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무(鶴舞)
조선 후기부터 성행해 온 민속춤으로, 학이 움직이는 모습을 모방하여 표현한 춤
학춤은 부산 동래와 양산 등 경남 일대에 분포한 학의 형상을 모방한 덧배기춤의 한 유형이다. 넓은 마당에서 검정 갓에 흰 도포를 입고 추었는데 검정 갓은 학의 머리, 흰 도포는 학의 날개를 상징하여 표현한 것이다. 사물 반주로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일정한 형식이나 규칙 없이 자유롭게 추면서 춤꾼의 개성을 표출하는 예술성이 뛰어난 춤이다. 대표적으로 〈동래학춤[東萊鶴舞]〉과 〈양산학춤[梁山鶴舞]〉이 있다.
예로부터 동래 지역은 온천을 즐기는 풍류객들이 모여든 곳으로 놀이판이나 사랑방에서 한량들이 춤판을 벌이는 일이 잦았다. 이 과정에서 ‘들놀음’의 주된 춤인 〈덧배기춤〉의 투박한 형태가 부드럽고 세련되게 다듬어진 것이 〈동래학춤〉으로 발전하였다.
동래의 지형은 학의 형상과 닮았다고 하여 옛 지명도 학과 관련이 있었다. 학의 동체를 마안령(馬鞍領), 왼쪽 날개는 동장대(東將臺), 오른쪽 날개는 서장대(西將臺), 칠산동 일대를 학소대(鶴巢臺), 연산 4동을 학암(鶴岩)이라고 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주무는 학의 동체인 마안령, 4인의 조무는 동장대, 서장대, 학소대, 학암을 상징하는 5인의 학춤을 추기도 한다. 김희영(金熙英, 1923~1972)은 학춤은 홀춤, 5인무, 그 이상의 군무로 출 수 있고, 시간제한도 없다고 하였는데, 이를 통해 〈동래학춤〉은 정형화된 춤이 아니라 춤꾼의 개성이 존중되는 열린 구조의 춤임을 알 수 있다.
〈동래학춤〉은 1972년 9월 19일 부산시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었으며 1985년에 김동원(金東源, 1926~2001)은 춤 보유자, 1977년 김덕선(金德善, 1920~1999)은 악사 보유자, 1993년 유금선(柳錦仙, 1931~2014)은 구음 보유자로 인정되었다. 이후 2015년에 춤꾼 이성훈(李惺薰, 1949~ )과 악사(상쇠/꽹과리) 김태형(金泰亨, 1965~)이 보유자로 인정되었고, 〈동래학춤〉보존회에서 군무 형태로 전승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양산학춤〉은 사찰에서 민간으로 전해진 춤으로, 양산사찰학춤으로도 불린다. 통도사 대재행사 종무총회 시에 의례행사로 추어진 후 1930년대 중반 이후 경남 양산 내송리를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당시 내송리에 거주하던 김두식(金斗植, 1843~1930)이 사찰에서 학춤을 전수받아 즐겨 추었으며, 그 후 황종렬(黃鐘烈, 1897~1957), 김덕명(金德明, 1924~2015)에게 전수되었다. 또 다른 양산사람인 이주서, 고수길, 김농주도 학춤을 추었다고 전해진다. 〈양산학춤〉전승 계보의 객관성이 부족하여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민간 전승자들을 통해 수십여 년 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양산학춤의 영향을 받은 〈울산학춤〉과 〈진주학춤〉 등도 각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다. 이 학춤들은 홀춤 또는 군무 형태로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마당이나 무대에서 자유롭게 추어지고 있다.
