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할아비춤, 미얄영감춤, 큰 양반춤, 할미영감춤
탈춤에 등장하는 할미의 남편 역으로 할미를 찾거나 재회하는 장면 혹은 첩과 애정표현을 하는 모습을 표현한 춤
탈춤에서의 영감은 본처인 할미와 젊은 첩이 주요 상대역으로 처첩간의 갈등을 일으켜 결국 할미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인물이다. 영감의 춤은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움직임들을 춤으로 표현한 것으로 현재는 본산대놀이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고 전개되어 온 탈춤에서만 연행된다.
영감춤에 대한 기록은 18세기 중엽 강이천(姜彝天, 1769-1801)의 남성관희자(南城觀戲子)에서 확인된다. 현재 영감춤은 전국의 탈춤 중 본산대놀이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고 전개되어 온 탈놀이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서울경기에서는 《송파산대놀이》 제12과장 〈신할아비ㆍ신할미놀이과장〉, 《양주별산대놀이》 제8과장 〈신할아비와 미얄할미과장〉, 《퇴계원산대놀이》 제12과장 〈신할아비와 미얄할미놀이〉 황해도에서는 《봉산탈춤》 제7과장 〈미얄할미영감춤〉, 《은율탈춤》 〈미얄할미 영감춤〉, 《강령탈춤》 제7과장 〈미얄할미ㆍ미얄영감춤〉, 경상남도에서는 《고성오광대》 제5과장 〈제밀주과장〉, 《통영오광대》 제4과장 〈농창탈과장〉, 《가산오광대》 제6과장 〈영감ㆍ할미과장〉, 《동래야류》 제4과장 〈할미ㆍ영감과장〉, 《수영야류》 제3과장 〈영감ㆍ할미놀이〉, 《진주오광대》 제5과장 〈할미놀음〉이 전해지고 있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영감춤은 주로 이별을 한 할미를 찾는 장면과 재회하는 장면 그리고 할미 혹은 첩과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다.
○ 내용 지역별로 큰 줄거리는 유사하지만 세부적인 내용 및 연행에는 차이가 있다. 주로 헤어진 영감과 할미가 서로를 찾다가 재회하며, 재회한 두 노부부 앞에 영감이 얻은 젊은 첩이 등장하여 삼각관계가 이루어진다. 해서지역의 탈춤에서는 영감이 젊은 첩을 선택하며 할미의 재산을 부당하게 빼앗으며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서울ㆍ경기지역의 산대놀이에서는 영감이 죽으라고 타령을 하자 억울해서 죽으며, 경상도 지역의 야류와 오광대에서는 첩의 아이를 두고 다투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해서 서울ㆍ경기지역에서는 죽은 할미 혹은 영감을 좋은 곳 극락으로 가라고 굿을 해 주고, 경상도 지역에서는 상여에 태워 보낸다. ○ 구조 영감춤은 영감과 할미 그리고 첩과의 갈등관계 속에서 표현된 춤이다. 영감춤은 현재 본산대놀이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고 전개되어 온 본산대놀이 계통 탈춤에서만 연행된다. 영감춤이 연행되는 영감ㆍ할미과장의 구조는 크게 여섯 개의 장면으로 구분된다. ① 영감이 첩을 유혹하는 장면 → ② 할미와 영감이 각각 등장하는 장면 → ③ 영감과 할미가 상봉하는 장면 → ④ 첩으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장면 → ⑤ 할미 혹은 영감이 사망하는 장면 → ⑥ 할미를 위해 굿을 하는 장면 순으로 전개된다. 각 지역별로 본 여섯 개의 장면들을 소리, 재담, 춤 등 다양한 형태로 풀어 극을 연출한다.
