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장말뚝이춤 (일명 헛목춤, 첫목춤)
말을 부리는 양반의 하인으로 말뚝이는 조선 후기 탈춤인 중부역의 산대놀이와 해서지역의 탈춤, 그리고 남도의 야류, 오광대에 두루 등장하는 탈춤의 중심 인물이다. 각 탈춤마다 탈과 의상, 춤사위와 재담의 강도 등이 다르나, 상전인 양반 형제들의 비리와 무능을 질타하고 나아가 대부인 마나님과의 통정을 폭로함으로써 지배층에 더할 수 없는 낭패감을 안겨준다. 재담 위주의 산대놀이나 해서탈춤의 말뚝이와는 달리 남도의 말뚝이춤은 거센 욕설과 함께 양반 세력을 질타하는 춤이 덧배기춤가락으로 더욱 강렬하다. 강령탈춤에서는 벽사의 의식무로서 판열음으로 두 말뚝이가 곤장춤을 추기도 한다. 지배체제에 저항하는 민중의 전형인 말뚝이가 상전인 양반과 대립하면서 체제붕괴를 앞당기듯 채찍을 휘두르며 추는 장쾌한 건무형태의 배역춤인 것이다.
말뚝이는 조선 후기 탈춤인 봉산 탈춤, 강령 탈춤, 은율 탈춤, 양주 별산대놀이, 송파 산대놀이, 퇴계원 산대놀이, 수영 야류, 동래 야류, 통영 오광대, 고성 오광대, 가산 오광대, 진주 오광대>, 동래야류, 수영야류 등에 두루 등장하는 탈춤의 중심 인물이다. 피지배층인 민중과 지배체제인 (몰락)양반층과의 대립은 탈춤의 핵심적인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자연과 인간, 신과 인간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탈춤은 인간과 사회와의 갈등으로 시대적 전변과 함께 전개해 왔다. 지배층과 대립하는 인물이 탈로 표상화되는 한 말뚝이 마당의 원천은 저멀리 부족국가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고려시대 하회별신굿에서 등장하는 이매와 초랭이의 역은 중세를 지나 봉건사회해체기에 이르러 말뚝이, 쇠뚝이란 인물로 전화되었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말뚝이가 본격적으로 탈춤에 등장하기로는 신흥민중예술이 발흥되는 시기인 17,8세기쯤일 것이다. 말뚝이가 탈춤에 등장하고 극적인 성격을 부여받은 것은 평민소설에서 나오는 방자란 인물의 그것과도 유비해볼 만한 것이다.
남도 지역의 말뚝이 탈이 유독 크기가 장대한 것은 최치원의 〈향악잡영(鄕樂雜詠)〉에 나오는 통일신라시대의 대면(大面)과 연관성을 맺어볼 수도 있을 터이다. 대면은 큰 탈을 쓰고 추는 묵극으로 벽사의식의 의미를 지닌 탈춤이었다고 한다. 근대 시기 민중에게는 양반지배체제가 벽사의 대상으로 상정될 수도 있을 터이다.
○ 내용
말뚝이춤은 탈춤마다 탈, 의상, 춤사위, 연희 내용에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가장 특징적인 말뚝이춤은 강령탈춤의 곤장말뚝이춤(일명 헛목춤=첫목춤)과 야류 오광대ㆍ야류계통의 덧배기춤이 춤의 기반이 되는 말뚝이춤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강령탈춤의 곤장말뚝이춤은 판열음의 첫 대목으로서 터벌임의 의식무적인 성격을 지닌다. 말뚝이 둘이서 곤장을 휘두르기도 하고, 맞부딪쳐 물러나며 팔뚝짓을 하는 모습은 서로 싸우고 겨룸으로써 오히여 두 말뚝이간의 친화를 거두어낸다.
곤장말뚝이춤이 탈춤의 판놀음에서 부정적인 것을 정화시키는 성격이 강하다면, 양반과장의 말뚝이춤은 양반의 세력과 대항하는 민중적 항거의 뜻이 강하다. 곤장말뚝이춤은 건무의 특징을 지닌 전형적인 남성춤의 도무(跳舞)로서 역동적인 멋이 있고, 대무(對舞)형식으로서 원형인 탈판을 가득 채워주는 공간형식의 미가 특출하다.
