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풍어제(東海岸豊漁祭), 별신, 별신제, 저[祭], 풍어제(豊漁祭), 풍어굿(豊漁굿)
동해안의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에서부터 남쪽의 부산 다대포까지의 지리적 범역에서 행하는 무당의 마을굿
동해안별신굿은 동해안의 어촌 마을에서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고 마을의 평화와 안녕, 풍요와 다산, 배를 타는 선원들의 안전을 빌기 위해 집안 대대로 굿을 해온 무당들을 청하여 벌이는 대규모 굿이다. ‘풍어제’, ‘풍어굿’이라고도 하는 동해안별신굿은 지역에 따라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마다 열린다. 굿은 무당들이 담당하며, 무가·무악·춤 등 예술성이 뛰어나고 축제성이 강한 의례이다.
동해안별신굿은 2~3년 또는 4~5년을 주기로 하거나, 길게는 10년에 한 번씩 열린다. 동해안별신굿은 마을에서 어촌계로 주도권이 교체됨에 따라 ‘풍어제(豊漁祭)’로 명칭이 변화하였다. 20세기에 이르러 급속하게 진척된 근대화ㆍ도시화ㆍ산업화 과정에서 전통적 생활 형태나 민속은 상당 부분 파괴되거나 변화를 겪어왔다. 하지만 급격한 문화 변동의 와중에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적응하면서 민중의 현실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
동해안별신굿의 연행주체는 무당이다. 큰무당, 무녀, 양중 등으로 불리며 무계를 형성했다. 이들은 동해안을 따라 각지에 거주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근거지를 마련했다. 동해안 굿을 담당하는 무당 집단은 동해안을 따라 여러 지역에 골고루 분포하여 상주하고 있다. 이들은 속초ㆍ강릉ㆍ삼척ㆍ울진ㆍ영덕ㆍ포항ㆍ울산ㆍ부산 등 동해의 해안선을 따라 거주하며, 각자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나 연고를 중심으로 하여 당골판을 확대한다. 동해안별신굿의 전승판은 고성ㆍ속초ㆍ양양ㆍ강릉ㆍ동해ㆍ삼척을 포함한 강원도 88개 지역, 울진ㆍ영덕ㆍ포항ㆍ경주를 포함한 경상북도 100개 지역(울진 고포 제외, 매화ㆍ평해 장별신 제외), 울산 17개 지역, 부산 22개 지역이다. 모두 227개의 마을에서 별신굿이 행해졌거나 행해지고 있다. 별신굿의 전승 지역은 동해안을 따라 분포하는데 굿 주기와 제일, 굿거리 등은 지역에 따라 유동적이다. 별신굿을 주재할 제주(祭主) 또는 제관(祭官)은 굿을 하기 전에 미리 선정한다. 마을 또는 어촌계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제주를 선정하게 되는데, 생기를 보거나 나이순이나 굴뚝차례(집이 위치한 순서대로) 또는 마을의 임원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주를 선정할 때는 부정이 없고 깨끗한 사람을 가려 뽑는다. 죽은 부정이 없고 가정에 우환이 없는 사람을 우선시한다. 그러나 현재는 시속(時俗)에 따라 제주와 제관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제주와 제관의 경우 제일(祭日) 이외에도 마을을 위해 근신해야 하는 기간이 있고, 부정이나 흉사를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굿을 맡아 진행할 대표 무당인 당주무를 선정하고, 굿 계약에 대해 논의한다. 굿에 참석할 무당패의 인원과 지화(紙花)의 개수, 총 금액에 대해 협의하고 계약을 성사시킨다. 동해안 굿의 전승 지역인 강원도와 경상도 해안지방은 음악적 어법에 따른 지역적 분류에 의해 메나리토리권으로 분류된다. 동해안의 무가에는 메나리토리권 민요의 구성음인 미(mi), 솔(sol), 라(la), 도(do′), 레(re′)로 이루어진 온섬 메나리토리 이외에도 라(la), 도(do′), 레(re′), 미(mi′)로 이루어진 반섬 메나리토리가 번갈아서 사용된다. 전문적인 훈련에 의해 고도의 예술성을 지닌 무녀들은 곡 전체에 걸쳐 매우 정교하고 계획적인 전조(轉調)를 사용하기도 하며, 메나리토리 외에도 경토리와 육자배기토리로 이루어진 삽입무가와 민요들을 자유로이 구연한다. 동해안별신굿의 무악장단은 푸너리, 청보, 제마수, 거무장, 모름채, 시설채, 삼오장, 동살풀이, 사자풀이, 자삼장단, 중모리, 굿거리, 세마치,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유행가반주 장단 등이다. 무악장단을 연행단락 분류에 따라 나누면 크게 비손형 장단, 무가형 장단, 무무형 장단, 놀이형 장단으로 분류할 수 있다. 비손형 굿거리에 사용되는 장단에는 동살풀이와 사자풀이가 있다. 일월맞이굿, 당맞이굿 등에 쓰이는 짧은 무가와 각 굿거리의 살풀이와 축원, 사자풀이 등 비교적 간단한 무가반주에 사용된다. 무가형 굿거리에 사용되는 장단으로는 청보와 제마수, 자삼장단 등이 있다. 이들 장단은 숙련된 기술과 예술성을 요하는 장단들로 다장(多章)형식의 일정한 틀을 가지고 있다. 동해안별신굿 대부분의 굿거리가 청보장단과 제마수장단 위에 연행된다. 무무를 반주할 때는 푸너리, 삼오장, 거무장, 모름채 등의 장단이 사용된다. 이 중 푸너리, 삼오장, 거무장은 다장(多章)형식의 타악합주 장단으로, 큰무당의 굿거리에서만 사용된다. 놀이형 굿거리에 사용되는 장단에는 민속음악에서 사용하는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굿거리, 세마치, 휘모리 등이 있다. 또한 놀이형 굿거리에 사용되는 장단은 각 굿거리의 삽입무가와 놀이적 성격이 강한 잡가 및 유행가의 반주, 극의 재담 및 동작들의 반주 등에 사용되며 비교적 단순한 리듬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악기 편성은 장구ㆍ꽹과리ㆍ징ㆍ바라 등 타악기로 구성되고, 간혹 선율악기로 태평소가 추가되기도 한다. 무녀가 춤을 출 때는 구음이 곁들여지기도 한다.
