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놀음, 사자놀이, 북청사자놀음
동물모방춤의 하나로, 두 명 또는 세 명이 사자탈을 쓰고 사자의 움직임을 흉내 내 추는 춤
사자춤은 서역에서 전래된 춤으로, 중국을 통해 한국을 거쳐 일본에까지 전파되었다. 사자춤은 악귀를 쫓아내고 집안의 복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종교적 성격을 지닌 춤으로, 절기와 명절 등에 연행되었다.
사자춤의 유래는 크게 불교 전파에 따른 인도 기원설과 사자를 숭배하는 토템사상에 근거한 페르시아 기원설로 구분되는데, 한국 사자춤의 유래는 불교 전파설에 기원한다. 사자는 동양에서는 인도에만 존재하는 맹수로서, 예로부터 인도의 춤과 전통극에 사자탈이 사용되었다. 중국에서는 한대(漢代) 서역과 교류를 통해서 사자 실물과 기예(技藝)가 전래되었고, 한국은 중국을 통해 불교와 함께 사자의 상징적 이미지가 수용되었다. 따라서 한국에서 사자는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상징체이자 신성한 동물이다. 한국에서 사자춤이 어떤 경로로 들어왔고, 언제부터 연행되었는지 분명하지 않으나, 6세기 초 신라에서 5세기 북중국으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사자춤에 대한 기록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①『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新羅本紀)」에 의하면, 지증왕 13년(512) 이사부(異斯夫)가 〈목우사자(木偶師子)〉를 만들어 우산국(于山國)을 정복하였다. ②우륵이 작곡한 12곡 중에 〈사자기(師子伎)〉가 있어 가야에도 사자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③『삼국사기』 「잡지(雜志)」에 의하면, 최치원(崔致遠, 857~미상)의 〈향악잡영오수(鄕樂雜詠五首)〉 중에 산예(狻猊)가 있다. ④『교훈초(敎訓抄)』에 의하면, 612년 백제인 미마지(味摩旨)가 일본에 전해준 기악(伎樂)에 사자춤이 있으며, 사자춤의 곡, 장단, 춤의 형태가 전해진다. ⑤고려 말에 이색(李穡, 1328~1396)의 〈구나행(驅儺行)〉에 의하면, 구나의식이 끝난 후 연희자들이 각종 잡희를 연행하였는데 이때 사자춤을 추었다. ⑥유득공(柳得恭, 1748~1807)의 『경도잡지(京都雜志)』 권1 「성기(聲伎)」 조에 의하면, 산희는 다락을 매고 포장을 치고 하는데, 사자ㆍ호랑이ㆍ만석중 등의 춤을 추었다. 이를 통해 사자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사자춤은 민간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다가 조선 후기에는 궁중이나 지방관아에서 연행되었다. 정조 20년(1796)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의 〈낙성연도(落城宴圖)〉에 사자와 호랑이가 춤을 추는 모습이 있으며, 고종 24년(1887) 정해년에 편찬된 『사자무항장무무도홀기(獅子舞項莊舞舞圖笏記)』 에 성천의 잡극인 사자춤이 수록되어 있다.
김홍도(金弘道, 1745~1805)의 〈평안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에도 사자탈의 모습이 보이는데, 사자춤이 지방 관리의 회연에도 행해진 것으로 보아 각종 연회의 자리에서 사자춤이 추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사자춤은 절기와 명절 등 주요 세시기(歲時期)에 벽사진경(辟邪進慶; 사악한 기운을 쫓고 경사로운 일을 맞이함)의 의미로 연행되었으나, 차츰 공연예술의 성격이 강조되었다. 현재 사자춤은 함경북도의 《북청사자놀음》, 황해도의 《봉산탈춤》ㆍ《강령탈춤》ㆍ《은율탈춤》, 경상남도의 《수영야류》ㆍ《통영오광대》 등의 탈춤에서 볼 수 있다.