말뚝이와 양반이 대립하는 말뚝이마당은 야류가 말뚝이 탈놀이라고 하리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양반의 하인인 말뚝이가 상전인 양반의 비리를 들추면서 하는 거침없는 욕설과 가차없는 질타는 영남인의 기질을 그대로 드러낸다. 위협적인 말뚝이 탈의 형상이 이미 그 자체로 공격적인 면을 부각시켜주고 있고 거기에 활달한 건무형식의 춤이 위압감을 더해준다.
말뚝이는 호령쪼의 말투와 한문귀절을 인용한 입씨름, 말씨름에서 한껏 양반을 조롱한다. 특히 대부인 마나님과통정을 나눈 것을 폭로함으로써 양반들에게 더할 수 없는 낭패감을 안겨준다. 이는 체제를 유지하는 도덕률을 육체적으로 허물어뜨리는 극적 격파술이라 할 수 있다. 산대놀이나 황해도 탈춤의 말뚝이는 화려한 입담과 재치있는 말솜씨로 양반을 능욕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야류나 오광대의 말뚝이는 거침없는 욕설과 함께 입보다는 몸으로 격파하는 표현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남도 지역의 향토춤인 덧배기 가락이 이러한 말뚝이의 극적 성격을 부각시키는데 안성맞춤이 되고 있다.
○ 구조
- 곤장말뚝이춤은 2인이 원형인 탈판 좌우에서 뛰어나와서 서로 반대편에서 마주보고 똑같은 발동작, 팔동작, 머리, 몸동작을 하는 대면무이다. 처음에는 거의 마임동작에 가까운 달음질로 시작하여 염불장단의 느린 춤, 타령장단의 절도있는 춤, 굿거리장단의 빠른 춤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함께 멀리서 원이나 평행선을 그리기도 하고, 혹은 가깝게 탈판 중앙에서 만나 여러 가지 동작을 한다.
- 오광대ㆍ야류계통의 말뚝이춤이 양반들이 원형 또는 일직선으로 서 있는 정가운데에 말뚝이가 자리잡고 춤을 펼치는데 이는 말뚝이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구조이다. 특히 경남의 향토춤인 덧배기춤이 춤의 기반이 되고 각 지역마다 춤사위의 차이점이 있지만 다양한 말뚝이 춤 중 수영야류 말뚝이춤을 중심으로 말뚝이 춤의 구조를 살펴보자.
- 수영야류 말뚝이춤은 즉흥적인 춤어어서 장단을 고정하여 정할 순 없지만 춤사위 중에서 팔감기, 팔펴돌기, 배김사위는 거의 고정적인 형태라 볼 수 있고 그 외의 춤사위는 연희 장소나 연희자의 흥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아무리 넒은 장소일지라도 한 춤사위가 3장단을 넘지 않으며 특히 제자리에서 뛰는 동작이나 직선적인 동작은 2장단 이내에 이루어지는게 상례이다. 원과 직선으로 이루어자는 활갯짓 뜀사위는 춤 구조상 시작, 중간, 마지막 부분에 두루 행해져 춤 공간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춤사위가 된다. 고성 오광대의 말뚝이춤도 이와 엇비슷하다.
전체적인 진행구조는 원을 그리면 그 다음에는 항상 직선으로 전진한다. 이러한 춤 공간이 반복되며, 직선은 배겨주기 위한 동작선임을 알 수 있다.
- 수영야류 말뚝이춤의 춤사위나 구성 상에서 나타나는 경남 덧배기춤의 일반적인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구조상 동작선은 주로 원과 직선의 교차, 반복 형태이며 특히 덧배기의 특징인 배김사위의 앞뒤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원을 그리고 나서 직진하는 동작선은 공간형태를 구성하는 데서 원초성을 엿보이면서도, 동질감을 토대로 한 순환 속의 대립 과정과 맺고 풂의 결정적인 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2. 말뚝이춤은 동일한 몇 개의 소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소절이 끝날 때마사 배김사위로 배겨줌으로써 흘러 풀어지는 춤동작을 맺어 갈무리해 준다. 팔을 감아 펼쳐 돌기가 끝나고 나면 언제나 말채를 어깨에 메고 큰 원을 그려주는 활갯짓 뜀사위로 넘어간다.
