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평산소놀음굿[黃海道平山소놀음굿]
황해도 평산 지역의 《경사굿》에서 〈칠성제석거리〉의 부속절차로 우마숭배와 풍농기원을 목적으로 연행하는 《굿놀이》
평산소놀음굿은 황해도 평산지역에서 전해 온 경사(慶事)굿에서 제석굿의 부속절차로 연행되는 《굿놀이》이다. 농경문화와 연계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소멕이놀이 방식의 놀이로로 진행한다. 평산소놀음굿은 굿의 일환으로서 우마숭배와 가내안녕, 풍농기원을 목적으로 하는 놀이이다. 《경사굿》의 절차 중 《칠성제석굿》의 부속 거리로 마부와 약대(어미 소, 송아지), 제석님, 삼신제석, 복립지석, 지인지석, 애미보살, 지장보살, 신농씨, 팔선녀 등이 함께 등장해서 재담을 주고받으면서 진행한다. 우리나라 소놀이굿 가운데 극적인 형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사례이다.
놀이의 시작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황해도 평산에서 출생한 무녀 장보배(張寶培, 1915~1991)가 고향에서 하던 〈소놀음굿〉을 1947년 월남해서 강화도에 정착한 것을 계속 이어서 연행한 것이다. 장보배는 21세 때 입무를 거쳐 신어머니 김씨에게 굿을 배웠다. 당시 배운 〈소놀음굿〉을 남하한 장보배가 그의 신의 조카인 이선비(李先妣, 1934-2019)에게 전승하였다. 이선비는 장보배의 신의 동기인 유씨 만신의 신딸이었고, 유씨 만신 사후에 장보배 만신을 신어머니처럼 모셨다. 장보배는 이선비와 함께 1958년에 인천에서 평산소놀음굿을 재현공연을 함으로써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 이후 서울놀이마당과 인천 하도진 공원 등에서 황해도 평산의 《경사굿》을 진행하면서 〈작두그네타기〉 등과 함께 여러 차례 발표회를 거치게 되었다. 굿에서 소멕이놀이 형의 놀이를 하는 것은 서울경기도와 황해도, 평안도 등지까지 두루 분포되어 있다. 평산소놀음굿은 다른 황해도의 연백과 옹진 지역의 〈소놀음굿〉과 유사하면서도 독자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황해도평산소놀음굿은 원래의 전승지인 황해도 평산지역을 떠나서 강화도에 정착한 장보배 만신에 의해서 남한에 정착하게 된 것이다. 장보배 만신이 신딸인 이선비를 만남으로써 올곧은 〈소놀음굿〉을 전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 칠성제석을 제외한 마부와 여러 인물들의 역할을 무녀와 동네사람들이 나누어서 공동으로 연행했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놀이의 맥락이 정확하게 전승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 보조적으로 이를 전승할 수 있는 인물들이 필요해졌다.
이후 문화재로 지정된 평산소놀음굿의 유지를 위해서 《굿놀이》의 극적인 상황을 이끌어갈 수 있는 인물들을 찾아서 이어가고 있다.
○ 연행 시기와 장소
황해도 평산 지역에서 《경사굿》에서 연행하던 《굿놀이》로, 《경사굿》의 전체 과정 중 칠석〈제석거리〉의 부속거리로 연행한다. 《경사굿》은 대개 음력 정월, 삼월, 시월에 많이 하는 것으로 풍농과 가내안녕 기원 또는 감사의례를 드리는 것이다. 이 가운데 시월달은 상달[上月]로 신곡(新穀)맞이로 《경사굿》으로 감사의례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형태의 《경사굿》은 집안에서 진행되며, 굿거리별로 마루와 안방ㆍ마당ㆍ마구간 등의 공간을 이동하면서 진행한다. 《경사굿》 굿은 해가 질 무렵에 시작하여 동이 트는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칠성제석굿》은 본래 전통가옥의 마루 또는 안방에서 진행하고 〈소놀음굿〉은 마당에서 진행한다.
○ 절차 및 주요 내용
황해도평산소놀음굿은 《경사굿》의 전체 굿거리의 일부 절차이다. 〈소놀음굿〉에는 마을의 주민들 중 신명 많은 이들이 참여해서 무당과 함께 재담으로 진행한다. 〈소놀음굿〉은 무당과 마부의 재담, 그 외 여러 보살과 같은 인물들의 재담으로 이어지며, 마부의 동작과 춤, 소의 동작, 팔선녀의 동작 등의 요소 등이 엮이면서 진행한다. 평산소놀음굿에는 마부와 약대(어미 소, 송아지), 제석님, 삼신제석, 복립지석, 지인지석, 애미보살, 지장보살, 신농씨, 팔선녀, 지정닫는 사람, 방아찧는 사람, 징구산 등 서른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 등장한다.