① 영감이 첩을 유혹하는 장면 | ② 할미와 영감이 각각 등장하는 장면 | ③ 영감과 할미가 상봉하는 장면 | ④ 첩으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장면 | ⑤ 할미 혹은 영감이 사망하는 장면 | ⑥ 할미를 위해 굿을 하는 장면 | ||
해서탈춤 | 봉산 | × | ● | ● | ● | ○ | ○ |
강령 | ● | ○ | ● | ○ | ○ | ○ | |
은율 | × | ● | ● | ○ | ○ | ○ | |
산대놀이 | 양주 | × | ● | ○ | × | ○ | ○ |
송파 | × | ○ | ● | ○ | ○ | ○ | |
야류 | 동래 | × | ● | ● | ● | ○ | ○ |
수영 | × | ● | ● | ● | ○ | ○ | |
오광대 | 고성 | × | ● | ○ | ○ | ○ | ○ |
통영 | ● | ○ | ○ | ○ | ○ | ○ | |
가산 | × | ○ | × | ○ | ○ | ○ | |
× 장면이 연행되지 않는 곳 ○ 장면이 연행되는 곳 ● 장면이 연행되며 영감춤이 포함되어있는 곳 |
○ 주요춤사위 영감의 주요 춤은 크게 ‘영감 걸음’, ‘영감과 할미의 대무’, ‘영감과 첩의 대무’로 구분할 수 있다. ‘영감 걸음’은 ② 할미와 영감이 각각 등장하는 장면에서 연행된다. 《봉산탈춤》에서는 굿거리장단에 등장하여 부채질하면서 걷다가 멈춰 서서 부채를 이마 위로 펼쳐 경치를 구경하는 몸짓을 표현한다. 이는 바쁘게 영감을 찾는 할미와 대조되는 모습으로 영감을 비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춤이다. 《은율탈춤》에서는 느린 타령장단에 맞춰 보폭을 크게 하며 걷는 것이 특징이고, 부채를 접었다 펴며 좌ㆍ우를 살피듯이 돌며 춤을 춘다. 《양주별산대놀이》에서는 부채를 펴고 지팡이를 들고 팔을 벌린 상태로 타령장단에 맞추어 걷는다. 춤을 추다가 한 발로 춤을 추는 깨끔질을 하며 부채로 지팡이를 때리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며 춤이 마무리 된다. 《송파산대놀이》의 신할아비는 굿거리장단에 맞춰 실제 노인과 흡사한 걸음걸이로만 표현된다. 야류·오광대의 영감도 주로 굿거리장단에 맞춰 걸으며 특정걸음 사위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연행한다.
‘영감과 할미의 대무’는 ③ 영감과 할미가 상봉하는 장면에서 표현되며, 《강령탈춤》, 《봉산탈춤》, 《동래야류》에서 연행된다. 《강령탈춤》과 《봉산탈춤》의 경우 영감이 할미가 추는 장단에 맞춰 대무를 한다.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일어나며 부채로 지팡이를 치면서 돌거나 위로 들어 올리거나 양팔을 좌우로 빠르게 들었다 내린다. 《강령탈춤》의 경우 지팡이를 내려놓고 장삼을 크게 휘두르며 춤을 춘다. 두 탈춤 모두 할미가 영감을 밀어 눕힌 다음 성행위하는 모습이 춤으로 표현된다. 《은율탈춤》에서는 타령장단에 맞춰 자유롭게 걷다가 할미에게 발견되며 마무리된다. 《동래야류》에서는 굿거리장단에 맞춰 걷다가 뒷걸음질 치다가 할미와 엉덩이를 부딪치며 튕겨나간다. 뛰는 사위로 무대 중앙으로 와 서로를 확인한 뒤, 할미가 영감을 밀어 눕히고 성행위하는 모습을 춤으로 표현한다.