3. 활갯짓 뜀사위의 발동작은 한 발 들어 뛰기와 모듬뛰기를 번갈아가면서 하고 팔 동작은 같은 형태로 동작을 반복하는 가운데 변화를 준다.
4. 배김사위는 덧배기춤의 역동적인 면을 두드러지게 보이는 춤사위이다. 오광대 계통의 고성 춤은 서서 배김사위, 굽혀 배김사위, 앉음 배김사위로 앞뒤로 배겨주는 사위가 있고 같은 야류계통인 동래 춤에는 배김사위, 겨드랑 배김사위, 겹배김사위 등이 있다. 수영 말뚝이춤의 배김사위는 앞으로 배기는 앉음 배김사위사 주를 이루어 다소간 원초적인 양태를 보인다.
5. 말뚝이춤은 영남 향토춤인 덧배기가락에 풍류어린 박진감의 춤사위로 마당춤을 대표하고 있다. 말뚝이춤의 명인이 각 야류나 오광대를 대표해왔다. 1950년대에서 1980년대의 말뚝이 역으로 유명인물로는 수영야류의 조두영(趙斗榮, 1892~1964), 조재준(趙在俊, 1906~1974), 동래야류의 박덕업(朴德業, 1889~1972), 박점실(朴點實, 1913~1998), 고성오광대의 천세봉(千世鳳, 1897~1967), 조용배(趙鏞培, 1929~), 허종복(許宗福, 1930~1995), 통영오광대의 장재봉(張在奉, 1896~1966), 문창섭(文昌燮, 1919~1977) 등이다.
6. 양반과 말뚝이의 대립관계는 같은 춤 공간과 같은 장단 아래에서 각자의 춤사위, 동작선, 높낮이 등의 대조나 대칭, 엇갈림으로 대결상횡을 부각될 수 있고 서로 간의 화해나 조화는 배김사위의 동시 진행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말뚝이 1인 대 다수의 양반이라는 수적 대조에도 변화를 줌으로써 갈등의 내용을 다양화하기도 한다. 또한 양반춤은 팔을 들어올리는 일자 사위가 주를 이루어 양반의 권위를 나타내어 주는 데 비해 말뚝이춤은 도약적이고 중량감 있는 움직임으로 춤사위에 있어서도 서로의 성격이 대조적으로 드러난다.
7. 개방된 평면 원형무대는 관중과 거리감을 좁혀주어 동일 평면상의 공동감을 유발시킴으로써 춤에서도 상호 침투적이고도 현장적인 즉흥성과 가변성을 가능케 해준다.
○ 주요 춤사위
강령 탈춤 곤장말뚝이춤의 주요 춤사위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염불장단(6장단): 달음질-우방진-좌방진-회우방진-회좌방진-곱사위-곤장차기
타령장단(29장단): 곤장채기-돌며 곤장차기-후방진-겨누기-돌며 메기-엎발 찍기-인사사위-후방진-돌며 곤장차기-이마차기-고개잡이-돌며 걷어차기-세워뛰기-맞춤사위-겨루기-후방진-까치걸음-곤장차기
곤장말뚝이 춤은 시작과 끝이 분명함과 중간대목에 일상의 흐름을 깨는 파격적인 요소의 삽입, 그리고 춤사위의 연결에서 춤의 맺고, 풀고, 얼러줌 등 우리 춤의 일반적인 특성과도 일치하는 면이 있다.
덧배기춤 가락의 말뚝이춤에는 다음과 같은 춤사위를 들 수 있다.
