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무(立舞), 입춤(入춤), 허튼춤, 즉흥무, 굿거리춤, 수건춤
교방춤 계열에서 기본춤에 해당되며, 순서를 짜지 않고 즉흥적으로 추는 춤
교방춤 계열 중 기본춤에 해당된다. 틀이 정해져 있지 않은 즉흥무이며, 굿거리 가락에 추면 굿거리춤으로, 수건을 들고 추면 수건춤으로 불렸다. 조선후기에 교방 기녀들이 추었으며, 근대 이후로는 권번 기녀들에 의해 전승되었다. 20세기에 별로 주목되지 않았으나, 21세기에는 입춤에 포함된 요소들이 독자적인 춤으로 변화 발전되었다. 화사하고 맵시 있으며 활기찬 미감을 보여준다.
입춤의 기원이나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입(立)이라는 글자에서 입춤의 의미를 서서 추는 춤, 또는 세우는 춤으로 보거나, 입으로 구음(口吟)을 하면서 춤춘다 하여 입춤이라고 한다는 설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지방 관아 교방의 기녀들이 입춤을 추었다. 1844년에 한산거사(漢山居士)가 지은 「한양가(漢陽歌)」에 “잔영산(靈山) 입춤 추니 무산선녀(巫山仙女) 내려온다”는 내용이 나온다. 〈잔영산〉은 《영산회상》 중 〈자즌영산〉으로 약간 빠른 장단이다. 〈자즌영산〉에 맞춰 입춤을 추었다는 것이며, 그 모습이 선녀가 내려오는 듯 곱다고 표현했다. 또 홍순학(洪淳學, 1842~1892)이 1866년(고종 3)에 중국 사신으로 가면서 평안도 선천 의검정에서 열린 연회를 보고 “춤추는 구경하자 맵시있다 입춤이며 시원하다 북춤이요,”라고 표현했다. 선천의 기녀들이 춘 입춤이 맵시있고 아름답다고 했는데, 그 외 춤의 내용이나 구성을 알 수는 없다. 다만 춤판의 감상을 표현하는데 입춤을 처음에 언급했기에 연회의 초반에 추었을 것으로 본다. 20세기 들어 전통춤들이 극장 무대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입춤이 간간이 추어졌다. 예술계 인사 100인을 연재한 『매일신보』의 「예단일백인」(1914) 기사나 전국 16개 권번의 기녀 605인을 소개한 『조선미인보감(朝鮮美人寶鑑)』에 기생의 특기 종목으로 입무(立舞)가 전국에 걸쳐 나타났다. 또한 1930년대에 한성준(韓成俊, 1875~1941)이 조선음악무용연구회(1937~1941)를 설립하여 전통춤을 되살리고 무대화할 때 입춤이 포함되었다. 그의 제자 강선영(姜善泳, 1925~2016)은 한성준에게 춤을 배울 때 입춤을 즉흥무와 같다고 하면서 살풀이장단에 맞추어 추면 〈살풀이춤〉이라 불렀다고 한다. 입춤은 전통춤의 기본이자 춤꾼의 기량을 판단할 수 있는 춤이었기 때문에, 제자들의 졸업시험으로 〈승무〉와 함께 즉흥무를 보았다고 한다. 조선 말에 궁중에서 관기로 활동하다가 경주를 거쳐 대구에 정착한 정소산(鄭小山, 1907~1978)도 입춤을 추었다. 그의 제자 박금슬(朴琴瑟, 1922~1983)은 조그만 사각수건을 들고 춤추었는데, 그것을 〈수건춤〉이라 했다. 한국전쟁 후에는 전통예술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입춤도 별로 공연되지 않았다. 입춤의 주제가 〈검무〉나 〈승무〉처럼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대 종목으로 인식되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다양한 민속춤 명인들이 세상에 소개되면서 입춤 계열의 춤들이 알려지게 되었다. 김수악(金壽岳, 1926~2009)의 〈진주교방굿거리춤〉, 심화영(沈嬅英, 1913~2009)의 〈굿거리춤〉, 김계향(金桂香 1931~1991)의 〈굿거리춤〉, 김이월(金貳月, 1927~?)의 〈나비춤〉, 안채봉(安彩鳳, 1920~1999)의 〈소고춤〉, 박금슬(朴琴瑟, 1922~1983)의 입춤과 〈굿거리춤〉, 정형인(鄭炯仁, 1900~?)의 〈굿거리춤〉, 김숙자(金淑子, 1927~1991)의 입춤, 강선영의 입춤, 최희선(崔喜仙, 1929~2010)의 〈달구벌입춤(달구벌수건춤)〉, 권명화(權名花, 1934~ )의 입춤, 이매방(李梅芳, 1925~2015)의 입춤 등이 그러하며, 입춤의 요소들이 작품화된 김광숙(金珖淑, 1944~ )의 〈예기무〉도 추어지고 있다.
○ 내용 입춤의 고유한 내용이나 주제는 없다. 입춤은 일정한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허튼춤〉이라고도 하고, 즉흥적으로 추기 때문에 〈즉흥무〉라고도 한다. 한편 입춤의 작품동기(모티브)에 따라, 수건을 들게 되면 〈수건춤〉이라 하고,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추면 〈굿거리춤〉이라고 한다. 20세기 후반에 살(煞)을 풀고 한(恨)을 푸는 〈살풀이춤〉이 별도로 분리된 후, 입춤 계열의 춤들은 화사하며 흥을 돋우고 멋을 선보이는 춤으로 추어지게 되었다. 굿거리의 느린 가락으로 춤을 시작하여 춤사위들을 엮으며 반주와 교감하고, 자진모리의 빠른 가락에서 흥을 내보이며 춤꾼의 개성과 멋을 보여준다. 입춤은 화사하거나 명랑하게 또는 아기자기하거나 활기차게 흥과 신명을 표현한다.
