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춤
함경도 지역에서 여인들이 민요 〈애원성〉을 부르며 추는 토속적인 소리춤
애원성춤은 함경도 지역 여인들이 남편을 군방(軍方)이나 노역(勞役)으로 보낸 안타까움과 기다리는 심정을 〈애원성〉 등 토속민요를 부르며 추는 넋두리춤의 일종이다. 퉁소가락에 맞춰 느린 굿거리장단에 추며, 향토성이 강한 소리춤이다.
민요 〈애원성〉은 조선시대 6진 정책으로 새 땅을 일구어내는 시기에 원주민과 각처에서 온 이주민들의 생활사를 담은 함경도의 대표적 민요이다. 함경북도와 함경남도에서 각각 다른 내용으로 정립되어 전해지고 있다. 함경북도는 지리적으로 농경지가 협소하고 농토가 비옥하지 못한데다가 끊임없이 여진족과의 싸움에 시달려온 지역이다. 일제강점기에는 학정에 시달려 소외된 불운한 환경에 유배당한 유랑민들이 이곳을 통해 국경을 넘어 북간도와 러시아로 이주를 전전하면서 고향산천을 그리워하고 애달픔과 서러움을 달랬다. 애원성춤은 남편이 무사 귀환하기를 애타게 바라는 아내의 마음, 가족과 내 고장, 내 나라를 사랑하는 아낙들의 꾸밈없는 생각과 일상생활의 모습을 함경북도 사람들의 토속적인 춤사위로 표현한 것으로, 함경북도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김길자가 정립하였다. 한편 함경남도는 함경북도보다는 국경에 떨어진 남쪽에 자리 잡고 있어 〈돈돌날이〉, 〈어랑타령〉, 〈애원성〉 등 다양한 노래가 발달하였다. 함경남도 《북청사자놀음》 중의 제3과장 애원성춤은 《북청사자놀음》 보유자 이근화선(李根花善,1925~2015)이 함경도 토속적인 〈넋두리춤〉을 바탕으로 정립한 춤이다.
함경북도 〈애원성〉은 혼자서 산길을 걸을 때에나 혼자 김을 맬 때에 흥얼거리며 부른다고 한다. 임과의 이별의 슬픔, 고단한 살림살이, 유랑민의 애환과 같이 주로 변방 사람들이 겪는 생활 주변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어서 제목 그대로 애원이 깃든 노래이다.
애원성춤은 서럽고 구슬픈 노랫말과는 달리 몸짓에서 강인한 북방인들의 용맹함이 묻어나며, 여인네들의 절도있는 군무로 힘차고 씩씩한 느낌을 준다. 이 춤은 여러 명의 여성이 등장하여 제각기 놀이판 가운데서 춤추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하게 정해진 길은 없다. 춤을 추면서 크게 원을 그리고, 한 사람씩 교대하면서 원의 안으로 들어가서 춤을 추기도 하고, 앞사람이 돌면 뒷사람도 돌면서 춤춘다.
함경남도에서는 《북청사자놀음》 중에 북청지방 고유의 춤인 〈넋두리춤〉을 응용하여 〈애원성춤 마당〉을 구성하고 있다. 〈넋두리춤〉은 활발하고 움직임이 잦고 절도가 명료한 모습을 보이는데, 애원성춤에서도 이와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
○ 주요 춤사위 애원성춤은 양팔을 옆으로 들고 움직이는 동작과 머리를 숙인 채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면서 춤추는 동작이 주요 특징이다. 손목을 돌리며 잔가락을 쓰고 다리를 뒤로 살짝살짝 들면서 춤추는 것도 특징적이며, 이때 손동작이 어깨선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다.
