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괄이춤
조선 후기 해서 지역의 탈춤과 중부의 산대놀이에 등장하는 취발이가 노장을 물리치고 소매를 얻어 아이를 낳는 과정을 노래와 재담과 춤으로 엮어 가는 호방한 배역춤
취발이는 《봉산탈춤》
《강령탈춤》
《은율탈춤》
《양주별산대놀이》
《송파산대놀이》
《퇴계원산대놀이》, 《남사당 덧뵈기》 등 해서 지역과 중부의 산대놀이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가운데 하나이다. 취발이라는 명칭은 술 취한 중[醉僧]을 의미한다고 보기도 하고 때로는 절집에서 불목한 일도 한 인물로 추정된다. 돈 잘 쓰고 놀기 잘하는 정력적인 한량이 노장을 물리치고 소매를 차지하여 아이를 낳기에 이른다. 이런 과정이 노래와 재담과 춤이 얽혀 한판의 가무극으로 진행되는 호방한 남성 배역춤이다.
취발이춤은 탈춤 등장인물의 배역춤으로 봉산탈춤의 제 4과장 노장춤, 강령탈춤의 제 6과장 노승·취발이춤, 은율탈춤의 제 5과장 노승춤, 양주별산대놀이의 제 6과장 노장춤, 송파산대놀이의 제 7마당 노장춤, 퇴계원산대놀이의 제 7과장 팔먹중과 노장놀이 등에 나온다. 취발이의 유래는 술 취한 호인(胡人)을 가리키는 데서 온 것으로, 이는 기가쿠의 취호(醉胡)와 유사한 인물이다. 『교훈초』에 의하면 기가쿠의 취호는 취호왕(醉胡王)이라고도 하는데, 쇼소인(正倉院)의 탈이나 여러 사찰의 『자재장(資財帳)』에 의하면, 취호왕의 탈과 함께 그의 종자(從者) 여섯 명 혹은 여덟 명의 취호 탈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봉산탈춤에서 취발이는 팔먹중들의 우두머리로 나타나고, 취발이와 팔먹중들도 모두 술에 취해 있으며, 그들의 가면이 모두 호인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과 통한다.
취발이춤의 내용은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파계를 하고 소매를 얻게 된 노장 앞에 취발이가 등장하여 노장을 나무라고, 한바탕 싸움을 벌인다. 노장은 취발이의 완력을 당할 수 없어 얻어 맞고 쫓겨나간다. 취발이는 소매 사이에서 아들을 낳고, 그 아들에게 천자뒤풀이와 국문풀이 등을 가르치며 한바탕 어른다. 이는 여러 탈춤에서 공통된 내용으로 취발이 과장의 극적 전개가 생산력이 없는 겨울을 물리치고 왕성한 생명력을 과시하는 여름의 승리를 의미한다. 소매를 가운데 둔 노장과 취발이의 대결은 중세적인 관념적 도덕률을 허물고 근대적인 현실주의를 채택하는 민중의식의 성장을 드러낸다. ○ 주요 춤사위 봉산 탈춤에서 취발이의 행각을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춤사위는 다음과 같다. 취발이는 씩씩하고 쾌활한 걸음걸이로 한삼과 귀롱나무 가지를 휘두르며 깨끼춤을 춘다. 소매에게 접근할 때는 주로 외사위를 사용하고 소매를 유혹할 때는 양사위를 사용한다. 팔을 굽혀 한삼으로 밀었다 당겼다 하는 한삼 놀음은 취발이의 독특한 깨끼춤사위이다. 1. 트림사위 1박에 왼발을 오른발 앞으로 내딛고 두 손을 맞잡아 위로 올린다. 2박에 오른발을 들고 크게 뛴다. 3박에 오른발을 오른쪽 옆으로 내딛으며 두 팔은 어깨 뒤로, 시선은 왼쪽으로 향한다. 4박에 오른발을 왼발 앞으로 내딛는다. 5박에서 8박은 위 과정을 왼쪽편으로 해서 반복한다. 트림사위는 타령장단 4박에 맞추는 것으로, 오른쪽으로 뛰며 ‘아-아-쉬-이!’하고 트림소리를 내고, 왼편쪽으로 소리와 동작을 반복한다. 2. 취발이 걸음새 1,2 박에 오른발을 들고 두 손은 귀롱가지를 들어올린다. 3,4박에 앞으로 내딛으며 귀롱가지를 고개와 함께 앞으로 숙인다. 다음 박은 왼발로 위를 반복한다. 3. 근경 1박에 오른발을 떼었다 딛고, 두 손은 귀롱가지를 거머쥐어 왼쪽 어깨 뒤로 젖혀 얹는다. 2박에 고개를 들어 끄덕인다. 4. 돌림사위 1박에 두손으로 귀롱가지를 몸통을 비틀면서 오른발을 내딛는다. 2박에 다시 반대로 뒤집으며 왼발을 내딛는다. 5. 허리재기 1박에 오른발을 들어올리고 두 손은 귀롱가지를 쥐어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린다. 2박에 오른발을 앞으로 밀듯이 나아간다. 3박에 왼발을 들어올린다. 4박에 허리를 물결치듯 길게 펴서 발을 내딛는다. 6. 발뛰기 1박에 얼굴 앞에서 귀롱가지를 들고 오른쪽 비껴 앞쪽으로 풀쩍 뛰어 앉는다. 2박에 몸을 일으키면서 탈과 어깨를 부르르 떤다. 3, 4박은 선채로 부르르 떤다. 5박에 얼굴 앞에서 귀롱가지를 들고 왼쪽 비껴 앞쪽으로 풀쩍 뛰어 앉는다. 6박에 왼쪽 비껴 앞쪽으로 풀쩍 뛰어 앉는다. 몸을 일으키면서 탈과 어깨를 부르르 떤다. 7,8박은 선채로 부를르 떤다. 9박은 왼쪽으로 360도 한바퀴 돌아 풀쩍 뛰어 앉는다. 10박부터 12박까지는 일어나면서 부르르 떨고 또 선 채로 부르르 떤다. 13박에 오른쪽으로 360도 한바퀴 돌아 풀쩍 뛰어 앉는다. 14박부터 16박까지는 일어나면서 부르르 떨고 또 선 채로 부르르 떤다. 7. 너울질 1박에 왼손은 뿌려 어깨 뒤로 걸쳐 얹고, 오른발을 오른쪽으로 디디고 오른손은 한삼을 옆으로 젖혀 뻗는다. 2박에 중심을 왼발에 두고 뻗은 오른발은 몸 앞쪽으로 거두어 들인다. 3, 4박은 1, 2박을 되풀이 한다. 5박은 오른손은 뿌려 어깨 뒤로 걸쳐 얹고, 왼발을 왼쪽으로 디디고 왼손은 한삼을 옆으로 젖혀 뻗는다. 6박에 중심을 오른발에 두고 뻗은 왼발은 몸 앞쪽으로 거두어 들인다. 7, 8박은 5, 6박을 되풀이 한다.