평산소놀음굿은 황해도 《경사굿》의 일환으로 연행되는 것으로 그 절차를 확인하면 다음과 같다.
① 〈안반고사〉, ② 〈신청울림〉, ③ 〈상산맞이(산천거리)〉, ④ 〈초감응초부정〉, ⑤ 〈칠성거리〉, ⑥ 〈제석거리〉+〈소놀음굿〉, ⑦ 〈작두거리〉, ⑧ 〈사냥거리〉, ⑨ 〈말명거리〉, ⑩ 〈서낭거리〉, ⑪ 〈타살거리〉, ⑫ 〈대감거리〉, ⑬ 〈조상거리〉, ⑭ 〈터주거리〉, ⑮ 〈마당굿〉의 순으로 진행한다. 〈소놀음굿〉은 여섯 번째 굿거리인 〈제석거리〉를 연행한 후에 진행한다.
평산소놀음굿은 칠성과 마부가 주된 내용을 재담을 통해서 진행하며, 그 외 등장인물들이 직능에 따르는 재담을 함께 엮어가면서 진행한다. 크게 〈천상놀이〉와 〈지상놀이〉로 나누어서 진행된다.
먼저 진행되는 〈천상놀이〉에서는 옥황상제의 명을 받들어 칠성이 지상에 강림하여 인간을 탄생시키고, 조선국을 개국시킨 내력이 진행된다. 먼저 팔선녀가 천상을 상징하는 것으로 목욕을 하고 있을 때 제석이 “단군천년 기자천년 이천년 도읍지이라”를 시작으로 세상이 생긴 이후 인간이 사는 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만수받이로 가창하면 조무들과 나졸들이 이를 받는다. 이어서 각 신격들이 어떠한 직능을 갖고 나왔는지를 말한다. 심신제석은 인간보육, 시언지석은 자손탄생, 봉립제석은 예의를 가르침, 신농씨는 오곡잡곡 심으라는 명, 마부는 골골마다 논밭 만들기, 애미보살은 씨뿌리기, 지장보살은 종자 싹 틔우고 김매기로 잘 키우라는 분부로 내려왔다고 한다.
이어지는 〈지상놀이〉는 본격적으로 인간들에게 농사법을 가르치고 농사하는 과정을 재현하는 과정이다. 마부는 신농씨에게 씨종자를 받아서 논밭에 심고 마부는 소를 끌고 다니며 밭갈이를 하고, 애미보살(愛味菩薩)은 씨를 뿌리고, 기(지)장보살은 김매기를 하며, 신농씨(神農氏)는 농사일을 감독하는 동작을 놀이로 한다.
이어서 농사를 짓던 마부가 칠성님과 약속한 때가 다 되었다며 칠성님을 찾는 재담을 장구산과 주고받으면서 칠성님을 찾는 소리를 한다. 칠성님을 찾는 여러 과정이 진행된 후 칠성님을 만나서 마부와 칠성님의 문답형식의 재담이 이어진다. 무얼 먹고 살았나, 무슨 옷을 입고 나왔나, 무슨 신발을 신고 나왔나 묻고 마부와 칠성, 애미보살, 지장보살에게 서천서역국에 가서 산전으로 모셔주마(신을 좌정)고 한다. 이이서 서천서역국에서 가지고 나온 약대에 팔도명목을 실어다가 임금님 이하 전국팔도에 명복을 나눠준다. 이를 지경닫기로 진행한다. 이어서 약대를 인간들이 쓸수 있도록 소부리기 위한 코뚜레 만들기, 청굴레ㆍ황굴레 만들기, 쟁기보습 만들기, 기르마 얹기를 하고, 소 모색을 말한다. 할 일을 다했으나 인간들이 법도를 알 수 있도록 사서삼경을 알려주기 위해 천자문풀이를 한다. 모든 일을 다 마친 칠성님과 마부는 산염불을 부르면서 서천서역국으로 들어가면서 놀이를 마친다.
○ 소 제작
소와 송아지는 각각 한 사람이 분장해서 연행한다. 소와 송아지의 머리는 종이로 만들고 몸통은 멍석으로 만든다. 원래 소의 머리와 얼굴부분은 종이로 만들어 대합껍질이나 조가비로 눈을 붙이고 짚신으로 귀를 달았다. 어미소의 몸통에 해당하는 부분은 조짚으로 만들고, 송아지는 멍석을 뒤집어쓴다. 볏짚이나 덕석으로도 만들어서 사용했는데, 최근에 사용한 것은 볏짚과 덕석의 형태이다.
