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색놀음
잡색춤은 농악대에서 악기를 잡지 않고 연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연기자)인 잡색들이 추는 춤이다. 전국의 농악에 잡색은 보편적으로 등장하며 대포수, 창부, 각시, 조리중, 양반, 무동 등이 있다. 잡색들은 해당 역할에 맞는 복색을 갖추고 손에 소품을 드는데, 이 소품을 무구(舞具)로 활용하기도 한다.
잡색은 탈을 착용하는 잡색1과 탈을 착용하지 않는 잡색으로 구분된다. 다른 역할로 가장(假裝)하는 방식으로 꾸미고자 하는 역할의 복색을 갖춰입고 탈을 착용하거나 “얼굴에 검정칠을 하고 새끼로 안경을 만들어 짬매고, 머리는 나무뿌리, 또는 부드러운 풀이나 해초로 머리카락을 형용”하기도 한다. 농악 잡색의 탈은 나무탈, 바가지탈, 종이탈의 형태가 있다.
1) 현재 고창농악, 영광우도농악, 광산농악에서 종이, 나무 재료의 잡색탈을 사용한다.
잡색춤은 농악대와 농악판 안에서 추어진다. 농악 잡색들의 춤은 그 배역에 맞는 몸짓춤과 극적인 요소를 가진 춤인 동시에 개개인의 개성을 살린 허튼춤이라고 할 수 있다. 잡색춤은 사람들의 생활을 풍자한 춤과 동물을 가장한 춤들이 있다. 대포수, 창부, 조리중, 양반, 각시, 할미, 무동 등이 당대의 생활상을 드러낸다. 전남 백초농악, 전남 여천농악에는 동물을 가장한 소, 말, 곰, 호랑이 등의 동물가장춤이 있고 경기 이천의 거북놀이가 있다.
무동춤이 농악 연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은 경기, 충청과 강원도 지역이지만 전국에서 보편적으로 보인다. 호남에서의 무동춤은 제의성과 놀이성이 강한 무동타기가 주축을 이루며, 경기충청, 영동농악에서는 연희성이 강한 무동타기가 돋보인다.
○ 주요 춤사위
잡색들이 추는 허튼춤은 보릿대춤, 절구대춤, 홍두깨춤, 몽둥이춤 등 개인의 개성에 따라 자유롭게 몸을 쓰는 비정형의 춤이다. 다음은 역할에 따른 춤사위다.
- 대포수춤: 총을 어깨 위로 올려 양손으로 잡고 어깨춤을 추거나 좌우로 총을 들고 한손으로 허튼춤을 추기도 한다.
- 양반, 각시, 조리중의 춤: 각자 배역에 맞는 연극적 역할을 표현하거나 풍자하는 동작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 무동춤: 양손을 부드럽게 펴고 오른손을 꺽어 위로 보이게 흔들어 올린다. 오른손을 옆으로 부드럽게 흔들어 펴고 왼손을 꺽어 손바닥을 위로 보이게 흔들어 올리는 동작을 깨끼춤이라고 한다. 양손에 쾌자 앞자락을 잡고 좌우 휘젓는 동작을 좌우치기라 한다. 쾌자의 앞자락을 양 손에 쥐고 좌우 옆으로 번갈아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동작을 상하차기라고 한다. 양어깨에 걸친 색띠를 양손에 쥐고 팔꿈치를 굽힌 채로 좌우로 흔드는 종작을 쩍쩍이춤이라고 한다.
- 동물가장춤: 분장한 동물에 맞는 동작으로 뛰거나 구르거나 누웠다 일어서는 동작을 한다.
- 대포수: 머리에는 대장군이라는 한문을 새긴 관이나 털모자를 쓴다. 흰색 저고리와 바지를 입고 행전을 하고 짚신을 신는다. 중의적삼에 망태를 등에 짊어지고 손에는 화승총을 든다. - 창부: 빨간 수술을 단 전립을 쓴다. 빨간 치마에 노란 저고리를 입고 남색, 홍색띠를 양손에 잡는다. - 각시: 댕기 머리를 따거나 고깔을 쓴다. 빨간 치마에 노란 저고리를 입는다. - 양반: 정자관을 쓰고 흰 수염을 단다. 흰색 저고리와 바지를 입고 행전을 하고 짚신을 신는다. 흰색도포를 입고 손에는 담배대를 든다. - 조리중(스님): 머리에는 송낙을 쓴다. 회색 가사를 입고 오른쪽 어깨에 파란띠를 두르고, 왼쪽 허리에 매듭을 짓는다. 손에는 목탁을 들고 등에는 바랑을 짊어진다. - 할미: 머리를 올리고 비녀를 꽂고 수건을 두른다. 흰색 저고리를 입고 아래에는 치마를 입는다. 지팡이를 짚는 경우가 있다.
잡색(雜色)은 가장(假裝)을 하고 농악판에 가담하여 잡기를 펼치며 섞여 노는 무리(연행자)이다. 농악 잡색춤의 가장 큰 특징은 남녀노소 누구나 출 수 있고 쉬운 허튼춤이라는 점이다. 농악 마당에서 서민, 관객들과 함께 즉흥적으로 추는 춤이다. 허튼춤은 일정한 틀과 순서가 없이 마음먹은 대로 자유롭게 표현한다. 잡색춤은 보여주기 위한 춤이라기 보다 내가 즐기고 함께 춤추고 놀기 위한 춤이다.
김삼진, 「호남지역의 농악무」, 『문화예술의 고장 Ⅲ 우리춤』, 광주시립민속박물관 편, 2008. 박혜영, 「잡색의 연행과 전승이 지닌 풍물사적 의미」, 안동대학교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3. 이영배, 『교정과 봉합, 혹은 탈주와 저항의 사회극』, 아카넷, 2008. 정병호, 『농악』, 열화당, 1986. 정병호, 『한국의 전통춤』, 집문당, 2002.
조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