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놀이
북을 치면서 춤을 추는 춤
북춤은 북을 치면서 추는 춤을 말한다. 민속 북춤은 농악 판굿에서 설북수가 추는 북춤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특히 한반도 남부지역에서 발달하였다. 북채를 하나 들고 추는 외북춤과 북채를 양손에 들고 추는 양북춤으로 구분되는데, 대부분 북춤은 외북춤이고 〈진도북춤〉만 독특하게 양북춤이다. 북춤은 본래 들에서 일을 할 때 노래의 반주 음악으로 원박만 치는 간단한 구조였으나, 점차 판굿의 개인놀이로 발전하여 지역마다 독특한 가락과 춤사위를 지니게 되었다.
북은 상고시대부터 인류ㆍ문화적으로 널리 펴져 있는 친숙한 악기이자, 영적인 음력(音力)을 가진 악기로 사용되어 왔다. 대표적인 예로, 부여의 제천의식인 ‘영고(迎鼓)’에는 신을 맞이하며 북을 연주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북은 주술적ㆍ종교적 기능, 신호와 교신의 기능, 전투의 방어와 공격의 신호, 유희와 오락의 기능을 지니며, 마을의 화합, 민속절기에서 춤을 추는 놀이, 농사를 지을 때나 배에서 노를 저을 때 일의 효율을 돕기 위해 널리 사용되었다. 이렇게 북은 공동체적 기능에서 점차 음악적 기능으로 확대돼 소리나 민요에서 중요한 반주 악기로 자리잡았고, 북춤도 제의성에서 점차 오락적이고, 유희적인 춤으로 전환되었다. 특히 농악의 북춤은 농악패 놀이에서 개인 놀음으로 전승되었는데, 대표적으로 경상도의 〈날뫼북춤〉ㆍ《밀양백중놀이》의 〈오북춤〉, 전라도의 〈진도북춤〉ㆍ〈진도북놀이〉가 있다. 두 지역의 북춤은 북을 다루는 몸짓과 춤을 구성하는 판제에서 확연하게 구분되는데, 경상도 북춤은 외북춤, 전라도 북춤은 양북춤을 춘다는 점이 다르다.
○ 내용 농악의 북춤은 농경사회에서 들소리와 함께 연행되는 춤이다. 모판에 모를 찌거나 논에 모를 심을 때 선소리꾼이 소리를 메기면 여러 사람이 받으며 작업을 하는데, 이때 북재비는 큰 삿갓을 쓰고 모꾼들 앞에서 뜬 모나 모 사이에 틀린 줄과 모의 폭을 지적하면서 북을 친다. 모꾼들은 모북의 장단과 소리에 따라 노래를 부르면서 모를 심으며 일에 능률을 향상한다. 이런 농경문화와 연관된 북춤에는 경상도 《밀양백중놀이》의 〈오북춤〉ㆍ〈날뫼북춤〉, 전라도의 〈진도북춤〉ㆍ〈진도북놀이〉가 있다. 북춤에는 외북채로 치면서 추는 춤과 쌍북채로 치는 춤이 있는데, 외북채로 추는 북춤은 몸 안에 받치고 추는 경우와 북 끈을 손에 말아 얼굴 앞으로 올려서 추는 경우가 있고, 쌍북채로 추는 북은 몸 앞에 받치고 춘다. 북춤은 대체로 강박 위주의 단박을 많이 구사하며, 힘이 넘치고 역동적이다. 첫 박에 북의 복판을 강하게 치고 다음 박에 북테를 치는 등 철저히 대삼소삼(大三小三)의 대비에 따라 〈덧배기춤〉을 춘다. 