1. 말뚝이의 특이한 발디딤으로 껑충거리며 뛰는 〈깨끔질 사위〉
2. 말채를 양쪽 어깨에 울러맨 형태로 일명 어깨춤사위라고 하는 〈울러맨 사위〉
3. 말채를 어깨에 올리고 배기는 〈배김사위〉
4. 말채를 겨드랑이에 끼고 배기는 〈겨드랑 배김사위〉
5. 겨드랑 배김사위 직후에 말채를 겨드랑 사이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성적인 표현을 하는 〈겨드랑사위〉
6. 말채를 머리 위로 1장단에 한 바퀴 돌리는 〈휘두름사위〉
7. 한 장단에 두 바뀌 돌리는 〈자진휘두룸사위〉 등이 있다
이러한 말뚝이춤은 껑충거리면서 온 마당을 휘어잡으며 호령쪼의 몸놀림을 구사한다. 덧배기춤의 진면목인 콱 배기는 배김새가락에 채찍의 휘두름, 커다란 탈의 고갯짓과 함께 남성적인 우렁찬 건무의 형태를 보인다. 황해도 지역의 도약과 춤폭이 큰 한삼춤자락의 활달함에 못지않는 상무적이고 거침없는 춤새이다. 이는 말뚝이의 민중적인 생명력과 활달한 성격이 만들어 낸 동작이라 할 수 있다.
곤장말뚝이춤은 피리 2, 대금 1, 해금 1, 장구 1, 북 1로 구성된 삼현육각에 맞추어 춤을 춘다. 장단은 염불장단, 타령장단과 황해도 특유의 자진 굿거리장단 순으로 진행되며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몰아가 점층적으로 고조되는 흐름을 보인다.
염불장단은 6박의 느린 장단으로 벽시진경의 의식무로서 곤장을 휘두르며 깊이 있고 묵중한 춤사위를 이끌어 낸다. 타령장단은 깨끼춤에 어울리는 간명한 장단으로 활기 있고 다양한 한삼 춤사위를 펼쳐낸다. 이에 무당 굿장단에 가까운 빠르고 강약이 분명한 황해도 빠른 굿거리 장단이 도약춤이 강한 북방게 무속춤가락을 유도한다.
오광대 야류 계통의 말뚝이 춤은 풍물대의 편성으로 된 타악에 신명을 낸다. 설쇠, 종쇠 등 꽹과리를 중심으로 북 장고, 징 등 타악에 태평소의 선율이 얹혀져 굿거리장단과 자진모리 장단(흔히 덧배기 장단이라 한다.)에 맞추어 춤을 춘다. 여기서는 깽쇠가락이 춤판을 주도한다. 배김사위로 들어가기전 ‘내고 달아 어르는 대목에는 분절된 3분박 가락이 명쾌하고 박진감을 불러 일으킨다.
강령탈춤의 말뚝이는 곤장과 채찍을 들고 나오며, 웃옷으로는 한삼이 달린 붉은 더거리를 입는다. 양쪽 다리에는 붉고 푸른 감발을 두른다. 목중이 입는 복색에 패랭이를 쓰고 나오니 마부나 하인의 행색이나 자못 벽사의식의 위엄도 갖춰진 듯하다. 거기에 비하면 봉산탈춤이나 산대놀이의 말뚝이는 신장수의 복식과 같이 쓰기도 하고 대체로 초라햐여 벽사의식의 성격은 드러나지 않는다. 오광대의 말뚝이는 주로 검정색 더거리를 입으며 수영야류의 말뚝이는 황금색 비단 더거리를 입는다. 이러한 의상의 색깔에서 말뚝이의 신분과 환경을 짐작할 수 있고 의식적인 춤이 주가 되는지 배역의 캐릭터가 주가 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동래말뚝이는 한국말뚝이 탈의 대표격이라 할 만큼 조형미가 뛰어나고 머리에 쓰면 어깨가 왜소해 보일 정도로 크기가 크다,(세로 42 cm, 가로 45cm)길고 굵은 남근 같은 큰 코에 날카로운톱니이빨, 불거져 나온 큰 눈망울, 군데군데 감검은 굴은 점들이 살아있는 민중의 상징처럼 강렬하고 위압적인 인상을 풍긴다. 다소 화려한 듯한 복새과 채찍에 어울려 말뚝이춤의 춤새와 춤폭의 장렬함을 그대로 연상시켜준다.
