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굿, 신(神)내림굿, 신명(神明)굿, 명두굿, 강신(降神)굿, 강신제(降神祭)
무당이 될 사람이 몸에 내린 신을 받기 위해 행하는 굿
무당이 될 사람이 몸에 신이 내리는 신병(神病) 또는 무당이 되는 징조인 무병(巫病)을 앓게 되면 신을 받아서 무당이 되기 위해 행하는 굿이다.
내림굿의 유래에 관해서는 알 수 없다. 무교(巫敎)는 불교, 도교, 유교 등의 종교가 중국을 통해 들어오기 이전인 청동기시대에 동북아시아의 샤머니즘(Shamanism)이 들어온 것으로 그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동북아시아 샤머니즘에서는 무당이 신병을 앓고 내림굿을 받아 무당이 되는 현상이 보편적이므로 우리나라 내림굿도 매우 오래 되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고대사회는 제정일치(祭政一致)의 지도체제였고, 이사금(尼師今), 차차웅(次次雄) 등 초기 신라의 왕을 일컫는 용어가 무교와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에서도 무당의 성무의례(成巫儀禮)인 내림굿도 오래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 기능
내림굿은 한강 이북의 강신(降神)무당 권역에 분포한다. 한강 이남의 세습(世襲)무당 권역에서는 법사, 보살, 명두 등의 강신무당이 행한다.
무당이 될 사람에게 신이 내리면 불가사의한 질병인 신병을 앓게 되는데, 이는 향후 그 사람이 무당이 될 징조이다. 내림굿은 신병을 치료하는 치유의례(治癒儀禮)인 동시에 장차 무당이 될 성무의례(成巫儀禮)라는 두 가지 기능을 갖는다. 사람이 신병을 앓게 되면 무당에게 점을 치고 신이 내렸다는 점괘를 받으면 날을 잡아서 내림굿을 한다. 굿을 하는 사람은 굿을 하기 사흘 전부터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7집이나 21집에서 무당의 조상신인 대신상에 바칠 떡살을 동냥한다. 내림굿을 하기 전날에는 굿을 연행할 집 대문에 황토 세 무더기를 놓고 문 위에 금(禁)줄을 쳐서 부정한 것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 의미 내림굿은 입무자(入巫者)에게 있을지 모를 잡귀 등을 벗겨주는 《허주굿(허튼굿)》을 한 다음에 행한다. 본래 내림굿과 《허주굿》은 별개의 굿이었으나 요즘에는 《허주굿》의 과정이 내림굿에 포함되어 행해진다. 내림굿이 끝나면 입무자는 별호(別號)를 얻고 예비무당이 된다. 내림굿을 하면 굿을 주재한 무당과 새로 무당이 된 입무자는 신부모(神父母)와 신자식(神子息)의 관계를 갖는다. 신자식은 신부모가 굿을 할 때마다 따라다니며 의식, 무가(巫歌), 춤, 굿상 차리는 법, 음식 만드는 법 등 굿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지식을 익혀 무당으로 성장하게 된다.
○ 음악적 특징
내림굿의 음악은 황해도굿과 서울굿이 약간 다르다.
1) 황해도굿
황해도 내림굿에서 가장 중요한 무가는 신을 청하는 청배무가인 〈만세바지〉류 무가이다. 〈만세바지〉는 혼소박 4박(10/8박자) 장단에 부르는데, 이를 만세바지장단, 산유장단, 모뇨리장단이라고도 한다. 〈긴만세바지〉는 약간 느린 3소박 4박 장단에 부른다. 〈자진만세바지〉는 빠른 2소박 4박 장단에 부른다. 〈자진만세바지〉는 신을 보내는 송신무가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때는 〈날만세바지〉라고 한다. 즉, 〈자진만세바지〉와 〈날만세바지〉는 같은 노래이지만, 기능을 달리 하면 다른 노래로 인식되는 동곡이명(同曲異名)의 음악이다.
입무자가 행하는 대부분의 동작은 신이 입무자에 내리는 현상이기에 장구, 징, 제금을 마구 치면서 신들림을 음악적으로 돕는다. 굿의 중간에 무당이 부르는 무가들은 여느 황해도굿에서 부르는 노래들로서, 〈천수타령〉ㆍ〈명복타령〉ㆍ〈명타령〉 등의 무가를 부른다. 이들 노래들은 대부분 3소박 4박 장단에 부른다.
