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뵈기, 덧보기, 덧베기, 덧배기, 떫애기, 떨배기, 덟배기
경상도 각 지역의 세시풍속에서 대중에 의해 전래된 향토춤
한국춤의 갈래에서 덧배기춤은 경상도 풍속에서 전래된 향토춤이다. 초기에는 조선의 정월 행사에서 귀(鬼)것이나 부정한 것을 물리치기 위해 벽사(辟邪)를 하기 위한 행사로 ‘덧배기춤놀음’을 연행하였다. 마을예능인으로 선출된 장정(壯丁)들은 동네를 대표로 자신의 명예를 걸고 춤을 연습하여 멋지게 춤을 추었다. 점차 다양한 행사에 확장되어 오락적으로 전래되었다. 춤의 판제는 덧배기리듬으로 굿거리장단에서 거듭배기는 배김새춤사위무리를 약 3번 정도하여 판을 형성하고, 자진모리장단에서는 사행선춤사위 무리로 판을 마무리한다. 이러한 판제에서 춤사위는 일과 놀이에서 숙련된 비교적 단순한 동작이지만, 개별적인 춤사위가 미적으로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어려운 동작도 형성되었다. 그래서 덧배기춤은 판제의 정형적인 형식 속에서, 비형식적인 춤사위가 자유스럽게 멋을 부리면서 추어졌다.
이 춤은 경상도에서 오래전부터 주민들의 생활 풍속에서 자연스럽게 전해진 풍속문화이다. 역사적으로 발생시점은 알 수 없으나 경상도 사람들의 기질과 환경적 특성에 의해 전래된 향토춤이다. 그래서 경상도의 지역성과 지역민들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독특한 몸짓이 춤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 춤의 제의적 특성은 귀(鬼)것을 물리치기 위해 크게 뛰어서 땅을 꽉 밟아 위협하는 배김새군(群)과 부정한 것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사행선으로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춤을 추는 구조의 판제이다. 오늘날에도 이 춤은 이러한 판제가 형식적 구조로 남아 있고, 춤사위는 점차 오락적으로 변모하여 다양한 민속행사에서 확장되어 전래하고 있다. 덧배기춤이 가진 리듬과 춤사위의 특성은 지역민들의 향토적인 억양, 몸짓과 유사성을 가지는데, 형상은 공동체 생활에서 일과 놀이를 통하여 반복된 동작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숙련되어진 것이다. 이 춤의 전승은 마을 세시풍속의 각종 행사인 동제, 지신밟기, 가면극, 농경들놀이, 동네잔치 등에서 확장되어 춤추었다.
○ 짜임새(형식)와 내용
이 춤의 명칭은 ‘덧’을 더함, 거듭의 뜻을 지닌 접사이고, ‘배기’는 박다, 두들겨 치거나 틀어서 꽂히게 하다의 뜻을 지닌 어근으로 ‘거듭 배기는 춤’이다. 경상도 지역권의 향토춤으로 벽사진경을 위한 행위에서 점차 오락적으로 멋을 부리는 춤으로 전승되었다. 이 춤의 구조에서 악은 굿거리장단와 자진모리장단이다. 미적 현상은 신명(神明)에 의해 마음이 일어나 어깨춤이 추어지고, 그 기운에 의해 수족상응(手足相應)으로 하체가 움직인다. 흐름은 대삼소삼(大三小三)이 기저(基底)로 되어있다. 한 장단을 네 마디로 하여 호흡에 의해 기운이 흐르다. 장단의 첫 마디에서 기운이 상승하는 흐름을 가지고, 두 번째 마디에서 하강하는 흐름을 가진다. 춤의 구조는 정형적인 판제에서 춤사위가 비정형적으로 단순 동작에 의해 반복적으로 추어지는 춤이다. 하지만 단순함 속에서 변화무쌍하게 추어진다. 이에 대해 정상박은 ‘춤 자체의 이름으로 삼는 춤’으로 거듭 배기는 형상을 특징으로 하고,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고, 자유자재한 것 같으나 큰 틀이 있는데 어려운 춤사위도 있으나 대개 단순하고 반복적이라 쉽다’라고 하였다. 이 춤이 추어지는 춤판의 분위기로 송석하는 “민속무용인 ‘떨배기’춤이 시작하면 소연(騷然)하던 관중은 기침소리 하나 없고 다만 기(期)하지 않는 ‘좋다’ 소리만 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장엄함과 숭고함, 무대 장악력이 보인다. 