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경(坐經), 설위설경(設位說經), 설경(說經), 앉은굿 독경(讀經)
판수나 법사(法師)라고 불리는 독경자(讀經者)가 경무(經巫, 앉은굿) 연행(演行) 시(時) 불교와 도교 등에서 유래된 경문(經文)에 장단과 선율을 얹어서 송경(誦經)하는 행위
경무(經巫)는 앉아서 굿을 진행한다고 해서 앉은굿이라고 부르며, 법사(法師)는 굿의 진행절차에 따라 각 의식의 의미에 해당하는 독경(讀經)을 한다. 앉은굿 절차는 청신(請神)-축원(祝願)-안정(安靖)-송신(送神)의 네 틀 기본구조로 되어있다. 법사는 각 처(處)의 의미에 맞는 경문(經文)을 다양한 장단과 청(淸)으로 구송(口誦)하여 잡귀잡신(雜鬼雜神)을 쫒아내고 높은 신(神)을 좌정(坐定)시키는데 이 때 그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앉은굿 독경(讀經)이다. 독경은 각 지역마다 장단형이나 선율구조를 달리하여 서로 다른 음악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
고려시대 점복(占卜)ㆍ주술(呪術) 등으로 남무(男巫)의 역할을 한 맹격(盲覡) 혹은 맹승(盲僧)으로부터 시작하여 조선시대 맹선사(盲禪師), 한말(韓末)ㆍ일제 초기 판수들의 독경(讀經) 기능 전통의 유습(流習)이나 잔존이다.
○ 역사 변천 과정 고려시대 맹인(盲人) 독경자(讀經者)들인 남무(男巫)들로부터 조선시대와 한말(韓末)을 거쳐 일제(日帝)시기 판수들이 독경(讀經)을 하여 단골들의 소원을 해결해주기 위해 진행하는 경무(經巫)에서 독경이 공공연히 사용되어 왔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안택굿과 미친굿으로 대별(大別)되며 그 외에 재수굿, 우환굿, 병굿, 진오귀굿, 신내림굿, 용왕제, 산신제 등이 있다. 이 중 안택굿과 대부분의 재수굿은 동지ㆍ섣달 그리고 정월 혹은 초봄에 행해지며, 나머지 굿들은 정해진 연행 시기가 없이 필요시 수시로 벌인다. 안택굿은 굿 청원자의 집 부엌(조왕)에서 시작하여 장독대(장광)에 이어서 안방과 마루 혹은 대문 앞 마당에서 연행되며, 나머지 굿들은 기본적으로 이 틀로 이루어지지만 굿의 목적에 따라 우물이나 바다 혹은 산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요즈음은 독경 시 발생하는 북과 꽹과리 그리고 독경 구송(口誦) 소리 때문에 바다나 산에서 행해지는 용왕제나 산신제를 제외하고는 가정집이 아닌 산 속에 위치하고 있는 굿당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 용도 안택굿은 음력정월(陰曆正月)이나 시월상(十月上)달에 집안의 무사태평(無事泰平)과 대주(大主)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행해지며, 미친굿은 집안에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붙어있는 나쁜 신을 축출(逐出)하기 위한 용도이다. 재수굿은 집안에 좋은 운을 받아 재수를 좋게하기위한 굿이며, 우환(憂患)굿과 병굿은 극락왕생(極樂往生)을 청하는 굿이며, 신내림굿은 신병(神病)을 앓거나 무속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신(神)에게 청(請)하고 신고하는 용도의 굿이다. 용왕(龍王)제는 어부(漁父)들이 바다로 나가기 전에 용왕께 제(祭)를 올려 성공적인 어획양과 무사귀환(無事歸還)을 바라는 용도의 굿이며, 산신(山神)제는 산의 신들에게 제를 올려 바라는 바를 이루고자하는 목적의 굿이다. 각 굿의 용도에 따라 정해진 독경이 구송(口誦)된다.