‘영감과 첩의 대무’는 ① 영감이 첩을 유혹하는 장면, ② 할미와 영감이 각각 등장하는 장면, ④ 첩으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장면에서 표현된다. ① 영감이 첩을 유혹하는 장면의 대무는 《강령탈춤》과 《통영오광대》에서 연행된다. 《강령탈춤》에서는 영감이 용산삼개집을 발견하고 굿거리장단에 맞춰 다가간다. 서로 마주보며 좌ㆍ우로 돌며 대무하다 영감이 용산삼개집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퇴장한다. 《통영오광대》에서는 타령장단에 춤을 추고 있는 제자각시(작은어미)를 발견하여 다가가 어르다가 어깨동무를 하는 등 비정형화된 동작을 자유롭게 연행하고, 마지막에 누워서 성행위를 하는 모습이 몸짓으로 표현된다.
➁ 할미와 영감이 각각 등장하는 장면에서 ‘영감과 첩의 대무’는 《고성오광대》에서 연행되며 굿거리장단에 영감이 작은 어미를 데리고 나와 서로 어르며 춤을 춘다. ④ 첩으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장면에서의 ‘영감과 첩의 대무’는 《봉산탈춤》과 《동래야류》, 《수영야류》에서 연행된다. 《봉산탈춤》의 경우 자진굿거리장단에 맞춰 서로 마주보며 제자리에서 좌ㆍ우로 돌며 어르다가 영감이 덜머리집과 어깨동무를 한다. 《수영야류》와 《동래야류》는 굿거리장단에 맞춰 영감이 부채를 활용하여 첩을 바라보고 안으려는 등 자유롭게 몸짓을 춤으로 표현한다. 반면 자신에게 다가오는 할미는 세게 밀어버리는 대조적인 몸짓으로 표현한다.
서울ㆍ경기지역에서는 주로 피리 두 대, 대금, 해금, 장구, 북 각 한 대로 구성되는 삼현육각에 맞추어 춤을 춘다. 황해도 지역에서는 삼현육각을 기본으로 하되 꽹과리와 바라가 함께 추가되어 연주된다. 황해도의 경우 반주음악이 장면의 상황에 맞도록 연출되어있으며, 영감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주로 느린 굿거리장단이나 느린 타령장단에 연행된다. 할미와의 대무에서는 굿거리장단을 빠르게 몰아붙여 연주된다. 야류ㆍ오광대는 꽹과리, 징, 장구, 북 각 한 대로 구성되는 사물악기와 태평소에 맞춰 춤을 춘다. 반주 장단은 느린 굿거리장단이다.
영감 탈은 주로 하얀색이며 지역에 따라 갈색으로 표현된다. 《봉산탈춤》과 《강령탈춤》의 경우 개가죽관을 썼으며, 그 외의 지역에서는 주로 갓을 착용한다. 영감의 의상은 주로 하얀색이며 《봉산탈춤》에서는 회색, 《강령탈춤》에서는 검정색, 《통영오광대》에서는 파란색 두루마기 혹은 장심을 입는다. 무구로는 주로 지팡이와 부채가 사용된다.
영감춤은 처와 첩의 삼각관계를 재담, 소리, 춤으로 풀어 관객들에게 쉽고 흥미롭게 전달한다. 특히 과거 탈판의 배역은 남성들만이 참여할 수 있었는데, 남성중심사회 속 탈판에서 영감춤과 같이 남성들의 오류를 비판하는 춤이 추어졌다는 것도 주목해볼만 하다. 탈춤은 지배층과 서민들 사이의 갈등뿐만 아니라 기층민들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점도 대변하고자 하였음을 현재 전승되고 있는 영감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고성오광대: 국가무형문화재(1964) 양주별산대놀이: 국가무형문화재(1964) 통영오광대: 국가무형문화재(1964) 동래야류: 국가무형문화재(1967) 봉산탈춤: 국가무형문화재(1967) 강령탈춤: 국가무형문화재(1970) 수영야류: 국가무형문화재(1971) 송파산대놀이: 국가무형문화재(1973) 은율탈춤: 국가무형문화재(1978) 가산오광대: 국가무형문화재(1980) 진주오광대: 경상남도 무형문화재(2003) 퇴계원산대놀이: 경기도 무형문화재(2010) 한국의 탈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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