1. 재담 위주의 산대놀이나 해서탈춤의 말뚝이와는 달리 남도의 말뚝이춤은 거센 욕설과 함께 도약과 덧배기춤의 큰 배김새를 통해 육체적인 돌파력을 엿보여준다. 양반 세력을 질타하는 춤이 더욱 강렬하다. 강령탈춤에서는 벽사의 의식무 같이 두 말뚝이가 곤장춤을 추기도 하는데 길놀이 후 판을 정비하고 판을 씻어 열어젖치는 몫을 하기도 한다. 2. 야류나 오광대에 나오는 말뚝이춤의 일반적인 특징을 양반마당의 극 내용과 결부시켜 탈춤에서 춤이 지니는 극적 기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대사 내용의 구조를, 양반의 위엄, 말뚝이의 항거, 양반의 위축, 말뚝이의 변명, 양반의 안심 등으로 분석해 보면, 춤은 양반권위에 대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표현하면서 양반과 말뚝이의 대립과정을 마무리 시키면서 화해의 국면으로 나아가게 한다. - 한 단락의 극적 전개는 대사-불림-춤-대사-노래로 연결하여 구성되어 있고 이 때 춤은 대사 부분의 경계선으로써 인과관계 없이 독립되어 있어 갈등이 도달한 결말을 더욱 의미있게 해준다. - 음악을 청하거나 끝맺음을 할 때의 불림은 말뚝이 과장의 풍자적 내용을 요약한 문귀로 되어 있고 극을 매끄럽게 이어주면서 춤을 출 수 있게 유도하는 신호(cue)가 되고 있어 춤의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 말뚝이의 대사나 노래에 맞춘 몸짓은 이를테면 판소리에서 발림이나 너름새처럼 대사가 하지 못하는 표현영역을 확대해주어 극적 효과를 높여준다. - 어느 탈춤에서나 마찬가지로 춤은 등퇴장 방식으로서 그리고 거리나 시간을 필요로 할 때, 대사가 지리할 때, 대사와 대사 사이를 연결할 때, 장면을 전화할 때, 강조해야 할 부분이 있을 때 동원되고, 춤 자체로서 극적 상황이나 등장인물의 성격을 부각시켜 주는 극적 기능을 수행한다. 3. 말뚝이춤은 성적 자극을 야기시키는 몸짓과 해학성을 가지고 있다. 두 발을 깨끔질하면서 무진, 무퇴, 회무하는 동작들이 말채와 함께 양반을 위협하기도 한다. 말뚝이의 배김사위는 가장 역동적이라 할 수 있는데 내고 달아 어르다가 지신을 콱 밟듯 감아 배기는 대목에선 살을 베고 적대적인 것을 진압하는 듯한 긴박한 정황을 모두어내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리고선 느긋이 뤼돌아 풀어냄으로써 “어르고 맺고 푸는” 자연의 순리와 인간사의 굴곡을 상징적으로 모두어 낸다. 말뚝이의 양반에 대한 거침없는 사설 공방은 이런 배김새 춤 대목에서 절정을 이루며 화해로 넘어간다.
김세중, 「한국민속극 춤사위 연구」, 중앙대 석사논문, 1972. 김온경, 『부산 경남 향토무용총론』, 도서출판 한국평론, 1991. (사) 민족미학연구소 엮음, 『한국 탈춤의 몸짓말 갈래사전 연구 Ⅰ』, 경당, 2010. (사) 민족미학연구소 엮음,『한국 탈춤의 몸짓말 갈래사전 연구 Ⅱ』, 경당, 2010. 서연호, 『야류 오광대탈놀이』, 열화당, 1989. 이두현, 『한국가면극』, 문화재관리국, 1969. 정병호,『한국춤』, 열화당, 1985. 정상박, 『수영야류』, 화산문화, 2001. 채희완, 『탈춤』, 대원사, 1992. 채희완 엮음, 『춤, 탈, 마당, 몸, 미학 공부집』, 민속원, 2008.
채희완(蔡熙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