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무악에 뿌리를 둔 재인(才人) 계통의 춤으로, 꽹과리를 연주하며 독무로 추거나 또는 철릭의 소맷자락을 활용하여 군무로 추는 춤
진쇠춤은 진쇠 장단을 비롯한 경기도 무악 장단에 맞추어 추는 춤으로, 이동안류(李東安, 1906~1995)와 김숙자류(金淑子, 1927~1991)의 두 종류가 있다.
이동안류의 진쇠춤은 구군복(具軍服)을 입고 꽹과리를 연주하면서 채에 달린 너슬[너설]을 휘날리는 동작을 곁들여 무관(武官)의 위용을 과시하며 춤을 춘다. 이와 달리 김숙자류의 진쇠춤은 홍색이나 남색 철릭을 입고 사모를 쓴 복식으로 철릭 소매자락을 휘날리며 2인 이상의 무원(舞員)이 짝을 이루어 대무(對舞)하여 구성에 변화를 주며 춤을 춘다.
진쇠춤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해진다. 이동안에 따르면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 궁(宮)에서 만조백관(滿朝百官)을 불러 향연을 베풀고, 원님에게 춤을 추게 하였다. 이때 원님들이 쇠를 들고 춘 춤이 훗날 재인(才人)들에게 전해져 진쇠춤으로 전승되었다’고 한다. 이동안류의 진쇠춤은 이 내용을 바탕으로 경기무악의 형식을 빌려 양식화되었다. 이동안은 1920년 박승필에 의해 광무대의 광대로 발탁되어 당대 최고의 광무대 재인 광대 김인호(金仁浩, 연대 미상)에게 30여 종의 전통춤과 춤 장단을 사사하여 춤의 유파를 형성하였다. 진쇠춤은 〈태평무〉, 〈승무〉, 〈검무〉, 〈살풀이춤〉, 〈엇중모리 신칼대신무〉, 〈한량무〉, 〈승전무〉, 〈성진무〉, 〈학무〉, 〈화랑무〉, 〈신로심불로〉, 〈희극무〉, 〈장고춤〉, 〈기본무〉 등과 함께 이동안의 주요 작품으로 전승되었다. 이동안의 구술(口述)에 따르면 1937년 한성준(韓成俊, 1874-1941)의 조선음악무용연구회에 춤 선생으로 초빙되어 당대 최고의 신무용가(新舞踊家) 최승희(崔承喜, 1911~?)에게 〈장구춤〉, 〈승무〉, 〈태평무〉, 〈입춤〉, 진쇠춤을 전수하였다고 한다. 이후 이동안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김인호에게 사사한 춤을 전수하거나 연행하였다. 이동안의 제자인 국가무형문화재 발탈 보유자 박정임(朴貞任, 1939~)에 따르면 1950년~1960년대 중반까지도 특별한 행사에서 종종 쇠를 들고 춤을 추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진쇠춤이 본격적으로 양식을 갖추어 연행된 기록은 1976년 민속학자 정병호(鄭昞浩, 1927~2011)가 설립한 전통무용연구회의 창립 기획공연부터 발견된다. 1977년 3월 4일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강당(現 아르코극장 대극장)에서 기획된 ‘이동안 한량춤 및 발탈 발표회’에서 이동안은 〈승무〉, 〈한량무〉, 〈병신춤〉, 〈발탈〉과 함께 진쇠춤을 선보였다. 이동안은 원님의 복식인 구군복을 입고, 경기도당굿 장단에 맞추어 꽹과리를 연주하며, 꽹과리채에 달린 너슬을 휘날려 진두지휘하는 무관(武官)의 위용을 드러내는 춤을 추었다. 이동안의 진쇠춤은 쇠를 들고 연행하는 전통춤 종목의 하나로 자리매김하여 다양한 유파로 전승되고 있다. 김숙자류 진쇠춤의 대한 기록은 1976년 6월 30일 무형문화재 조사보고서 제121호: 안성무속에 전해진다. 보고서에는 《경기도당굿》에서 연행되는 경기시나위춤으로 진쇠춤, 〈제석춤〉, 〈터벌림춤〉, 〈손님굿춤〉, 〈군웅님춤〉, 〈쌍군웅님춤〉, 〈도살풀이〉의 일곱 종목이 기록되어 있다. 경기시나위춤은 세습무가(世襲巫家)에서 태어난 김숙자가 6세부터 재인(才人)인 아버지 김덕순과 스승 조진영에게 사사한 무속(巫俗) 춤이다. 이 춤은 2018년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지정된 춤 종목은 〈부정놀이춤〉, 〈터벌림춤〉, 진쇠춤, 〈제석춤〉, 〈깨끔춤〉, 〈올림채춤〉, 〈도살풀이춤〉으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한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 사업에 사단법인 매헌춤보존회가 시행자로 참여하여 재현한 종목이다. 〈제석춤〉과 〈깨끔춤〉을 제외한 종목은 경기도당굿 장단의 명칭을 춤의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다.
