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음력 10월 3일 군자봉 성황단에서 김부대왕을 주신으로 모시고 행하는 마을굿
시흥군자봉성황제는 시흥시 군자동과 안산시 선부동의 경계에 위치한 군자봉(198.4m)에 있는 성황단에서 매년 10월 3일에 지내는 마을굿이다. 시흥군자봉성황제는 경기도 남부 세습무가계의 동제나 경기도 북부 강신무계의 동제 전통과는 차별화되는 형태의 마을굿으로, 당주와 주민들이 함께 지낸다.
시흥군자봉성황제의 연원은 군자봉성황사에 대한 기록과 관련 설화를 통해 추측할 수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안산군」 ‘사묘조(祠廟條)’에 의하면 “성황사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군의 서쪽 21리(약 8.3㎞)에 있고 하나는 군의 서쪽 32리(약 12.6㎞)에 있다.(城隍祠 有二祠 一在郡西二十一里 一在郡西三十二里)”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에서 서쪽 21리에 있는 성황사는 군자봉성황사이고, 서쪽 32리에 있는 성황사는 안산시 성곡동에 있는 잿머리성황사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편찬 시기가 1530년이므로, 군자봉성황사는 안산의 잿머리성황사와 함께 조선 중종조 이전에 성황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시흥군지(始興郡誌)』에 성황당과 관련된 설화가 있다. ‘신라 제56대 경순왕을 모셨다’는 전설과 ‘경순왕의 부인 순흥 안씨가 난을 피하여 군자봉 아래에서 살다가 왕의 승하 소식을 들었으나, 난중이라 갈 수가 없었다. 군자봉 정상에 초막을 짓고 3년 동안 남편의 명복을 빌었더니, 경순왕이 꿈에 나타나 부인의 정성을 치하하고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여, 안씨의 반신불수인 몸종의 병이 나았다. 그 뒤 마을 사람들이 군자봉 정상에 성황당을 짓고 경순왕의 위패를 모셨다’는 내용이다. 이 설화에 의하면 군자봉성황당의 건립은 고려초까지 소급할 수 있으나, 역사적인 사실로 인정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군자봉성황제는 매년 음력 10월 3일에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군자봉성황제는 1년에 한 차례 지내는 의례가 아니라, 3월 삼짇맞이, 4월 초파일맞이, 6월 유두맞이, 7월 칠성맞이 등 1년 내내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크고 작은 의례들이 행해졌다고 한다. 특히 군자봉성황이 유가를 돌다가 올라가는 해에는, 섣달에서 정월 보름 또는 삼월 삼짇날까지 유가(遊街)를 크게 다녔다고 한다. 이때 시흥뿐 아니라 안양, 과천, 서울 영등포와 수원시, 평택시까지 유가를 도는데, 유가 행렬은 당주 일행이 서낭대를 앞세우고 풍물패를 대동하여 이루어졌다. 김부대왕을 주신으로 모시는 수원 벌말 도당의 경우, 군자봉성황제 유가를 돌다가 이곳에서 쉬어 갔던 것에서 비롯되어 도당이 형성된 까닭에 ‘구준물(군자봉)의 작은 서낭’으로 불리고 있다.
10월 3일에 치러지는 군자봉성황제는 한 해의 수확물을 신과 조상에 바치는 의미로 치러지는 큰 굿 형태의 종합적인 의례라고 할 수 있다. 10월의 성황제는 군자봉 정상에서 펼쳐지는 산제와 당주의 당집에서 진행되는 당집 의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흥군자봉성황제는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敬順王, 김부대왕이라고도 함)과 안씨부인, 그리고 안씨부인의 어머니인 홍씨마님을 성황신으로 모신다. 군자봉 정상에 신목이 있고, 당주의 신당에 경순왕과 안씨부인, 홍씨부인의 무신도(巫神圖)가 있다.
군자봉성황제의 당주무는 4대째 구지정마을의 모계 중심의 계보로 이어지고 있다. 일제강점기 이 지역의 당주무였던 곽명월과 며느리 김부전, 그리고 박수복과 김부전의 딸 김순덕, 김순덕의 딸 고현희로 이어지는 4대 세습 무녀의 전승 계보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군자봉성황제는 2002년 시흥시 향토문화유적으로 지정되었고, 2015년에는 경기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 연행 시기와 장소
예전에 군자봉성황제는 정월 초, 3월 삼짇맞이, 4월 초파일맞이, 6월 유두맞이, 7월 칠성맞이 등 일년에 몇 차례씩 크고 작은 의례가 행해졌었다. 근래에는 매년 음력 10월 3일 성황제만 치르고 있으며, 2006년부터는 이 성황제에서 유가행렬을 함께 행하고 있다.
