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공의식, 사십구재, 천도재
망자를 위해 항상 계시는 삼보에 재공을 올리는 불교의 사십구재의 의례
죽은 뒤 49일째 되는 날 지내는 재를 비롯하여 백일재 소상재 대상재와 선망부모의 추천을 위하여 올리는 공일재(空日齋) 등에 활용하는 재공 의례를 상주권공재라고 하며, 이 의례는 영산재와 각배재의 형식을 간략히 하여 지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십구재나 천도재의 형식을 지칭한다.
상주권공재의 형식이 언제쯤 완성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칠칠재는 이미 5세기 후반 중국의 위진남북조 시대에도 행해졌으며, 국내에도 유입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15세기부터 빈번하게 등장하는 제반문, 청문에는 시왕 각배의 형태로 보이기 때문이다. 상주권공재 형식은 근대 시기에 성립되었으며, 오늘날의 형식은 현대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상주권공재가 영산재와 각배재 형식의 축소라고 하지만 영산재에서와 같은 장엄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다만 영산재에서처럼 약간의 범패와 작법무가 의례에 활용되고는 있지만 대체로 평 염불 소리로 진행된다. 오늘날 사십구재라는 명칭은 불교 밖에서는 사십구제라고도 하며, 불교 신도가 아닌 이들도 망자의 사후에 추모를 위해 사십구재를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 형식 또한 『석문의범』의 상주권공 형식과 영산재의 축약형태로 진행되며 각배의 시왕 권공 대신 지장권공의 형태로 치러지고 있다. 결국 상주권공재는 가장 보편적인 사십구재의 의례형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형식은 1970년대 이후의 의례형식으로 시련, 대령, 관욕, 신중작법, 상주권공, 지장권공으로 마치고 회심곡, 화청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연행 시기와 장소
상주권공재는 망자의 49일에 따라 시기가 결정되므로 연행되는 시기는 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장소는 대체로 법당 내부에서 행해지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대령과 관욕 등은 전통적인 형식을 따라 법당 밖이나 외부에서 행해지기도 한다.
상주권공재는 영산재의 형식을 간략하게 정리한 의식으로 『석문의범』의 절차가 표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석문의범』에 실려 있는 상주권공재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처음에는 향의 공덕을 찬탄하는 할향이 홑소리로 불리는데, 할향은 5언절구의 형식이다. 그 의미는 이렇다. 한 조각의 향에 들어 있는 덕은 헤아릴 수가 없는데, 항하사 세계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그 잎은 다섯 수미산을 덮는다고 설파한다. 다음은 등게라고 이름은 붙었으나 내용은 연향게의 내용이 이어진다. 내용을 보면, 오분향의 향내음이 시방세계에 풍기게 되듯이, 이 향의 연기도 그러하니 향의 연기 쬐어 나와 우리들도 오분법신으로 나타나기를 발원한다. 다음에는 정례라고 하여 홑소리와 나비춤으로 귀명시방상주불, 귀명시방상주법, 귀명시방상주승을 홑소리로 하며 나비무와 법고무를 춘다. 이어서 합장하여 연화를 만들어 거기서 나오는 향기를 찬탄하는 합장게를 독창하고 그 향기로 법회를 알리며 내림을 청하는 고향게를 1, 3구 독창과 2, 4구 대중 동음창으로 아뢰고, 향수를 뿌려 정토로 만들었다는 개계를 독창으로 한다. 이어서 향수를 도량에 뿌리게 되었다는 쇄수게를 독창으로 하는데 관음보살 대의왕은 감로병 속의 법수향을 도량에 뿌려 삿된 구름을 없애고 상서로운 기운이 일어나니 열과 번뇌를 없애고 청량함을 얻게 된다고 노래한다. 이어서 천수주를 염송하며 천수바라를 치게 되는데, 대중에게 신묘장구대다라니를 같은 목소리로 염송할 것을 청한다. 이때 천수바라를 치며 도량의 정화를 위해 관세음보살에게 정수에 감로를 쬐어 줄 것을 청하며 발원하는 것이다. 이때 행해지는 천수바라는 발원과 찬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때 감로수로 화한 정수를 도량의 사방에 뿌려 도량정화를 완수한다. 