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굿, 천신굿, 도신굿, 철물이굿
가정이 평안하며 부자가 되기를 기원하고, 자손이 복을 받고 가족 모두가 병 없이 오래 살기를 바라는 등 집안에 재수가 가득하기를 빌기 위해 행하는 무속 제의
재수가 형통하기를 빌기 위하여 행하는 모든 굿을 일러 재수굿이라 하고 지역에 따라서는 도신굿, 천신굿이라고도 한다. 재수굿은 두 가지 개념으로 사용한다. 하나는 재가집의 재수를 비는 모든 지역의 굿을 가리키는 용어로 한국 무당굿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다른 하나는 서울굿의 하나인 재수굿을 지칭하는 것으로, 현재는 재수굿이라고 하면 서울의 재수굿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목적이 명확하지 않고 단순하게 ‘좋으라고’ 하는 굿은 모두 재수굿에 포함된다. 따라서 굿판에서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 재수굿의 범주는 정확하게 정리하기 어렵다. 현재 재수굿 중에서 가장 많은 연행 빈도수를 보이는 것은 서울굿의 재수굿과 황해도굿의 철물이굿이다. 서울 지역의 재수굿 중 상차림을 화려하게 하고 불사신령을 모시는 천궁맞이상을 별도로 차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일러 천신굿, 천궁맞이굿이라고 부른다. 이 역시 재수굿의 한 종류이다.
재수굿의 유래는 알기 어렵다. 무속 제의의 목적이 개인의 소망을 이루는 것에서 출발했음을 감안할 때 재수굿이 한국 무당굿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복, 저주, 재복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굿은 모두 재수굿의 범주에 포함되므로 현재 굿판에서 연행되는 무당굿의 절반 이상이 재수굿이다.
재수굿은 집안에 재수가 형통하기를 빌기 위해 행해지는 무속제의로, 한국 무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굿이다. 재수굿을 기본으로, 해당 굿의 특징적인 내용을 첨가함으로써 여러 형태의 다양한 굿거리가 파생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수굿을 천신굿이라고도 하는데, 재수굿이 서민들이 주로 하던 굿의 명칭이라면 천신굿은 상류층이나 부유층이 격식을 제대로 갖춰 놀던 굿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천신굿은 재수굿과 기본 굿거리는 동일하지만 부속 굿거리는 상당히 풍성하게 연행하며 상차림이나 복색이 매우 화려하다. 재수굿은 산 사람의 안녕과 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죽은 이의 영혼천도를 목적으로 하는 진오기굿과 함께 한국 무당굿의 대표적인 두 사례이다. 재수굿의 명칭도 지역에 따라 다양하여 천신굿ㆍ경사굿ㆍ도신굿ㆍ성주굿ㆍ안택굿ㆍ철물이굿(철맞이굿)이라 부른다. 재가집에서 특별한 소망이 없어도 건강하고 평안한 삶을 위해 청하는 재수굿은 1년 또는 2년에 한 번 거행된다.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재수굿은 서울굿에 포함되는 재수굿과 황해도굿에 포함되는 철물이굿이 있다. 황해도 철물이굿에서는 다양한 굿놀이를 연행하여 굿판을 잔치와 놀이판으로 만든다. 황해도 지역에서는 재수굿을 화려하게 꾸며 3-4일 연행하는 만수대탁굿, 만구대탁굿이 현재 전승되는데 이 역시 재수굿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재수굿은 정기적으로 해마다 또는 2~3년에 한 번 치른다. 다만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특별히 재수를 빌어야 할 일이 발생하면 수시로 굿을 하기도 한다. 시기적으로는 대개 정초 또는 봄ㆍ가을에 치르며 가족의 생기복덕을 보고 결정한다. 굿 날짜는 재가집의 생기복덕을 가려 택일한다. 과거에는 택일을 전문으로 하는 판수에게 맡겼다고 하지만 요즘에는 무당이 직접 날짜를 잡는다. 굿은 보통 3~4명의 무당과 3~4명의 악사가 참여한다. 굿을 할 구성원이 정해지면 2~3일 전에 굿값을 받아 전물(奠物)의 재료를 구입하고 굿할 장소를 정한다. 전물은 신령이 드시는 성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무당이 직접 준비해야 한다. 떡을 찌고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는 등 2~3일에 걸쳐 무당집에서 전물을 준비한다. 최근에는 모든 전물을 만물상이나 떡집 등에 맞추면서 편리해졌지만 정성을 과거만큼 쏟지는 않는다. 모든 굿 준비가 끝나면 당일 아침 일찍 당주무당은 전물과 신복(神服)·신구(神具) 등을 가지고 무당 및 악사들과 함께 굿하는 곳으로 향한다. 재수굿은 아침에 시작하면 그날 밤을 새고 이튿날 아침까지 놀았고, 저녁에 시작하면 그 다음날 저녁에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시간이 단축되어 5~6시간이면 모든 굿이 끝난다. 