《밀양백중놀이》의 〈오북춤〉은 일정한 틀이 없이 자유롭게 각자 추다가 신호가 울리면 다섯 명이 중앙에 모여 일제히 춤을 춘다. 이때 춤사위는 〈덧배기춤〉의 배김새와 유사하다. 반면, 전라도의 〈진도북춤〉은 북을 장구처럼 고정해서 매고 쌍북채로 치는데, 다양한 가락과 자유로운 춤사위를 섬세하게 구사한다. 북면과 북테를 번갈아 치되 북치는 가락이 섬세하고 다양하며 유연한 것이 특징이다. ○ 구성 및 주요 춤사위 〈날뫼북춤〉의 구성은 〈비산농악〉과 유사하며, 경상도 특유의 덧배기춤을 춘다. 〈날뫼북춤〉은 입장굿에서 열림굿, 질굿, 길군악으로 시작하여 총 열두 마당 구성되는데, 정적궁이-반짓굿-어빼기-다드리기-강강술래-허허굿-오방진-자진모리모듬굿-개인가락-살풀이-개인놀이-덧배기-인사굿과 퇴장굿으로 진행된다. 〈날뫼북춤〉은 보통 5인무ㆍ8인무ㆍ12인무ㆍ24인무로 춘다. 《밀양백중놀이》의 〈오북춤〉은 북을 맨 다섯 명 중 한 사람은 중앙에 서고, 네 명은 사방으로 나누어 서서, 북을 치고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뚜렷한 춤사위가 없는 무정형(無定形)의 춤을 추다가 일렬로 서서 단마치로 북을 몰아친 후에 원으로 돌아가며 느린덧배기춤 가락에 허튼춤을 춘다. 느린덧배기춤 가락에서 자진덧배기 가락으로 가면서 점차 흥이 고조된다. 그리고 원심을 향해 모여들어 북을 힘차게 치는 북배김새를 하여 흥을 최고조로 올린 후에 다시 단마치장단으로 북을 울리면서 끝맺는다. 그 구조가 단조로우나 움직임이 크고 힘이 넘친다. 반면, 〈진도북놀이〉ㆍ〈진도북춤〉은 굿거리ㆍ자진모리ㆍ휘모리장단을 구사하면서 감정을 차츰차츰 몰아가서 흥겨움과 신명을 풀어낸다. 〈진도북놀이〉ㆍ〈진도북춤〉은 북춤의 강인함과 역동성을 표출하는 한편, 양면을 치는 장구춤의 유연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 밖에 〈청도차산농악〉의 북춤사위에는 삼진삼퇴ㆍ연풍대ㆍ까치걸음ㆍ발벌리고ㆍ북치기ㆍ덧배기가락춤 등이 있는데, 북잽이가 빠른 자진모리장단에서 흥겹게 춤을 추다가 북을 오른발에 받치고, 제자리에서 왼쪽으로 회전하는 동작이 특징적이다. 〈금릉빗내농악〉은 대북놀이춤으로 북재비 전원이 큰 원을 돌면서 양손에 든 북채로 북을 힘차게 두드리면서 뛰는 엎어배기춤과 뛰면서 회전하는 두루거리사위가 독특하다.
〈부산농악〉은 큰북춤으로 북쟁이 전원이 원을 그리며 힘차게 뛰는 엎어배기춤, 두루거리춤, 북치기춤, 한발 들고 회전하는 춤 사위가 있다.
〈함안화천농악〉은 원을 그리며 한발 들고 돌기, 덧배기 맞춤가락, 엎어배기춤, 앉았다 일어서기, 연풍대로 진행된다.
〈진도소포농악〉의 설북놀이는 양손으로 쌍북채을 치면서 처음에는 〈살풀이춤〉을 추고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춤, 삼진삼퇴, 좌우로 옆걸음, 연풍대, 북을 피면서 한발씩 번갈아 가면서 옆으로 걷는 춤 등의 다양한 춤사위로 흥을 돋운다.