○ 음악적 특징 앉은굿의 음악문화적 권역은 크게 대권역과 소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대권역은 경토리 앉은굿 음악문화권ㆍ메나리토리 앉은굿 음악문화권ㆍ육자백이토리 앉은굿 음악문화권이며, 소권역은 북부경토리권ㆍ남부경토리권ㆍ 육자백이에 가까운 남부경토리권ㆍ메나리토리권ㆍ북부경토리에 가까운 메나리토리권ㆍ육자백이토리에 가까운 메나리토리권ㆍ육자백이토리권ㆍ메나리토리에 가까운 육자백이토리 앉은굿 음악 문화권으로 구별된다. 독경의 리듬형은 지역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 장단형은 법사들이 ‘생기복덕고장(生氣福德鼓杖)’이라고 부르는 ‘3소박4박’ 혹은 ‘2소박4박’ 형이 주를 이룬다. 독경의 반주 악기로는 대부분 지역에서 법사 자신이 독경을 하며 왼손으로는 북이나 장구를, 오른손으로는 꽹과리 혹은 반징을 사용한다. 독경의 빠르기는 각 경문의 내용에 따라 다르며, 간혹 해당 지역 언어의 빠르기와도 상관성을 보인다. 독경에 사용되는 음역은 주로 중간음역과 저음역의 두 옥타브에 걸쳐 사용되고, 특별한 경우 법사에 따라 세음역으로 구송되기도 한다. 독경의 가사붙임새는 대부분 지역에서 ‘일자일음(一字一音)’형이 가장 많이 나타나며, 그 외에 ‘일자수음(一字數音)’ 일자다음(一字多音)’ ‘신코페이션(syncopation)’ 형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 절차 앉은굿은 신(神)을 청(請)하는 청신(請神)으로부터 시작하여 신에게 소원을 비는 축원(祝願)과 높은 신을 안정(安靖)시키는 안정의 절차와 마지막에 신을 보내는 퇴신(退神)의 연행(連行) 절차로 구성된다. ○ 구성 각 절차 시 구송되는 독경은 지역마다 그리고 굿의 종류에 따라서 넣고 빼는 경문이 있지만, 중심이 되는 경문(經文)과 순서는 대체로 유사하다. 첫 번째 장소인 부엌에서는 부정경, 태을보신경, 가택축원경, 조왕경, 명당경이 구송되고, 장광에서는 태을보신경(太乙保身經), 당산경(堂山經), 지신경(地神經), 칠성경(七星經), 축원경(祝願經), 명당경(明堂經)이, 그리고 안방에서는 태을보신경, 성주경(城主經), 조상경(祖上經), 제석경(帝釋經), 삼신경(三神經), 축원경, 명당경이 마지막 마당이나 대문 앞에서는 퇴송경(退送經)의 순서로 구송된다. ○ 대표 경문(經文)의 사설 대표 경문의 사설은 지역마다 그리고 법사(法師)들마다 조금씩 다르게 부르지만 각 처(處)에 청원하는 의미는 동일하다. 부정경(不淨經) 사설은 “천상부정 지하부정 원가부정 근가부정 소문부정 정계부정 우마부정 금석부정 투석부정 인물부정 오방부정 사해부정 청개부정 짐정부정 조정부정(생략)”, 조왕경(竈王經) 사설은 “저성조왕 팔만사천 제대조왕 대신이 어이선물도 이래조왕신 의금신왕조왕신 의령지나 조왕신 금강독조 조왕신(생략)”, 당산경 사설은 “대법천왕 당산신 제석천왕 당산신 삼십삼천 당산신 이십팔수 당산신 오악지신 당산신(생략)”, 성주경(城主經)사설은 “삼년성조 이년성조 성조대신 태세진구 성조대신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생략)”, 조상경 사설은 “선조조상 후조조상 생가조상 양가조상 원족조상 서족조상 고조조상 증조조상 삼대조상 이대조상 당대부모 조상님네(생략), 퇴송경(退送經) 사설은 ”상탕에 간귀야 너도 먹고가라 중탕에 간귀야 너도 먹고 가라 하탕에 간귀야 너도 먹고 가라 사내남자 남자귀 너도 먹고 가라 계집년자 여자귀 너도 먹고 가라 칠팝십년 노망귀 너도 먹고가라(생략)“이다.
○ 역사적 의미 한국 무(巫)의 양대 주류는 굿무(巫)와 경무(經巫) 즉 앉은굿이다. 이 중 앉은굿은 그 역사를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일제 강점기 초기에 판수라는 남무(男巫)의 독경 구송 형태로 이어져 왔다. 판수가 경문을 구송하며 굿을 하는 형태가 전국적으로 각 지역의 음악적 토리(idiom, 음악적 사투리)에 따라 현재 독경법사(讀經法師) 줄여서 법사라고 불리는 남무들에 의해 독경이 앉은굿에서 구송되고 있다. 이를 통해 앉은굿 독경은 한반도 남무의 존재 양상과 굿 절차에 따른 경문의 내용 연구에 역사적 의의를 둔다. ○ 평가 앉은굿 법사들에 의해 연행(演行)되는 경무와 함께 구송되는 독경에 대해서 한국민속학계에서는 근대시기까지만 해도 별 관심을 두지 않다가 일제강점기 몇 사람의 민속학자에 의해 시선을 끌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오랜 연구사의 공백을 지나 1970년대에 들어서서야 앉은굿 관련 학문적 연구물이 발표되기 시작하였지만 그 때까지도 그리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야 이나마도 극히 일부이지만 연구자들이 앉은굿과 그 내용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에 들어서 역사학계, 고고학계, 민속학계, 그리고 음악학계에서 다소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로써 앉은굿 독경은 천년(千年) 이상의 연행 역사를 두고 있는 우리 민족의 소중한 토속민간신앙(土俗民間信仰)의 형태 중 하나로 평가된다.
박혜정, 『양반고을 양반굿, 충남의 앉은굿 음악』, 민속원, 2014. 박혜정ㆍ박종일 공저, 『대전 앉은굿 송선자』, 대전광역시, 2009. 충청북도문화유산보존회, 『충청도 앉은굿』, 청주시, 2012.
박혜정(朴惠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