김숙자류의 진쇠춤은 1976년 12월 11일 한국국악협회 주최, 한국민속극연구회 주관으로 연행된 무속무용발표회에 공연되며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1978년 11월 11일 한국국악협회 주최로 문예회관대극장에서 열린 김숙자 전통무용발표회에서 양길순, 이정희, 이양지, 김운선의 4인 군무가 연행되었다. 1986년 11월 1일과 2일 양일간 열린 ‘김숙자 회갑 기념공연’에서는 여덟 명의 무원(舞員)이 문관(文官)의 복식인 홍철릭이나 남철릭을 입고 사모를 쓰고 좌우 두 대(隊)로 나뉘어 열을 지어 2인(人) 대무(對舞)로 철릭의 소매자락을 잡고 춤을 추었다.
김숙자의 진쇠춤은 《경기도당굿》 중 〈군웅굿〉에 뿌리를 둔 홍철릭 소매자락춤으로 위엄과 기풍이 살아있는 무속춤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김숙자가 생존했을 때 진쇠춤이 자주 연행되지는 않았으나, 이후 춤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경기도무형문화재 《경기도당굿시나위춤》 종목의 하나로 지정되었다.
○ 내용 이동안류 진쇠춤은 원님이 꽹과리를 들고 흥을 돋우며 태평성대를 칭송하는 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때 원님이 치던 꽹과리에 참진(眞)자를 붙여 진쇠라는 이름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김숙자류의 진쇠춤은 유래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행위보다는 무복인 홍철릭의 소맷자락춤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두어 양식적 변화를 주고 있다. 무속이 갖는 제액초복(除厄招福)의 염원을 통해 태평을 기원하는 의미를 생성하고 있다. ○ 구조 이동안류 진쇠춤은 《경기도당굿》 의례(儀禮)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어 기승전결이 명확한 구조를 보인다. 청신(請神)에서 오신(娛神), 축원(祝願), 송신(送神)의 구조는 공연예술의 서사(徐事)로 전환되어 있다. 낙궁 장단에 입장하여, 부정놀이 장단의 정적(靜的)인 흐름에 몸과 꽹과리 연주가 절제된 협응을 시작한다. 맺음이 명확한 터벌림 장단에서 묵직한 밟이춤으로 너슬을 힘있게 뿌리거나 휘두르며 춤을 추어 진두지휘하는 원님의 위엄을 격(格) 있게 보여준다. 엇중모리 장단에서는 장단의 가락 특성을 살려 인간 본연의 감정인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표현한다. 빠르게 몰아가는 올림채 장단에서는 꽹과리를 몰아치며 너슬로 진퇴(進退)를 묘사하여 원님의 위엄을 고조시킨다. 진쇠 장단에서는 몰아가던 긴장을 풀어 관객과 소통을 시작하며 원님의 너그러움을 보여준다. 진쇠 장단의 여유로운 흐름은 겹마치기, 자진굿거리 장단으로 이어지며 점차 힘 있는 몸의 놀림이 흥취와 신명을 고조하고, 깨끔 발의 다양한 발놀림과 고개 놀림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태평성세(太平聖歲)를 전달한다. 김숙자류 진쇠춤은 굿에서 연행하던 춤의 질서를 확장하여 형식미를 강조한다. 굿에서 의례의 하나이거나 사설(辭說), 혹은 가창(歌唱)의 보조 수단이던 간결한 춤을 반복적으로 구성하고 무절(舞節; 춤사위 또는 춤추는 가락)에 변화를 주었다. 또한 무녀(巫女)가 혼자 추던 춤을 2인 이상의 대무 형식으로 양식화하고, 춤의 이동 경로도 제자리의 2인 대무에서 전후(前後) 공간으로 경로를 확장하여 열(列)을 유지하는 일무(佾舞[줄춤])의 구조를 도입하였다. 춤의 후반부에서는 회무(回舞)로 전환했다가 다시 열을 구성하여 춤을 마친다. 이 새로운 규칙과 질서로 제액초복(除厄招福)을 기원하는 의례성(儀禮性)을 전달한다. ○ 주요 춤사위 재인계통의 춤은 동일 방향의 상체와 하체가 결합하는 수족상응(手足相應)의 동측성양식(同側性樣式, ipsilateral pattern)을 바탕으로 하여 다소 거칠고 우연성에 입각한 허튼춤의 특성을 보인다. 신체의 반력(反力; 반동력)을 활용해 춤의 역동성을 발현하는데, 이러한 특성은 재인 광대들이 연행하던 줄타기의 원리를 춤에 반영한 것이다. 김인호(金仁浩, 1850?