○ 내용 사자춤은 지역 문화에 따라 다양한 의미와 형식을 지닌 향토춤으로 정착하였다. 북부지역에서는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인 재액초복, 황해도지역에서는 불법의 수호자로써 나쁜 일을 한 사람에게 벌을 주는 부처의 심부름꾼의 성격이 강하고, 남부지역에서는 부정과 재난을 물리치는 벽사의식 혹은 약육강식의 세계를 보여준다. ○ 구성 《북청사자놀음》은 한국의 대표적인 사자춤이다. 《북청사자놀음》은 한 마리 사자에 두 사람이 들어가 앞채와 뒷채를 맡아 연행하는 2인 1조의 구성으로, 앞채는 주로 사자머리 동작과 사자의 상체동작, 뒷채는 사자의 하체동작과 꼬리를 담당한다. 뒷채는 앞채의 보조역할로서, 앞채의 등이나 허리에 왼손을 얹고, 오른손은 꼬리를 잡고 음악에 맞춰 흔든다. 앞채와 뒷채는 호흡을 같이하여 한 마리의 사자가 춤을 추듯이 춘다. 현재 《북청사자놀음》은 두 마리 사자가 추는 쌍사자춤으로, 사자춤 중에서 가장 극적 표현과 춤동작이 다양하고, 이야기 전개가 분명한 춤이다. 《북청사자놀음》은 정월대보름 전날인 14일 가가호호를 돌면서 귀신을 쫓아내기 위한 지신밟기를 실행한 후 15일에 본격적으로 연행된다. 《북청사자놀음》은 크게 초장ㆍ중장ㆍ말장으로 구성되는데, 초장은 사자가 몸을 푸는 과장으로 두 마리 사자가 역동적인 사자채기를 하면서 연행공간을 확보하고, 맹수의 위험을 춤으로 표출한다. 중장은 암사자가 토끼를 먹고 탈이 나 병을 고치는 과정을 담은 과장으로 사자춤의 다양한 기교가 표출된다. 이때 승무가 들어와 사자를 중심으로 장삼자락을 공중에 뿌리면서 춤을 춘다. 말장에서는 암사자가 소생하여 숫사자를 비롯한 승무, 거사 등과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면서 마무리한다.
《봉산탈춤》의 사자춤은 2인 1조로 구성되며, 7과장 중에서 5과장에 등장한다. 사자춤은 팔먹중 하나가 사자에 쫓기어 소리치면서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사자는 파계한 먹중들을 벌을 주기 위해 보낸 부처의 사자(使者)이다. 사자의 정체를 파악한 먹중은 회개하며 용서를 빌고, 사자는 먹중을 용서하며 함께 화해의 춤을 춘다.
《강령탈춤》의 사자춤은 1과장에서 연행하는데, 2인 1조의 사자를 마부가 이끌고 들어온다. 사자춤은 사자 2마리, 마부 2명, 원숭이와 함께 춤을 춘다.
《은율탈춤》의 사자춤은 1과장에서 연행하는데, 3인 1조의 사자를 마부가 이끌고 들어온다. 사자춤이 1과장으로 실행되는 것은 놀이판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판을 정화하는 의미를 지닌다. 《수영야류》의 사자춤은 4과장에서 연행하는데, 2인 1조의 사자와 담보가 등장한다. 사자가 담보(범)와 싸우다가 담보를 잡아먹는데, 이는 사자 신을 위로하기 위해 담보를 제물로 바친다는 의미가 있고, 한편으로는 수영 지방을 수호하기 위한 상징으로서 사자가 담보를 잡아먹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수영야류》의 사자춤은 악귀를 물리치는 벽사의식으로 주술적·종교적 기능이 살아있는 제의 형식의 춤이다.
《통영야류》의 사자춤은 5과장에서 연행하는데, 3인 1조의 사자와 담보, 포수가 등장한다. 여기서 사자는 담보를 잡아먹고, 포수의 총에 맞아 죽는다. 이는 약육강식의 세상사를 표현하는 주술적 성격과 벽사진경의 의미를 나타낸다.
○ 주요 춤사위 사자춤은 크게 사자춤의 기교를 표출하는 춤동작, 사자의 행위를 흉내 내는 모방 동작으로 구분된다. 기본동작은 사자의 머리를 움직이는 모래기치기로 지역마다 차이를 보인다. 《북청사자놀음》의 모래기치기는 사자의 머리를 좌ㆍ우ㆍ하ㆍ상 또는 하ㆍ상ㆍ좌ㆍ우로 힘 있게 흔드는 모래치기 동작으로, 서서 모래기치기와 앉아서 모래기치기가 있다. 기교 동작에는 입사자와 모재비가 있는데, 입사자는 앞채가 뒷채의 어깨 위에 올라타는 것으로 마치 사자라 일어선 형상이고, 모재비는 사자의 머리를 좌우 혹은 상하로 가볍게 흔들면서 걷거나, 깡총뛰는 동작으로, 선모재비, 앉은모재비, 앉은잰걸음모재비가 있고, 입사자가 있다. 모방 동작에는 다리 핥기ㆍ이 잡기ㆍ토끼 먹기ㆍ몸 털기ㆍ입 맞추기 등의 춤동작이 있다.
