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고놀이 소고놀이 채상모춤 벅구춤
농악에서 소고를 들고 다양한 기법으로 치고 돌리며 추는 춤
소고춤은 농악에서 소고꾼이 추는 춤으로, 고깔소고춤과 채상소고춤이 있다. 고깔소고춤은 색색의 종이꽃을 올린 고깔을 머리에 쓰고, 소고를 다양한 기법으로 치고 놀리는 춤이다. 채상소고춤은 채상모 끝에 달린 길고 흰 띠를 다양한 기법으로 돌리며 소고를 치고 놀리는 춤이다. 소고춤은 농악판의 역동성을 더하고 흥과 멋을 돋우는 농악춤이다.
소고춤은 소고를 들고 추는 춤이다. 소고가 처음 사용된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북[고(鼓)]이 부족국가 시대부터 사용되었고, 다양한 쓰임새를 위해 작은 북[소고(小鼓)]도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숙종 때 편찬된 『종묘의궤(宗廟儀軌)』(1697)에 〈정대업지무〉의 의물 중 소고(小鼓)를 그려놓았는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금즉불용(今則不用)]’는 설명을 붙였다. 따라서 조선의 궁중에서도 작은 크기의 북[소고]가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궁중에서 쓰인 소고가 민속춤에서 사용한 소고와 다르겠지만, 소고가 널리 사용되었던 것이다. 한편, 조선후기의 문인 이옥(李鈺, 1760~1815)이 영남지방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한 『봉성문여(鳳城文餘)』에서, 정월 초에 걸공(乞供)을 행하는데, 북을 치며 머리까지 흔들어서 머리 위에 수레바퀴와 같은 하얀 갈무리가 생겼다고 표현했다. 머리 위에 생긴 하얀 갈무리는 채상모의 상모지가 돌아가면서 만들어내는 흰 선을 묘사한 것이다. 소고춤은 조선시대와 대한제국기를 거쳐 농촌공동체가 유지되었던 20세기 전반기에도 추어졌다.
한국전쟁 이후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농촌공동체의 토대가 무너지면서 농악 연행이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했고, 소고춤도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다. 1970년대 농악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며 발굴과 복원이 이루어졌고, 1980년대 민속춤 발굴공연 이후 소고춤도 1980년대에 재조명되었다. 김제 출신 백남윤(白南允, 1917~?)의 채상소고춤, 고창 출신 황재기(黃在基, 1922~2003)의 고깔소고춤 등이 서울 무대에 소개되면서, 소고춤의 기예와 예술성이 재조명되었고, 이후 다양한 소고춤이 활발히 공연되고 있다. 소고춤은 농악의 연행 목적에 따라 두레농악, 축원농악, 재승(才僧)들의 걸립농악, 전문패의 연예농악 등에서 추어졌다. 또한 소고춤은 머리에 착용하는 모자에 따라 고깔소고춤과 채상소고춤으로 구분되는데, 고깔소고춤은 평야지역 두레노동에서 노작농악과 사찰 일을 하던 걸립패들의 농악과 관련이 있고, 채상소고춤은 산악지역과 군악(軍樂)으로서의 기능을 가졌던 시기에 전립을 쓰고 상모를 돌리면서 추는 형식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호남우도농악에서 고깔소고춤을 주로 추며, 호남좌도농악, 경기충청농악, 영남농악, 영동농악에서는 채상소고춤을 주로 추었다. 하지만 고깔소고와 채상소고를 병행하는 농악도 있다. 고깔소고춤만 하는 경우는 전라도에서 고창ㆍ구례ㆍ장흥ㆍ고흥ㆍ보성ㆍ해남ㆍ완도의 농악과 경기북부에서 양주ㆍ고양의 농악이 해당된다. 채상소고춤만 하는 경우는 경기남부의 평택ㆍ시흥ㆍ광명ㆍ안성 등과 충청지역의 대전ㆍ공주ㆍ청주의 농악, 전라도의 남원, 경상도의 김천ㆍ진주삼천포ㆍ청도ㆍ대구의 농악과 강원도의 동해ㆍ평창ㆍ원주ㆍ춘천의 농악이 해당된다. 고깔소고춤과 채상소고춤을 함께 추는 경우는 부산, 전라도 임실ㆍ정읍ㆍ이리의 농악에서 그러하다.
○ 내용
소고는 악기로서의 기능은 떨어지지만, 크기가 작아 춤추기에 적합한 소도구이다. 소고재비는 농악에서 소고춤 뿐만이 아니라 농사풀이나 군사모의적인 진풀이, 개인놀이 등에서 주요한 역할과 춤을 담당한다.
소고춤의 내용은 지역에 따라 특색있게 전승되어 왔다. 예를 들어보면, 《구례잔수농악》 판굿에서 상쇠가 액막이굿을 하면 고깔소고춤꾼들이 나와 농사모의 동작을 하며 춤을 춘다. 《강릉농악》에서는 고깔소고춤꾼과 채상소고춤꾼이 고깔을 쓴 무동들과 농사놀이를 진행한다. 《평택농악》에는 채상소고가 8~10여 명 편성되며, 판굿 중 당산벌림ㆍ돌림벅구에서 소고놀이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전라도의 《남원농악》과 경북 《김천금릉빗내농악》, 《진주삼천포농악》의 경우 채상소고가 다수 편성되고 군사모의적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군사굿의 성격은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판굿의 순서에 담겨있는 의미에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판굿의 마지막 과정인 개인놀이에서는 각 소고춤꾼의 멋과 기량을 선보인다.
