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춤
경상남도 밀양지방에서 전승되는 춤으로, 평범한 옷차림으로 추는 토속적인 허튼춤
평범하게 바지저고리만 입은 범부(凡夫) 복색의 춤이라는 뜻이지만, 원래는 ‘벌춤’으로 ‘넓은 곳에서 아무렇게나 추며 더불어 노는 춤’이라는 뜻의 밀양지역의 허튼춤이다. 특히 왼쪽 바짓가랑이에다 윗대님을 매는 것이 색다르고, 장구재비와 대무형식으로 추는 춤이 특징적이다.
경상남도 밀양지방에서 ‘머슴날’이라고도 하는 백중날(음력 7월15일)을 전후하여 머슴들이 논매기를 마치고 고된 노역을 풀기 위하여 하루를 즐길 때 추던 춤이다. 일반적으로 ‘호미씻이’라고 하고 경상도 지역에서는 꼼배기ㆍ꼼비기ㆍ깨임말타기, 풋굿[초연(草宴)], 세서연(洗鋤宴)이라고 부르는 여러 가지 놀이와 함께 연행되었다. 1960년대 춤의 명인이었던 하보경(河寶鏡, 1906~1997)의 증언에 따르면, 불당골(부북면 퇴노리)이 사당과 광대들의 본거지였지만 지금의 밀양 무안면과 창령 부곡면과의 경계 지점에 있었던 점골(옹기 굽는 굴이 있는 곳)에도 광대패들과 소위 ‘상놈’이 많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곳의 지명은 속칭 영산(靈山) ‘지이다리’라고 하며,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는 인교(茵橋)라고 쓰여 있다. 유명한 놀이꾼으로는 1900년대에 김성숙(金聖淑), 김학문(金學文), 김기일(金基一), 하성옥(河聖玉), 김기익(金基益), 김극서(金克瑞), 김한기(金漢基) 등이 있었고, 1920년대와 30년대에는박원실(朴元實), 심선택(沈善澤), 하보경(河寶鏡), 최성식(崔聖植), 김타업(金他業), 한인시(韓仁時) 등이 있었다.
《밀양백중놀이》의 앞놀이 다음 본놀이는 극적 요소가 강한 〈작두말타기〉와 〈양반춤〉ㆍ〈병신춤〉ㆍ범부춤 등의 춤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반춤〉을 추다가 놀이판에서 쫓겨난 양반이 흥겨움을 참지 못하여 의관을 벗어던지고 다시 놀이판에 뛰어들어 덧배기장단에 맞춰 범부춤을 춘다.
범부춤의 구성은 원으로 추는 춤(사방돌기), 장구재비와의 대무, Z자형의 춤 등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1) 원선상에서 추어지는 춤(사방돌기)에는 양팔 앞뒤 흔드는 두루거리 변형춤, 어깨에 가로매기나 양팔 앞뒤 흔들기, (2) 장구재비와의 대무는 어깨에 가로매기, 황산학, 무릎치기, 배김새(고갯짓), 장구꽂이, 팔을 가슴에 감기, (3) Z자형의 춤은 모둠뜀뛰기, 나래채 혹은 옆치기, 두루치기, 황산학, 양팔 앞뒤 흔들기, 어깨에 가로매기 등을 춘다.
범부춤은 앞의 〈양반춤〉과는 대비되는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구경꾼을 격동시킨다. 장구재비와 마주하여 어르기도 하고 마당을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경상도 춤의 활달하고 박력 있는 패기를 보여준다.
○ 주요 춤사위 범부춤의 대표적인 춤사위는 ‘배김새’ 사위이다. 배김새는 제자리에서 서너 번 뛰고 온몸을 앞으로 던지듯 앞다리는 무릎을 약간 굽히고 뒷다리는 뒤로 죽 뻗어 우뚝 서는 동작이다. 놀이판으로 원을 그리듯 힘차게 뛰어다니며 활개춤을 추다가 장구재비를 향하여 준비동작을 취한 다음 힘차게 뛰어 들어가 ‘배김새’를 한다. 제자리에서 고개놀림과 어깨춤을 추면서 뽐내 보이고 한 손은 앞가슴에 붙이고, 또 한 손은 옆구리에 붙이는 동작을 하면서 멋을 낸다. 이어서, 무릎을 굽혀 앉은 채로 옆으로 뛰면서 가볍게 어깨춤을 춘다.
반주 장단은 〈영남농악〉 장단 중 하나인 3소박 4박자 구조의 빠른 덧배기장단이다. 특히 장구재비가 장구를 내려놓고 장단을 치면 한 명씩 번갈아 가면서 장구재비와 대무하듯이 장구재비를 향해 들락날락하면서 시선을 서로 마주치고 자웅을 겨루듯이 춤에 장단을 맞춘다.
상투머리에 망건을 쓰고 흰 바지저고리에 평범하게 입은 범부(凡夫)의 복색의 춤이라는 뜻으로, 왼쪽 바짓가랑이에다 윗대님을 매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범부춤은 하체의 움직임이 도약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역동적이고 활발하다. 이는 농악의 벅구[법고]놀이나 덧배기춤 등에서 두루 찾아볼 수 있는 동작이다. 또한 장구재비와 대무형식의 조화를 이룬 춤으로 중부지방 산대놀이 계열 탈춤과 허튼춤에서 보이는 깨기춤의 일종인 깨끼리, 팔뚝잡이, 고개끄덕이, 옆치기, 두루치기 등과도 유사성을 가진다.
김미숙, 『경남 향토무용 연구 - 밀양 백중놀이중 양반춤과 범부춤을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2. 백정민, 『밀양 백중놀이의 춤사위 연구』, 숙명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3. 정병호ㆍ박진주, 「밀양백중놀이」, 『무형문화재 조사보고서 제138호』, 1980. 정병호, 『한국의 전통춤』, 집문당, 1999.
이병옥(李炳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