○ 춤의 구성 〈동래학춤〉은 네 번의 배김사위와 등퇴장을 포함하여 총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1장: 악사들이 자진가락(자진모리)을 치면서 등장하여 춤판을 한 바퀴 돌아 한 곳에 정지한다. 곧이어 늦은굿거리장단으로 바뀌면서 구음이 시작되는데 이때 춤꾼들은 활개짓뜀사위를 하며 차례로 들어와 춤판을 돈 후 다섯 장단의 즉흥춤을 춘다. ② 2장: 모이어룸사위와 앉음모이어룸사위를 하고 똑바로 선 자세에서 외발서기를 한 후 좌측과 우측으로 옆걸음사위를 한다. 다섯 장단의 즉흥춤을 춘 다음 첫 배김사위를 한다. 이때 모두 중앙을 향하여 배김사위를 한 후 반드시 풀이 사위를 한다. ③ 3장: 다섯 장단의 즉흥춤을 춘 후 소쿠리춤사위를 하는데 태극무늬를 그리듯이 일제히 시계 반대 방향으로 네 장단 진행한 후 다시 즉흥춤을 춘다. 그다음 두 번째 배김사위를 하는데 이때 배김사위는 왼쪽배김사위를 하면서 원심 바깥쪽을 향해 배긴다. ④ 4장: 즉흥춤을 춘 후에 소쿠리사위를 취하면서 모두가 시계 방향으로 네 장단 태극무늬를 그리듯이 걸어가다가 다섯 장단의 즉흥춤을 춘 다음 세 번째 배김사위를 행한다. 이때 배김사위는 오른쪽배김사위와 뒷배김사위를 연거푸 행하며 소매걷움사위로 좌우로 풀어준다. ⑤ 5장: 즉흥춤을 춘 후 일제히 활개짓뜀사위로 춤판을 한 바퀴 돌고 정지하여 즉흥춤을 추다가 좌우로 모이줍는사위를 행한다. 양팔을 수직으로 올려 두 장단 모둠뛰기를 행하면서 한 바퀴를 돈 다음 즉흥춤을 추고 마지막 배김사위를 행하는데, 이때는 각자 자유로운 방향으로 춤춘다. ⑥ 6장: 즉흥춤을 춘 후 좌우배김사위를 행하고, 다시 즉흥춤을 춘 후 날음사위로 일제히 춤판을 돌아 퇴장한다. 〈양산학춤〉은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① 양팔을 벌리고 우쭐거리며 덧배기장단에 맞추어 춤판을 한 바퀴 돌아 나와 무대 후면 중앙에서 8박에 걸쳐 춤추다가 인사하고 일어선다. ② 8박에 걸쳐 두루 살피며 양팔을 위로 올리고 다리를 바로 당겨 올리는 걸음걸이로 좌우로 돈다. 처음에는 4박으로 두 번, 다음 2박으로 네 번 관중을 향해 앞으로 나가서 두세 번 배긴다. ③ 다시 〈덧배기춤〉을 추면서 좌우로 고갯짓을 하며 4박-2박으로 돌아가 앉아 잠시 머문 다음 일어나 양 다리를 좌우로 펴서 기지개 켜듯이 춤을 추고 한 바퀴 돈다. ④ 〈덧배기춤〉을 추면서 무대 중앙으로 온다. 관중을 향해 한두 번 배긴 후 일어나 인사하고 퇴장한다. ○ 주요 춤사위 〈동래학춤〉에는 활개짓뜀사위(날음새)➛일자사위➛돌림사위➛모이어룸사위➛외발서기➛옆걸음사위➛좌우활개사위➛배김사위➛좌우풀이사위➛소쿠리춤사위➛뒷배김사위➛소매걷움사위➛모이줍는사위➛모둠뛰기사위➛좌우배김사위 등 열다섯 가지의 춤사위가 있다. 춤사위들 사이에는 다섯 장단 정도 즉흥춤이 진행된다. 〈양산학춤〉의 춤사위는 학의 노니는 모습에서 가져온 동작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하늘에서 땅을 향해 내려오는 사위➛사뿐히 땅에 내려앉는 사위➛동료들에게 위엄 주는 사위➛사방을 두루 살피는 사위➛먹이를 찾아 걷는 사위➛먹이를 발견하고 도는 사위➛좋아서 으쓱거리는 사위➛먹이를 고르는 사위➛먹이 찍는 사위➛먹이를 죽이는 사위 ➛쉼터 찾아 걷는 사위 ➛햇빛을 쬐는 사위 ➛깜짝 놀라는 사위 ➛두 날개를 펴고 외발로 서는 사위 ➛오른발 기지개켜는 사위 ➛왼발 기지개켜는 사위 ➛ 짝 어루는 사위 ➛앞서서 이끄는 사위 ➛먹이 짚는 사위 ➛먹이 먹이는 사위 ➛ 쉬어노니는 사위 ➛방향 찾아 도는 사위 ➛날아갈 준비하는 사위 ➛날아가는 사위 등 24가지 사위로 구성된다.