반주악기는 태평소ㆍ쇠ㆍ징ㆍ장구ㆍ북 등의 농악기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 《밀양백중놀이》에는 입구가 넓적한 항아리에 물을 담고 그 위에 바가지를 엎어놓고 손으로 두드리는 물장구와 장독 뚜껑 두 개를 각 장구가죽으로 씌우고 나무로 틀을 짜서 간격을 맞춘 사장구로 연주한다. 〈날뫼북춤〉의 장단은 정적궁이장단-자진모리장단-휘모리장단-강강술래-허허굿-사사꾸장단-굿거리장단 순으로 연주된다. 〈밀양오북춤〉의 장단은 휘모리장-자진덧배기-휘모리장-느린덧배기-자진덧배기-휘모리장단으로 구성된다. 양태옥류 〈진도북놀이〉의 장단은 삼채가락으로 시작하여 살풀이-삼채-당악-오방진-벙어리삼채-영산다드레기-이채-휘모리-굿거리장단의 순이다. 〈진도북춤〉의 장단은 자진모리-굿거리-동살풀이-다스름과 호성-굿거리장단으로 몰아간다.
보편적으로 농악대의 복식인 민복을 기본으로 하여 지역마다 특색있는 다양한 복식을 착용한다. 〈날뫼북춤〉은 흰 바지저고리에 녹색조끼를 입고 허리에 붉은색 복대를 매어 발뒤꿈치 위까지 길게 늘어뜨린다. 머리에는 흰 수건을 묶고, 신발은 짚신모양의 가죽신을 신는다.
《밀양백중놀이》 〈오북춤〉은 흰 바지저고리를 입고 허리에 전낭을 매고, 머리에는 흰 수건을 묶으며 신발은 짚신모양의 가죽신을 신는다.
〈진도북놀이〉는 흰 바지저고리에 청색조끼를 입고 삼색띠를 두르고, 머리에는 고깔을 쓴다.
〈진도북춤〉은 남자는 흰 바지저고리에 흰색 두건을 두르고, 여자는 흰색이나 미색 저고리에 감물색 치마, 자주색 쾌자를 입고 허리에 삼색띠를 두른다. 북춤의 무구인 북을 메는 방식은 춤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날뫼북춤〉은 한 쪽 어깨에 메고, 〈진도북놀이〉와 〈걸북춤〉은 어깨와 허리에 끈으로 동여 메며, 〈광양북춤〉은 손목에 끈을 감고 손바닥으로 북테를 잡고 춤사위를 연행한다.
우도농악을 제외한 경기도ㆍ경상도ㆍ충청도ㆍ전라남도 진도와 경상도 금릉 지방과 김해지방의 농악에서 북춤을 춘다. 북춤은 지역과 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전라도와 경상도의 춤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라도의 북춤은 다양한 가락이 발달하여 장단을 섬세하게 가지고 노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쌍북채를 들고 북을 치는데 가락에는 기교가 많이 들어가 있다. 반면, 경상도 북춤은 외북채를 사용하고, 몸놀림에 힘이 있으며, 북의 둔탁한 특성을 살려 북편과 테두리를 치면서 장단을 이끌어 낸다.
밀양백중놀이: 국가무형문화재(1980) 날뫼북춤: 대구시무형문화재(1984) 진도북놀이: 전라남도무형문화재(1987)
김정헌, 『한국농악의 역사와 이론』, 한국학술정보, 2009. 백현순, 「날뫼북춤의 철학적 의미 고찰」, 『한국무용연구』 29/1. 2011. 이능화, 『조선 향토예술론』, 「삼천리」 13/4, 1941. 장유경, 「북과 북춤 연구」, 경희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1982. 정병호, 『한국의 전통춤』,집문당, 2002. 정병호, 『농악의 음악성』, 『음악교육』, 세광음악출판사, 1985. 최명호, 「대구 지역의 날뫼북춤 연구」, 한국교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2. 최흥기, 「울산 달리마을 풍속에 따른 농악의 갈래와 구성에 관한 제시」, 『한국학』 40, 2017.
배병호(裵秉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