함경북도 〈애원성〉은 높은 음으로 질러 내는 부분이 많아 마치 슬픔이나 시름을 한껏 토해 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음조직은 경기 민요 〈창부타령〉과 같은 솔(sol)-라(la)-도(do)-레(re)-미(mi)로 구성되고, 종지음은 솔(sol)이다. 느린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추며, 악사 옆에서 창자가 〈애원성〉을 불러준다. 함경남도 《북청사자놀음》의 음악은 피리 네 대, 퉁소 네 대, 큰북 하나, 징 하나, 새납 하나, 소고 하나의 악기로 구성되며, 모두 서서 연주한다. 여러 구성악기 중 퉁소는 소리가 맑고 깨끗하며 음색이 다양하여 주요 선율 악기로 사용된다. 퉁소를 상ㆍ하ㆍ좌ㆍ우로 흔들며 연주하여 흥이 나면 추임새를 넣어 생동감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함경남도 《북청사자놀음》은 북청지역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장단을 갖추고 있다. 일명 ‘덩 다 따쿵따’와 ‘덩따쿵따꿍’ 장단을 치는데 이는 전통가락에 굿거리장단과 자진굿거리 장단의 중간 가락 형태를 띠어 흥겹고 신명이 나는 가락이어서 부녀자들을 끌어 들이는 흡인력이 있다. 그러나 〈흘렐레 레떼레〉와 〈애원성〉은 진양조장단으로 되어 있는데 물바가지와 물자배기로 북과 비슷한 가락을 치면서 시작 장단에서 엇박을 친다. 특히 북, 물바가지, 물자배기 가락은 속도와 강도만으로 놀이에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복식은 보통 흰 저고리와 감청색 치마를 입지만, 단오에는 화려한 복식을 하여 놀이에 참여 한다. 정월대보름 및 한식, 단오에는 부녀자들은 머리에 머리쓰개를 쓰고 놀이에 참여하며 일부지역은 고깔을 쓰는 간편한 복식이다. 감청색 치마의 색깔은 북청지방에서 자생하는 창포에서 원료를 추출하여 염색하여 착용하여 토속적이면서도 광목보다는 화려한 의상을 착용하였다. 저고리는 계절별, 명절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이나 정월대보름에는 명주나 비단으로 만든 옷을 주로 입고, 한식과 단오에는 화려하게 치장을 하였으며, 처녀들은 검정색 치마와 흰 저고리를 주로 입었다. 유걸(流乞)이는 패랭이와 낡은 광목을 기워 입고 걸식을 하는 그릇을 등에 매달았다. 북청지방의 머리쓰개는 머리 주위부터 상부까지 완전히 덮어 뒤에서 마무리를 짓는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바느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접어서 만든다. 가운데는 평평하지만 양쪽에는 호랑이 귀를 상징하는 귀(耳)를 만드는데, 이는 벽사 및 잡귀와 재앙을 쫓는 의미를 지닌다.
애원성춤은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옛 공동체 삶의 따뜻한 정과 강인함을 보여준다. 민요 〈애원성〉, 〈돈돌날이〉, 〈어랑타령〉을 부르면서 추는 허튼춤을 넋두리춤이라 하는데, 날아오르는 듯한 양팔 올림체의 춤사위가 특징적이다. 함경북도의 〈애원성〉을 비롯하여 함경남도 《북청사자놀이》의 〈애원성춤 과장〉, 〈꼽추춤 과장〉 등 여러 과장에서 기본춤사위로 응용되는 춤이다.
북청사자놀음: 국가무형문화재(1967) 애원성: 함경북도 무형문화재(2005)
김주연, 『북청사자놀음에 내재된 표현적 상징성에 관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0. 이재원, 『북청사자놀이의 퉁소가락에 관한 연구』,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1. 전경욱, 『북청 사자놀이연구』, 태학사, 1997. 전경욱, 「6.25전쟁 이후의 중ㆍ북부지역 가면극의 변화양상」, 『공연문화연구』 22, 2011. 함경북도 민속예술보존회, 「제60회 한국민속예술축제 출품」, 팸플릿 내용(서울잠실운동장, 2019년 10월2~3일).
이병옥(李炳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