2) 서울굿 서울 내림굿에서 가장 중요한 무가는 신을 청하는 청배무가인 〈청배〉와 〈만수바지〉이다. 〈청배〉는 혼소박 4박(10/8박자)의 엇모리형 장단에 부르지만, 장단이 불규칙하게 붙는 경우가 많다. 〈청배〉는 가망거리에서 부르는 〈가망청배〉나 부정거리에서 부르는 〈부정청배〉 등의 무가가 있다. 〈만수바지〉는 예전에는 〈청배〉와 마찬가지로 혼소박 4박(10/8박자) 장단에 불렀지만, 요즘에는 보통 빠르기의 3소박 4박 장단으로 앞소리와 뒷소리를 반 장단씩 메기고 받는 형식으로 부른다. 서울굿에서는 신을 즐겁게 놀리기 위한 오신무가(娛神巫歌)로 〈노랫가락〉과 〈타령〉을 부른다. 〈노랫가락〉과 〈창부타령〉은 민간에도 퍼지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민요가 되었다. 3소박 4박 장단에 부르는 〈타령〉은 같은 선율을 노래하는 것이지만 거리에 따라 노래하는 신의 성격이 달라지면서 제석거리에서 부르는 〈중타령〉이나 대감거리에서 부르는 〈대감타령〉, 그리고 창부거리에서 부르는 〈창부타령〉 등이 있다. 결국 하나의 선율을 여러 맥락에서 부르면서 다른 제목을 갖게 되는 동곡이명(同曲異名)의 음악이다. 〈노랫가락〉은 5박과 8박 장단이 섞인 장단에 얹혀 부르는데, 이는 5박과 8박 장단이 섞인 시조(時調)와 음악적 유사성을 갖는 것이다. 무당의 춤을 반주하는 음악은 《대풍류》이다. 《대풍류》는 굿판뿐만 아니라 탈판과 춤판 등 각종 민속음악을 반주하는 음악이다. 서울 굿에서는 〈취타〉ㆍ〈길군악〉ㆍ〈길타령〉ㆍ〈삼현도드리〉ㆍ〈염불도드리〉ㆍ〈타령〉ㆍ〈허튼타령〉ㆍ〈당악〉 등의 음악이 있다.
○ 악기 편성 1) 황해도 내림굿 반주악기는 주로 장구, 징, 제금으로 편성된다. 장구와 징은 보통 ‘상장구할머니’와 ‘징할머니’라고 부르는 여성 악사가 연주하고, 제금은 보조무당이 연주한다. 규모가 큰 굿에서는 피리와 호적(태평소)이 편성되기도 하는데, 무당의 노래는 피리, 춤은 호적으로 반주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대금과 해금을 더한 삼현육각(三絃六角)이 반주할 때도 있지만, 최근에 삼현육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2) 서울 내림굿 반주악기는 삼현육각(三絃六角) 편성인데, 이는 목피리ㆍ곁피리ㆍ젓대(대금)ㆍ해금ㆍ장구ㆍ북의 여섯 악기로 편성된 것이다. 삼현육각 편성은 조선 후기 이후 궁중이나 민간의 각종 의식과 무용 등에 흔히 쓰이는 악기편성이다. 서울 굿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를 전악(典樂)이라고도 하는데, 이 명칭은 조선시대 궁중악사를 일컫는 것이다.
내림굿의 절차와 구성은 황해도굿과 서울굿이 약간 다르다.
○ 황해도굿
황해도 지역은 내림굿을 《허주굿(허튼굿)》, 내림굿(솟을굿), 《불림굿》으로 구분한다. 《허주굿》은 입무자의 몸에 든 허튼 귀신과 잡신을 벗기는 굿이다. 내림굿은 올바른 신을 내리게 해 무당으로 솟게 하는 굿이다. 《불림굿》은 무당이 잘 “불려서” 큰 무당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하는 굿이다. 예전에는 《허주굿》이 끝나고 내림굿을 하기 전에 며칠 동안 입무자가 마을의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놋밥그릇ㆍ놋수저ㆍ놋엽전ㆍ제기(製器) 등을 얻으러 다녔다. 이를 ‘쇠[鐵]를 걸립한다’라 하여 쇠걸립이라고 한다. 쇠걸립을 통해 얻은 쇠붙이로 훗날 무업(巫業)에서 사용할 방울ㆍ명두(청동으로 만든 거울)ㆍ경쇠(작은 종)ㆍ꽹과리 등의 무구(巫具)들을 장만한다.