과거에는 재가집에서 굿을 연행하여 마을 사람 모두가 참여하는 잔치마당이었지만, 최근에는 영업용 굿당에서 연행하여 재가집만 참여하는 단촐한 굿으로 바뀌었다. 과거의 재수굿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에서 친족과 이웃을 초청하여 잔치처럼 치르는 축원을 위한 경사굿으로 신과 인간을 고루 대접함으로써 집안의 안녕과 길복을 계속 유지하고자 함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최근에는 굿을 의뢰한 재가집의 직계 가족만이 참여하여 철저하게 복을 기원하는 개인적인 굿으로 변모하였다. 재수굿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서울 지역의 재수굿 구성과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주당물림 2. 부정거리 : 부정청배, 가망청배, 본향노랫가락, 진적, 상산노랫가락 3. 천궁맞이 : 불사, 칠성, 제석, 부인, 호구, 신장, 대감, 창부, 말명, 천궁수비 등의 부속거리 포함. 4. 도당거리 : 산신, 부군, 도당, 신장, 대감, 창부, 호구, 걸립 등 부속거리 포함. 5. 조상거리 : 가망, 본향, 말명,대신, 조상 6. 대안주거리 : 상산, 별상, 신장, 대감거리 7. 제석거리 8. 성주거리 9. 창부거리 10. 계면거리 11. 뒷전
황해도굿에서는 재수굿을 일러 철물이굿이라고 한다. 철물이굿의 굿거리는 굿을 주재하는 무당에 따라, 또 무당의 계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황해도굿의 일반적인 재차에 따라 진행한다. 황해도굿은 무당의 말에 따르면 “옹진굿과 연백굿, 해주굿이 달랐다.”라고 할 정도로 지역적인 편차가 있어 정형화된 굿거리 순서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현재 가장 널리 행해지는 황해도 철물이굿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주당물림
2. 상산맞이
3. 초부정 초감흥거리
4. 칠성제석거리
5. 영정물림
6. 성주거리
7. 소대감거리
8. 군웅거리
9. 타살거리
10. 조상거리
11. 마당거리
성주거리와 소대감거리는 생략하기 일쑤이다. 여기에 재가집이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작두를 타는 장군거리를 추가하여 연행하기도 한다. 군웅거리에서는 아직도 짐승을 제물로 올리고 짐승의 내장이나 피를 신령이 운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몇몇 영업용 굿당에서는 황해도 철물이굿을 받아주지 않아 황해도굿을 연행할 수 있는 영업용 굿당이 한정되어 있다. 재수굿은 재가집의 소망을 이루는 것이 목적이므로 굿거리를 상황에 따라 가감하면서 진행한다.
서울 재수굿에서는 장구가 기본 악기이지만 피리, 해금, 대금 악사를 불러 굿판을 흥성하게 한다. 악사를 부르는 것은 경제적 부담이 있어야 하므로 굿 비용에 따라 부르는 악사 숫자가 달랐다. 최근에는 악사를 전혀 부르지 않고 장구와 제금으로만 반주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황해도 철물이굿에서는 장구와 징이 기본 악기이다. 악사를 부르기도 하지만 이때는 호적을 주로 불러 굿판의 신명을 끌어올린다. 황해도 철물이굿에서는 선율악기를 보기가 쉽지 않다. 서울 재수굿과 황해도 철물이굿 모두 굿 음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화되고 공수 중심의 굿판으로 변모하면서 과거보다 장단의 숫자가 줄었다. 음악과 춤보다는 재가집의 요구에 부응하는 공수가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는 굿판의 흐름에 따라 점차 장단의 숫자가 줄고 춤사위도 간결해질 것으로 보인다.
재수굿은 재가집이 조상을 위하고 여러 신들을 대접하는 무속 제의이다. 오랜 세월 동안 나름의 일관성을 유지해 온 하나의 종교로서, 무속신앙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재수굿이다. 이 재수굿을 통해 재가집은 미래에 대한 심리적 불안함을 해소하며, 삶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했다. 삶을 긍정적 방향을 이끌어 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양주소놀이굿(양주 경사굿의 일부) 국가무형문화재 황해도평산소놀음굿(평산 철물이굿의 일부) 황해도 무형문화재 만구대탁굿
홍태한, 『한국의 무가1』, 민속원, 2001. 홍태한 외, 『한국의 굿』, 민속원, 2003. 이용범, 「한국무속의 신관에 대한 연구-서울지역 재수굿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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