덧배기춤의 판제는 굿거리장단에서 배김새춤사위무리에 의하고, 자진모리장단에는 사행선에 의한다. 두 무리 동작은 이 춤이 가진 특성으로 벽사진경(辟邪進慶)을 위하여 귀(鬼)를 몰아내는 제의적인 움직임이다. 진행은 처음 춤판에 유입될 때에 예(禮)를 갖추기 위해 삼진삼퇴(三進三退)를 하고, 그 다음은 진경(進境)으로 원형과 태극대형에 의해 춤을 춘다. 개별 춤사위는 분위기에 따라 제멋의 허튼춤을 춘다. 굿거리장단에서 춤동작은 걸음을 네발레기와 두발레기를 순으로 추고, 자진모리장단에는 사행선으로 땅밟기춤을 두발레기와 네발레기의 순으로 반복한다. 이러한 형식은 정형적인 것이 아니지만 비교적 이 형식을 따른다. 그리고 상체의 움직임은 생활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의 반복된 행위에서 숙련되어, 동작들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응용에 대한 변화가 쉽게 이루어진다. 동작의 운동성은 대삼소삼(大三小三)의 굴신이며, 상·하체의 움직임이 연결되는 것은 신명을 이끌어주는 마음이 어깨춤으로 추어지고, 강한 힘의 기운이 하체 근육을 이끌어 수족상응(手足相應)을 하게 한다. 이렇게 큰 틀의 형식적 구조인 판제에서 추어지는 개별적인 춤사위는 향토적인 고유성을 가지면서 단순하고 반복적인 동작들로 추어진다. 하지만 미적으로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멋을 부리며 추어진다.
○ 춤사위의 형식과 내용
덧배기춤은 비교적 단순한 동작들로 농경생활에서 노동에 의해 이루어진 동작들이 많다. 시대적인 환경에 의해 전래된 덧배기춤은 보편적으로 일의 효율성에 의해 반복된 운동성으로 단순화되어, 놀이 현장에서 춤이라는 심적 표현에 의해 미적으로 변화한 움직임이다. 이러한 것은 놀이문화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이 타인과 소통하고, 제멋이 가미되어진 춤이 다양성으로 변화한 것이다. 춤의 판제는 배김새군과 사행선군의 형식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형상적 특성으로 서있는 모습은 비정비팔(比丁比八) 춤사위, 다리를 올릴 때에는 제기를 차듯이 올리는 제기차기 동작, 팔을 올릴 때에는 한팔 올리기, 양팔 올리기, 수족상응(手足相應) 등이 있다. 이러한 형상을 보조하는 춤사위는 으쓱거리는 어깨춤, 어깨짓사위, 감각적으로 움직이는 우쭐거림 춤사위가 있다. 이러한 동작들은 개별적 동작에 의해 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복합적으로 융화되어 형상화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동작으로 농경에서 추어지는 동작에서 손과 팔을 동시에 좌우로 흔드는 버들가지 흔들기춤사위는 물을 이끌어내는 물상(物像)으로, 풍농을 기원하여 농민들이 두 팔을 흔들면 비를 내리게 기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땅밟기춤사위는 흙을 밟아 다지는 모습이다. 도굿대춤사위는 곡식을 정미(精米)하는 모습이다. 밭고랑치기춤사위는 밭고랑을 치우기 위해 발로 가볍게 흙을 위쪽으로 올리는 동작이다. 크게 메기춤사위는 마치 볏짐을 들어서 볏가리에 쌓아 올리는 모습과 유사하고, 좌우치기춤사위는 농부들이 한 줄로 서서 모판이나 볏단을 옆으로 건네는 형상과 유사하다. 수족상응에 의해 팔바치ㆍ발바치춤사위는 농부가 잡초나 벼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 같은 움직임과 유사하다. 무릎치기 춤사위는 다리를 위쪽으로 크게 끄덕 들어 올리면서 동시에 팔도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신명이 극에 달하면 절로 다리가 위로 올라간다. 