○ 악곡 구성
황해도 《경사굿》은 황해도굿에 사용하는 악기들을 반주악기로 한다. 타악기 구성으로 장구, 징, 제금, 호적 외에 피리, 해금이 포함되기도 한다. 〈소놀음굿〉 연행에는 선율 악기는 참여하지 않으며, 장구(장구산 역할)ㆍ징ㆍ제금 등의 악기만 사용한다.
황해도 《경사굿》의 연행에는 다양한 장단이 사용되지만, 〈소놀음굿〉에서는 제석굿의 청배와 재담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단이 사용되지는 않는다. 〈소놀음굿〉에 사용하는 음악은 제석굿이 옥황상제님에게 받은 편지를 읽는 대목에서 청배무가에 만세받이ㆍ타령장단, 서천서역국의 신들이 삼천리 강산을 가면서 타령을 부르고 가는 장면에서 〈난봉가〉를 가창한다. 그 외 〈소놀음굿〉은 대체로 재담을 중심으로 연행되며, 재담 중간에 상황에 맞는 짧은 노래만 부른다.
○ 음악적 특징
평산소놀음굿에서 먼저 시작하는 제석굿은 옥황상제님에게서 편지가 왔다고 하면서 제석님이 타령조로 편지를 읽기 시작하면 삼불제석 외의 사람들이 만세받이를 진행한다.
황해도굿의 만세받이는 메기는 선무당이 2~3줄을 사설을 가창하면 조무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마지막 줄의 마지막 장단 부분을 반복해서 가창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장단형은 혼소박 4박으로 2+3+2+3소박 또는 3+2+3+2소박의 형식이다. 메기는 선무당은 사설을 얹어서 2장단 또는 4장단 6장단에 사설을 얹어서 연속해서 가창하면 받는 사람은 “아~에~~에헤/ 마지막 장단의 사설”을 2장단으로 가창한다.
이와 달리 재담을 진행할 때는 재담의 내용에 맞는 노래를 가창하는데, 이때 만세받이 청배 장단, 긴난봉가의 중중모리와 자진난봉가의 굿거리, 타령에 사용하는 3소박 4박형 장단, 산염불조(긴염불ㆍ자진염불) 등의 장단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난봉가와 산염불 등의 장단형이 사용되고 있으나, 삽입가요의 형식이나 대중적인 사설은 사용하지 않는다.
평산소놀음굿은 무속의 《경사굿》에서 풍농기원과 자손창성을 기원하기 위해서 소멕이놀이의 형식으로 진행하는 《굿놀이》다. 농신(農神)ㆍ산신(産神)ㆍ수신(壽神)을 겸한 칠성과 마부를 중심으로 재담이 이어지며, 〈난봉가〉, 산타령과 황해도 굿의 타령조의 노래가 이어진다. 무당과 마을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놀이가 구성되는 점에서 전통적인 《굿놀이》의 연행환경을 확인할 수 사례의 하나이다. 특히 평산소놀음굿에는 창세신화의 내용과 농경의 기원에 관한 내용이 재담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특징이 있다고 하겠다. 칠성님과 마부의 재담를 속에 소를 길들여서 부리는 요령, 쟁기와 보습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대목,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글을 가르치는 장면 등이 확인된다. 이러한 점에서 평산소놀음굿은 인간사회가 문명화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이는 양주소놀이굿 유사한 소놀이굿의 형태이면서 제의적 성격이 거의 보이지 않고 놀이적 성격만 확인되는 점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와달리 황해도 연백의 소놀이굿에서 마부와 만신의 말겨루기를 통해 소의 역할을 알려주면서 소에게 축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제의적 속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나 그 세계관적 넓이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평산 〈소놀음굿〉은 극적인 속성이 매우 강한 특징이 있다. 《굿놀이》의 연행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역할을 별도로 배치하는 다인다역극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특히 등장하는 존재들의 직능에 대해서 명확하게 전달하는 점에서 《굿놀이》의 기능적 측면을 잘 말해준다.
국가무형문화재(1988)
『한국전통연희사전』, 국립민속박물관, 2014. 『한국민속예술사전: 민속극』, 국립민속박물관, 2016. 김헌선, 『양주 소놀이굿』, 국립문화재연구소, 2001. 양종승, 『황해도평산소놀음굿』, 국립문화재연구소, 1998. 이두현, 『양주경사굿과 소놀이굿』, 열화당, 1989. 하을란, 「한국 동물가장가면희의 역사와 연희양상」,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9. 문화재청 (www.cha.go.kr) 문화재청국가문화유산포털 (www.heritage.go.kr)
김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