피리 2, 대금 1, 해금 1, 장구 1, 북 1로 구성된 삼현육각에 얹어 춤을 춘다. 장구가 가락의 선도 역할을 하는데, 타령장단이 중심이다.
봉산탈춤 취발이는 붉은 원동에 녹색소매를 단 더그레와 붉은 바지를 입고 손에 귀롱가지를 들고 무릎에 방울을 단다. 더그레의 가슴과 등에는 누런 놋쇠를 달거나 또는 금박을 둥글게 오려 붙이고 소매에는 끝동에 한삼을 단다. 취발이 탈은 얼굴이 길고 크며 이마에 4개 미간에 6개 양 입가에 2개의 혹이 있다. 노총각의 백발을 나타내는 머리 위의 흰털과 노총각 역이라 하여 이마 위에 쇠꼬리로 만든 누런 털(상투)을 풀어서 드리운다. 또, 무릎 근처에는 소방울을 단다. 봄과 생명을 상징하는 귀롱나무 가지를 두 손에 휘어 쥐고 휘둘러 노장을 쫒아내고서는 그 후로는 한삼춤이나 맨손춤을 춘다.
1. 취발이 등장시 취한 걸음새의 디딤과 춤은 인물의 호방한 성격을 보여준다. 2. 첫머리의 불림에서 “감 돌아 들고 풀 돌아 든다”하고 제자리에서 한 바퀴 삥 돌아 앉았다가 일어나는 춤사위는 취발이의 호방하나 달관의 경지에 이른 위력적인 남성상을 예시한다. 3. 취발이와 노장의 대결상은 여름과 겨울의 싸움이라는 민속학적인 유감주술보다 생산력이 없는 것과 생산력이 있는 것과의 대결에서 생산력이 승리한다는 현실 세계의 지향성을 은유적으로 잘 드러내준다. 4. 형식 도덕률의 폐퇴와 현실주의의 승리는 탈춤의 기본적인 주제의식이자 근대적인 민중의식의 발로이다. 5. 그러나 역사적으로 드러난 두 인물은 이들을 역사적으로 떠올리고 있는 소매의 이름없는 삶에서 떠받들려 있음을 넌지시 예견케한다. 6. 민중적 삶과 투쟁을 대변해 주는 인물로 취발이는 그의 막강한 육체적 에너지가 싸움의 무기로 되어 있음을 생생하게 표방한다.
국가무형문화재 봉산탈춤(1967), 국가무형문화재 강령탈춤(1970), 국가무형문화재 은율탈춤(1978), 국가무형문화재 양주별산대놀이(1964), 국가무형문화재 송파산대놀이(1973), 국가무형문화재 남사당놀이(1964), 경기도무형문화재 퇴계원산대놀이(2010)
○ 무보 봉산탈춤 취발이춤 불림(라반노테이션 표기) 봉산탈춤 취발이춤 중 소매 어루기 대목(라반노테이션 표기)
(사) 민족미학연구소 엮,『한국 탈춤의 몸짓말 갈래사전 연구 Ⅰ』, 경당, 2010. (사) 민족미학연구소 엮,『한국 탈춤의 몸짓말 갈래사전 연구 Ⅱ』, 경당, 2010. 광주 시립민속박물관(편),『우리춤』, 광주시립민속박물관, 2008. 국립문화재연구소 편, 『송파산대놀이』, 국립문화재연구소, 2006. 박전열, 『봉산탈춤』, 서울:화산문화, 2001. 전경욱, 『은율탈춤』, 국립문화재연구소, 2003. 정병호,『韓國춤』, 서울:열화당, 1985. 채희완, 『탈춤』, 서울:대원사, 1992. 최창주, 『한국전통연희의 이해와 실제 Ⅲ-봉산탈춤』, 2000. 이윤자, 「봉산탈춤의 노장춤 연구」, 이화여대 석사논문, 1981.
채희완(蔡熙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