○ 구성 소고춤에는 웃놀음과 아랫놀음이 있다. 웃놀음은 소고잽이의 상체를 활용한 춤과 기예로서, 공통적으로 소고를 놀리는 기법이 있고, 채상소고의 경우 채상모를 돌리는 기예가 있다. 아랫놀음은 하체의 다리와 발 동작을 말하며, 앞치배가 치는 장단에 맞춰 나아가면서 동작을 구사한다. 장단의 네 박마다 짚거나, 첫 박에서 짚고 멈추거나, 까치발로 가거나, 발바치(한 다리를 받쳐 들고 발끝으로 짚거나 드는 다리 동작)로 다리를 들거나 돌기도 한다. 자반뛰기나 두루걸이도 아랫놀음에 속한다. 소고춤에서는 웃놀음과 아랫놀음이 조화를 이루어 장단과 맞아떨어져야 한다. 고깔소고춤은 이채, 굿거리, 느린삼채, 빠른삼채, 연풍대로 구성된다. 동작은 소고를 돌리며 치는 꾸리북과 좌우치기, 지게북, 물푸기, 밤술까기, 가쟁이소고, 엇박배기, 옆치기, 연풍대 등의 동작이 있고, 다음 장단으로 넘어가기 위해 맺는 매도지에서 소고춤이 장단과 어우러진다. 채상소고춤의 소고 치는 동작은 4박치기가 주를 이룬다. 상모의 윗놀음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상모춤이라고도 한다. 상모 돌리는 기법은 외사, 양사, 사사, 퍼넘기기가 기본동작이고, 물푸기, 벌려겹치기, 사채(역진굿놀이), 맺는상, 앉은상, 지게북, 연풍대, 마상개, 나비상, 차고앉은상, 자반뛰기, 두루거리), 쌍방아찧기, 기러기춤, 엎어베기, 꽃봉오리, 거북이채, 차고앉는상, 솟을법구, 자반뒤집기 등이 있다. 특히 자반뒤집기는 역동적인 동작과 채상모의 상모지가 만들어내는 동심원이 시각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얀 상모지가 흩날리도록 내려놓거나 재빠르고 힘차게 돌리면서 채상소고의 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과거에는 각 지역마다 채상소고춤이 달랐으나, 다른 지역의 기예들을 서로 수용하게 되면서 점차 차이가 없어졌다. ○ 주요 춤사위 고깔소고춤에서 주요한 춤사위는 ‘꾸리북’이다. 소고를 4박치기로 칠 때, 실꾸리를 감는 모양으로 소고를 ‘8’자 모양으로 돌린다. ‘엇박배기’는 한쪽 다리를 들며 소고를 정박에 치지 않고 엇박으로 친 후, 소고 앞뒤를 빠르게 붙여서 치는 동작이다. ‘지게북’은 오른 다리를 들어 왼손에 잡은 소고를 치고, 왼 다리를 들어 소고채를 치면서 돌아가는 동작으로, 채상소고춤에서도 쓰인다. 채상소고춤의 춤사위에서 ‘솟음벅구’는 소고를 치면서 솟구치는데 머리로는 상모를 한 박에 좌우로 2번 돌리는 ‘양상’을 쳐야한다. ‘기러기춤’은 삼색띠 중 두 개를 양손에 잡고 채상모를 돌리면서 한발뛰기로 회전하고 자리를 이동한다. ‘자반뒤집기’는 몸을 땅에 45도 정도 기울이고 왼다리로 가속을 붙여 몸을 띄우고 팽이처럼 도는 동작이다.
꽹과리, 장고, 징, 북, 호적이 반주하며, 장단은 굿거리, 삼채, 이채, 오방진 등 농악 장단이다.
고깔소고춤의 의상은 흰 바지저고리에 파란 조끼를 입고, 삼색띠를 매며, 고깔을 쓴다. 허리와 한쪽 어깨 또는 양쪽 어깨에 매는 삼색띠는 지역 농악마다 색깔의 차이가 있다. 대개 노랑, 빨강, 파랑, 초록 중에 삼색을 골라서 맨다. 고깔에 얹는 종이꽃은 오색이나 삼색, 또는 흰색 꽃만 얹기도 한다. 채상소고춤의 의상은 흰 바지저고리에 파란 조끼를 입고, 삼색띠는 고깔소고춤의 매는 방식과 유사하다. 종아리에는 행전을 차고, 채상모를 쓴다. 채상모에 달린 상모지는 한 줄인 경우도 있고, 길이가 다른 두 줄인 경우도 있다. 신발로는 고깔소고춤과 채상소고춤 모두 미투리를 신는다. 고깔소고춤의 소고는 약간 크고 두꺼우며, 손잡이가 달린 소고도 있고 끈이 달린 소고도 있다. 채상소고춤의 소고는 고깔소고춤의 소고에 비해 작고 얇으며, 손잡이가 달려있다.
소고는 농악의 다른 악기들에 비해 춤추기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소고춤으로 발달하였다. 농악 판굿에서 팔법고(팔소고, 팔벅구)로 구성되며, 음악적 역할보다 농악판의 율동감을 높이고 놀이로서 판의 여유를 만들어준다. 또한 농악 각 마당의 주제에 따라 농사모의나 군사모의의 장면을 연출하면서, 진풀이에서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개인놀이에서는 각 소고춤꾼들의 기예와 멋을 한껏 펼치는 춤이다. 고깔소고춤은 춤사위가 소박하고 담백하면서 여유와 멋을 보여주며, 채상소고춤은 상모를 돌리는 화려한 기예와 역동적인 춤사위가 돋보이는 농악춤이다.
정읍농악 고깔소고춤: 전북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1996) 고창농악 고깔소고춤: 전북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2000) 경기고깔소고춤: 경기도 무형문화재(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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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金伶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