〈동래학춤〉 악기는 꽹과리, 징, 장고, 북으로 편성되며, 공연의 성격에 따라 악기 수는 달라질 수 있다. 기수➛구음➛꽹과리➛징➛장구➛북➛무수 순으로 입장하고 퇴장한다. 〈동래학춤〉의 반주음악은 자진모리와 늦은굿거리장단(굿거리)을 사용된다. 자진모리장단은 처음에 악사들이 입장할 때와 학춤이 다 끝나고 퇴장할 때만 쓰인다. 본격적으로 학춤이 시작되는 굿거리장단에서는 구음이 나온다. 구음은 사람의 목소리로 특정한 가사 없이 ‘아, 어, 나, 너’ 등의 소리를 낸다. 〈양산학춤〉의 반주음악은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자유분방한 즉흥성이 있다. 주로 굿거리장단을 사용하며, 사물(꽹과리, 징, 장구, 북)악기를 주로 사용하지만 피리 두 대ㆍ대금ㆍ해금ㆍ장구ㆍ북의 삼현육각을 연주하기도 한다.
〈동래학춤〉의 춤꾼 의상은 흰색 바지, 저고리에 흰 도포를 입는다. 명주로 만든 의상은 학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데, 과거 한량들의 복식으로 명주 도포와 통영갓을 최고로 쳤다고 한다. 머리에는 검정 갓을 쓰고 짚신(미투리)을 신으며 가슴에는 흰 술띠를 맨다. 〈동래학춤〉의 악사 의상은 흰색 민복(바지, 저고리)에 조끼와 두루마기는 옥색으로 입으며 고깔을 쓰고 버선과 짚신을 신는다. 상쇠와 징수의 고깔이 조금 다른데 상쇠를 비롯한 다른 악사들은 적색, 노랑, 녹색, 흰색 꽃송이로 만들어진 고깔을 쓰며 징수는 흰색 고깔을 쓴다. 〈동래학춤〉의 구음 의상은 과거에는 악사와 같았으나 유금선이 1993년에 보유자 인정 된 후부터 치마, 저고리를 입었다고 구전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다양한 색상의 의상을 자유롭게 입는다. 그밖에 〈동래학춤〉을 연희할 때는 맨 앞에 〈동래학춤〉기 한 개를 앞세우고 등장한다. 〈양산학춤〉의 복식은 흰 바지저고리에 흰 도포를 입고 옥색 술띠를 맨다. 바지에는 행전을 착용하며 검정 갓에 짚신을 신는다.
「동래학춤」은 동래의 지형적 특징으로부터 발생하여 풍류를 즐기는 한량과 민중들의 삶의 모습을 반영하며 전승되어 왔다. 학의 고귀한 이미지를 춤으로 표현하여 선비의 기상을 추구하였고, 기품 있는 멋을 민중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개방적인 문화로 확장되었다. 또한,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춤사위는 창의적이고 힘찬 기백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1972)
동래학춤, 양산학춤, 울산학춤, 진주학춤 등은 민속춤에 속하여 궁중 정재 〈학무〉와는 구별된다.
강용권, 김온경, 황의종 등, 『동래들놀음』, 세명출판사, 1989. 김문숙, 박재희, 강인숙, 「양산 사찰학춤, 향제줄풍류」, 『무형문화재 조사보고서』 272, 2002. 김온경, 『부산경남 향토무용총론』, 한국평론, 1991. 부산광역시 문화예술과,『동래학춤』, 부산광역시, 2012. 부산직할시 교육연구원,『동래학춤 / 영상자료』, 부산직할시 교육연구원, 1990. 서국영, 「동래학춤」, 『무형문화재 조사보고서』, 105, 1973. 성기숙, 『한국춤의 역사와 문화재』, 민속원, 2005. 이은영, 「양산사찰학춤의 상징적 표현과 현대적 활용방안 연구」, 한양대학교 미간행 박사학위논문, 2007.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vgX_NGVSfg0)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ltdRfJwlsBU)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NM_VkubqKHw)
오덕자(吳德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