만들어 주시오. 선왕님이 해도 다니시고 달도 다니시고 어장 저장 골라내어 이리 가나 저리 가나 만선되고 한맘 한뜻 이뤄 주시오”하고 〈선왕굿 무가〉를 구송한다.
○ 악기 편성
보통 주(主)무당 1명과 보조무당 2~3명이 짝을 이룬다. 반주악기는 주로 장구, 징, 제금으로 편성된다. 장구와 징은 보통 ‘상장구할머니’와 ‘징할머니’라고 부르는 여성 악사가 연주하고, 제금은 보조무당이 연주한다. 규모가 큰 굿에서는 피리와 호적(태평소)이 편성되기도 하는데, 무당의 노래는 피리, 춤은 호적으로 반주하기도 한다.
○ 음악
무당이 부르는 무가(巫歌)와 무무(巫舞)를 위한 음악이 있다.
1) 무가
《서해안 배연신굿》에서 가장 중요한 무가는 신을 청하는 청배무가인 〈만세바지〉류 무가이다. 〈만세바지〉는 혼소박 4박(10/8박자) 장단에 부르는데, 이를 만세바지장단ㆍ산유장단ㆍ모뇨리장단이라고도 한다. 〈긴만세바지〉는 약간 느린 3소박 4박 장단에 부른다. 〈자진만세바지〉는 빠른 2소박 4박 장단에 부른다. 〈자진만세바지〉는 신을 보내는 송신무가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때는 〈날만세바지〉라고 한다. 즉, 〈자진만세바지〉와 〈날만세바지〉는 같은 노래이지만, 기능을 달리하면 다른 노래로 인식되는 동곡이명(同曲異名)의 음악이다.
《서해안 배연신굿》에서는 〈천수타령〉ㆍ〈명복타령〉ㆍ〈명타령〉 등 타령류의 무가를 부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쑹거타령〉ㆍ〈배치기소리〉 등의 노래를 부른다. 타령류의 무가는 대개 무당이 굿판의 단골을 축원하기 위해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무가를 부를 때 무당은 ‘서리화’라고 하는 지화(紙花)에 정화수를 묻혀 단골을 축원한다든가 떡이나 술 등의 제물을 단골에게 나눠주면서 단골의 수명장수와 복을 기원한다. 이런 노래들은 대개 비슷한 선율의 노래가 많은데, 특히 〈쑹거타령〉이나 〈천수타령〉, 〈명복타령〉 등의 노래는 하나의 모곡(母曲)을 변형시켜 만든 자곡(子曲)인 경우가 많다. 〈배치기소리〉는 본래 뱃사람들이 만선을 기원하거나 축하하면서 부르던 민요인데, 굿판에서도 단골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해 부른다. 이 노래들은 대부분 3소박 4박 장단에 부른다. 이외에 부녀자들은 갯일을 하면서 부르는 〈나나니타령〉을 부르기도 한다.
2) 무무
무당이 굿상을 향해 절을 할 때 이에 맞춰 느리게 치는 장단이 거상(擧床)장단이다. 무당이 굿을 하면서 신이 내려 제자리에서 빠르게 맴을 돈다거나 펄쩍펄쩍 뛰면서 춤을 추는 동작에서 치는 춤 장단이 있는데, 이는 장구를 ‘마구 치기’ 때문에 막장단이라고도 한다. 이외에 벅구춤을 추는 벅구장단 등이 있다.
○ 토리
무악의 선율은 황해도 지방 민요 선율인 수심가토리와 경기도 지방 민요 선율인 경토리가 섞여 있다. 이는 《서해안 배연신굿》이 전승되는 지역이 황해도와 경기도의 음악문화가 혼용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서해안 배연신굿》은 다음과 같은 절차로 구성되었다.
1) 〈신청울림〉; 〈주당물림〉이라고도 한다. 잠시 장구, 징 등의 악기를 울려 굿을 한다는 것을 신들에게 알린다.
2) 〈당산맞이〉; 뱃기를 들고 마을의 수호신을 모신 당산에 올라가 깃발에 당산을 모셔 굿청으로 온다.