《봉산탈춤》 사자춤의 모래기치기는 아래로 숙였다가 젖히면서 고개를 든 상태에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동작이다. 기교 동작은 위로 높이 솟구치는 동작으로 주로 옆으로 이동할 때 나타나며, 걷는 동작에서는 사자머리를 들고 호핑스텝을 한다. 모방 동작에는 이 잡기ㆍ꼬리 흔들기ㆍ몸 긁기 등이 있다.
《강령탈춤》 사자춤의 모래기치기는 아래로 머리를 숙였다가 위로 젖히는 동작이다. 기교 동작은 《봉산탈춤》의 사자춤처럼 위로 솟으면서 도무하기ㆍ용트림ㆍ입사자 등이 있다. 모방 동작에는 몸통 털기ㆍ혀 놀리기ㆍ웅크리고 앉기 등이 있다.
《은율탈춤》 사자춤의 모래기치기는 좌우 혹은 뒤로 이동하면서 아래로 반원을 그리며 고개를 채는 동작이다. 3인 1조의 구성이어서 동작이 다양하지 않다. 모방 동작에는 걸어가기ㆍ꼬리 흔들기 등이 있다.
《수영야류》 사자춤의 모래기치기는 사자의 갈기를 사자 머리를 살짝 숙였다가 젖히기이다, 기교 동작에는 좌우로 뛰기ㆍ좌우로 고개짓 하면서 사자 갈퀴 흔들기, 모방 동작에는 담비(범) 잡아먹기ㆍ꼬리 흔들기 등이 있다.
《통영오광대》 사자춤의 모래기치기는 고개를 숙였다가 젖히는 동작이다. 기교 동작은 사자 갈퀴 흔들기이며 모방 동작에는 담비 잡아먹기, 총에 맞아 쓰러지기, 꼬리 흔들기 등이 있다. 통영오광대의 사자춤은 몸은 비정상적으로 매우 큰데, 이는 3인 1조로 이미 몸통에 3인이 들어 있고, 나중에 담보를 잡아먹어 몸통 안에 넣기 때문이다.
《북청사자놀음》의 반주악기는 퉁소 둘~다섯 대, 북 한 대, 장고 한 대, 징 한 대로 구성된다. 《북청사자놀음》은 다른 지역과 달리 장고나 꽹과리가 아닌 퉁소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춘다. 사자춤의 반주음악은 퉁소 가락을 중심으로 초장, 중장, 말장으로 구성된다. 《봉산탈춤》ㆍ《강령탈춤》ㆍ《은율탈춤》의 반주악기는 피리 두 대, 대금 한 대, 해금 한 대, 장구 한 대, 북 한 대의 삼현육각 편성이다. 《봉산탈춤》의 장단은 타령ㆍ굿거리, 《강령탈춤》의 장단은 길놀이장단ㆍ늦은타령ㆍ굿거리, 《은율탈춤》의 장단은 늦은타령ㆍ타령ㆍ잦은돔부리를 연주한다. 《수영야류》의 반주악기는 사물악기이고, 장단은 굿거리ㆍ자진모리ㆍ휘모리장단으로 구성된다. 《통영오광대》의 반주악기는 꽹과리ㆍ징ㆍ북ㆍ장고ㆍ젓대ㆍ호적ㆍ피리ㆍ해금 등이며, 장단은 덧배기 장단을 주로 쓴다.
《북청사자놀음》의 사자가면은 피나무로 만든 나무가면이었으나, 현재는 종이가면을 쓴다. 사자가면의 윤곽은 둥굴고, 바탕은 분홍, 검정, 황색으로 칠한 다음, 금색으로 눈 수염 이마의 주름을 그리고, 검은색으로 눈썹, 귀 눈동자 콧구멍의 선을 그린다. 몸에는 그물을 씌우고, 그 위에 흑색, 황색, 청색, 홍색 등 오색의 실을 몸에 붙이고 바지와 신도 오색의 실이 달린 것을 입는다.