~1930?), 한성준(韓成俊, 1874~1942), 이동안 등도 줄타기를 직접 연행하거나 관련이 깊었고, 노래, 춤, 재담(才談)에 능했던 예인들이다. 이들은 줄타기의 역학적 원리와 재담을 통한 서사(敍事)의 원리를 활용하여 생동감 넘치는 춤을 완성하였다. 이동안의 진쇠춤은 발 디딤의 반발력으로 상체를 치켜 올려 어깨를 어르는 몸놀림을 특징으로 한다. 장단을 쪼개거나 연결하여 꽹과리를 치며, 박(拍)의 사이사이에 너슬을 뿌리고, 던지고, 제치고, 어깨에 얹고 도는 동작이 있다. 밀거나 당기고, 감아주며 팔을 놀리고, 힘찬 디딤과 함께 깨끔 발로 선 채 들어 올린 발을 놀리거나 고개를 까딱거리며 놀리기도 하는 등 꽹과리 소리와 춤사위가 조화를 이루어 시청각(視聽覺)적으로 유쾌한 신명을 발동시킨다. 김숙자류 진쇠춤에도 줄타기에서 비롯된 반력이 활용된다. 그러나 이동안의 춤이 낙천적이고 역동적인 것과는 달리 슬프고 애잔한 정동미(靜動美)를 준다. 오금의 반력을 활용한 ‘덩거덩춤’이 특징이며, ‘맺음’과 ‘풀음’, ‘평사위’와 ‘어름’, 구부리거나 바로 서고, 움직이거나 멈추는 등 대립적 운동 개념을 활용하여 춤사위를 구성한다. 한편, 철릭의 소맷자락을 잡고 추는 소맷자락춤의 주요 동작으로는 소매자락을 좌ㆍ우(左ㆍ右), 상ㆍ하(上ㆍ下), 전ㆍ후(前ㆍ後)의 대칭으로 뿌리거나 엎고 제치는 동작 등이 있다. 상대무(相對舞)·상배무(相背舞)로 대무(對舞)를 시작하여, 열을 맞추어 진퇴(進退)하거나 열을 교차하여 거리를 벌리기도 하고, 연풍대로 회무(回舞)를 하여 대무를 풀고 다시 일렬로 춤춘다. 김숙자류의 진쇠춤은 이동 경로와 대형 변화를 통한 춤의 정형성과 의례와 같은 장엄함을 보여준다.
진쇠춤 반주음악은 경기무악(京畿巫樂)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춤의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유파는 모두 진쇠장단을 반주로 활용한다. 이동안류 진쇠춤은 낙궁-부정놀이-반설음-엇중모리-올림채-진쇠-경상도엇굿거리-넘김채-겹마치기-자진굿거리의 장단 구성으로 다채롭다. 김숙자류 진쇠춤은 진쇠-넘김채-겹마치기-자진굿거리의 비교적 적은 장단 변화로 구성되고, 느린 춤에서 빠른 춤으로 장단을 순차적으로 구성하여 춤을 고조시킨다. 최근에는 반염불 장단을 반주음악에 포함하여 끝인사에 사용하기도 한다. 악기 편성은 꽹과리, 징, 장고의 타악기와 피리, 대금, 해금 등의 선율 악기가 편성된다.
이동안류 진쇠춤에서는 한복 바지저고리 위에 동달이[협수(狹袖)]를 입고, 그 위에 전복(戰服)을 걸치는 구군복(具軍服)을 착용한다. 전복 위에는 전대(戰帶, 纏帶)를 두르고, 머리에는 전립(戰笠, 氈笠)을 쓰고, 발에는 목화(木靴)를 신는다.
무구(舞具)로는 꽹과리를 사용한다. 꽹과리채에는 오방색 천을 꼬아 만든 너슬을 달아 꽹과리 연주에 따라 춤의 공간을 확장하며 춤의 변화를 꾀한다.
김숙자류 진쇠춤 복식은 바지저고리 위에 홍색이나 남색의 철릭[철륙]을 입고 전대를 매고 머리에는 사모(紗帽)를 쓰고 발에 목화를 신는다. 철릭은 군복의 하나이자 굿에서 착용하는 무복(巫服)으로, 철릭에 끝에는 장삼(長衫)의 흰 소매를 덧붙여 자락을 뿌리며 춤을 춘다.
진쇠춤은 굿에서 추던 춤을 양식화하여 전통춤의 범주를 확장한 점에서 주목된다. 경기도 무속의 특질을 춤의 절차에 수용하여 독자적인 성격을 구축하였다. 이동안류의 경우 악가무희(樂歌舞戱)를 아우르던 광대의 역할을 춤꾼의 배역에 녹여내어 향유자의 재미를 더해준다. 농악 상쇠의 역할과는 달리 무관인 ‘원님’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꽹과리 연주와 너슬을 활용한 춤으로 남성춤의 위엄과 힘을 보여준다. 이동안류의 진쇠춤은 꽹과리를 활용한 단독 춤 종목으로, 후대 춤꾼들의 진쇠춤[쇠춤] 개발에 본이 되고 있다. 김숙자류의 진쇠춤은 홑춤이 아닌 군무 형식으로 대무(對舞)와 일무를 적절히 활용하고 이동 경로를 다각화하여 구성미를 강화하였다. 또한 대칭과 균형의 조화를 꾀하여 무속의 의례성을 보여준다.
경기도당굿시나위춤: 경기도무형문화재(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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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화(金起和)