이러한 춤사위는 비록 단순한 동작이만, 몸짓 놀림으로 멋을 부리면서 동작이 다양성을 가지고 변화한다. 또한 주요 춤사위들을 서로 연결하여 다른 의미의 춤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두발레기에 어깨춤을 추면 끄덕거리는 춤이 되어 우보(禹步)춤사위가 되고, 네발레기에 두발레기 어깨춤을 합치하여 칠성보(七星步)가 되어 장수(長壽)를 위한 축원 춤이 된다.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서 대중에 의해 형상화된 춤은 오랜 전승과정에서 동작의 의미가 점차 잊어져 가고, 후대에는 그 의미를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비록 발생에 있어서 다양한 이유가 있었으나, 인류ㆍ문화적으로 대중적인 춤 동작은 제의성에서 오락성, 또는 유희성으로 전래되는 특성을 가진다. 오늘날에 와서 춤 동작에 대한 의미를 찾는 것은 보전을 위하여, 민속현장에서 보편성과 특이성에 의해 충분한 가능성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경상도 지역에는 덧배기춤을 위한 음악으로 흔히 덧배기장단이라 한다. 경상도에서는 악(樂) 보다 춤이 우선인 관계로, 대중들은 춤의 명칭에 의해 악의 이름이 불리어졌고, 특별한 명칭이 없이 그냥 소리에 의해 ‘응막켕켕 장단’이라고도 했다. 이 음은 춤동작 흐름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조금 느리게 치면 굿거리장단이고, 빨리 치면 자진모리장단이라 했다. 덧배기춤에서 굿거리장단의 구음은 경상도 어성(語聲)으로 ‘한 나아, 두우울, 세에엣, 네에엣, 닷섯에, 여서세, 일고베, 여어들’이라 한다. 두 장단을 한 묶음으로 연결된다. 장단의 마지막 마디에는 ‘응↓막→ 켕(케엥)↑켕↑’이라 하여, ‘응’에 박을 눌려주고, ‘막’에 이끌어가고, ‘켕(케엥)’에 올려주고, ‘켕’에 치켜서 올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덧배기춤은 경상도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추었고, 언제 어디서나 추었던 향토춤이다. 그래서 춤 복식은 일상생활에서 입었던 평상복이다. 그리고 각종 연행에서 융합되어 추어진 덧배기춤은 배역에 따라 복식을 착복한다. 춤을 추는데 사용한 장비는 배역에 따라 사용이 가능하다. 조선시대 평상복은 상투에 머리띠를 매고 추기도 하고, 민복에 두루마기, 또는 도포를 입기도 한다.
이 춤의 전통성은 경상도 주민들에 의해 전래된 공동체의 역사이며, 수직ㆍ수평적인 역사성으로 전승된 몸짓문화이다. 대중적으로 생활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전래되었다. 덧배기춤의 의미는 ‘거듭 배기는 춤’으로, 태생적으로 벽사진경의 제의적인 춤이었으나, 점차 경상도 사람들의 신명에 의해 오락적으로 전환되었다. 경상도 사람들이 가진 신명은 춤의 흐름에 영향을 주었는데, 어깨춤을 추게 하였고 수족상응으로 심신의 기운이 연결되었다. 대삼소삼은 움직임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굴신으로 매우 규칙적으로 적용되었다. 이 춤의 확장력은 홀 춤을 바탕으로, 다양한 마을의 연중행사인 지신밟기, 탈놀음, 길놀이, 민속놀이, 농경 들놀이, 동네잔치 등에 융ㆍ복합되어 전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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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기(崔興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