군자봉성황사는 최근에 설치된 성황단에서 약간 북쪽으로 떨어진 평평한 곳에 있었다고 한다. 성황사는 1970년대를 전후하여 붕괴와 화재로 소실되어, 김부대왕ㆍ안씨부인ㆍ홍씨마마의 화분을 하당인 신당으로 옮겼다. 옛 성황당 터인 군자성황사지는 2002년 시흥시 향토유적 제14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성황제는 산제와 당집 의례로 이루어진다. 산제는 군자봉 꼭대기에 위치한 신목 앞에 성황단을 차려놓고 지내며, 당제는 산제를 마친 후 고현희 당주의 신당으로 내려와서 지낸다.
시흥군자봉성황제는 산제와 당제로 나누어 진행된다. 군자봉 정상에서 진행되는 산제는 우선 마을 주민들이 성황인 김부대왕을 모신 8m 정도의 서낭대를 들고 산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성황단에 도착하면 서낭대를 신목 앞에 걸쳐놓고, 마을 풍물패가 대왕님을 모신다. 이후 당주를 중심으로 하여 무속의례가 진행된다. 2000년에는 〈부정풀이(부정거리)〉, 〈산신맞이〉, 〈불사거리〉, 〈장군신장거리(장군거리)〉, 〈별상거리〉, 〈상대감거리(대감거리)〉, 〈대신거리〉, 〈뒷전〉 순으로 진행되었다. 2018년 전후해서는 〈신청울림〉, 〈부정거리〉, 〈도당불사〉, 〈산신맞이〉, 〈산신장〉, 〈산대감〉, 〈별상거리〉, 〈산창부서낭〉, 〈뒷전〉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산제가 끝나면, 당주의 당집으로 내려와 당집 의례를 지낸다. 당집에는 김부대왕, 안씨부인, 홍씨마님을 성황신으로 모셔 놓고 있다. 2003년 당집의례는 서낭맞이, 부정(부정거리), 산신맞이, 장군신장거리, 성주대감맞이, 불사거리, 꽃반올리기(손님굿), 승전님거리(승전맞이, 성제님거리), 장군거리(최영장군거리), 대감거리(신장대감, 터대감), 조상거리, 성주굿(성주거리), 창부거리, 뒷전 순으로 진행되었다. 2015년에는 서낭대를 앞세워 하산한 뒤에 도당마님거리, 부정청배와 가망청배, 전안 진적, 대신말명거리를 놀았고, 꽃반올리기와 제석거리, 전안 거양과 군웅조상거리, 성주거리와 창부거리를 놀았으며 뒷전으로 마쳤다. 2018년 전후해서 당집 의례는 서낭맞이, 부정거리, 당맞이, 꽃반올리기, 당제석거리, 장군거리, 별상거리, 대감거리, 대신거리, 조상거리, 성주거리, 창부거리, 뒷전으로 진행되었다.
서낭대를 앞세워 동네 곳곳을 다니며 평안을 비는 유가행렬(遊街行列)은 한국전쟁 이후 중단되었으나, 군자봉성황제 연구보존회와 시흥시ㆍ시흥문화원의 노력으로 복원되었다. 2005년 9월 시흥시에서 해마다 개최되었던 오이도 조가비축제에서 유가행렬이 시범적으로 재연되었고, 2006년 본격적으로 유가행렬을 다시 이어가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는 매년 산제를 치르기 전에 빠짐없이 유가행렬을 치러오고 있다. 유가행렬은 마을 풍물패와 함께 진행되며, 많은 주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2009년 처음 구준물(九之井) 마을 위주로 돌았던 유가행렬은 해를 거듭할수록 시흥시 중부의 능곡동, 장곡동 등 다른 마을로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유가행렬에서 마을 풍물패가 연주하는 장단은 굿거리ㆍ자진모리ㆍ길굿ㆍ당악이며, 군자봉성황제연구보존회 회원들은 매주 풍물악기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시흥군자봉성황제는 《안산잿머리성황제》, 《안산 우음도 당제》와 더불어 김부대왕과 그의 부인과 장모를 모시는 경기 서남부 일대의 민간신앙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바닷가에 인근한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김부대왕과 그의 부인, 장모를 섬기는 신앙과 의례의 측면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시흥군자봉성황제는 마을 농악대와 무녀가 함께 하는 공동 제의라고 하는 점에서도 《안산잿머리성황제》와 주요한 공통점이 있다. 시흥군자봉성황제의 유가행렬이 전성기만큼의 규모와 기간은 아니더라도, 시흥시 관내에서 유가행렬을 복원하여 군자봉성황제와 함께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을굿인 성황제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흥군자봉성황제: 경기도 무형문화유산(2015)
국립문화재연구소, 『巫, 굿과 음식 2』, 국립문화재연구소, 2005. 군자동지편찬위원회, 『시흥시 군자동지: 군자동의 전통과 미래』, 시흥시 군자동, 2016. 김헌선, 『(경기도) 성황제』,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ㆍ민속원, 2015. 서영대 외, 『시흥군자봉성황제』, 시흥문화원, 2005. 시흥군지편찬위원회 편, 『시흥군지』, 시흥군, 1988. 디지털시흥문화대전(http://siheung.grandculture.net/) 시흥문화원 홈페이지(http://shcc.or.kr/)
시지은(施知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