○ 절차와 구성 마을에서 별신굿을 하기 전까지 재주는 목욕재계하면서 근신하고, 마을 사람들은 제당을 깨끗이 청소하고, 굿에 필요한 천막과 물품을 구비한다. 무당들은 굿을 할 전날에 도착하여 굿당에 장식할 지화ㆍ허개등ㆍ탑등ㆍ용선 등을 제작한다.
다음날 본격적으로 무당굿이 시작되는데, 부정을 가리는 부정굿, 신을 청하여 좌정시키는 청좌굿, 동신(洞神)을 모셔오는 당맞이굿, 불러온 신을 화해하고 동참시키는 화해굿, 조상을 청하여 대접하는 조상굿, 자손들의 수명장수를 기원하는 세존굿, 지신을 청하여 마을의 안녕을 비는 지신굿, 산신을 청하여 마을의 안과태평을 비는 산신굿, 성주신을 모셔서 가정의 안녕을 비는 성주굿, 눈의 건강과 풍어를 비는 심청굿, 천왕을 청하여 마을의 안녕을 비는 천왕굿, 장수(將帥)의 위엄과 힘을 빌려 마을의 액과 살을 막는 군웅장수굿, 홍역이나 전염병을 막기 위한 손님굿, 무조(巫祖)인 제면(말명)의 넋을 위로하고 마을의 안과태평을 비는 제면굿, 용왕에게 어로작업의 안전과 풍어를 비는 용왕굿, 별신굿을 통해 신이 잘 운감(殞感)하고 마을의 대소사에 대한 궁금한 사항을 묻는 대내림, 신을 즐겁게 하고 신을 떠나보내는 꽃노래ㆍ뱃노래ㆍ등노래굿, 마지막으로 잡귀잡신을 대접하여 떠나보내는 거리굿 등의 순으로 연행한다.
인간은 자연과 지리적 산물로 인해 생명을 유지한다. 인간의 삶은 자연ㆍ문화적 배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동해안 사람들의 삶 역시 해안이라는 공간적 토대를 기반으로 자신들만의 문화를 생성해냈다. 내륙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해안 어촌지역은 자연 지리적 환경의 규제를 받지만, 특히 어촌의 경우 자연조건에 구속과 지배되는 강도가 크다. 이러한 이유로 어촌에서는 생업적 조건에 의한 불확실성을 강제할 의례를 더욱 필요로 한다. 내륙 지역보다 작업의 위험도가 높은 동해안 지역에서 의례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현상은 그들의 삶과 연관되어 있다. 바다가 삶의 일부인 동해안 사람들에게는 공동체 성원의 합의에 따라 실행하는 공동체의례, 즉 동해안별신굿이 필요했다. 공동체의례는 개인의례보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문화를 한층 더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해안별신굿에는 동해안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투영되어있다. 이러한 점에서 동해안별신굿은 동해안 지역 사람의 삶과 의식세계를 반영하는 소중한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 동해안 사람들은 별신굿을 통해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공동체적 화합을 이끌어낸다. 현재에도 동해안별신굿은 지역 사람들의 삶과 유리되지 않은 채 전승되고 있는 것을 통해 동해안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별신굿 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통사회에서 굿은 지역사회의 종교·문화적 토대 위에 형성되었다. 전통사회에서 강한 전승력을 확보하고 있던 굿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대부분 소멸하거나 공연화된 형태로 잔존하였으며, 설령 전승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본디 맥락을 이탈해 있기 십상이다. 그러나 동해안별신굿은 지역민의 신앙을 기반으로 하여 여전히 강인한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전승되고 있다. 지역민은 굿을 통해 신앙ㆍ종교적으로 희구하는 한편 예술적ㆍ놀이적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
동해안별신굿: 국가무형문화유산(1985) 영덕별신굿: 경상북도 무형문화유산(1980) 일산동당제: 울산광역시 무형문화유산(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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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환(尹東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