3) 〈초부정 초감흠〉; 굿청의 부정을 가시고 모든 신들을 청하는 의례이다. 배 안을 구석구석 다니면서 잿물로 부정을 가신 후 부산(짚을 동그랗게 엮은 일종의 뗏목)을 바닷물에 띄운다. 음식을 조금씩 떼어 놓고 불을 붙여 바닷물에 띄우는 것으로 부정을 가시는 것이다. 이어서 뱃고사를 지내고 신을 청한다.
4) 〈영정물림〉; 영정은 뜬귀, 잡귀로서 조그만 상이나 바가지에 음식을 차리고 빌면서 소지를 올린다.
5) 〈소당제석거리〉; 소당제석은 비린 것을 받지 않는 제석신을 말한다. 《배연신굿》에서 소당애기씨는 배를 지키는 신으로 처녀신이다. 그래서 무당은 화장품이나 천을 들고 굿을 한다. 물동이를 타고 공수를 준 뒤 화장(배 안에서 밥하는 총각)을 불러 여자로 분장시킨 후 고된 일을 하는 생활상을 풍자적으로 연희한다.
6) 〈먼산장군거리〉: 팔도명산의 장군신들을 불러 모시는데 특히 최영(崔瑩)장군이나 임경업(林慶業)장군을 중시한다. 자신의 목을 향해 칼을 내리꽂는 흉내를 내는 ‘장군놀이’를 하고 고기를 삼지창에 꽂아 세워 신이 잘 받으셨는지 알아보는 ‘사슬세우기’도 한다.
7) 〈대감거리〉; 재수를 불어주는 대감신을 청해 흥겹게 노는 굿이다.
8) 〈영산할맘ㆍ할아밤거리〉; 놀이성이 강한 굿거리이다. 무당은 얼굴을 반만 가린 종이탈을 쓴다. 이를 광대라고 하는데 무당 두 명이 탈을 쓰고 영산할맘과 영산할아밤으로 분장한다. 둘은 서로 헤어졌던 부부인데 굿을 하는 가운데 만난다. 할아밤은 배의 영좌이고 아들은 마침 이 배의 화장으로 일하고 있어서 가족들이 모두 만나는 것으로 마친다. 이어서 고기를 잡는 과정을 모의한다. 뱃꾼들과 함께 그물을 바다에 넣었다가 건져내어 고기를 퍼서 배에 싣는 과정을 놀이하는 것이다.
9) 〈쑹거주는 굿〉; 고기를 상징하는 떡을 긴 무명 위에 올려놓고 양쪽에서 잡고 좌우로 흔든다. 무당은 복과 풍어를 주는 〈쑹거타령〉을 부르면서 무명 위의 떡을 흔들어 뱃꾼들이 벌린 옷자락에 떨어지게 한다.
10) 〈다릿발 용신굿〉; 육지에서 배로 올라가는 다릿발에서 잡귀들을 풀어먹이는 굿이다. 모든 무녀들이 제물을 조금씩 담은 짚꾸러미를 이고 지고 서로 올라가고 내려가면서 논다. 다릿발에서 떨어져 숨진 영혼들을 위로하는 굿이라고 한다.
11) 〈강변굿〉; 배 안의 굿을 끝내고 강변에서 잡귀들을 풀어먹인다. 짚으로 띠배를 만들어 제물과 허수아비를 싣고 띄워 보낸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반도이기에 예로부터 어업이 성행했다. 뱃사람들은 출어 때마다 목숨을 던지고 뱃일을 하기 때문에 무교(巫敎)에 의존하는 성향이 강했다. 그렇기에 어촌에서는 농촌보다 무(巫) 의례가 성했다. 판소리 《심청가》 중 심청이를 인당수에 제물로 바치는 장면도 뱃굿의 흔적이다.
서해안 배연신굿: 국가무형문화재(1985)
풍어제는 뱃굿의 형태로도 전승되지만, 해안 지역에서는 《마을굿》 또는 《별신굿》의 형태로도 전승된다.
김금화, 『김금화의 무가집』, 문음사, 1996. 이용식, 『황해도 굿의 음악인류학』, 집문당, 2005. 하효길, 『한국의 풍어제』, 대원사, 1998. 하효길ㆍ봉송화,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화산문화, 2002.
이용식(李庸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