내림굿의 순서는 산에 가서 산신(山神)을 맞아 온 후 굿당으로 와서 《허주굿(허튼굿)》과 내림굿을 하고 일반적인 《재수굿》의 모든 절차를 진행한 후 《솟을굿》으로 마친다. 《허튼굿》은 입무자가 좁쌀로 지은 허튼밥을 담은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춤을 추다가 등 뒤로 던져 잡귀들을 풀어먹여 바구니가 엎어지지 않을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다. 내림굿은 〈방울과 부채 감추기〉, 〈일월맞이〉, 〈입무자에게 강신한 신명을 고하고 신복(神服) 찾기〉, 〈숨겨 놓은 부채와 방울 찾기〉, 〈말문 열기〉, 〈녹타기〉, 〈머리 풀고 다시 올리기〉, 〈무구 던져 주기〉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는 모두 무당으로서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입무가 신명종지를 여는 의례에서 앞으로 어떤 무당이 될 것인가를 점치기도 한다. 물은 만물의 근원인 생명수이고 쌀은 만인을 먹이는 것으로 이 둘을 열면 큰 무당이 될 징조로 본다. 《솟을굿》에서 입무자가 작두를 타는 것으로 모든 절차를 마친다. 《불림굿》은 내림굿을 한 이후에 거행하는데, 최근에는 《불림굿》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 서울굿 서울에서 내림굿의 절차는 일반 재수굿 열두거리에 내림굿 의식이 추가된다. 1) 내림굿 전의 굿거리; 〈추당물림(주당물림)〉, 〈부정거리〉, 〈가망거리〉, 〈말명거리〉, 〈상산거리〉 2) 내림굿 내림굿을 하기 전에 대신상 앞에 신명상(神名床)을 놓는다. 이는 팥ㆍ콩ㆍ쌀ㆍ참깨ㆍ물ㆍ여물ㆍ메밀ㆍ재ㆍ돈 등을 똑같은 모양의 종지에 각각 담고 백지로 덮어 싸서 상 위에 늘어놓는 것이다. 무당이 〈상산노랫가락〉을 하고 나서 입무자에게 마음에 드는 무복을 입게 한 다음, 손에 방울과 부채를 들려서 춤을 추게 한다. 이때 장구와 제금을 빠른 가락으로 쳐주면, 입무자의 몸에 신이 내려 떨면서 춤을 추게 된다. 한동안 춤을 추고 나서 무당이 “어느 신이 드셨느냐?”고 물으면, 입무자는 자기에게 내린 신명을 모두 댄다. 입무자가 무업을 하는 동안 평생을 두고 이 신들을 모시게 된다. 이어 주위에 모인 사람들에게 점을 쳐주는데, 이를 ‘말문 연다’고 한다. 말문은 입무자가 신을 받아서 처음 입이 열리는 것을 말한다. 다음에 무당은 신명상 위에 있는 종지 하나를 입무자에게 집게 하여 몸에 실린 신명을 알아내게 한다. 팥은 서낭, 콩은 군웅, 쌀은 제석, 참깨는 산신, 물은 용신을 상징하는데, 이들은 선신(善神)을 의미한다. 이런 신명종지를 집으면 그 속에 든 것을 삼키게 한다. 잡귀나 도깨비를 상징하는 여물이나 부정을 상징하는 재 등 악신(惡神)을 의미하는 신명종지를 집으면 부정치기를 하고 다시 종지를 집게 하는데, 선신의 신명종지를 집을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시킨다. 이것은 입무자에게 허튼 신을 몰아내고 선신을 모시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끝나면 입무자는 한바탕 춤을 춘 뒤 대신상에 놓인 ‘열두방기떡’을 구경꾼들에게 나누어준다. 이 떡을 먹으면 일 년 내내 재수가 좋고 병이 없다하여 다투어 먹는데, 이를 ‘방기떡 판다’고 한다. 입무자는 다시 빠른 당악 장단에 맞추어 격렬하게 춤을 추고, 춤이 끝나면 주위 사람들에게 점을 쳐주는데, 새로 무당이 된 사람이 용하다 하여 다투어 공수받기를 원한다. 3) 내림굿 이후의 굿거리; 〈별상굿〉, 〈대감거리〉, 〈제석거리〉, 〈호구거리〉, 〈성주거리〉, 〈군웅거리〉, 〈창부거리〉, 〈뒷전거리〉
4) 삼일치성 내림굿을 하고 3일 뒤에 입무자는 굿을 해준 무당의 집에 설치된 신전(神殿)에 술과 메를 올리고 간단한 제사를 올리는 삼일치성을 한다.
내림굿은 일상적인 인간이 신의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받아 새롭게 태어나는 전환과 재생의 통과의례(通過儀禮)이다.
김금화, 『김금화의 무가집』, 문음사, 1996. 김인회, 『황해도 내림굿』, 열화당, 1985. 김태곤, 『한국무속연구』, 집문당, 1981. 이선주, 『인천지역무속 2 – 내림굿, 고창굿, 진오귀굿, 병굿』, 미문출판사, 1988. 이용식, 『황해도 굿의 음악인류학』, 집문당, 2005. 하효길 외, 『한국의 굿』, 민속원, 2002. 황루시, 『한국인의 굿과 무당』, 문음사, 1988.
이용식(李庸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