《봉산탈춤》의 사자가면은 둥근 대나무 소쿠리에 한지를 여러 겹 바르고, 그 위에 종이를 뭉쳐서 눈망울과 코를 만든다. 바탕은 주홍색으로 채색하고 눈썹은 검은색, 눈의 테두리 이마 수염은 검은색과 흰색으로 줄을 그었으며 눈자위는 희고 눈알은 검으며 눈동자는 금색으로 칠해져 있다. 콧등에도 역시 금색으로 점을 찍었으며 크게 뚫린 입은 검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다. 몸체는 흰색 털로 구성된다.
《강령탈춤》의 사자가면은 봉산탈춤의 사자가면과 같이 둥근 대나무 소쿠리로 제작을 하며, 몸체는 흰색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사자 갈퀴에는 밤색의 띠를 두르고, 등에도 밤색의 줄이 있으며, 턱에서 가슴 아래로 붉은색 줄이 있다.
《은율탈춤》의 사자가면도 둥근 대나무 소쿠리를 사용하는데, 누런색 바탕에 황금색 눈동자를 그리고 커다란 붉은 입술과 수염을 그린다. 몸통은 봉산탈춤과 마찬가지로 흰색이다.
《수영야류》 사자가면은 길쭉한 대나무 소쿠리에 한지를 여러 겹 바르고 눈, 코, 입술은 종이를 뭉쳐 조금 두드러지게 만든다. 가면의 바탕은 붉은색이고, 눈에는 은색을 칠하였으며 수염으로 검은색 털을 달았다. 적ㆍ황ㆍ갈색의 마사로 갈기를 달았으며 귀 근처에 방울을 달았다. 몸체는 삼베이고 그 안에서 세 사람이 들어가 움직인다.
《통영오광대》 사자가면은 길쭉한 대나무 소쿠리로 만들어지며, 바탕은 붉은 황색으로 채색되고 눈과 입은 은지로 쌓으며 눈은 흰색과 검은색, 수염과 이마는 검은색으로 그렸다. 얼굴 가장자리와 눈썹은 모피로 되어 있고 크게 벌려진 입은 붉은 색으로 칠하는데 그 속에 이가 드러나 보인다. 몸체는 땅에 끌리는 긴 포대에 사자가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려서 씌우며, 그 안에 세 사람이 들어가 움직인다.
사자춤은 동아시아의 불교 전파와 맥을 같이 하는 춤으로, 문화전파의 양상을 드러내는 좋은 사례이다. 사자춤은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일본에 전해지는데, 중국ㆍ한국ㆍ일본의 사자춤은 세시기 재액초복(除厄招福: 액을 막고 복을 들임)의 의미를 지니고 연행되었다. 현재 한국의 사자춤은 지역의 특성에 맞게 가면ㆍ춤ㆍ음악ㆍ대사ㆍ복식 등의 독특한 특성을 지니면서 전승되고 있다. 사자춤은 다른 탈춤과 달리 도무(跳舞)와 곡예적인 기능을 표출하는 역동적인 춤이며 매우 기교적인 춤이다. 또한 사자춤은 하나의 배역을 2인 혹은 3인이 담당하기 때문에, 사자의 앞채와 뒷채의 상호협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춤이다. 사자춤의 연행 시간은 짧지만 귀신을 쫓는 벽사의 기능, 파계승 과장을 마무리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통영오광대: 국가무형문화재(1964) 북청사자놀음: 국가무형문화재(1967) 봉산탈춤: 국가무형문화재(1967) 강령탈춤: 국가무형문화재(1970) 수영야류: 국가무형문화재(1971) 은율탈춤: 국가무형문화재(1978)
강인숙, 「사자춤에 관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4. 박전열, 『봉산탈춤』, 화산문고, 2001. 박진태, 『통영오광대』, 화산문고, 2001. 장욱, 「한국 사자춤의 상징성 연구」, 『차세대 인문사회연구』 13, 2017. 전경욱, 『북청사자놀음』, 화산문고, 2001. 전경욱, 『은율탈춤』, 국립문화재연구소, 2003. 정상박, 『수영야류』, 화산문고, 2001. 정형호, 『강령탈춤』, 화산문고, 2002.
강인숙(康仁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