○ 구성 입춤의 구성은 소품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손춤〉이다. 춤의 처음부터 끝까지 소품을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추는 입춤이 있다. 이매방의 입춤이 이에 속한다.
둘째는 〈손춤〉을 추다가 저고리 배래에서 조그마한 사각 수건을 들고 〈수건춤〉을 춘다. 심화영이나 강선영 입춤이 이러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셋째는 굿거리장단에 맨손으로 춤을 추다가 저고리 소매에서 조금 긴 수건을 꺼내 〈수건춤〉을 춘 후, 자진모리장단에서 수건을 허리에 묶고 미리 놓아두었던 소고를 들고 〈소고춤〉을 추는 구성이다. 굿거리장단으로 〈수건춤〉을 추다가 수건을 땅에 떨어뜨린 후에, 엎드려서 수건을 입으로 물어 올려서 손에 들기도 한다. 김숙자의 입춤, 최희선 입춤이 세 번째 형태에 속한다.
김광숙의 〈예기무〉는 부채-수건-접시를 차례로 들고 추는 특이한 구성이다. 이를 〈접시춤〉이라고도 한다.
○ 주요 춤사위 〈손춤〉, 〈수건춤〉, 〈소고춤〉 등의 입춤은 기녀들이 추었던 교방춤 계열의 춤사위들로 이루어진다. 〈손춤〉 사위로, 박금슬의 입춤에 나오는 ‘우수선거(우수(右手選擧) 세전(細傳)드딤세’가 있다. 오른손을 들어올리면서 박마다 앞으로 걸어나가는 기본적인 동작으로, 이때 왼손은 뒷짐을 지고 오른발부터 걷기 시작한다.
〈수건춤〉 사위로는 ‘뿌리는 사위’가 있다. 수건을 쥔 오른손을 왼쪽 어깨 위로 가져가 뒤로 뿌렸다가, 오른팔을 빼면서 어깨 높이로 앞으로 뿌리는 동작이다.
〈소고춤〉 사위로는 자진모리장단에서 소고와 소고채를 양 손에 쥐고 첫 박에 소고를 치고, 두 번째 박에 소고와 소고채를 허리 아래에 두었다가, 세 번째와 네 번째 박에서 소고를 뒤로 둥글게 감았다가 앞으로 빼는 동작이 있다.
삼현육각을 갖추어 반주할 수도 있지만, 여건상 악기를 모두 부르는 것이 어려워 간소화하기도 했다. 장구 반주에 구음을 더하거나, 한두 가지의 관현악 악기로 반주하는 경우가 많다. 후반에 태평소가 추가되기도 한다. 장단은 대부분 굿거리장단으로 시작해서 자진모리장단으로 끝나는데, 경우에 따라 굿거리 5~6장단을 뒤에 붙여서 끝내기도 한다. 굿거리장단 대신 살풀이장단을 연주하는 경우도 있고, 드물지만 자진모리장단 뒤에 동살풀이장단을 넣기도 한다.
입춤의 복식은 특별히 정해진 규칙이 없다. 일반적으로 옥색 치마저고리를 입고 남색 끝동에 자주 고름을 매거나, 노랑 저고리에 파란색 치마를 입지만, 〈살풀이춤〉의 의상과 구분하기 위해 끝동과 고름을 다른 색으로 한다. 소품으로는 사각 흰 명주 수건이나, 1m 20cm 가량의 흰 명주 수건이나, 소고와 소고채를 사용한다.
입춤은 춤의 순서나 격식이 엄밀히 정해져 있지 않고, 장단의 변화에 따라, 춤꾼의 멋과 흥에 따라 개성을 보여주는 춤이다. 즉흥성과 현장성이 강한 춤이므로, 음악, 춤사위, 소품, 의상 등에서 차별점이 드러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20세기에는 기본춤의 성격이 강하고, 살풀이춤이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별로 주목받지 않았으나, 21세기 들어 입춤이 포함했던 요소들을 각각 살리면서 별도로 작품화가 진행되었다.
진주교방굿거리춤: 경상남도 무형문화재(1997) 입춤: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12) 예기무: 전북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2013) 수건춤: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2015) 수건춤: 전북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2017) 평남 수건춤: 이북5도 무형문화재(2018)
구희서ㆍ정범태, 『한국의 명무』, 한국일보사, 1985.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연구실 편,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19-입춤ㆍ한량무ㆍ검무』, 국립문화재연구소, 1996. 백경우, 「이매방 춤의 양식적 특성으로 본 역학적 분석 : <승무>ㆍ<살풀이춤>ㆍ<입춤>ㆍ<검무>를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1. 성기숙, 「입춤의 생성배경과 류파에 따른 전승맥락 연구」, 『한국무용연구』 14, 1996. 윤미라, 「대구 달구벌 입춤의 전승과 변형에 관한 연구」, 『대한무용학회논문집』 28, 2000. 이은영, 「영, 호남지역 입춤에 나타난 지역성에 관한 연구」, 『한국무용교육학회지』 24, 2013. 정병호, 『한국춤』, 열화당, 1985. 허순선, 「박금슬의 입춤 연구」, 『한국무용교육학회지』19/1, 2008.
김영희(金伶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