도량의 동남서북 사방에 감로수를 뿌렸다는 것을 찬탄하며 그 결과 도량이 깨끗해지고 청량함을 얻었으며, 정토가 되었고, 영원히 평안하고 강녕함을 얻었다고 독창을 하는 것이다. 이어서 정화된 도량을 찬탄하는 도량 엄정게송을 하는데 이때 짧은 홑소리로 대중창을 하며 도량게 작법이라고도 하는 나비무를 춘다. 이 도량게 곡은 재의 진행 과정에 따라 소리를 길게 혹은 짧게 줄여서 한다. 도량의 정화를 마치고 참여 재자와 대중의 참회를 위한 참회게와 진언을 염송하며 이때 한 스님이 상단을 향해 대회소를 읽는데 일반 사십구재의 상주권공에서 대회소를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참회게와 진언을 염송할 때 연비를 하기도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와 같은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참회 게송 이후 설법을 하게 되므로 청법게와 설법게가 설해진다. 설법을 할 때는 법사를 모셔오는 증사이운 및 거양의 청법게, 설법게 등을 하게 된다. 이때 이와 같은 게송을 하는 것은 상주권공에서의 설법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영산재의 형식에 범패와 작법무 등이 연행되지만 그 핵심은 경전을 염송하는 것인데, 영산재를 축약한 상주권공 또한 설법이나 경전 염송을 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전을 염송하거나 수지하는 것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행위가 상주권공에 나타나는데 대중이 평염불로 창하는 정대게가 그것이다. 정대라는 말은 경전을 머리에 인다는 뜻으로 실제 경전을 이고 탑이나 도량을 도는 정대불사가 있기는 하나 여기서 경전을 인다는 것을 경전의 가르침을 받든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경전의 제목조차 읽지 않았는데 검수지옥이 넘어지고, 본문 게송 한 구절조차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도산지옥이 무너지고, 마음만 먹었는데 천생 동안의 업장이 소멸이 되니, 하물며 경전을 집고 이는 이들이랴!라고 하며 경전 정대의 공덕을 찬탄하고 있다. 경전을 이는 것을 찬탄하고 나서 실제 경전 염송을 위한 개경게를 평염불로 하고 개법장진언을 이어서 하는데 삼남태라는 대중창의 짓소리와 홑소리 나비무가 행해진다. “옴 아라남 아라다 옴 아라남”까지 짓소리를 하며 “아라다 옴 아라남 아라다”는 삼남태 작법무를 한다. 이어서 청정법신 비로자나불 등 열 삼보의 명칭을 평염불 대중창으로 한 다음 청법게 대신 혼령의 위패를 자리에 모시는 수위안좌를 하고 거양을 한다. 거양은 혼령에게 한권의 경전을 들려주겠다는 것을 표시한다. 청법게는 법을 설해줄 것을 청하는 평염불 대중창이고 설법게 또한 같은 형식이다. 법문을 하거나 경전 염송을 마치면 경전 염송을 다하지 못한 부분을 보궐하는 보궐진언과 경전을거두는 수경게송을 하고 사무량게와 귀명게로 예경하여 경전 염송의 법석은 마치게 된다. 이어 준제행법을 염송한 다음 거불로 공양의식을 시작한다. 공양의식은 현행 삼보통청의 그것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지막의 축원 이후에 회심곡 별회심곡을 한 다음 화청과 축원 화청으로 상주권공재 의례를 마친다.
상주권공재의 형식은 영산재를 간략화한 절차인데 그것도 더욱 간략화하여 천도재 혹은 사십구재라는 명칭으로 진행한다. 시련, 대령, 관욕, 신중작법, 거량 혹은 설법의식, 상단(대체로 지장보살)권공, 중단퇴공, 관음시식과 봉송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두어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전통적인 상주권공은 견기이작을 하더라도 적어도 대여섯 시간이 소요되나 현재 대부분의 상주권공재는 두어 시간 전후로 마치게 된다. 이것은 재회에 참석한 대중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재의례에 행해지는 범패성과 작법무는 근소하게 축소된 형태로 연행되고 있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불자와 비불자를 막론하고 부모나 조상이 돌아가면 사찰에서 사십구재를 올리므로 상주권공재는 불교의 제례와 조상숭배문화의 전통을 후대로 이어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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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